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호

마켓컬리에는 아직 너무 버거운 ‘쿠팡의 길’

[유통 인사이드] 쓱닷컴·이베이·롯데온·오아시스 4각 공세의 덫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1-05-2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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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안에 美 증시 상장 계획

    • 쿠팡과 달리 식료품 집중은 한계

    • 설립 후 누적 적자 2700억 원

    • 거래액, 쿠팡 20兆 vs 컬리 1.2兆

    • CJ대한통운과의 ‘맞손’은 승부수

    • 마케팅 경쟁에 비용 출혈 불가피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이사가 ‘마켓컬리’ 로고가 새겨진 배송 상자를 들고 있다. 마켓컬리는 올해 안에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마켓컬리 제공]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이사가 ‘마켓컬리’ 로고가 새겨진 배송 상자를 들고 있다. 마켓컬리는 올해 안에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마켓컬리 제공]

    “김포 물류센터 오픈,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에 대비한 물류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3월 2일)

    “배우 박서준을 모델로 세워 신규 고객 확대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 주제는 ‘100원딜’과 ‘무료배송’ 두 가지다.”(4월 9일)

    “60여 종 장보기 필수 상품, 온라인 최저가로 판매한다.”(4월 12일)

    “CJ대한통운과 ‘샛별배송’ 전국 확대 나선다.”(4월 27일)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업체인 마켓컬리의 발걸음이 갈수록 분주해지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한 탓이기도 하지만 마켓컬리는 여러 업체 중에서도 유독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유가 있다. 마켓컬리는 올해 안에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본격적인 도전에 앞서 몸집을 불리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6년 만에 매출 1조 원 육박

    마켓컬리는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집 앞으로 배송해 주는 이른바 ‘새벽배송’ 서비스로 이름을 알려온 업체다. 마켓컬리는 자사의 서비스를 ‘샛별배송’이라 칭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새벽배송 시장규모는 2조50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마켓컬리는 그간 이 시장을 사실상 개척해 온 업체인 만큼 시장점유율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마켓컬리에서 발생한 거래액은 1조2000억 원으로 새벽배송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마켓컬리의 성장세는 가팔랐다. 매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30억 원가량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회사 설립 6년 만에 1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 됐다. 마켓컬리에 가입한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00만 명을 넘어섰다. 매달 마켓컬리에서 실제 쇼핑하는 소비자 규모는 100만 명 이상이다.

    이처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만큼 마켓컬리의 미국 증시 상장이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지난 3월 국내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만큼 마켓컬리 역시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쿠팡이 선례를 남겼으니 국내 유망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들이 그 뒤를 따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마켓컬리는 쿠팡과는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영업 방식은 물론 주력해 온 시장의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쿠팡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대입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엇갈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마켓컬리가 눈에 띄게 성장하는 기업이긴 하지만 여전히 보완하고 극복해야 할 점이 있는 업체로 여겨져서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분석이다.

    마켓컬리의 ‘단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점은 지속적인 영업적자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1162억 원가량으로 전년보다 100억 원 이상 늘었다. 설립 이후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해 누적 적자가 2700억 원에 달한다.

    물론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쿠팡 역시 ‘만성 적자’ 기업이지만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단, 쿠팡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률을 4.4%로 전년(10.1%)보다 크게 개선하면서 ‘희망’을 보여줬다. 흐름대로라면 올해 흑자 전환도 가능해 보이는 숫자다. 컬리 역시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손실률이 12% 정도로 전년(약 24%)보다 줄긴 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흑자로 올라설 만한 수준은 아니다.

    마켓컬리가 쿠팡과 달리 식료품 시장에 집중하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쿠팡은 몸집을 크게 불릴 여지가 있지만, 식료품 군에서만 두각을 나타내는 마켓컬리는 성장에 한계가 있으리라는 지적이다. 실제 쿠팡의 거래액은 20조 원 안팎인 데 비해 마켓컬리의 경우 1조20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컬세권’ 전국화, 삼 넘어 산

    3월 2일 문을 연 마켓컬리의 김포 물류센터. 신선식품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마켓컬리 제공]

    3월 2일 문을 연 마켓컬리의 김포 물류센터. 신선식품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마켓컬리 제공]

    최근 마켓컬리의 발빠른 행보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물류센터를 늘리고 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해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마켓컬리가 던진 승부수다.

    마켓컬리는 지난 4월 27일 자사의 새벽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의 전국 확대를 위해 CJ대한통운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5월부터 충청권의 대전광역시(서구, 유성구)와 세종특별자치시, 천안시, 아산시, 청주시에서 샛별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뒤 올해 하반기에는 영·호남 등 남부권까지 대상 지역을 넓혀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충청권에서는 마켓컬리의 수도권 물류센터에서 출고된 신선식품을 CJ대한통운의 충청 지역 물류 거점으로 운송한 뒤 다시 지역별로 배송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전국에 갖추고 있는 물류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전국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며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됐던 샛별배송 서비스가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마켓컬리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컬세권’이 전국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마켓컬리는 네 번째 물류센터인 경기 김포 물류센터를 열어 일일 주문량을 기존 22만 상자에서 44만 상자로 확대한 바 있다. 또 비식품군 판매 확대를 계획하는 등 전방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켓컬리는 몸집을 키우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자체 비용 절감 노력 등을 통해 영업손실률을 낮출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계획은 실현되기 전까지는 단지 계획일 뿐이다. 마켓컬리가 내놓은 계획을 이루기까지는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마켓컬리 측은 국내 식료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이 낮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온라인 침투율이란 소비시장 중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국내 온라인 침투율은 37%가량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식품의 경우 25% 정도로 낮은 편이다. 이는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마켓컬리는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을 잡기만 한다면 앞으로도 더욱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고 기대하는 셈이다.

    대기업의 도전과 마켓컬리의 응전

    성장 가능성이 커서 여러 경쟁자가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의 SSG(쓱)닷컴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SG닷컴은 최근 마켓컬리를 겨냥한 듯한 전략을 내놓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SSG닷컴은 지난 4월 25일 신세계그룹의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SSG 푸드마켓’의 상품을 새벽배송으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SSG 푸드마켓의 대표 상품 450종을 선별해 수도권에서 서비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SSG닷컴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추진해 온 새벽배송 상품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다. 향후 SSG푸드마켓 품목을 1000종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앞서 SSG닷컴은 지난해 1월에는 ‘백화점 식품관’을 열어 국내 5개 백화점에서 취급하는 프리미엄 상품을 새벽배송으로 판매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프리미엄 브랜드 한우와 한돈 상품을 새벽배송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SSG 푸드마켓’을 배송 목록에 포함하면서 점차 프리미엄 신선식품군으로 배송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SSG닷컴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SSG닷컴이 선별한 질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그간 마켓컬리가 강조해 온 전략이다. 마켓컬리 역시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선별해 판매하는 전략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마켓컬리가 사업 초기 ‘강남맘 필수앱’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 여력이 큰 강남권 소비자에게 ‘양’보다는 ‘질’을 강조한 점이 주효했다. SSG닷컴 역시 유사한 전략을 확대하는 만큼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SG닷컴뿐 아니라 여러 이커머스 업체가 신선식품 영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셀러플렉스(Seller Flex)’라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간 이베이코리아는 자체 콜드체인(냉장·냉동 물류)을 갖추고 있지 않아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자체 콜드체인을 갖춘 판매자의 물류센터에서 곧바로 소비자에게 배송해 주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롯데가 공들이고 있는 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의 경우 올해 안에 식재료 전문관 ‘푸드온’을 내놓고 신선식품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오아시스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자다. 오아시스는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늘리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최근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거나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전략을 내놓은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드니 마켓컬리 역시 대응 전략이 필요했을 터다.

    다만 이런 마케팅에 뛰어들 경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 또 문제다. 가격을 낮추고 무료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는 소비자를 끌어들여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당장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업손실률을 줄여 흑자 전환의 ‘희망’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에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친 셈이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새벽배송 개척자, 시험대 오르다

    마켓컬리의 미국 증시 상장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마켓컬리는 사업 초기부터 지속적인 회의론 속에서 커온 업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다음 날 아침 일찍 배송해 주는 ‘새벽배송’이라는 서비스 자체가 과거에는 ‘사업성이 없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마켓컬리가 사실상 시장을 개척해 오면서 사업성을 입증했다. 새벽배송 시장은 올해 4조 원에 이르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영업손실률도 줄여야 하는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 앞에 놓이긴 했지만, 마켓컬리의 움직임에 경쟁사들이 여전히 예의 주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하기까지는 극복해야 하는 여러 변수가 있는 점은 분명하다”며 “올해 안에 상장에 성공할지 여부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번 경험이 마켓컬리의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 #쿠팡 #SSG닷컴 #롯데ON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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