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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軍 안 가냐’더니…군인 되니 ‘왜 왔냐’”

전·현직 여군 3人에게 여성징병제를 묻다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여자는 軍 안 가냐’더니…군인 되니 ‘왜 왔냐’”

  • ● 4·7 재보선 후 여성징병제 정치 쟁점화
    ● “젠더 갈등보다 안보 강화에 초점 맞춰야”
    ● “男 군복무 보상책은 개선 필요”
    ● “병역은 안보 차원…형평성 맞춘다고 해결될 일 아냐”
    ● “女 징병제는 여성 차별 해결책 아니다”
    ● 리모컨 조작 실수했더니 “여자가 어디서…”
    ● “징병제 이전에 성인지 감수성 키우고 샤워실 등 인프라 구축”
    ● 전문가 “軍 여성인력, 직무분석 후 방향 정해야”
20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성징병제·모병제 등 병역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GettyImage]

20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성징병제·모병제 등 병역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GettyImage]

여성징병제 논의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박용진(50)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호탄을 쐈다. 박 의원은 4월 18일 출간한 책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를 혼합한 병역제도를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이후 병역제도에 대한 논의가 불붙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여성징병제다. 인구절벽으로 병력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주장도 맞선다.

여성징병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에 대해 전·현직 여성 군인들 생각을 들어봤다. 이들은 “여군을 대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며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남성에게만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징병제가 젠더 갈등 문제로 불거지는 데는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안보와 평등 문제는 다르다”

여성징병제에 대한 논쟁은 반복돼 왔다. 헌법소원도 수차례 제기됐다. 남성의 병역의무를 규정한 병역법(제3조 1항)이 헌법 제11조(평등권)를 침해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헌재)는 2010년, 2011년, 2014년 세 차례 합헌 결정을 했다. 2014년 헌재는 “집단으로서의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신체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월경과 임신·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최근 다시금 여성징병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20대 대선을 앞둔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병역제도 개편은 대선 단골 공약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성과 젠더 갈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남성만 병역의무를 지는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19일 KBS ‘시사기획 창’과 KBS 공영미디어 연구소가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병역제도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여성 징병에 찬성하는 의견은 52.8%로 절반을 넘었다. 4월 19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의견은 나흘 만에 동의자 수 2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여성 군인들 시각은 달랐다.

“남녀를 막론하고 주변에서 여성징병제를 찬성하는 이는 많다. 여성들도 스스로 병역의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성징병제를 도입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ROTC(학생군사교육단)를 거쳐 장교로 임관해 군 복무 중인 20대 위관급 A씨의 말이다. A씨는 “현재 안보 상황을 고려해 여성징병제가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토론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5년간 군법무관을 지내다가 2019년 제대한 이지훈(44) 변호사는 “최근의 여성징병제 관련 논의에는 정작 국가 안보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며 “나라를 지킬 최선의 방법을 다수결로 정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 논의가 생산적으로 이뤄지려면 안보 관점에서 여성 징병이 필요한지 아닌지 검토해야 하는데, 남녀 형평성 얘기만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부연했다.

부사관 출신 예비역인 30대 여성 B씨도 “여성징병제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반복돼 왔는데 매번 성별 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며 “백병전으로 전쟁을 치르던 시대가 지나고 드론이나 로봇을 이용한 전쟁이 주류가 되는 시대에 진정 안보를 걱정한다면 어떤 첨단무기를 도입해 어떻게 잘 운용할지 논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5월 9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대 대통령선거 출마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를 주장해 왔다. [뉴스1]

5월 9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대 대통령선거 출마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를 주장해 왔다. [뉴스1]

그렇다면 박용진 의원이 주장한 혼합병역제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박 의원은 병역제도를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되, 모든 국민이 성별에 관계없이 40일간~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도록 해 예비군으로 양성하자고 주장한다. ‘신동아’ 인터뷰에 응한 전·현직 여군들은 군사훈련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기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 변호사는 장교 임관 전 군인화교육 5주, 장교화교육 4주 총 9주에 걸친 군사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는 “그 기간에 제식훈련·행군·사격 등을 하면서 군사 규율이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배웠다”며 “100일 간 교육이 이뤄진다면 군인의 역할을 이해하고 군 조직이 돌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사관으로 임관한 B씨는 “예비군이 전시에 투입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군사훈련 기간이 적어도 6개월은 필요하다. 부사관은 임관 전 한 달 정도 기초군사훈련 및 주특기교육을 받지만, 자대 배치 후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한 사람을 군인으로 길러내는 데 최대 100일은 짧다는 게 B씨의 의견이다.

“男 보상 필요하나 군 가산점제 방식은 틀렸다”

병역제도 개편 논의의 한 축에는 정치공학적 계산도 숨어 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이남자(20대 남자)’는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 대상이 됐다. 특히 서울시장 출구조사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전체 연령·성별 가운데 20대 남자에게 가장 낮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드러나자, 민주당은 ‘이남자’ 마음을 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전용기(30) 민주당 의원이 꺼낸 군 가산점제 재도입이나 김남국(39) 민주당 의원의 지방자치단체 취업 시 군 경력 인정을 두고 이른바 ‘남심(男心)’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아’가 인터뷰한 전·현직 여군들도 병역의무를 다한 남성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 변호사는 “군사법원에서 일하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병사들은 군기교육(영창) 처분을 참 두려워했다”며 “교육자체가 고된 것도 있지만 교육 기간만큼 군복무 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이다. 병역 자체가 병사들에게 얼마나 부담으로 작용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민주당 일부 의원이 주장하는 군 가산점제 부활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여군 부사관 출신 B씨도 “군 가산점제도가 위헌판결은 받은 지 20년도 더 지났다. 지금 다시 군 가산점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표심 잡기용’이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1999년 12월 제대군인에게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과목별 득점 만점의 3~5%를 가산하도록 하는 제대군인지원법 조항에 위헌결정을 내렸다.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차별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성별과 신체 여건 탓에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논의되는 군 가산점제 혜택은 일부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군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다”라며 “여성·장애인과 같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막는 정책에 막대한 예산이 쓰이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상충하는 지점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납득할 만한 보상은 돈”이라며 “최근 제대군인에게 사회출발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린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5월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에서 군 제대 장병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는 안을 언급했다. A씨는 “병사들의 정신적 사기를 높여줄 금전적 보상에 더해 취업 교육 등 병사들의 사회 진출을 위한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왜 여자는 안 가냐’더니…막상 군인 되니 ‘왜 왔냐’”

 2019년 11월 21일 경기 이천시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서 열린 22·23대 항공작전사령관 이취임식에서 강선영 신임 항공작전사령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강 사령관은 창군 이래 첫 여성 소장이 됐다. [뉴스1]

2019년 11월 21일 경기 이천시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서 열린 22·23대 항공작전사령관 이취임식에서 강선영 신임 항공작전사령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강 사령관은 창군 이래 첫 여성 소장이 됐다. [뉴스1]

일각에서는 여성징병제를 도입하면 한국 사회의 여성 차별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논쟁 대상이 될 때 “남자는 군대를 가지 않느냐”는 식의 반박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해당 주장에 대해 A씨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반박했다.

“입대 전에는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군인이 되고 나니 ‘여군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여성이 징병 대상이 된다고 해서 차별적인 사회 분위기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B씨 역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 사회의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것이다. 여성징병제가 여성 차별 해소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주장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징병제 도입 전에 군대 내 남성 중심 문화의 변화와 여성 군인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 간부와 여성 간부가 느끼는 인권침해 요소는 차이가 있다. 남성 간부의 경우 인권침해와 관련된 부당한 대우로 ‘사적인 명령(16.8%)’ ‘언어폭력(13.5%)’ 등을 꼽은 것과 달리 여성 간부는 ‘차별(26.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변호사는 군법무관 시절 겪은 한 일화를 소개했다. 5년 전 군대 내에서 체력 단련을 위해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뛰다가 TV 리모컨을 잘못 조작했는데, 중령으로 보이는 남성 군인으로부터 “여자가 어디서”라는 말을 들었다. 이 변호사는 “육군본부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군대 내 성인지 감수성이 높지 않은 것 같다”며 “화장실·샤워실 등 여군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을 지낸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4월 19일 MBC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모병제를 도입하면 여성 군인이 늘어나면서 군대도 여성 친화적인 조직으로 바뀌고, 사회에 성평등 문화가 확대될 것”이라 말했다.

A씨는 “군대 내 차별 문제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 포병이나 기갑 보직을 여군에게 주지 않던 문제도 해결됐다. 최근에는 여군 최초 투스타(소장)가 나왔다. 다만 안보 상황에 따라 여성징병제를 도입해야할 시점이 온다면 군대 내 차별이나 시설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군대 내 직무에 대한 분석 필요”

대선을 열 달 앞두고 병역제도 개편이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4월 21일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병역제도 개편 요구에 대해 “병역제도 개편은 군사적 효용성이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사회적 합의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강수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 교수는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징병제에 대한 논쟁은 감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인구감소로 병력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군대 내 여성인력을 늘리는 방향은 맞지만 군대 내 여성 인력에 대한 직무 분석이 먼저 이뤄진 뒤 필요한 인력 수를 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성이 군대를 가니 여성도 가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여러 해외 사례를 참고하되, 우리나라의 지역 특성·병력 수·국방비 등을 고려해 국방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징병제 #여군 #안보 #젠더갈등 #신동아



신동아 202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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