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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

연애하고 싶다 몸과 마음 다 열고

‘도쿄타워’와 도쿄타워

  • 글 · 사진 오동진 | 영화평론가

연애하고 싶다 몸과 마음 다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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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몸살 그리고 최순실

그런데 아뿔싸!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심한 몸살이 덮쳤다. 호텔에 도착할 때부터 몸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도쿄 일정을 앞두고 부산영화제부터 광주까지 이어진 일련의 지방 출장을 강행한 것이 원인이었다.

하네다로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 일행이 모인 것은 10월 24일 오전 6시 반. 광주 아시아전당에서 열린 ‘극장을 찾아서 3’ 행사(스크린 독과점에 맞서 대안 상영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전국의 문예회관, 구민회관 등에서 진행하는 기획전)를 끝내고 서울 집으로 돌아온 것은 공항 도착 4시간 반 전인 오전 2시였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광주 행사 마지막 날에는 비를 맞았다. 정신없이 부랴부랴 공항에 가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이래저래 감기 걸릴 조건을 다 갖췄던 셈이다.

전조는 늘 목이다. 목 안이 땡땡 부은 느낌이었다. 누가 뭐라 한들 손에서 놓지 못하던 담배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곧 오한이 났다. 몸은 추운데도 식은땀이 겨드랑이에서부터 비죽비죽 차올랐다. 나 하나 아픈 것은 괜찮다. 일행에게 짐이 될까 두려웠다.

하네다 공항을 거쳐 숙소인 호텔에 도착해 봐야 정오를 넘지 않았다. 공식 일정은 저녁 만찬부터다. 사람들은 주변을 탐색하러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그때부터 일행과 떨어져 만 이틀을 꼬박 객실에 박혀 지냈다. 모노레일을 타고 이케부쿠로까지 따라나섰다가 뒤처져 조용히 호텔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말 그대로 끙끙 앓았다. 약도 챙겨 오지 못했다.

이튿날 ‘국제시장’ 제작사 길영민 JK필름 대표가 ‘노도누루 목감기용 스프레이’를 사다줬는데, 그건 페이스북에다가 감기에 걸렸네 어쩌네 하며 엄살을 부리니 한국에 있던 ‘더 테너’ 김정아 프로듀서가 빨리 사 먹으라며 알려준 것이다. 스프레이 식이어서 통증이 있는 목 안에 약을 주입한다. 효과가 있다. 이럴 때는 주변 사람들을 고마워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아프면 외롭기 마련인데 요즘에는 SNS가 외로움을 덜어준다.



감기몸살 말고 한 가지가 더 쓰나미 수준으로 현실을 덮쳤다. 바로 ‘최순실 스캔들’(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수준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정권을 뒤흔드는 게이트로 번졌다)이다.



‘영화제’보다 ‘도쿄’

연애하고 싶다 몸과 마음 다 열고

아시아 프로듀서의 모임 APN 포럼.

일본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 듯했다. 한국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정보를 주고받기 바빴다. ‘아니 그러니까,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말이야?!’가 대부분 사람들의 첫 반응이었다.

국정감사 때 청와대에 침대가 3개 들어갔다고 했잖아. 그럼 이때까지 한 방을 쓴 사람이 최순실이었어? 그럼 세월호 때 사라진 7시간은? 보톡스를 맞고 있었다고? 그게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 게 맞아? 아니 그때는 집무시간 아냐? 등등 한국 사람들은 그동안 알고 있던 얘기, 들은 얘기, 전해진 얘기를 옮기기 바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동시에 똑같은 얘기를 했다. 원… 밖에 나다니기 창피해서. 이게 나라야? 이게 나라냐고!

몸이 아파 잠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도 호텔방에는 계속해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메시지가 들어왔다. 사람들은 내게 너는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 기가 막혀 죽겠다는 하소연, 차라리 국내로 들어오지 말고 거기서 살라는 충고를 했고, 일파만파로 번지는 얘기들을 전해줬다. 거기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잠을 깊이 한 번 자야 감기가 떨어지는 법인데 자꾸 중간 중간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을 뒤지게 됐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순간들이었다. 이게 당최 무슨 꼴인가. 1980년대의 정치적 격랑을 경험한 세대다. 모든 게 다 도루묵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정말 한국은 끝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이번 도쿄행은 의미도 재미도 찾기 힘들어지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 판국에 무슨 영화인가.



외화내빈

원래 이번 도쿄는 제29회 도쿄영화제 때문에 온 것이다. APN 총회 역시 영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것이다. 1985년에 시작된 도쿄영화제는 영화제보다는 ‘도쿄’ 때문에 찾게 된다. 영화제는 훌륭한 편이 아니다. 영화제가 지켜내야 할 가장 순수한 가치, 그러니까 늘 새로운 조류의 작품들과 영화작가들을 발굴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한발 뒤처지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그건 다 ‘돈’ 때문이다. 영화제를 치르는 데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도쿄영화제는 그걸 국고나 시비로 충당하기보다는 일본 내 4대 메이저 스튜디오인 도호, 도에이, 쇼치쿠, 닛카쓰에서 갹출한 돈으로 치른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또 그러다 보니 이들이 관여하는 영화들로 영화제가 채워질 수밖에 없다. 신진 작가의 발굴 따위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는 영화제인 셈이다.

돈 문제가 만들어낸 부정적인 면을 벌충하려는 듯 도쿄영화제는 돈을 들여 사람들을 모은다. 일본의 스타란 스타는 다 모이고 할리우드 스타도 초청한다. 올해는 세계 최고의 여우(女優)로 불리는 메릴 스트립이 최근작 ‘플로렌스’ 때문에 왔다.

솔직히 이 작품을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택한 걸 보고 많이 놀랐다. 한국에서는 짧게 개봉됐다가 종영된 작품이기도 했지만, 이 영화가 유수 영화제의 간판 작품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개막작이 된 건 아마도 ‘플로렌스’를 수입한 쇼치쿠의 영향력 덕분일 것이다.

도쿄영화제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후발 주자로 시작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계를 대표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에 대해 좀 고민한다 하는 사람들은 도쿄영화제보다 도쿄 필름엑스영화제를 선호한다. 거기 가면 일본 영화계가 일본 사회,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도쿄영화제는 그 화려함 때문에라도 볼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상금을 많이 준다. 신인감독상 수상자가 받는 돈이 우리 돈으로 1억 원이 넘을 정도다. 아마도 세계 영화제 중 최고 수준일 것이다. 도쿄영화제에서 상을 타면 그래서 ‘대박’ 소리를 듣는다. 한국 감독들은 많이 타지 못했다. 일본 영화계가 한국 영화계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롯폰기힐스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눈부신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는 일본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한다. 우리와 다른 모습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무대에 올라 자신의 영화 사랑을 자랑하고 내려갔다. 개막식 말고도 영화제가 차려놓은 필름·방송 콘텐츠 마켓 ‘티프콤(TIFF COM)’을 둘러보는 것도 영화를 제작·판매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영화는 생각하면서 즐기며 보고, 동시에 팔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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