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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부산, 러시아 3각 취재

국내 조폭 업고 총기 밀매·매춘·카지노사업 손댄다

한국 속의 러시아 마피아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국내 조폭 업고 총기 밀매·매춘·카지노사업 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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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폭 업고 총기 밀매·매춘·카지노사업 손댄다

지난 4월 부산 감천항 중앙부두 세관 검색대에서 세관원들이 러시아인 총기피살사건 용의자 몽타주와 출국 선원들의 얼굴을 대조·검색하고 있다.

러시아 여성들이 한국에 들어와 술집 접대부나 매춘부로 일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해 평균 6만 여 명 입국하는 러시아인들 가운데 매춘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3개월짜리 C3 관광비자로 입국하는 인원만 대략 3000여 명. 러시아 마피아나 그 하부 조직원들이 국내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 중에 현재까지 ‘그나마’ 돈이 되는 것은 이들을 밀입국시키거나 업주들을 대신해 관리하는 일이다. 특히 러시아 현지에서 여성들을 모으거나 비자발급을 위한 가짜서류를 만드는 작업이 러시아쪽 조직원들의 몫. 이 과정에 앞서 등장한 Y씨처럼 국내조직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개입해 양측의 연결고리 노릇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측 관계기관들을 긴장시키는 것은 한국이 러시아 마피아들의 자금세탁 루트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관계기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한 고려인 출신 하바로프스크 마피아 중간보스는 사할린 교민들이 영구 귀국해 살고 있는 안산 귀향단지에 자신의 장인과 장모를 이주시켜 놓고 이를 이유로 심심찮게 서울에 드나들고 있다. 문제는 그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은행계좌를 서울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첩보가 우리 정보당국에 의해 확인됐다는 것. 관계기관은 엄청난 현금을 갖고 호주에 입국하려다 추방당한 전력이 있는 이 중간보스가 이번에는 서울을 자금거점으로 삼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5월8일 오후 초량동 텍사스촌에서 5km 남짓 떨어진 감천항. 가파른 언덕 빼기에서 바라보는 항구는 공휴일을 맞은 탓인지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 수산물 냉동창고와 선박수리공장이 줄지어 서있는 부산 남쪽 끝의 이 항구에는, 연해주 도시에 적을 두고 북태평양 일대에서 조업하는 러시아 배들이 하루 평균 80~100척, 전체 선박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을 드나드는 러시아 선원들이 대부분 감천항에 머무는 까닭에 이 항구의 여덟 개 게이트는 ‘러시아인 출입통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구라는 지리적 숙명?

근무중인 게이트 초소에 들어서자 한쪽 벽에 4월17일 총기살인사건 용의자들의 몽타주가 눈에 들어왔다. 두 명의 러시아 선원이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면서 “바지주머니 속에 권총이 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총기살인사건 이후 한층 강화된 몸 수색에 장난을 쳐보자는 심산이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세관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항구에 정박중인 선원들의 경우 선원수첩과 상륙허가서를 제출하면 횟수 제한 없이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다. 상륙허가서는 입항수속 대리점에서 선원명단과 신원사항을 제출하면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서 수배여부 등 특이사항을 체크한 뒤 발급해준다. 총기를 포함한 금지물품을 들여오다 적발되는 경우에는 바로 물품을 압수하고 본부세관 조사를 거쳐 강제 추방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검찰에 넘겨 기소하는 경우도 있다.

감천항 출입선원의 검색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경남세관 감천항 사무소의 근무인원은 총 70여 명. 게이트 당 두 명의 세관요원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를 서고, 10명이 맞교대로 순찰선을 이용해 관할구역 내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감시한다. 총기살인사건 이후 “감천항이 총기 반입루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본부에서 추가로 근무인원을 파견했다지만 10km에 달하는 감천항 전역을 20명 남짓의 게이트 요원들이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보인다. 부산경남본부세관 관계자의 토로다.

“솔직히 한밤중에 몰래 철조망 너머로 가방을 던져놓고는 금속탐지기를 통과한 후에 다시 주워가면 무슨 수로 잡아내겠습니까. 레이더로 감시한다고는 하지만, 다대포 먼 바다에서 고깃배를 타고 물건을 받아와 늘어서있는 작은 포구로 들어오면 추적할 방법이 묘연해요. 지리적 특성상 ‘완벽’한 감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뜨내기들이 오가는 항구도시의 숙명일까. 총기살인사건을 계기로 국제범죄수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한바탕 소란을 겪는 동안 부산은 어느새 국제범죄조직의 진입루트로 낙인 찍힌 듯했다. 과연 지금도 이 도시의 어느 곳에선가 거대한 범죄의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는 것일까. 아직 ‘러시아 마피아의 천국’이 아니라는 점은 사실인 듯하지만, 범죄에 연루된 도망자들의 상륙시도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것 또한 분명했다. 용두산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부산의 밤은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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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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