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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팀이 이기려면 ‘마무리 투수’가 잘해야”

차기 대권 ‘야권 구원투수’ 안희정 충남지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팀이 이기려면 ‘마무리 투수’가 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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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에 저항하는 호민관


대구에서의 총선 승리를 노리는 같은 당 김부겸 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지사에 대해 “누가 보더라도 지자체를 맡으며 성숙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 후배이긴 하지만 기대가 크고 주목한다”고 치켜세운다. 야당 내에서 차기 대선의 대안으로 고려하는 분위기에 대해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 이종걸 원내대표의 말이 지사의 대권가도를 돕겠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하는데요.
“좋은 정치인이 돼야죠. 어떤 사람이 좋은 정치인이냐? 이제까지 우린 ‘왕정에 저항하는 호민관’ 같은 정치인을 좋은 정치인으로 생각했어요. 그러니 용감하게 싸우려고만 했죠. 그러나 절대왕정 시대는 지나갔어요. 그와 비슷한 독재 시대도 지나갔어요. 이젠 ‘용기 있는 변화’가 필요해요.

▼ 어떤 변화….
“폭로하고 고발하고 공격하는 발언이 필요한 시대는 아니에요. 그런 발언으로 박수 받으려 해선 안 돼요. 오히려 대화를 잘 나누는 사람, 뭔가에 대해 합의를 잘 이끌어내는 사람이 좋은 정치인이에요. 그게 새로운 정치라고 생각해요.”

▼ 많은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봅니까.
“왜 불신할까? 직업정치인인 저로서는 국민이 저의 직업을 혐오하니 그것만큼 고민스러운 게 없죠. 거짓말을 많이 해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죠. 국민이 자주 말하는 게 ‘싸우지 말라’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항변하죠. ‘당신의 권익을 지켜주기 위해 싸우는 것 아니냐’라고. 이제 저는 분명하게 느껴요. 우리가 지나치게 싸운다는 사실을요.”

▼ 여당은 잘못이 없나요.
“여야 모두 낡은 틀에서 못 벗어나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하여튼 칼을 빼들었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찔러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일이죠. 그게 다 싸움거리예요. 야당만 싸운다고 볼 일은 아니죠. 정국이 꼬이거나 문제가 되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책임이 가장 큰 거죠. 집안에서 맏이의 책임이 제일 크잖아요. 야당에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들릴까봐 부연 설명드리는 겁니다.”
그는 “배짱 있게 밀어붙이고 ‘못 먹어도 고!’ 하는 것을 결단력으로 생각하는데, 분명한 비전을 가지되 그것을 밀어붙이진 말았으면 좋겠다. 대화하는 법이 안 통하기 때문에 계속 엉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차기 대선의 구원투수’로 비유되는 것에 대해 “저로선 열심히 실력을 쌓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 구원투수로서 어떤 부분에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보나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대화를 이끌어내는 부분…. 박수에 현혹되지 말고 야유에 마음이 오그라들지 말고 공동체의 이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요.”

▼ 우리 사회는 좌우 이념 대립이 심한 편이죠.
“왼손잡이가 치든, 오른손잡이가 치든 한판의 골프는 똑같은 거거든요. 서로 견해가 다르고 정파가 달라도 월드컵 때처럼 어깨동무하고 잘 지낼 수 있어요. 상대를 극단적으로 공격하는 언동이 문제예요.”

▼ 선발투수에게 해줄 말이 있습니까.
“잘해서 게임을 잘 마무리해주면 좋지….”
그러면서도 안 지사는 “불펜(구원투수가 연습하는 장소)에 있는 모든 선수는 마무리 투수들이 잘 마무리해주길 바라죠. 그래야 자기 팀이 이기니까…”라고 여운을 남겼다. 겸양을 담았지만, 차기 대선의 야권 ‘마무리 투수’라는 주변의 기대가 연상되는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다.

‘이념’에서 ‘사람’으로


고려대 철학과 출신인 안 지사는 젊은 시절 운동권의 대표적 이론가였다. 그러나 후에 자신을 이렇게 책망한다. “나의 역량을 넘어서는 과도한 구호를 내세워 나도, 조직도, 주변 사람도 모두 망치는 인생을 살지 말자. 능력이 달리고 준비가 안 된 자리는 절대로 탐하지 말자.”(저서 ‘안희정과 이광재’ 중)

이후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된다. 노 전 대통령은 안희정·이광재, 두 보좌관에게 “나를 역사 발전의 도구로 쓰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무현의 시대’가 저문 뒤 안희정은 다시 한 번 자신을 책망한다. “‘친노’라고 표현된 우리는 ‘폐족’이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처지다. 아직 우리는 실컷 울 여유가 없다.”

절치부심의 시절을 거친 끝에 그는 2010년 6월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 이때 그는 이런 다짐으로 다시 일어선다.

“대통령을 만들고 내가 한 건 감옥 간 것밖에 없다. 그러나 안희정이 삐치고 배신했다는 말 들어본 적 있나. 나는 보수의 땅 충청도에서 진보의 깃발을 내걸고 당선돼 지역 구도를 깨는 주인공이 될 거다. 이게 내가 2008년 총선 때 공천도 주지 않은 당에 남은 이유다.”

그는 이런 삶의 전환기를 거치며 ‘이념’에서 ‘사람’으로 옮겨왔다고 지인들에게 설명하곤 했다. 그는 “여태껏 나는 내 주장만 하고 살았는데, 내 이야기만 하기 바빴는데, 상대방을 이렇게 진지하게 관찰할 수 있는 거구나. 정작 나는 사람을 못 봤구나…”라고 술회한다.

▼ “김대중과 노무현을 잇는 장자가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장자로서 어떤 점을 계승하겠다는 건가요.
“두 대통령과 우리 당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인권을 위해 헌신해왔어요. 또 지역적 분열을 극복하려 노력했어요. 분단의 현실에서 어떤 형태든 평화와 번영, 교류의 미래를 만들려 했어요. 물론 새누리당도 그런 노력을 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두 대통령과 우리 당의 이런 역사와 정신을 이어가는 사람이 되겠다는 자부의 말을 한 거죠. 우리는 세계화, 양극화, 분단과 G2 체제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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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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