2021년 5월호

결혼 초야 신랑 발바닥을 때린 진짜 이유는?[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족저근막염과 산수유

  •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입력2021-05-0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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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 추운 겨울이 끝나고 처음 피는 꽃’ 하면 대부분 매화를 떠올릴 것이다. 나는 다르다. 내게 봄을 알리는 꽃은 3월 중하순에 피는 노란 산수유꽃이다.

    나는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해병대 신병 훈련의 마지막 관문은 ‘천자봉 행군’이다. 어느 봄, ‘진정한 해병’이 되고자 행군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날 산에는 온통 산수유꽃이 만발했다. 아름다운 꽃무리를 바라보며 산길을 걷는 건 견딜 만했다. 그러나 등정 후 훈련소로 돌아가는 길, 3시간 동안 아스팔트 위를 걷는데 발바닥이 무척 아팠다.

    발바닥 아치의 중요성

    성인 남자 발 크기는 보통 세로 270㎜, 가로 150㎜ 정도다. 몸 전체에 비하면 무척 작다. 이 두 발이 보행 시 우리 체중을 안정적으로 버텨내며 균형까지 유지하는 건 경이로운 일이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람 발을 “인체공학 최대의 걸작이자 최고의 예술품”이라고 했다.

    우리 발이 이처럼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는 건 한가운데 위치한 아치형 구조 ‘족궁’ 때문이다. 마치 스프링처럼 힘과 유연성을 동시에 발휘하는 족궁이 무너지면 족저근막염 등 여러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 뼈에서 시작해 발가락 아래까지 이어지는 두껍고 강한 섬유띠를 일컫는다. 여기 염증이 생기는 게 족저근막염이다. 무리한 걷기, 체중 증가, 하이힐 착용 등은 족저근막염의 대표 원인으로 꼽힌다. 이외에 노화와 폐경 등도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몸통, 특히 복부를 제외한 온몸 지방이 줄어든다. 그 여파로 발바닥에서 지방이 담당하던 충격 흡수 기능이 줄어들면 염증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은 보통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천천히 낫는다. 그러나 회복까지 약 6~18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리기 어렵다. 또 염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발을 계속 사용하면 보행 습관에 영향을 미쳐 무릎 골반 허리 등에까지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장거리 행군을 한 해병대원처럼 발을 많이 사용해 염증이 생긴 경우에는 휴식과 더불어 발바닥 부위 스트레칭이 중요하다. 또 통증을 느끼는 부위 경락 및 혈자리에 침을 놓는다. 침에 전기 자극을 더하는 전침요법, 특정 혈에 실 같은 이물질을 매입해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매선요법, 끝에 편평한 날이 있는 침으로 조직을 작게 절개하는 침도요법 등도 사용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 개선하는 산수유 열매의 힘

    갱년기 여성과 노년 환자에게는 침과 뜸 외에 신장(腎臟) 기운을 북돋아주는 처방도 추가한다. 한의학에서는 생식 능력을 관장하는 신장과 발바닥이 서로 연관돼 있다고 본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결혼 첫날밤 신랑 발바닥을 장작개비나 북어로 때리곤 했다. 단단한 물체로 남자 발바닥을 때리면 성호르몬을 관장하는 신장 용천혈이 자극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요즘은 발바닥을 때리는 대신 생식 능력을 높여주는 산수유 열매를 복용하도록 권한다. 또 족욕을 하거나 발바닥에 핫팩을 붙여 근육 긴장을 풀어주면 족저근막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돌아보면 해병대 시절, 나는 딱딱한 군화를 신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며칠씩 행군하곤 했다. 그래도 멀쩡하던 발바닥이 미끈한 아스팔트 길만 걸으면 금세 아파왔다. 당시엔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안다. 산길을 걸을 때면 발바닥뿐 아니라 발의 옆날, 뒤꿈치, 발가락 등 다양한 부위로 땅을 딛는다. 반면 평탄한 길에서는 오직 발바닥이 모든 충격을 감당한다. 그것이 우리 발을 병들게 하고, 심지어 걷기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삶의 길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 앞에 탄탄대로가 없음에 절망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험한 길이 내가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족저근막염 #족궁 #산수유효능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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