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日 오염수 정치선동, 어업 종사자만 죽인다

[함운경의 생업전선]

  • 함운경 네모선장 대표(前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입력2023-08-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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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日감정 이용한 정치 선동

    • 엉터리 규제가 초래한 마산만 정어리 떼죽음 사건

    • 漁民 편히 생업 종사할 수 있도록 규제 풀어야

    8월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8·12 전국 집중 대회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8월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8·12 전국 집중 대회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올해 수산업 관련 가장 큰 이슈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문제였다. 봄부터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한국에 와서 문제 삼은 것을 시작으로 환경단체들이 방류 반대 운동을 할 때부터 이 문제는 단순한 환경보호 운동이 아니라 정치 문제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다를 보다 더 깨끗이 이용하자는 취지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환경단체들은 방사능에 대한 시민의 두려움을 이용해서 공포를 조장했다. 삼중수소·탄소동위원소 같은 이야기를 꺼내며 한국과 한국인에게 당장이라도 피해를 줄 것처럼 겁을 줬다. 그런데 그들의 논리 수준은 사실 핵공학자·핵물리학자·핵의학자·해양생태학자 등 관련 종사자라면 얼마든지 반박해 깰 수 있는 정도였다.

    야당이 이 문제에 관여하면서 국면이 달라졌다. 환경은 뒷전이고,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 사생결단의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야당은 일본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핵 폐수를 바다에 쏟아 한국 영해가 핵물질로 오염되고, 방사능이 농축된 수산물에 의해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는 이런 주장이 공포심과 반일 감정을 이용한 정치 선동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 문제로 시끄럽지만 방류 후 6개월만 지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될 것이다. 또 이런 상황을 초래한 사람 가운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을 게 분명하다. 실제 6개월이면 바닷물에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이 입증돼 지금의 상황이 정치 선동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날지 모른다.

    이 시간 동안 죽어나가는 건 오로지 한국 어민과 수산물 가공·양식업자다. 이들은 1~2개월만 장사가 안돼도 돈줄이 막혀 살길이 막막해진다. 그래서 안간힘으로 거짓 선동에 맞서며, 고난의 시기가 지나갈 때까지 버틴다. 현재로선 할 수 있는 대로 국민에게 “안심하고 수산물 소비하세요”라고 외칠 따름이다.



    115년간 쌓인 어업 규제 1500개

    수산물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람들이 어업·어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업계 종사자로선 요즘처럼 관심 받은 때가 없던 듯하다. 필자가 본 현장은 대개 이렇다. 오전 6시 경매를 위해 한밤중 배에서 생선 상자를 내려 트럭에 싣고 온다. 이를 위판장(委販場·위탁 판매가 이루어지는 시장) 바닥에 뿌리면 아주머니 일꾼 부대가 나타나서 보기 좋게 물고기를 정리한다. 상인들은 열과 오를 맞춰 진열된 광어·가자미·우럭 등을 놓고 경매사가 6시부터 가격 매기기를 기다린다. 이런 풍경을 보면 배 한 척에 먹고사는 사람이 많이 달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전북 군산의 한 아주머니 선주(船主)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가 어릴 때 함께 교도소에 있는 남편 면회를 갔다고 한다. 당시 남편은 전과 17범이었단다(현재는 석방된 상태로 여전히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

    남편이 구속된 직접적 이유는 어획 방법을 어겼기 때문이지만 이전에도 각종 규제를 어겨 벌금 전과가 쌓였고, 이것이 구속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전과가 쌓이지만 않았더라면 구속까지 되진 않았으리라는 것. 이때 아들은 아버지가 겪은 억울한 경험을 듣고 충격을 받아 법학을 공부하기도 했는데, 아주머니는 이를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8월 2일 국회에서 ‘어업 선진화를 위한 민·당·정 협의회’가 열려 어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논의했다고 한다. 여기서 발표한 자료를 보고 놀랐다. 현재 어업 규제가 1500개나 된다고 한다. 어업 종사자들이 이를 모두 알 수 있을 리 만무하고, 해양수산부가 이를 모두 센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규제를 계속 만들기만 하고 한 번도 줄일 생각은 안 했다는 점이다. 무려 115년 동안이다. 115년 만에 어업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니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어업에 종사해 보면 갖가지 규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당국에 잡겠다고 신고한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가 잡히면 ‘혼획금지 위반’이다. 잡은 것을 몽땅 버려야 한다. 정해진 크기보다 작은 물고기가 잡히면 ‘금지체장 위반’이다. 이 역시 모두 버려야 한다. 포획 허용 기간이 아닌 물고기가 잡히면 ‘금어기 위반’이다. 마찬가지로 버려야 한다. 외국에서는 오히려 잡힌 물고기를 버리면 위법인데, 한국은 가지고 들어오면 위법이다. 그러니 바다에 버린다.

    그러다 터진 사건이 지난해 9월 이른바 ‘마산만 정어리 떼죽음’이다. 멸치잡이 어선은 멸치만 잡아야 한다. 그런데 그물에 끌려오는 물고기에게 “멸치만 들어오고 나머진 들어오지 마”라고 할 수 있는가. 원래 멸치 주변에 이를 잡아먹으려는 물고기가 많기 때문에 그물을 걷으면 온갖 물고기가 잡히기 마련이다.

    지난해엔 정어리가 많았다. 멸치는 안 잡히고 정어리가 많이 잡혀서 문제였다. 정어리를 잡아 가봐야 위판이 안 되고, 정어리 잡은 멸치 어선은 혼획 금지로 법에 걸린다. 전과자가 되지 않으려면 정어리를 버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엉터리 규제로 어민을 전과자로 만드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 어선들은 용도마다 t수를 정해놔 배를 키울 수 없다. 중국 어민의 배는 하루가 달리 커가는데, 한국 어민은 아직도 조그만 어선에 의존하고 있다. 법이 그렇게 정해놨기 때문이다. 공간이 좁아 선원이 잘 공간 하나 늘리기 어렵다. 가공시설을 배 안에 도입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후쿠시마 사태, 어업 발전 계기 되길

    한국인은 정말 수산물을 많이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58㎏, 쌀 소비량은 56㎏인 데 반해 수산물 소비량은 68.4㎏이다. 미역·김·다시마 등 해조류에 멸치·새우처럼 작은 생선부터 대구·참치·방어같이 큰 생선까지 골고루 먹는다. 그런데 어민이 9만 명밖에 안 된다. 9만 명에게 115년 동안 늘린 1500가지 규제를 지켜가며 수산물을 공급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너무한 일 아닐까. 하다못해 배 위에서 다리 뻗고 자기라도 하려면 배 크기를 키워야 하는데, t수 제한으로 묶어놓는 게 옳은 일인가.

    고등어 운반선 한 척이 들어오면 많을 때는 300명 일꾼이 동원된다. 일꾼들이 고등어를 크기별로 분류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이처럼 삶의 현장에서는 배 한 척이 큰일을 한다. 수산업을 단지 9만 명이 종사하는 산업이라고 한다면 너무나 작고,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 9만 명이 한국인 수산물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생산한다. 새우젓 없이 김치를 만들 수 없고,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다시마가 꼭 필요하다. 결국 이들은 한국인의 먹고사는 문제에 깊게 관련돼 있는 것이다. 어업 종사자들이 불편함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출 문제로 어업·어민에 관심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줘서 오히려 어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함운경
    ● 1964년 출생
    ●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 前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 前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조직부장
    ● 現 네모선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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