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호

Interview

“文 ,영남에서 100만 표 가져올 수 있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7-01-20 09: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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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확장성과 안정성, 격변기 지나면 돋보일 것
    • 人의 장막, 불안정한 판단력·소통…文 3대 약점
    • 文 지지자들 ‘문자 테러’ 당해보니까…전화 바꿔
    • ‘촛불’은 임진왜란 당시 民心 분출, 대개혁 나서야
    • 潘 급전직하 가능성, 안희정 孫 정계은퇴 발언은 경솔
    “문재인 전 대표는 강한 지지집단이 있어 우세를 점하지만, 탄핵 국면 지지율은 답보상태였다. 현재 판단을 유보한 국민들, 그 사이에 기회가 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보수의 심장’ 대구에 야당 깃발을 꽂으며 일약 차기 대선후보 반열에 오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의 기세는 ‘문재인 대세론’과 촛불 정국에 잠시 주춤했지만, 문 전 대표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확장성’과 ‘안정성’을 내세워 대선 전장으로 향하고 있다.

    문 전 대표를 향해 “개헌 입장을 밝혀라”고 압박하더니, ‘야권 공동 대선후보 선출’ ‘친문(親문재인) 주류 각성’을 주장하며 ‘친문’과 각을 세우고, “지지도는 낮지만 대권후보 경쟁력은 충분하다”(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발언)는 평가를 받으며 ‘본선 경쟁력’을 강조한다. 1월 9일 서울 광화문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지역 민심부터 물었다.

    ▼ ‘TK(대구·경북) 민심’은 어떤가.

    “TK지역은 10명 중 8명이 박근혜 대통령을 뽑은 곳이다. 이곳 분들은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고, 어지간하면 참고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 인파가 거리로 나왔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느냐’는 수치심과 배신감도 느끼고, 어른들은 참 허탈해한다. 지금까지는 선거 때만 잠깐 정치에 관심 갖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주권자로서 정당한 의사표시를 해야겠다고 느끼는 것 같다.”



    “‘사이다 발언’ 못하니…”

    ▼ ‘탄핵 정국’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권력이 사유화될 때 국가 운영이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또렷이 보여줬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이고 전근대적인 리더십도 국민 분노를 키웠고…. 그런 면에서 차기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덕목은 까다로워질 거다.”

    ▼ 차기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갖춰야 하나.


    “도덕성과 공적 가치, 국민통합 리더십이다. 지난 10년간 국가의 도덕적 권위는 무너졌고, 공적 영역에 있는 정치지도자가 사익을 취하면서 공공 기반도 함께 무너졌다. 도덕적 흠결이 있지만 ‘잘살게 해주겠다’는 지도자(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칭)와 중요한 시기에 행적이 불투명해 비선(秘線)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지도자(박근혜 대통령을 지칭)를 겪으면서 국민은 지도자의 도덕성을 중요시할 것으로 본다. 도덕성에 근거한 권위가 국민 통합 리더십의 핵심 아니겠나. 우리 사회에서 ‘부자 되세요’란 말이 덕담이 됐을 때부터 공공성은 간데없고 수단방법 안 가리고 잘되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 탄핵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은 거 같은데.

    “나는 항상 책임윤리에 입각한 정치를 해왔다. 대결과 투쟁보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쪽에 가까웠으니까. 내 스타일이 지금 같은 격변기에는 맞지 않으니 답답한 면이 있었을 거다. 이재명 성남시장처럼 이른바 ‘사이다 발언’을 못하니 촛불 정국에서 지지율이 빠졌다. 이 시장은 ‘무대’를 잘 활용했다. ‘누구’처럼 시원하게 못 지르느냐는 지인들의 ‘원성’도 듣지만, 말만 번지르르하게 한다고 임팩트가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빤한데, ‘단칼에 해결하겠다’는 과장된 어법은 체질상 안 맞다. 격변 이후엔 나 같은 사람의 쓰임새가 있을 거다.”



    독과점 혁파, 지방분권

    ▼ 우리 사회의 ‘빤한’ 문제는 뭔가.

    “30년간 대한민국을 지배한 ‘87년 체제’를 넘어 국가 대개혁을 위한 시스템 정비에 나서야 한다. 권력 집중과 재벌 독과점 경제체제는 혁파해야 한다. 선거제도, 강력한 지방분권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곳곳에 포진한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움켜쥐려고만 하니 국민들은 ‘이대로 가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 갈등 양상이다. ‘기득권 열차’에 올라탄 부모 세대는 고도성장의 과실을 따 먹었지만, 자식들에게 물려줄 기회는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지금 ‘국난(國難)’ 수준이다. 국민들은 과거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초래하고 수습하지 못한 무능한 왕과 양반  지도층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대구 촛불집회에서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마이크를 잡고 ‘박 대통령이 내려오면 내 삶이 좋아지겠나. 이대로 20년, 30년 버텨내라면 나는 못 버틴다’고 절규하더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외침이었다. 참 아프더라. 아, 그런데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할 힘을 잃다 보니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 하루빨리 탄핵을 매듭짓고 국정공백을 메워야 한다.”

    ▼ 출마 선언은 언제하나? 추미애 대표는 설 연휴 전 대선 예비후보 등록 절차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는데.


    “권한도 내놓아야지”

    ▼ 문 전 대표에게 줄곧 개헌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한다.

    “마침내 개헌의 구체적 일정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 그가 개헌안을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한 데도 동의한다. 그런데 4년 중임제는 8년까지 할 수 있다. 그럼 권한도 내놓아야지. 4·19혁명 이후 2공화국, 6·10항쟁 이후 6공화국이 들어섰다. 혁명적 민심이 분출되면 헌법 개정으로 그 민심과 내용을 담는 게 맞다. 지금은 촛불 정국에서 모아진 민심을 담을 진보적 내용을 새 헌법에 담을 수 있다. 나는 대선 전 ‘야3당(후보) 공동 개헌안 마련, 대선 공약화 후 정권교체, 야3당 연립정부, 개헌 절차 이행, 2020년 21대 총선 직후 7공화국 출범’이란 로드맵을 제시한다.”

    ▼ ‘대선 결선투표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결선투표제는 찬성이다. 거대 정당 밖에 머물러 있는 여론도 반영할 수 있고, 무리하게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누구를 안 되게 하는 투표가 아니라 진심으로 되길 원해서 투표하게 한다. 국민이 보는 정치관은 달라진다.”

    ▼ 이재명 성남시장은 “김부겸, 박원순, 안희정 다 합쳐서 공동체팀을 만들어야 한다”며 ‘반(反)문재인 연대’를 주장했다.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반대하는 연대는 옳지 않다. 자기 가치가 실현되는 즐거움이 있어야지, 누가 보기 싫다고 모이라고 하면 모이지도 않는다. 이런 식의 정치는 해오지 않았다. 이 시장도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한 걸로 안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향력을 어떻게 보나.

    “보수 정당의 분열로 복잡한 상황이라 예측하기는 어렵다. 보수 진영에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으니 일정한 흐름은 모일 거다. 반 전 총장은 화려한 경력으로 보수 유권자를 설득하는 데 유리할 거고,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언론과 국민의 검증 결과에 따라 일거에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

    이즈음 기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북핵 문제 해결 같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로 화제를 돌렸다.



    ‘경제 무능’에 대한 분노

    ▼ 송영길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단의 방중(訪中)에 대해 ‘중국에 이용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익을 위한 의원 외교를 사대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졸렬하다. 방중 목적은 사드 재배치가 아니라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 요청이었고,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상황에서 의원이 외교에 나서는 건 권장할 일이다. 그런데 사드는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중국이 북핵 해결에 나서면 사드를 철수할 뜻을 밝혔듯이 ‘북핵 카드’로 쓰면 된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고삐’를 당겨주면, 우리도 시급하게 처리할 이유는 없다. 특히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미국 매파들은 공공연하게 ‘북한 선제공격’을 말한다. 이건 한반도 위기 상황이다.”

    ▼ 그렇다. 동북아 대외 환경 변화는 새로운 전략을 요구한다.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의 기본축이란 건 부인할 수 없다.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한중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할 때다. 북핵 해결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고, 사드 문제는 중국의 해결 노력과 연계시키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했는데 성급하게 배치를 결정한 건 아쉽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 문제에 대해 확실한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만큼 우리의 외교 노력에 따라 긍정적인 미북관계도 견인할 수 있다고 본다.”

    ▼ ‘대선후보’ 김부겸의 강점과 약점이 있다면?

    “뚝심과 추진력, 일관성과 포용력은 강점이다. 민주당 깃발을 들고 대구에서 출마했고, 추진력과 포용력을 인정받아 당선됐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임기응변에 익숙하지 않고, 진영논리, 대결정치를 하지 못하는 건 약점이다. 그래서 선명하지 못한 모습으로 비치는 거 같다.”

    ▼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뭔가.

    “불평등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 사회 불평등과 소득 격차에 대한 국민 불만은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 촛불 민심 속에는 ‘경제 무능’에 대한 분노도 숨어 있다. 한미동맹은 안보의 기초이지만 주변 4개국과 균형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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