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공기업 연봉 9000만 원은 불의, ‘로또 직장’은 불공정”

‘진보 금기 깨기’ 97세대 김종철 정의당 대표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공기업 연봉 9000만 원은 불의, ‘로또 직장’은 불공정”

  • [공정, 다시 시대정신이 되다①]
    ●‘정치 386’, 사모펀드·부동산에 경계심 없어져
    ●공공부문 확대하려면 직무급제 통해 급여 낮춰야
    ●연금 통합 위해 연금개혁본부 출범시킬 것
    ●불평등 해소 위해 저소득층도 증세 참여해야
    ●與, 국가 위기에도 논란 될 이슈 모두 회피
    ●검찰개혁이 ‘親윤석열 검사 쳐내기’로 가선 안 돼
    ●민주당을 정의당의 정책 2중대로 만들 것
    ●與와 각 세우면 탈당 행렬 어쩔 수 없어, 우리 길 간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 [조영철 기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 [조영철 기자]

“나라가 망할 것 같았습니다. 지방은 무너지고 있고 청년은 결혼을 기피합니다. 합계 출산율은 0.84명까지 떨어졌어요. 각자도생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습니다. 이런 희망 없는 나라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무언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말한 겁니다. 오래전부터 고민한 문제입니다.” 

진보의 금기를 깨는 행보에 대해 김종철(50) 정의당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10월 11일 취임했다. 이틀 뒤 이낙연(68)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진보 개혁 진영의 금기를 깨는 정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여간 ‘표 떨어질’ 얘기를 겁 없이 쏟아냈다. 공무원·사학·군인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하자고 했고, 저소득층 증세도 거론했다. 노동 유연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전임 ‘심상정 체제’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다. 

김 대표는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출생)로,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지냈다. 1993년 총학생회장에 출마했다가 837표 차로 낙선했다. 당시 김 대표를 꺾은 인물이 강병원(49) 민주당 의원이다. 같은 해에는 박용진(49) 민주당 의원이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는데, 김 대표와는 민중민주(PD) 계열에서 함께 활동한 사이다. PD는 민족해방(NL) 계열에 비해 운동권 내 소수파다. 

의원 6석의 정당이지만 PD 출신 97세대가 원내정당 대표직을 거머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 ‘권력화했다’고 비판받는 NL 출신 386세대와 묘한 대립각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역의원이 아니다. 노동조합 간부 경험도 없다. ‘금기 깨기’는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11월 9일 국회 본청에서 김 대표와 마주 앉았다. 

-대학 졸업 후 직업 노동운동가의 길을 택하지 않았더군요. 

“원래 민주노총(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가고 싶었는데 잘 안된 거예요.(웃음)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모습을 보면서 진보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한편으로는 노동운동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 고민이 있었어요. 당시 박용진이 국민승리21에 있었는데, 저에게 ‘당에 와서 일하다 보면 노동운동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죠. 그 뒤에 당에 말뚝을 박게 됐습니다.” 



그는 1999년 권영길 국민승리21 대표의 비서를 맡으며 진보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그전까지 권 대표와는 개인적으로 전혀 몰랐다”고 했다. 


공기업 연봉이 9000만 원인 현실은 정의인가

-당은 달라졌지만 지금도 박 의원과는 가깝게 지내나요. 

“예. 가끔 봅니다.” 

-아직 대화가 통하는 편인가요. 

“통하는 게 많죠. 박 의원이 아예 다른 입장을 취했다면 모르겠는데, 삼성 문제나 유치원 문제나 진보적인 얘기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잘 맞습니다.” 

-원내정당의 유일한 1970년대생 대표인데, 최근 회자되는 386세대 기득권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386세대가 실력은 있습니다. 정책 실력을 떠나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는 능력을 갖췄어요. 저는 그분들을 ‘정치 386’이라 표현하는데, ‘경제 386’과 연계되면서 경계심이 너무 없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사모펀드 투자가 문제가 되느냐’ ‘부동산 투자하는 게 문제가 되느냐’ 그러는데, 경제 386의 정서가 정치 386에게 알게 모르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적잖은 국민은 진보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생각합니다. 

“불평등이 늘어나는 게 문재인 정부만의 탓은 아닙니다. 다만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법인세도 계획대로 올리고, 부유층에 더 많은 소득세를 내도록 해야죠. 그것만으로 부족하니 저소득층도 증세에 참여해야 합니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는 과감함을 약속했다가 안 지켰어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도 넓게 보면 불평등을 완화하는 대책인데, 여당에서 아주 적극적이지는 않은 분위기인데요. 

“기업의 입장을 반영해야 할 부분이 당연히 있지만, 이건 생명과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단호히 주장해야 합니다.” 

11월 10일 국민의힘이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했는데,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도 초청받았다. 간담회 주제가 정의당의 입법 과제와 결이 통하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산업안전은 정파 간 대립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모두 힘을 합쳐 한마음으로 산업 현장 사고에 대처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상당수 청년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정의 프레임으로 봅니다.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출발선부터 공정하지가 않습니다. 그 갭(gap)이 점점 벌어지고 있어요. 현재의 공정 논의는 ‘로또 직장·로또 직업에 공정히 도전하게 해달라’는 건데, 별 의미 없는 주장이에요. 출발선이 다르고 중간에 갭이 벌어져도 최종 단계에서 갭을 줄여주는 게 정치의 역할입니다. 어떤 시험만 통과하면 고액 연봉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문제죠. 특히 공기업 평균 연봉이 9000만 원인 현실은 정의롭다고 보기 어렵죠. 로또 직장을 만들지 않는 것, 즉 로또 직장의 처우는 낮추고 로또가 아닌 직장의 처우는 올리는 게 진짜 공정입니다. 그래도 갭이 여전하면 세금 정책을 통해 메워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굉장한 고임금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세간에서는 공공부문을 특권 부문처럼 인식합니다. 

“공기업은 규제도 받지만 경쟁으로부터 보호도 받습니다. 그런 회사를 ‘신의 직장’으로 만들어놓고 들어가는 방법만 공정하게 만들면 된다? 인생이 ‘모 아니면 도’여도 좋으니 ‘윷’이라도 똑바로 던지게 해달라는 주장이잖아요. 실제 알고 보면 갖고 있는 윷이 다 달라요. 저는 청년들도 공정 문제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봤으면 좋겠어요.” 

-진보정당은 공공부문 강화를 외쳐왔는데, 공공부문의 처우를 낮추는 방식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요. 

“우리나라 공공부문 평균임금이 민간부문과 비교하면 175%예요. 스웨덴은 같은 비율이 96%입니다. 공공부문의 확대는 필요해요. 민간부문 노동자를 사회서비스원(*보육·교육·장애인 활동보조 등 돌봄 서비스를 공공이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는 기관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이 흡수해야 하는데, 급여를 기존 공공부문처럼 많이 줄 수 없잖아요. 직무급제를 통해 급여는 조금 낮게 조정하는 대신,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형태로 가야 합니다. 직무에 상관없이 연차가 지나면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제로는 공공부문 확대가 어렵죠.” 

직무급제는 업무 난이도와 성격, 요구되는 기술, 지식·경험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연공급 임금체계(호봉제)의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연공급제로 공공부문 확대 어렵다

-공공부문 직무급제 도입은 문 대통령도 대선에서 공약했습니다만, 한국노총을 비롯해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가 반대하지 않습니까.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도 공공부문을 늘리려면 직무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어요. 그런데 비정규직 노조에서 정규직화의 목표를 현재의 정규직 수준 처우로 생각하니 문제가 안 풀리는 거예요. (직무급제는) 기존 정규직과 차등을 두는 형식이니 동의하지 않는 거죠. 그러니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이나 민간부문에 위탁된 노동자들에게 직무급제를 도입하자고 말을 못 합니다.” 

-진보정당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정규직 노조와 밀착해 있기 때문에 쓴소리를 못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비정규직 조직화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만 내부에서도 이 문제가 복잡하니 아직 못 풀어내는 것 같아요. 쓴소리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저는 모두가 느끼는 점을 용감하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공공부문을 늘리면서도 지속가능성을 꾀하려면 직무급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양대 노총에) 얘기하고 싶어요.” 

-진보정당은 연금개혁에 관해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공론화에 성공했습니다. 

“연금개혁본부를 출범시키려 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내부에서도 토론이 필요합니다. 제가 얘기는 했지만 당 지도부에도 속도조절론을 꺼내거나 더 구체적인 상을 잡아보자면서 이견을 보이는 분들이 있어요. 연금 문제는 서서히 다가오는 폭탄입니다. 올해부터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 1700만 명이 은퇴합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연금개혁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예요.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적자 누적과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금 수령액 차이 탓에 사회적 불만이 가중될 겁니다.” 

10월 16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금개혁을 주장한 김 대표를 거론하며 “용기 있는 제안에 박수를 보낸다”고 썼다. 보수 대권주자도 호응할 주장이라는 뜻이지만, 반대로 우군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반발은 없습니까. 

“적극적 반발은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저만 이야기하는 상황이니까요. 공무원과 교사들을 적대시하면서 연금개혁 문제를 대해선 안 됩니다. 이분들 처지에서는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졌던 거예요. 보험료도 두 배씩 내왔고, 퇴직금도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억울할 수 있죠. 공무원과 교사는 정당 가입도 안 되고 자신들의 대표자를 국회에 보낼 수도 없습니다. 의사 표시는 봉쇄해 놓고 연금개혁 하니 따르라고 하면 불공평하죠. 연금개혁과 동시에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설득도 쉬워질 겁니다.” 


고소득층만 세금에 기여해선 연대 깨져

10월 13일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노동개혁에 관해 각각 덴마크 모델(김종철)과 스웨덴 모델(김종인)을 거론하며 즉석 대담을 펼쳤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10월 13일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노동개혁에 관해 각각 덴마크 모델(김종철)과 스웨덴 모델(김종인)을 거론하며 즉석 대담을 펼쳤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개인적으로 몇 번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4~5년 전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저를 포함해 젊은 사람 몇 명 불러다 이런저런 말씀 해주시고 책도 나눠주시던 일이 대여섯 번 있었어요. 그중 두 번 정도 김 위원장이 오셨죠.” 

김 대표는 10월 13일 김 위원장을 만나 노동정책에 관해 대화하면서 덴마크식 유연안정성 모델을 언급했다. 유연안정성 모델은 기업이 노동자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되 실업급여와 재교육 등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갖추는 방식을 말한다. 

-구조조정 조건을 일부 완화하되 실업급여 등을 강화하면 정의당도 노동개혁에 동참할 여지가 있습니까. 

“정의당은 아직 그런 논의를 하지 않았고, 제가 한 거죠.(웃음) 이미 노동시장은 유연화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인지 노동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형태의 노동이 확산하고 있어요. 앞으로 실업이 만연할 텐데, 실업급여 기간을 늘리고 금액을 현실화해야 합니다. 재교육·재취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마구잡이로 유연화를 하는 것인지 혹은 회사에 특정한 이유가 있는지 알기 위해 노동이사제를 통해 일정하게 경영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해요. 노조 가입도 산별로 진행하고 산별협약 확대도 필요하죠. 또 동일노동·동일임금을 도입해야 합니다. 이렇게 다섯 가지 정도의 조치를 마련하면 노동시장이 유연화하는 상황에서 (노동개혁을)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부담이 늘면 기업에도 일정한 공간을 열어줄 수 있죠.” 

-덴마크 실업급여는 연평균 순소득대체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 모델을 한국에 도입하려면 증세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요. 

“덴마크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2년인데, 4분의 3은 정부가, 4분의 1은 노조가 줍니다. 그러려면 노조가 평소 노조비를 굉장히 많이 걷어야 해요. 덴마크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랫동안 일한 노동자가 말하기를 월 노조비가 우리 돈으로 25만 원이라고 해요. 대기업 노동자는 노조비를 정말 많이 내겠죠. 세금도 많이 낼 테고요. 노동자 간 연대의식이 큰 겁니다. 우리 사회도 불평등을 줄이려면 세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어요.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먼저 부담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합니다. 세금은 철학적으로 사회연대기여금입니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기여하고 다른 한쪽은 일방적으로 수혜만 본다면 연대가 깨질 수밖에 없어요.” 

이 대목에서 김 대표는 ‘저녁식사론’을 꺼냈다. 그가 가다듬은 증세 철학을 잘 드러내는 비유다. 

“100명이 모여 저녁식사를 했는데 10명한테만 돈 내라고 할 수 없잖아요. 못사는 40명도 5000원이나마 내야 잘사는 사람들이 ‘나는 돈 많이 버니까 10만 원 낼게’ 이렇게 말하지 않겠어요? 그 돈이 모여야 더 맛있는 걸 먹죠.” 

-증세에 대해 여권은 일언반구도 없는 분위기인데요. 

“논란 될 법한 건 아무것도 안 하려 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논란을 만들 필요는 없죠. 그런데 국가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상황이잖아요. 누군가는 역할을 해야죠.” 


‘윤석열에 대한 복수심’으로 비쳐서야

7월 30일 당시 선임대변인이던 김 대표는 논평을 통해 “추미애 장관으로 대표되는 정권의 태도는 현 정권에 칼을 대는 검사들을 용납지 않겠다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면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만 보더라도 검찰총장의 힘은 빼고 있지만,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으로 검찰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는 장치는 남겨두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했다. 

-당시 논평이 화제였는데, 당 대표로서 최근 ‘추-윤 갈등’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당황스러워요. 과거 윤 총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민주당은 방어막을 쳤고 국민의힘은 공격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거꾸로 됐잖아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내로남불’입니다. 국민 눈에는 ‘우리한테 칼 대는 검찰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모습처럼 보이죠. 그렇다고 검찰을 믿을 수도 없어요. 검찰은 칼을 쥐고 있는 한 막 휘둘러대는 조직입니다. 그러니 저희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적극 지지하되, ‘추-윤’ 싸움에는 가급적 개입하지 않으려 해요. 단, 검찰개혁의 대의가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여권에서) 지금 국면을 ‘윤석열에 대한 복수심’ 혹은 ‘윤석열 날리기’로 비치게 하면 안 됩니다.” 

-지금은 권력투쟁 양상처럼 흘러가는 모양새인데요. 

“(여권에서) 검찰을 비판하는 건 좋아요.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수사한 이복현 부장검사 같은 사람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 돼요. 검찰개혁의 한 축은 바른말 하는 검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윤석열과 가까운 검사는 다 내쳐야 한다’는 식으로 가면 안 되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특검 도입을 주장합니다. 정의당 입장은 무엇입니까. 

“특검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누구를 특검으로 임명할지 또 논쟁이 벌어지잖아요. 특검을 도입할 즈음이면 공수처가 뜰 겁니다. 특검까지 갈 이유가 없어요. 검찰에서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했고, 검찰이 ‘이상하게’ 할지 의심하는 법무부가 칼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에 (수사가) 누구한테 특별히 유·불리하게 흘러가진 않으리라 봅니다. 검찰이 수사하다가 공수처에 넘기면 된다고 생각해요.”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공수처 1호 수사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겠죠.” 

-경선 기간에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경쟁’을 강조해 화제였는데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도입 등 각종 개혁이 흐지부지되고 있어요. 민주당의 보수화는 국민에게 안 좋은 겁니다. 정의당과 이 지사가 경쟁하는 양상이 국민에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논쟁거리는 많죠.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장하는데, 저희는 전국민 고용 및 소득보험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점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죠.” 

-이 지사와 경쟁하면 민주당을 진보로 견인하는 효과를 낼 수 있겠네요. 

“제가 민주당을 정의당의 정책 2중대로 만들겠다는 표현을 썼어요. 민주당은 야당일 때 진보정당의 정책을 많이 수용했습니다. 여당이 되고 나서 안 하는 겁니다. 민주당이 정의당 정책을 수용하고 동의하도록 하는 게 국민에게 좋은 일이죠.” 

정치권에 비판적 지지론이라는 낱말이 있다. 지지하는 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면 ‘최악’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차악’으로 보이는 후보를 비판적으로나마 지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주로 진보정당 지지자가 민주당 계열 정당에 표를 던질 때 활용되는 논리다.


非민주당·非국민의힘, 안철수도 할 수 있는 말

-비판적 지지론은 민주당과 정의당을 밀착시킨다는 점에서 정의당 선거에는 악영향을 주는 프레임인데요. 

“그렇죠.” 

-민주당에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반(反)한나라’ ‘반(反)새누리처럼 강력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지 않나요. 

“요즘 제가 그러고 있어서 ‘민주당 2중대’라는 말은 없어진 것 같은데요.(웃음) ‘국민의힘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닌 사람 모여라’라는 이야기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할 수 있죠. 정의당이 추구하는 정치는 무엇인지 보고 지지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만들 겁니다.” 

-민주당과 다른 얘기를 하면 정의당에서 탈당 사태가 빚어지곤 했는데 그런 우려는 없습니까. 

“올해의 경우 비례 위성정당 불참을 선언했을 때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정국 때 탈당이 많았어요. 저희로서는 당시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일입니다. 탈당은 안타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우리는 우리 길을 가겠다는 겁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등 진보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반문(反文)의 기치를 치켜들고 있습니다. 연대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분들이 굉장히 열심히 나서고 있는 문제는 조국 정국부터 ‘추-윤 갈등’으로까지 이어진 검찰개혁 이슈잖아요. 그건 그분들의 영역으로 맡겨두는 게 맞다고 봐요. 정의당은 사람들의 생존과 관련한 문제에 더 천착하려 합니다.”

김 대표는 “국민의힘 비판하면 열광을 얻고, 민주당 비판하면 각광받는 식의 반응을 보면서 정치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공기업 연봉 9000만 원은 불의, ‘로또 직장’은 불공정”

댓글 창 닫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