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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에서 떠올린 親文의 네오파시즘 [신평의 ‘풀피리’⑮]

친문에 異議 제기, 북한과 거리두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야권에 호재

  •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바이든 당선에서 떠올린 親文의 네오파시즘 [신평의 ‘풀피리’⑮]

  • ●트럼프의 對중국관, 인종적 편견 깔려
    ●바이든, 중국의 세계사적 지위 인정해야
    ●1976년, 美 카터에게 유신통치 억압 알리는 편지 보내
    ●이듬해 집안에 형사 대거 들이닥쳐
    ●韓정보당국이 카터 답신 가로챘을 것
    ●카터, 퇴임 뒤에도 박애주의자로 반향
    ●세계 지도국가 복귀 바이든 외교 잣대는 인권
*19대 대선 당시 신평 변호사(64·사법연수원 13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위원장과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여권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지식인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경북 경주에서 농사를 짓고 시를 쓰며 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7일(현지 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행사장에서 연설을 하던 중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7일(현지 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행사장에서 연설을 하던 중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윌밍턴=AP뉴시스]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천신만고 끝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초 낙승하리라던 바이든은 막상 개표가 시작되니 패색이 짙었다. 그러다가 우편투표 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승세를 굳혔다. 트럼프의 몽니가 만만치 않지만 그걸로 끝났다. “미국 국민은 미국의 새날을 열었다”(You ushered in a new day for America)는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말이 새롭다. 

이번 미국 대선은 한국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인 남북평화공존을 계속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친분을 쌓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해 북·미협상을 이어가는 게 바람직했다. 그러나 품격 없는 말과 인종주의적 색채, 미국의 이해를 너무 극단적으로 앞세우는 일방적 외교와 통상정책 때문에 트럼프를 불편한 기색으로 바라보는 한국인도 적지 않았다.


지구상의 두 나라, 중국과 로마제국

미국은 단순히 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나 세계의 수도는 뉴욕이다. 미국은 현대판 로마제국이다. 미국에서 한 번 살아보면 이 말의 뜻을 짐작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는 회전한다. 미국의 교육 당국은 교과과정에 로마제국에 관해 상상 이상으로 많은 내용을 넣는다. 학생들이 자라서도 미국에 대해 가질 자부심을 불어넣는 것이다. 

로마제국은 수천 년 전부터 존립했다. 가히 세계제국이었다. 광대한 영토 이외에도 타 문화와 종교에 대한 관용이 있었다. 로마 시민만 되면 인종적, 민족적 편견의 틀에서 벗어나는 등 보편 국가로서의 장점을 보인 국가다. 미국은 로마제국의 후예로 ‘세계경찰’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 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을 강력히 행사했다. 미국 대선은 지구촌 어디에서건 눈을 뗄 수 없는 행사다. 



중국의 힘도 앞으로 날로 강해질 것이다. 나는 2006년 말 중국 법정대학 초청을 받아 중국으로 건너갔다. 2007년 신년이 되니 인민대학에서 연락이 왔다. 나를 객좌교수로 임명하는 식을 거행하고 싶으니 와달라고 했다. 원래 대학 행사는 제목은 그럴듯하게 달지만, 대체로 몇 사람이 모여 조촐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약속된 날이 다가올수록 조금 이상했다. 중국에 갈 때 넥타이 한 장 갖고 가지 않았는데, 부랴부랴 당시 베이징에 와있던 한국 변호사에게서 넥타이를 빌려 매고 갔다. 아뿔싸, 임명식은 인민대학 대강당에서 했고 학내 생중계까지 했다. 낭패감을 간신히 수습하고 정신을 차려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지구상에는 애초에 두 나라가 있었다. 다른 나라들은 일어나서 사라지는 변방의 나라들이지만 중심 국가는 단 두 나라다. 중국과 로마다. 중국은 근대에 들어 서양 열강의 침략에 의해 치명상을 입고 엎어졌으나 이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로마는 현재의 미국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세계질서는 중심국가인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다시 급속히 재편될 것이다. 중국이 지금은 여러 가지 곤란한 제약요건에 눌려 있으나 조만간 자신에 주어진 한계를 박차고 나올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함께 세계 중심국가로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것은 머지않았다.” 

나는 새로 출범하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역사적 안목을 갖고 세계사적으로 매겨진 중국의 역할을 수용하기를 바란다. 나는 트럼프의 대(對)중국관이 몇 가지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기저에 인종적 편견이 깔려있다고 본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겠으나, 고대로부터 면면히 이어 내려온 중국의 지위를 인정해야 그간 미‧중의 대립으로 초래된 격동의 세계정세가 안정을 찾을 것이다.


스무 살 적 지미 카터에게 보낸 편지

나는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간절히 바랐으나, 나이가 든 탓인지 큰 감정적 동요 없이 차분하게 지켜봤다. 1976년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 내 나이 겨우 20세로 대학교 3학년이었다. 

당시 공화당의 후보는 제럴드 포드였다. 전임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면서 자신의 사면과 연계해 대통령직을 포드에게 물려줬다. 민주당의 후보는 지미 카터로 원래 땅콩농장을 경영했는데, 조지아 주지사를 지냈다. 카터는 활짝 웃는 얼굴에 큰 치아가 유난하게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선거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미국 사회의 소수자, 약자를 공정하게 대우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린든 B. 존슨 대통령 당시인 1964년에 공민권법(Civil Rights Act)이 간신히 통과됐으나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했다. 미국의 국가적 통합은 요원한 상태였다. 인종적 모순이 계속돼오던 중 카터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정하고 분리지향적인 사회구조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미국 국민은 카터가 가진 사회변혁의 열의를 직시하게 됐다. 

카터는 그의 전 생애를 통해 이상주의자였다. 미국 국민은 카터가 가진 이상이 나누어진 미국 사회를 통합시킬 큰 동력이 되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결국 중앙정계에 발도 디딘 적이 없는 그가 당선됐다. 당시 그는 흑인 유권자의 82%, 히스패닉 유권자의 75% 표를 휩쓸었다. 저학력, 저소득 계층 국민이 그의 편에 섰다. 

그의 등장에 세계의 지식인들이 열광했다. 앳된 20세 홍안의 나도 거기에 동참했다. 한국은 우울했다. 강철 같은 유신통치의 억압 밑에서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인지 방향을 가늠할 수 없었다. 나는 결심했다. 카터 당선인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카터의 당선을 뛸 듯이 축하하는 한 편으로, 그 옛날 황사영이 썼던 백서처럼 한국의 음울한 실정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영문편지에 자신이 없어 영문학과를 졸업한 친구 누나의 도움을 얻었다. 그게 아마 도 그해 연말의 어수선한 무렵이었을 것이다.


대구 친가에 들이닥친 형사들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회신을 바란 것도 아니다. 어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막중한 분이 지구 한 구석에 박힌 나라의 무명 청년이 보낸 편지에 답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해가 바뀌어 1월에 카터가 대통령에 취임했다. 2월 아니면 3월의 일로 기억한다. 갑자기 대구의 친가에 형사들이 대거 들이닥쳤다. 영문을 모르는 부모님에게 나에 관해 꼬치꼬치 캐묻고 조사했다. 부모님께는 나의 큰형이 4·19 혁명의 대구 학생 주모자로 몰려 형무소로 간 경험이 있다. 어머니는 내 어린 손을 잡고 밤이 되면 삼덕동에 있던 대구 형무소의 담장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그런 뼈아픈 경험이 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을 또 당하니 기절초풍했다. 

아마 카터 대통령이 내 편지에 답신을 보낸 것이리라. 당시 카터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 내 인권문제로 심각하게 대립했다. 카터는 공공연히 미군 철수를 언급했다. 그렇게 한미 간에 날이 서 있는 상황에서 정보당국은 그 답신을 가로채며 나에게 전해주지 않았던 게 틀림없다. 그러면서도 카터의 답신을 받았다는 이유로 나를 가혹하게 처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카터가 나를 살린 셈이다. 언젠가 여건이 되면 미국에 있는 ‘카터 기념관’에서 내가 보낸 그 편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무척 바래있을 것이다. 

1979년 카터는 방한했고, 이때 박정희와 극심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이것이 그해 10월 26일 벌어진 불행한 사건의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카터는 1980년 대선에서 낙선했다. 그는 퇴임 후 박애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로 살아갔다. 그의 행적은 세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암 투병을 했으나 현재 96세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장수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


‘캡틴 아메리카’와 인권

11월 7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가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의 주 의회의사당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TV프로그램 진행자 시절 유행시킨 ‘넌 해고야’란 글씨가 쓰인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해리스버그=AP뉴시스]

11월 7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가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의 주 의회의사당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TV프로그램 진행자 시절 유행시킨 ‘넌 해고야’란 글씨가 쓰인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해리스버그=AP뉴시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국의 외교관계는 상당한 변용을 겪을 것이다. 바이든은 취임하는 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했다. 과도하고 일방적인 미국 우선 외교에서 탈피해 상호존중의 토대가 중시되는 점잖은 외교로 복귀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미국은 중동 사태로 워낙 큰 출혈을 해왔기 때문에 타국에 양보할 여력은 크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독재체제의 파트너를 선호한 데 비해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의 지도국가(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로 다시 복귀하는 이상 당연히 인권을 외교의 주된 잣대로 내세울 것이다. 

한반도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권을 담당해온 친문(親文)세력이 갖는 네오파시즘(Neo-Fascism)적 성격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비핵화와 인권 중시 원칙을 훨씬 강조할 전망이다. 이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출구가 봉쇄돼 답답한 국면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은 계속하는 대신 중국이 갖는 세계사적 위상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미·중관계가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을 많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미국 사회를 통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위기 등 인류에 닥친 세찬 파고까지 헤쳐 나갈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한다.


■ 무(無)

바람 부는 날이면
더욱이 늦가을 희미한
태양이 포개지는 날이면
의문의 열매가 낙하한다

나 없는 세상이 어떠할까
내가 없는 세상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시간은 만질 수 없어서
내가 없는 세상의 시간도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다

멈춘 시간을
멈춘지 모르고
한 없이 여행하는 티끌일까

찬란한 새봄이 다시 와서
황야에 붉은 꽃 한 송이 필 때
티끌이 갇힌 얼음은
영영 풀어지지 않으리니

집의 돌담에 붙은 담쟁이가 가을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신평 제공]

집의 돌담에 붙은 담쟁이가 가을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신평 제공]


● 1956년 출생
● 서울대 법학과 졸업
●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제13기
● 인천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역임
● 저서: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들판에 누워’(시집) 등.




신동아 2020년 12월호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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