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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아니다 3인방이 직언하라

KFX가 사는 길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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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SE를 F-35로 바꾸면서 뇌물이나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변경은 판단의 문제였지, 비리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된다. 일부 전문가의 시각은 이렇게 시작부터 틀려 있으니, 관련 기관으로부터 사실을 보고받은 박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미운’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외면하게 된다.

국방부와 방사청, 박 대통령과 장명진 방사청장 관계도 의식하며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KFX 사업과 관련해서는 국방부나 청와대 안보실, 기무사와 국정원까지 입을 닫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방산비리 수사가 한창일 때 박 대통령이 ADD에 있던 대학 과(科) 동기인 장명진 씨를 방사청장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들이 중개상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확인된 정홍용 ADD 소장처럼 명백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는 한 이들은 KFX 사업에 대해 의견을 밝히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이 의견을 물으면, 이들은 “방사청과 ADD가 전문가 집단이니 그들이 내린 판단이 옳지 않겠습니까” 하는, 자기가 아닌 3자의 판단을 제공하는 화법으로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은 두 기관이 하는 KFX 사업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적(敵)’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들을 잠재적인 우군으로 봐야 KFX 사업을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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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박 대통령이 장 청장에게 “왜 사서 고생을 하시나요?”라고 물은 것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박 대통령이 KFX 사업을 유의해서 살펴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정보를 준다면 박 대통령은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합수단이 1년 이상 가동됐음에도 찾아내지 못한 한국 방산의 큰 맹점이 하나 있다. 한국 방산계는 ‘돈’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KFX 사업에도 돈에 대한 탐구가 결여됐는데,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군의 무기 개발은 ADD가 주관한다. 그리고 설계가 나와 업체에서 시제(試製)를 만들면, 국방기술품질원은 설계가 요구한 성능을 갖췄는지 살펴보고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합격하면 군이 구매하는데, 그제야 ‘가격’이 문제가 된다. 예산 압박을 받는 군이 ‘싼 가격’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군도 개발을 요청할 때는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최고 성능을 요구했으니 문제가 생긴다. ‘비싸다’는 이유로 덜 구입하면, 군은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무기가 없거나 구식 무기를 쓰는 부대를 존치해야 하는 것이다. 무기의 성능이 다르면 작전도 달라져야 하니, 군의 셈법이 복잡해진다.

한 면만 보는 감사원


그때 ‘해결사’로 뛰어든 것이 감사원이다. 방산품은 시장이 한정돼 있으니, 업체는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 이지스함은 3척만 건조했는데, 이 함정에만 탑재할 무기를 제작하게 하면 업체는 3개만 만들고 생산라인을 닫아야 한다. 그러니 가격이 낮으면 제작하지 않으려 해, 업체에 적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방산 원가’ 개념이다. 무엇 무엇을 원가로 넣는다는 규정을 만들고, 그 원가에 정부가 인정한 수익률을 보태 ‘가격’을 정하기로 한 것. 그런데 이 규정이 비현실적이란 사실이 T-50 개발 과정에서 밝혀졌다. T-50은 5세대 전투기를 위한 훈련기로 개발됐기에, 기존 훈련기에 비해 값이 비쌌다. 수출을 해야 하니 가격 인하가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KAI는 록히드마틴이 담당하기로 한 주익(主翼) 생산권에 주목했다. 록히드마틴은 T-50 개발비의 13%를 댔기에 KAI로부터 3억4000만 달러를 받고 94대분의 주익을 제작해 납품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생산비가 낮다. 한국에서 주익을 만들면 1억2000만 달러가 적은 2억2000만 달러면 가능하다고 본 KAI는, “T-50의 가격을 낮추자”며 록히드마틴을 두들겼다. 록히드마틴은 “주익 생산권을 넘기면 근로자를 놀려야 하고 수익도 얻지 못한다”며 난색을 표해, 협상이 시작됐다.

그 결과 8000만 달러를 보상금으로 주고 KAI는 주익 생산권을 가져오게 되었다. 덕분에 전체 가격을 4000만 달러 정도 낮출 수 있게 됐는데, 감사원이 ‘요상한’ 논리를 내걸며 시비를 걸어왔다. “방산 규정에는 원가에 넣을 수 있는 것이 나열돼 있는데 거기에는 보상금이 들어 있지 않다”며 록히드마틴에 보상금으로 준 8000만 달러는 T-50 원가에서 빼라고 한 것. 그리고 이 결정을 한 KAI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애국적인 행동을 했다고 자임하던 KAI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았다.

이 송사는 검찰이 그 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림으로써 KAI의 판단이 옳은 것으로 결론 났다. 그리고 방산업계에서는, “감사원 직원들은 자기 진급을 위해서인지 꼬투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그런 식으로 조사하면 누가 애국적인 행동을 하겠느냐”는 비난이 퍼져나갔다.

지금 합수단 조사를 주도하는 것이 이러한 인식을 가진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규정의 한 면만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고발해, 검찰로 하여금 수사하게 한다. 그런데 무죄판결이 나오고 영장이 기각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검찰은 주춤한 상태다.

그렇건만 감사원은 그들이 찾아낸 것이 있으면 일단 발표부터 해 방산업계를 복마전으로 만들고, 박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감사원이 설치게 된 것은 정치 개입 시비를 받아온 국정원이 국내 문제에 발을 빼면서 일어난 현상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그래도 ‘종합적’으로 판단했으나, 감사원은 일면만 보니 ‘한국 방산은 엉터리’라는 인식이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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