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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

연애하고 싶다 몸과 마음 다 열고

‘도쿄타워’와 도쿄타워

  • 글 · 사진 오동진 | 영화평론가

연애하고 싶다 몸과 마음 다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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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 오면 꼭 가고 싶은 곳이 도쿄타워다. 바로 밑에서 전체가 네온으로 점등된 타워를 올려다보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새삼 연애가 하고 싶어진다. 누군가에게 마음과 몸을 열고 싶어진다. 로맨틱해진다. 그건 순전히 ‘도쿄타워’라는 영화 때문이다.
어디나 그렇지만 도쿄도 이맘때 가장 예쁘다. 극악한 여름 더위가 싹 물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춥거나 하진 않다. 열이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반팔 옷을 고집할 만큼 시원함을 만끽할 때다. 아시아 프로듀서들의 모임 APN(Asian Producer Network) 본부에서 도쿄 총회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흔쾌히 수락한 것은 지금 계절의 도쿄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롯폰기, 아카사카 같은 곳의 뒷골목을 오랜만에 쏘다니고 싶었다. 시부야 역의 ‘하치’는 잘 있을까(시부야 역엔 주인이 죽은 뒤에도 10년 동안 마중을 나온 충견 하치를 기려 동상을 세워놓았다. 이 얘기는 1987년 ‘하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고야마 세이지로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고, 2009년 라세 할스트롬 감독, 리처드 기어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로 리메이크됐다. 그때도 제목은 ‘하치 이야기’였다. 하치는 일본의 전통 견종인 시바견으로 우리의 진돗개처럼 충성스럽기로 유명하다). 우에노 공원에 갈 시간은 있을까. 없을 듯했다. 에도도쿄박물관 같은 곳을 둘러보면 좋을 듯했다. 그러나 초청자 측에서 보내온 일정을 보니 그것도 그림의 떡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거나 그래도 좋지 싶었다. 살짝 술이 고프기도 하던 차였다. 음식점에 앉아서 마음대로 담배를 피우고 싶기도 했다. 일본에선 아직 그게 된다. 묵는 곳은 오다이바라고 했다. 도쿄 외곽이지만 지하철과 경전철 등 교통망이 발달한지라 웬만한 곳은 1시간 이내에 다닐 수 있다. 거기, 레인보브리지가 장관이다. 호텔에서 도쿄만(灣)의 전경이 다 보일 것이다. 오다이바에 머물기는 처음이다. 숙소 그랜드 닛코호텔은 6성급. 이래저래 마음이 설렜다.



도쿄는 시네마천국

일본은, 아베의 신군국주의만 아니라면 아주 매혹적인 나라라고 생각해온 터다. 지난 25년 넘게 이쪽 일을 해오면서 일본 영화에 얼마나 매료돼 살아 왔던가. 구로사와 아키라의 나라다. 그의 영화 ‘7인의 사무라이’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으면 할리우드가 ‘황야의 7인’으로 리메이크했다가 최근에 다시 ‘매그니피센트7’로 만들었을까. ‘매그니피센트7’엔 이병헌이 비중 있는 조역으로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키라의 작품뿐인가.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가 만들어낸 일명 ‘다다미 쇼트(카메라를 앉은 키 정도에 맞추고, 롱 테이크로 잡아내는 촬영기법)’는 세계 영화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줬던가.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에 나오는 배우들의 리얼 섹스 신을 보고 젊은 시절 받은 충격도 잊지 못한다.

요즘은 그 열기가 좀 식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일본 영화는 여전히 만만찮은 저력을 과시한다. ‘태풍이 지나가고’ 같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되면 여지없이 그의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극장을 채운다. 이와이 슌지가 만들어낸 이른바 ‘이와이 월드(이와이 특유의 작품 세계)’는 한국에도 형성돼 있을 정도다.

이와이가 신작을 발표하면 나 역시 맨 먼저 챙겨 보게 된다. 슌지의 2016년작 ‘립반윙클의 신부’가 국내 극장에 오르기를 그의 영화 팬들은 학수고대했다. 가와세 나오미의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일본식 은근함으로 인생을 통찰한다. 개봉 당시 관객 수는 적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는 영화란 바로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유레루’를 만든 니시카와 미와는 최근에 ‘아주 긴 변명’이란 작품을 내놨고, 그게 지난 10월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챙겨 보지 못했다. 일본은, 그리고 도쿄는 한마디로 ‘시네마천국’이다. 거기에 가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토토’와 ‘알프레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3박 4일의 기간이 주어졌다. 실컷 즐기겠다고 생각했다.


감기몸살 그리고 최순실

그런데 아뿔싸!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심한 몸살이 덮쳤다. 호텔에 도착할 때부터 몸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도쿄 일정을 앞두고 부산영화제부터 광주까지 이어진 일련의 지방 출장을 강행한 것이 원인이었다.

하네다로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 일행이 모인 것은 10월 24일 오전 6시 반. 광주 아시아전당에서 열린 ‘극장을 찾아서 3’ 행사(스크린 독과점에 맞서 대안 상영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전국의 문예회관, 구민회관 등에서 진행하는 기획전)를 끝내고 서울 집으로 돌아온 것은 공항 도착 4시간 반 전인 오전 2시였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광주 행사 마지막 날에는 비를 맞았다. 정신없이 부랴부랴 공항에 가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이래저래 감기 걸릴 조건을 다 갖췄던 셈이다.

전조는 늘 목이다. 목 안이 땡땡 부은 느낌이었다. 누가 뭐라 한들 손에서 놓지 못하던 담배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곧 오한이 났다. 몸은 추운데도 식은땀이 겨드랑이에서부터 비죽비죽 차올랐다. 나 하나 아픈 것은 괜찮다. 일행에게 짐이 될까 두려웠다.

하네다 공항을 거쳐 숙소인 호텔에 도착해 봐야 정오를 넘지 않았다. 공식 일정은 저녁 만찬부터다. 사람들은 주변을 탐색하러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그때부터 일행과 떨어져 만 이틀을 꼬박 객실에 박혀 지냈다. 모노레일을 타고 이케부쿠로까지 따라나섰다가 뒤처져 조용히 호텔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말 그대로 끙끙 앓았다. 약도 챙겨 오지 못했다.

이튿날 ‘국제시장’ 제작사 길영민 JK필름 대표가 ‘노도누루 목감기용 스프레이’를 사다줬는데, 그건 페이스북에다가 감기에 걸렸네 어쩌네 하며 엄살을 부리니 한국에 있던 ‘더 테너’ 김정아 프로듀서가 빨리 사 먹으라며 알려준 것이다. 스프레이 식이어서 통증이 있는 목 안에 약을 주입한다. 효과가 있다. 이럴 때는 주변 사람들을 고마워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아프면 외롭기 마련인데 요즘에는 SNS가 외로움을 덜어준다.

감기몸살 말고 한 가지가 더 쓰나미 수준으로 현실을 덮쳤다. 바로 ‘최순실 스캔들’(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수준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정권을 뒤흔드는 게이트로 번졌다)이다.



‘영화제’보다 ‘도쿄’

일본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 듯했다. 한국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정보를 주고받기 바빴다. ‘아니 그러니까,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말이야?!’가 대부분 사람들의 첫 반응이었다.

국정감사 때 청와대에 침대가 3개 들어갔다고 했잖아. 그럼 이때까지 한 방을 쓴 사람이 최순실이었어? 그럼 세월호 때 사라진 7시간은? 보톡스를 맞고 있었다고? 그게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 게 맞아? 아니 그때는 집무시간 아냐? 등등 한국 사람들은 그동안 알고 있던 얘기, 들은 얘기, 전해진 얘기를 옮기기 바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동시에 똑같은 얘기를 했다. 원… 밖에 나다니기 창피해서. 이게 나라야? 이게 나라냐고!

몸이 아파 잠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도 호텔방에는 계속해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메시지가 들어왔다. 사람들은 내게 너는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 기가 막혀 죽겠다는 하소연, 차라리 국내로 들어오지 말고 거기서 살라는 충고를 했고, 일파만파로 번지는 얘기들을 전해줬다. 거기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잠을 깊이 한 번 자야 감기가 떨어지는 법인데 자꾸 중간 중간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을 뒤지게 됐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순간들이었다. 이게 당최 무슨 꼴인가. 1980년대의 정치적 격랑을 경험한 세대다. 모든 게 다 도루묵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정말 한국은 끝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이번 도쿄행은 의미도 재미도 찾기 힘들어지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 판국에 무슨 영화인가.



외화내빈

원래 이번 도쿄는 제29회 도쿄영화제 때문에 온 것이다. APN 총회 역시 영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것이다. 1985년에 시작된 도쿄영화제는 영화제보다는 ‘도쿄’ 때문에 찾게 된다. 영화제는 훌륭한 편이 아니다. 영화제가 지켜내야 할 가장 순수한 가치, 그러니까 늘 새로운 조류의 작품들과 영화작가들을 발굴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한발 뒤처지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그건 다 ‘돈’ 때문이다. 영화제를 치르는 데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도쿄영화제는 그걸 국고나 시비로 충당하기보다는 일본 내 4대 메이저 스튜디오인 도호, 도에이, 쇼치쿠, 닛카쓰에서 갹출한 돈으로 치른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또 그러다 보니 이들이 관여하는 영화들로 영화제가 채워질 수밖에 없다. 신진 작가의 발굴 따위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는 영화제인 셈이다.

돈 문제가 만들어낸 부정적인 면을 벌충하려는 듯 도쿄영화제는 돈을 들여 사람들을 모은다. 일본의 스타란 스타는 다 모이고 할리우드 스타도 초청한다. 올해는 세계 최고의 여우(女優)로 불리는 메릴 스트립이 최근작 ‘플로렌스’ 때문에 왔다.

솔직히 이 작품을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택한 걸 보고 많이 놀랐다. 한국에서는 짧게 개봉됐다가 종영된 작품이기도 했지만, 이 영화가 유수 영화제의 간판 작품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개막작이 된 건 아마도 ‘플로렌스’를 수입한 쇼치쿠의 영향력 덕분일 것이다.

도쿄영화제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후발 주자로 시작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계를 대표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에 대해 좀 고민한다 하는 사람들은 도쿄영화제보다 도쿄 필름엑스영화제를 선호한다. 거기 가면 일본 영화계가 일본 사회,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도쿄영화제는 그 화려함 때문에라도 볼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상금을 많이 준다. 신인감독상 수상자가 받는 돈이 우리 돈으로 1억 원이 넘을 정도다. 아마도 세계 영화제 중 최고 수준일 것이다. 도쿄영화제에서 상을 타면 그래서 ‘대박’ 소리를 듣는다. 한국 감독들은 많이 타지 못했다. 일본 영화계가 한국 영화계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롯폰기힐스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눈부신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는 일본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한다. 우리와 다른 모습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무대에 올라 자신의 영화 사랑을 자랑하고 내려갔다. 개막식 말고도 영화제가 차려놓은 필름·방송 콘텐츠 마켓 ‘티프콤(TIFF COM)’을 둘러보는 것도 영화를 제작·판매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영화는 생각하면서 즐기며 보고, 동시에 팔고 산다.


‘여신’, 구로키 히토미

일본에 오면 늘 가고 싶은 곳이 도쿄타워다. 도쿄영화제가 열리는 롯폰기 힐스에서도 보인다. 높이가 333m나 된다. 도쿄 중심가 긴자 쪽에 있다. 도쿄타워 바로 밑에는 ‘도후야 우카이’라는 고급 두부 전문 요리점이 있는데, 꽤 큰 규모의 전통 가옥을 그대로 보존한 곳이다. 우리의 삼청각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이곳에서 전체가 네온으로 점등된 도쿄타워를 올려다보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새삼 연애가 하고 싶어진다. 누군가에게 마음과 몸을 열고 싶어진다. 로맨틱해진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건 순전히 ‘도쿄타워’라는 영화 때문이다. 일본에 같은 제목의 영화가 두 편이 있는데 하나는 구로키 히토미 주연의 영화, 다른 하나는 오다기리 조 주연의 영화다. 앞의 것은 2004년 작품이고 뒤의 것은 2007년작이다.

로맨틱하기는 구로키 히토미 주연의 영화가 그렇다. 구로키 히토미는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신 같은 존재다. 1960년생이니 그녀도 벌써 나이가 꽤 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답다. 그녀가 출연한 ‘실락원’은 일본 대중문화 수입 금지 탓에 일본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서 상영되지 못하던 막바지 무렵에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불법으로라도 비디오로 구해 보려 한 작품이다.

불륜의 두 남녀가 홋카이도 어디쯤에 가서 동반자살을 한다는 얘기다. 신파의 극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심금을 울렸다. 저런 사랑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히토미의 또 다른 영화 ‘검은 물 밑에서’는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공포영화로 할리우드에서 제니퍼 코넬리 주연의 ‘다크 워터’로 리메이크됐다. 억울하게 죽은 어린 귀신에 맞서 자신의 아이를 지키려는 눈물겨운 모성을 그렸다. 귀신도 엄마를 이길 수는 없다는 얘기를 보면서 많이 울던 기억이 난다.



2004년 ‘도쿄타워’와 2014년 ‘밀회’

‘도쿄타워’는 ‘실락원’만큼이나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20여 년 전 일본 주부들 사이에서는 어린 남자와의 연애가 유행이던 모양인데 바로 그 세태를 그린 작품이다. 마흔한 살의 시후미라는 여자와 도루라는 스물한 살의 남자가 벌이는 사랑, 위험한 애정 행각을 그렸는데, 영화를 보면 그 나이 차이라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된다. 더 나아가 나이라는 건 어디서나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마흔 살의 여자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 나는 왜 스무 살 무렵에 마흔 살 여성을 사랑해 본 적이 없는가 절절하게 후회하게 된다. 그만큼 시후미는 매력적이었다.

이 영화의 콘셉트를 살짝 베낀 것이 한국 드라마 ‘밀회’다. 김희애와 유아인을 보면서 ‘도쿄타워’의 두 남녀 배우를 생각했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으로 10년, 20년쯤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그건 성문화, 연애 문화에서도 그렇다. ‘밀회’는 2014년 작이다.

두부 요리집 도후야 우카이에서 배우 하세가와 히로키, 재일동포 배우이자 모델인 현리를 만나 좋았다. 하세가와는 한마디로 말하면 요즘 대세 배우인데, ‘신 고질라’에서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두 편의 영화 때문에 난리다. 하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으로 이미 500만 관객을 넘겼다. 그리고 또 한 편의 영화가 바로 ‘신 고질라’다.

‘新’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으로 알 수 있듯 일본 영화계가 전성기이던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괴수 영화 ‘고질라’의 또 다른 변형판이다. 그렇지만 예전 작품과는 확실하게 선을 그을 만큼 작품성과 대중성이 높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흥행에서도 빅 히트를 쳐서 오랜만에 일본 영화계를 들썩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만든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그 유명하다는 SF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겔리온’을 만든 인물이다.



정말 영화 같은 일

자, APN 얘기로 도쿄행 이야기를 정리한다. APN은 14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한국, 일본, 홍콩, 중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 11개국 프로듀서들이 참가한다. 이번 총회에서 각 나라의 프로듀서들은 자국의 영화산업 현황을 브리핑하고 아시아형 합작 영화의 활로를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세계 빅2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됐다. 스크린 수만 해도 3만여 개나 된다. 우리의 스크린 수는 2400여 개 수준이니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 시장은 점점 공룡이 돼가고 있다. 이런 총회에 와서도 중국 프로듀서들은 당당하고 콧대가 높다. 우리도 거기에 문화 제국주의적 입장에서가 아니라 엄연히 상호 문화 교류를 해가는 차원에서 진출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도쿄영화제는 조용한 느낌으로 치러졌다. 200여 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매머드급 영화제치고는 시내를 들썩이게 하지 않는다. 일본인 특유의 정중동(靜中動) 습성 때문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영화가 세상의 중심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만큼 세상 일이란 것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하네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리무진 버스 안에 착잡한 공기가 흘렀다. 일행 모두 스마트폰을 뒤적이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정말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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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오동진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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