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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돌이 특훈’ 경찰대생 현장 실습 동행취재

살인현장 방문·부검 참관·인질범 상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

  • 이설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포돌이 특훈’ 경찰대생 현장 실습 동행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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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예비 경찰이다. 각종 수사 이론과 무술에 정통한, 문무를 겸비한 예비 경찰이다. 허를 찌르는 수사와 날렵한 몸동작으로 어떤 범인이고 잡을 자신이 있다. 때론 영화 ‘무간도’의 주인공처럼 위장수사에도 기꺼이 몸을 던질 테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범인과 두뇌게임을 하기보다는 취객 간의 다툼에 시시비비를 가릴 일이 더 많았다. 임의동행을 요구하면 백이면 백 고분고분 따라왔다. 그래서 실망했느냐고? 아니, 일상의 평온함이 내 어깨에 달렸다는 책임감에 가슴이 벅차다.
‘포돌이 특훈’ 경찰대생 현장 실습 동행취재
어깨 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선다. 오른손 새끼손가락부터 세 손가락으로 스미스 웨슨(Smith · Wesson) 38구경 밑기둥을 감싼다. 검지는 방아쇠에 가볍게 걸쳐둔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단단히 감싼 뒤 오른손 엄지로 공이치기를 내린다.

찰칵, 소리를 확인했다면 두 팔을 눈높이에 맞춰 수평으로 쭉 뻗는다. 미끈한 권총의 척추 앞머리에 달린 가늠쇠와 가늠자를 일자로 맞춘다. 가늠쇠와 가늠자와 목표물이 일치된 정조준 상태. 방아쇠에 닿은 검지에 살짝 힘을 싣는다.

탕, 소리와 함께 몸이 휘청거린다. 힘들어도 3초간은 온 힘을 다해 반동에 맞서야 한다. 1mm의 롤링(rolling·좌우 흔들림)이 11.3m 이상의 오차로 이어진다. 총알이 날아간 위치를 가늠한 뒤 목표물로 다가가 결과를 확인한다. 사격 한 발은 이렇게 ‘자세-파지-조준-격발-추적-예연-분석’의 7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1탄 사격 개시!” “2탄 사격 개시!”

통제관의 지시에 따라 다섯 시간째 이 과정을 반복하는 이들이 있다. 경기도 용인시 시흥구에 위치한 경찰대학 실내 사격장. 수업을 듣는 이 학교 2학년 학생들의 사격술과 미간 주름이 동시에 깊어간다. 방학을 보름이나 훌쩍 넘겼지만 학내 어디에서도 나태한 학생은 찾을 수 없다.



경찰대 학생들에게 방학은 휴식기간이 아니다. 절반은 학기 중 배운 이론을 교실 밖에서 실습하는 기간이다. 사격 실습도 그중 하나. 수업은 꼴찌 학생이 통과점수인 70점을 넘기고서야 마무리됐다. 정조준을 수없이 반복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그는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매일 대여섯 시간씩 집중 훈련을 하니 실력이 부쩍 는 것 같다”며 사격장을 빠져나갔다.

젊은 경찰간부 육성을 목표로 설립된 경찰대는 규모가 작다. 각 학년 정원은 120명. 그중 10%인 12명이 여학생이다. 4년 대학생활은 법학, 경찰학, 무도, 사격 등 경찰 업무에 필요한 교육으로 이뤄진다.

“학교 규모가 작아 동아리, 학회, 학생회 등 어떤 식으로든 나를 드러내는 활동을 하게 돼서 좋아요.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 기타 교양과목이 다양하지 못한 점은 아쉽죠.”

한 2학년 여학생의 말처럼 리더의 화법 등 일찍부터 간부 소양교육을 받아서일까. 다른 대학생들보다 한층 의젓한 느낌이다.

전교생은 방학 3, 4주 동안 여름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그 백미는 경찰서 실습이다. 3학년 학생은 희망 연고지의 형사과 강·폭력팀에서, 4학년은 교통과에서 2주간 현장 근무를 하게 된다. 이들을 동행 취재한 내용과 학생들의 감상문을 바탕으로 올해와 지난해 여름 경찰대생들의 실습체험을 일지로 재구성했다.

“잡기 힘들 것 같아요”

강·폭력팀에서의 실습 첫날. 팀장과 형사 7명이 한 팀을 이뤘다. 팀의 하루는 각자 맡은 사건에 대한 간략한 현황 보고와 상부 지시를 듣는 회의로 시작된다. 무전기를 받았는데 관할지구대 3개소와 팀원들이 연결돼 있다고 한다. 무전기에서 불완전한 문장이 흘러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실습 전 형사 일반행정, 과학수사, 형사실무, 통신수사 기법 등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았다. 교수님은 수업 내내 “이론을 백번 듣는 것보다 실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꼼꼼히 살피는 게 도움이 된다”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범죄는 일어나지 않아야 마땅하지만, 실습하는 2주 동안 다양한 사건사고를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 선배 형사의 외근 길에 따라나선다. 형사기동대(형기대) 승합차에 오르며 “어떤 사건이냐”고 물었다.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한 뒤 그냥 놓고 왔다는 시민이 돈을 찾아달라며 신고한 사건이라고 했다. 은행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CCTV 분석을 의뢰했다. “최근 통신수사에 의지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수업 때 배웠는데, 과연 거의 모든 교통사고와 금융관련 사건 수사에서 CCTV가 활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 IP추적,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 등 통신수사의 진행은 더디기만 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감청영장 청구 등의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수사는 최후의 방법입니다. 과도한 통신수사로 인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죠. 다른 모든 수사기법으로도 사건 해결이 불가할 때 통신수사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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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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