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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도 호감 갖는 ‘野 잠룡’ 김동연, 자칫 대선가도엔 毒 [+영상]

[여의도 머니볼] ‘경기지사→대통령’… 이재명과 다른 김동연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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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9-0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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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메이커’ 김종인에게 김동연이란…

    • 도지사 부정평가 비율, 겨우 17%

    • 농·임·어업과 자영업, 주부층도 호평

    • 친환경·신성장 유권자 반응할 메시지

    • “金이 尹 비판해도 유권자는 몰라”

    • “정책 이슈로 갈등의 크기 키워야”

    [+영상] 김동연의 길, 이재명과 달라



    6월 8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경기도지사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6월 8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경기도지사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사령탑에는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만이 아니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포함되는 것 아닙니까.

    “아니, 김동연 전 부총리는 이 정부에서 부총리를 해야겠으니까 청와대에서 방향을 정하니 따라갔을 뿐이지.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그렇게 찬성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면 ‘영혼 없는 관료’ 아닌가요.

    “관료는 영혼이 있으면 안 돼요. 정권은 자꾸 바뀌는데 영혼이 있으면 생존의 문제가 생기잖아요. 어쩔 수 없는 거지.”

    김동연 부총리는 최근 들어 야권(현 국민의힘)의 잠재 후보인 것처럼 거론되잖습니까.

    “최근에는 여권(현 더불어민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려 했다는 것 아니에요?”

    여권도 만나고 야권도 만나는 분위기던데요.

    “야권에서는 별로 만난 사람이 없을걸?”



    김 위원장이 김 전 부총리를 대권주자로 염두에 뒀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만.

    “(즉답은 하지 않은 채) 내가 개인적으로 잘 알아요.”

    김 전 부총리가 세력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봅니까.

    “낡은 세대가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얘기한 거지.”

    2021년 1월 22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오피스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김종인이 야인(野人) 신분이던 김동연(현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후원자가 아니냐는 설이 분분한 참이었다. 뉘앙스에서 나타나듯 삐딱한 투로 물었다. 그래야 ‘킹메이커’의 속내를 가늠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김종인은 짐짓 무관심한 투로 답했지만 김동연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실정에서는 자유롭다고 김동연을 옹호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을 택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두루 호평받는 광역단체장

    이로부터 8개월 후 김동연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였다. 같은 해 10월 “기득권 양당 정치의 진흙탕을 쓸어버려야 한다”면서 ‘새로운물결’을 창당했다. 이듬해 3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단일화하는 형식을 통해 민주당에 몸을 담았다. 6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당선돼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야권이 참패한 수도권에서 홀로 생환해 몸값이 더 치솟았다. 그가 경제부총리에서 퇴임한 2018년 12월에는 누구도 내다보지 못한 미래다.

    그런 김 지사가 최근 윤석열 정부와 부쩍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6월 12일 공개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는 “윤석열 정부는 정치, 외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흑백논리를 적용하며 대한민국을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고 직격했다. 7월 1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논란에 대해 “비상식적인 ‘국책사업 백지화’를 전면 철회하고 가장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것을 강력 요구한다”고 했다. 8월 3일 기자회견에서는 국토부를 두고 “지나치게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이라는 단어를 썼다.

    김 지사가 목소리를 낼 동력이 있다. 한국갤럽이 6월 29일 공개한 2023년 상반기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 결과를 보자. 조사 기간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택했다. 평균 응답률은 9.5%로 시중에 쏟아지는 여론조사와 비교해 낮지 않다. 전국 성인 2만4029명을 대상으로 해서 표본도 많다. 경기도의 경우 조사 대상이 633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에 따르면 김 지사의 2023년 상반기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은 57%다. TK(대구·경북)와 호남권 광역자치단체장을 제외하면 긍정평가 비율이 가장 높다. TK에 비해 야당에 대한 민심이 우호적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여당 지지 성향이 강한 PK(부산·울산·경남)와 비교하면 어떨까. 김 지사가 얻은 긍정평가 비율이 박형준 부산시장(55%), 김두겸 울산시장(54%), 박완수 경남지사(50%)를 앞섰다. 수도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의 긍정평가 비율이 각각 50%, 47%다.

    주목할 지표는 부정평가 비율이다. 김 지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은 17%다. 김영록 전남지사(14%)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낮다. 70대 이상에서 부정평가 비율이 11%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낮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중도성향 응답자 중에서는 긍정평가 비율 58%, 부정평가 비율 16%로 전체 평균에 수렴했다. 보수 성향 응답자에서도 긍정평가 비율 49%, 부정평가 비율 25%로 긍정평가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높다. 한국갤럽은 “연령대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차이도 크지 않아 두루 호평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野 전통적 지지층과 스윙보터 사이

    전임 경기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얻은 성적표와 비교하면 흥미롭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2019년 상반기 이재명 경기지사가 얻은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은 45%, 부정평가 비율은 36%다. 50대와 60대 등 고령층으로 갈수록 긍정평가 비율이 낮았다. 보수성향 응답자에서는 부정평가 비율이 51%다. 이 지사의 경우 이듬해 코로나19 대응이 호평을 받으면서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이 70%대로 치솟는 반전을 기록하긴 했다. 다만 여기서는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위해 취임 1주년을 즈음한 조사만 언급했다.

    숫자가 웅변하듯 이재명·김동연 두 사람이 같은 시기 얻은 성적표의 색채는 다르다. 임기 초 이재명의 경기도정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힘을 받았다. 40대(53%), 화이트칼라(51%), 학생(52%) 층에서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절반을 넘긴 점이 이를 방증한다. 농·임·어업과 자영업, 주부 등에서는 부정평가 비율이 긍정평가 비율을 웃돌았다. 이들 계층은 대개 보수 지지 성향이 강한 편이다. 한데 임기 초 김동연의 경기도정은 농·임·어업과 자영업, 주부 등에서도 부정평가 비율이 20%를 밑돌고 있다. ‘확장성’이 돋보인다.

    김 지사의 메시지도 전임 지사와는 결이 다르다. 그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취임 1주년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먼저 ‘돈 버는 도지사’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진보는 경제성장에 유능하지 않다는 관념을 깨려고 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키워드는 ‘기후 도지사’와 ‘글로벌 도지사’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경기도는 공정·평화·복지의 기틀을 닦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며 “정치의 본질은 억강부약(抑强扶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두 사람의 메시지는 각기 다른 지지층을 상정한다. 참고할 자료가 있다. 지난해 대선 이후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가 발간한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다. 보고서는 3000명의 패널이 응답한 자료를 모아 국내 유권자를 6개로 분류했다. 평등·평화(37.7%), 능력주의 보수(21.5%), 친환경·신성장(18.8%), 반권위·포퓰리즘(9.3%), 민생 우선(6.4%), 배타적 개혁 우선(6.3%) 그룹 등이다. 대외비 보고서여서 내용은 제한적으로만 보도됐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정치학자 이관후 박사가 ‘피렌체의 식탁’에 지난해 9월 2일 기고한 글(‘한국 유권자, 보수-진보 이분법은 끝났다’)을 참고해 살펴보자.

    덩어리가 가장 큰 평등·평화 그룹(37.7%)은 복지와 노동, 민족주의, 균형외교 등 한국 진보의 전통적 어젠다를 지지한다. 30~50대 여성이 많고, 남성의 경우 50대가 중심이다. 지역으로는 서울, 경기, 호남이 많다. 환경이나 젠더 이슈에는 별 관심이 없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다. 취임 1주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놓은 메시지에 호응할 그룹이다. 능력주의 보수 그룹(21.5%)에는 60대 이상이 가장 많다. 서울과 영남, 고학력자·경영사무관리직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다.

    ‘경기지사 김동연’의 메시지에 호응할 그룹은 친환경·신성장 그룹(18.8%)이다. 이들은 성장에 방점을 찍되 국가가 복지를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데 찬성한다. 시장을 중시하지만 혁신적 신산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환경 이슈에서 진보적이다. 투자와 기후, 글로벌을 강조한 김동연 지사의 메시지와 상당 부분 겹친다. 경제부총리 시절 김 지사의 브랜드가 ‘혁신성장’이기도 했다. 친환경·신성장 그룹은 능력주의 보수 그룹과 연합할 수 있고 때에 따라 평등·평화 그룹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당파성이 약하되 또렷한 지향점이 있는 스윙보터다.

    “갈등의 크기 키우는 어젠다 필요”

    구도만 보면 김동연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평등·평화 그룹)에 스윙보터(친환경·신성장 그룹)를 아우를 수 있다. 한데 문제는 간단치 않다. 평등·평화 그룹과 친환경·신성장 그룹은 공히 복지에 전향적이나 노동을 두고는 생각이 갈린다. 정치공학으로 따져도, 민주당 내에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먼저 공략해야 할 대상은 평등·평화 그룹이지 친환경·신성장 그룹이 아니다. 유력 대권주자의 정책 참모를 지낸 민주당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보수가 김 지사를 싫어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것으로 집권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도정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 지지와 상관관계가 높다고 보긴 어렵다. 윤석열 정부와의 각 세우기는,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아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대선을 1년 앞둔 2026년 여론조사에서 최소 5%는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대중의 열망을 조직하면서 진영을 결집해야지. 이를 위해 (민주당 내에) 이 사람이 우리 장수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재명 지사도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분당·과천 등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 적잖은 격차로 이길 만큼 ‘확장성’이 큰 후보였다. 성남시장 시절엔 ‘일 잘하는 행정가’ 이미지로 보수층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 그도 대권을 겨냥하면서부터는 지지층에 착근하기 위한 메시지를 늘렸다.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2021년 7월 2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관료 출신인 김 지사가 벤치마킹하기에는 곤란한 선례다. 대신 앞선 민주당 인사는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과 ‘공공산후조리원’ 등 정책 이슈로 갈등의 크기를 키우는 어젠다를 선점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지사는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가 아니라) 국민께서 결정하실 일”(동아일보 인터뷰)이라고 답했다. 데이터만 보면, 국민은 그에게 ‘양당 구조’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반응하면서도 진영을 결집해야 하니 김 지사 처지에서는 난도가 지극히 높다. 보수·노년층의 호감을 사는 유일한 야당 대권주자가 고차방정식 앞에 놓였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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