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호

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결국 잠정 중단 사태까지

9화_ 마감공사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입력2017-02-10 09: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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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감공사부터는 마냥 순조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 집 공사는 한 달 동안 잠정중단 사태를 맞았다. 외단열 시공업체를 잘못 선택해서다. 얻은 건, 집 지을 때는 저렴한 업체를 찾으려 애쓰지 말라는 교훈뿐.
    한여름 찌는 듯한 더위에 골조공사를 하느라 다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있었으나 지붕이 올라갔고 다락 쪽 발코니도 생겼다. 서울 명륜동의 우리 집 다락 발코니에서 바라보면 삼선교 아파트부터 혜화동 신학대학, 저 멀리 N서울타워에, 가까이는 아남아파트, 오밀조밀 한옥 골목이 집 아래로 펼쳐진다.

    골조공사가 다 됐으니 마감공사는 일사천리로 나갈 것이다. 남편 왈, 골조공사 땐 빤한 일정이었지만 마감공사 땐 이 팀 저 팀 들락날락하기에 정신없을 거라 했다. 일정상으로는 예정보다 골조공사에서 보름 이상 지체됐다. 과연 마감공사 일정을 당긴다 한들 예정대로 9월 말 입주가 가능한 걸까 의문이 든다. 그러나 혹시 지체된다 해도 우리가 사는 집이 월세 아닌 전세여서 큰 문제는 없다. 전세 만료 기간도 1년 남짓 남았다. 물론 덥고 좁고 열악한 곳이지만…. 사무실 이전만 제때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마감공사, 끝 아닌 시작

    마감공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마감이 아니다. 나는 마감공사라고 해서 벽지 붙이고 마루 까는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정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집 짓는 과정에서 마감공사란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과정이라기보다 뼈대에 살을 붙이고 피를 돌리고 호흡을 넣는 과정이다.

    골조는 그야말로 뼈대 공사. 골조공사는 지하부터 차례차례 올라가지만 마감공사는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가 싶다가, 뒤죽박죽 일이 섞였다가, 마지막엔 위에서부터 다시 정리하면서 아래로 내려오는 과정을 거친다. 목수, 전기, 설비, 방수, 미장, 타일, 페인트 도장, 외부 마감재, 외부 창호, 마루 등 여러 팀이 들고나면서 물 흐르듯 적당한 품의 인력을 대며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작업이다.



    골조공사를 끝냈으나 뼈대만 있으니 바깥엔 단열재를 붙이고 마감재를 붙인다. 우리 집 마감재는 스타코플렉스를 사용했는데 돌도 아니고 벽돌도 아니고 금속도 아니고 페인트에 가까운 재료다. 외단열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드라이비트보다 성능이 좀 더 좋은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나는 이번 공사를 통해 우리가 스티로폼이라고 알고 있는 단열재 위에 얇게 미장하고 페인트칠하는 공법으로 집이 완성된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이 방법이 콘크리트 안쪽에 단열재를 붙이는 방법보다 단열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곤 하나 외벽이 콘크리트나 벽돌이 아니고 스티로폼에 페인트라니! 그런데 단순한 페인트 공법은 아니었다. FM 시공법은 대단히 복잡하고 과학적인데,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시공하는 팀이 많지 않은 듯했다. 일반적인 미장공이 와서 대충 미장하고 시공했다간 돈만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도심 속 저에너지주택을 꿈꿔온 남편은 외단열 마감재의 FM 시공법을 주장하다 시공자와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시공 후에도 외벽에 철물을 박아 연결하는 걸 극도로 경계했다. 그 부분에서 열교(熱橋, 철물 부분에서 많은 열기가 빠져나간다)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집은 외부에 빗물받이 홈통을 달 때도 철물을 벽에 박는 행위는 최소한으로 했다. 심지어 베란다 난간도 옆쪽 벽에 고정하지 않고 아래쪽에만 고정하는 방식으로 설치했다. 혹시 우리 집을 방문하게 된다면 난간에 매달려 담력 테스트하는 일이 없기를^^.

    일반적으로 창문을 달고 외벽 공사가 마무리되면 ‘아시바(외부 공사를 위한 거대한 철물 구조체)’를 철거한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진짜 마감공사가 시작되고 준공 검사를 위한 수도 등 각종 설비, 전기, 통신 연결 작업 및 바깥쪽 주차장과 도로 정비 작업이 진행된다.



    내부 마감 과정

    콘크리트 안쪽 내부 마감은 좀 더 복잡하게 진행된다. 우선 보일러 전문가가 바닥에 엑셀파이프를 쭉 깔면 미장 전문가들이 들어와서 이 방 저 방 모든 층의 바닥을 고르게 방바닥 통미장(시멘트 등을 매끈하게 발라 마루나 타일 등을 붙일 때 울퉁불퉁하지 않게 하는 것)을 한다.

    2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목수팀은 내부 벽에 나무로 상을 대고 석고보드를 붙인다. 외기(外氣)와 접하는 부분의 바깥쪽 창호는 시스템 창호로 기존의 제품을 달거나 사이즈에 맞게 제작해서 달지만 집 안쪽의 문이나 창호는 거의 다 목수팀이 만들었다.

    우리 집은 특히 목공사가 많다. 남편이 워낙 중목구조의 집을 좋아해 콘크리트집이지만 적삼목 중목구조 구조물과 경골목구조에서 사용하는 구조목으로 만든 책꽂이, 나왕 문틀, 미송 계단, 그 나름대로 터프해 보이는 호보켄 합판으로 만든 거대한 신발장 겸 수납장, 루나우드 탄화목으로 만든 데크 등 다양한 목재를 시도해 하나의 나무 전시장처럼 만들고 싶어 했다.

    화장실과 옥상 등 물을 사용하거나 물이 고일 수 있는 곳엔 방수팀이 3번에 걸쳐 방수를 하고, 미장팀이 미장을 하고 나면 타일팀이 타일을 붙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장을 하지 않고 방수 석고보드 위에 타일을 붙이기도 한다. 담을 쌓아야 할 경우 조적공이 따로 오기도 하지만 벽돌 공사가 적은 경우엔 타일팀이 한꺼번에 진행하기도 한다. 금속팀은 난간, 가림막을 제작해 용접하고 외부 문도 만들어 단다.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팀을 고르라면 설비팀이라고 할 수 있다. 골조공사 때 미리 벽체 안쪽에 심어놓은 파이프를 찾아 마감공사 땐 외부 파이프와 연결하는 작업을 한다. 설비팀은 보일러 배관뿐 아니라 상하수도관이 집 안에서 집 밖까지 막힘없이 연결되도록 하는 게 주된 일이다. 땅을 파고 파이프를 묻고 때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드릴로 콘크리트를 까내면서 작업한다. 우리 집의 경우 이 중요한 설비팀이 알 수 없는 사정으로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 그 때문에 골조공사 때부터 마감이 끝날 때까지 지하 상수도 배관을 다시 하고 2층과 지하층 하수도 배관을 찾느라 드릴 소리가 그칠 날 없었다.

    페인트 도장팀은 마감공사 중간에 한번 들어와서 전체적으로 페인팅을 하고 마무리하는 날까지 중간중간 들어와 보수공사를 진행한다. 벽뿐 아니라 나무 계단 래커 칠이나 금속 작업 후 페인트 칠 등 도장 작업은 페인트가 번지지 않도록 보양 테이프 작업을 먼저 해야 해서 생각보다 잔손이 많이 간다.



    전기팀은 거의 모든 공정이 마무리될 즈음 들어와 미리 배선해놓은 전선을 확인하며 콘센트와 전구 등을 단다.

    마감공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 모든 팀이 한결같이 설계도면을 자세히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장소장이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그동안 해온 자신만의 방식대로 진행해버린다. 실제로 우리 집 공사에서 설계도면을 가장 잘 보던 목수팀조차 계단 판을 얹는 작업에서 계단 폭을 도면대로 하지 않고 임의로 늘려 작업했다. 그 바람에 계단 위 천장 높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자 천장 한 귀퉁이를 잘라놓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계단 전체를 다 뜯고 다시 놓아야 했다.

    마감공사에서 현장소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가 어떻게 지시하느냐에 따라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를 보았다. 타일 전문가였는데, 처음에 왔을 땐 여느 작업자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우리가 SOS를 청해 온 인테리어 현장소장과 같이 일할 땐 늦은 시각까지 서로 의견을 나누며 최선을 다해 깔끔하게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불길한 징조

    마감공사 과정은 순조로울 줄 알았다. 왜냐하면 우리 집 시공을 맡은 이 실장님이 인테리어를 주로 해온 마감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골조공사는 이 실장님이 잘 모르지만 함께 하는 승일건설에서 알아서 해줄 것으로 믿었고, 마감공사는 이 실장님이 전문이니 잘 챙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정말이지 계획은 완벽했다. 게다가 걱정하던 토목 및 골조공사가 마무리됐으니, 이젠 이 실장님이 펄펄 날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골조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이 실장님께 공사가 많이 늦어졌는데 예정대로 입주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혹시 너무 서두르다 사고 날 수 있으니 열흘쯤 뒤로 이사를 미룰까 물어보기도 했다. 당시 나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아시바도 뜯지 않은 상황에선 이삿날을 늦추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는 것을. 아시바를 정리하고 나서도 마감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리며 준공이 그전에 날 리 만무하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던 것이다.

    그 무렵 이 실장님은 다른 곳 공사 한 군데와 우리 집 공사로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워낙 과묵한 성격이라 잘 표현하지 않았지만 귀공자 같던 얼굴이 공사를 하는 동안 팍삭 늙어버린 느낌이었다. 남편에 의하면, 원래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공사장을 누비던 사람이었는데 시공사 사장이자 현장소장이자 반장 노릇을 왜 혼자 다 하는지 모르겠다며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고도 했다. 우리 집 공사의 심각성은 추석 연휴를 전후해 불거졌다. 연휴 직전 ‘방통(방바닥 통미장)’ 공사가 있던 날이다.  

    “이 XX 어디 있어? 내려오라고 해.”

    1층 현관에서 이어지는 계단엔 성난 아저씨의 말씨처럼 시멘트 폭풍이 몰아친 듯했다. 미장을 한 게 아니라 쏟아부은 듯한 모양새였다. 흥분한 아저씨께는 무서워서 말도 못 건네고 옆에 있던 분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무슨 일이래요? 이 실장님이 무슨 실수라도 하셨어요?”

    “우리가 잘 알아서 했는데, 더 높이라잖아요. 우린 30년 동안 이 일을 했어요. 어디서 우리 아들보다 어린놈이 뭘 안다고. 바닥이 얇아야 방도 금방 뜨뜻해지는 법인데, 안 그래요?”

    요지는 시멘트 양이 부족했는지 적게 부었고, 이 실장님은 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마루며 벽 석고보드나 문틀과의 높이도 안 맞게 되니 높이를 맞추라는 말이었다. 거기다 대고 ‘방바닥이 얇으면 금방 뜨뜻해지기도 하지만 금방 식죠. 이 실장님 말씀대로 해주세요’라고 했다간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몰랐다. 부리나케 음료수를 사와 돌리며 성난 그분께 “노여움 푸세요. 동생이라 생각하시고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네네, 그러지요. 걱정 마세요.”

    뒤끝은 없는 분 같았다. 이미 공사 시각이 오후 5시를 넘어선 데다 방통 후 시멘트가 마르지 않은 상태라 올라가볼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 실장님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저렴한 업체 찾지 마라

    외부 마감재 상황은 더 심각했다. 원래 설계도에 있던 마감재는 스타코플렉스가 아니라 스토라는 독일 제품이었다. 남편은 시공 전부터 스토를 표준 시방대로 시공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찾아봤고, FM 시공의 중요성에 대해 시공 담당 이 실장님과 수차례 논의한 끝에 이 실장님의 선택으로 시공업체가 선택됐다.

    그런데 시공에 문제가 있었는지 단열재를 붙이는 단계부터 제동이 걸려 붙여놓은 단열재를 뜯고 다시 붙이는 사태가 생겼다. 이 실장님과 외단열 시공 담당 사장님께 수차례 강조한 방식을 인부들은 알지도 못했고 지시받지도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사용하려고 가져온 부속물들은 스토 정품이 아니었다.

    남편은 시작부터 줄곧 외단열 시공의 중요성만 얘기해왔는데 전혀 지켜지지 못하는 것에 분개했다. 외단열 마감재 사태의 심각성은 단열재 시공의 문제를 보완하고 미장을 하는 과정에서 다시 불거졌다. 결국 외단열 시공업체 사장님은 받을 돈은 다 받아 밑질 게 없었는지 미련 없이 철수해버렸다. 그 후로 한 달 동안 우리 집 공사는 잠정 중단 사태를 맞게 된다.

    당시 나는 남편의 아집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건축가 친구도 “사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시공하는 곳은 없다. 제대로 한다는 곳도 지난번에 제대로 못해서 지금 다시 하고 있다”고 했다. 공사가 중단된 게 너무 융통성 없는 남편 탓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집이 지어지고 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실수는 외단열 시공업체를 잘못 선택한 탓이다. 오랫동안 중단됐지만, 다시 적임자를 찾아 시공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외단열 마감재 시공엔 처음 계획보다 많은 비용이 들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정이 늦춰짐으로 인해 생긴 기회비용 문제까지 생각하면 아찔할 따름이다. 평생을 흰 쌀밥이 제일 좋은 줄 알고 밥심으로 산다는 분께 영양의 균형이 어떻고 하며 밥을 바꾸고 탄수화물 양을 줄이라고 한들 바꿀 수 있겠는가. 집을 짓겠다고 견적을 받을 당시엔 1000만, 2000만 원 차이가 정말 커 보인다. 그러나 과정을 겪고 나면 2000만 원 더 들여 시간을 줄이고 질을 높이는 게 결과적으론 백번 나은 선택이었음을 알게 된다. 집을 지을 때 저렴한 업체를 찾으려 애쓰지 말기 바란다. 말이 통하고 ‘이래 봬도 이 업계에선 내가 1등’이라는 생각과 의지를 지닌 ‘장이’를 찾는 게 최선의 지름길임을 강조 또 강조하고 싶다.



    홍 현 경

    ‘가드너’로 불리고 싶은 전직 출판편집자.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20년 동안 해오다 2014년 가을 퇴직했다. 요즘 정원 일의 즐거움에 푹 빠져 ‘시민정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재 혁

    ‘놀이터 같은 집’을 모토로 삼는 건축가. 재미있는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이자 한국목조건축협회에서 시행하는 5-star 품질인증위원으로 활동한다. 2004년 신인건축가상, 2008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으로 서울시건축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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