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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교수의 新經筵 ④

세상은 욕심 많은 암흑시대…“공자의 정명正名으로 횃불 밝히자”

  •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세상은 욕심 많은 암흑시대…“공자의 정명正名으로 횃불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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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욕심 많은 암흑시대…“공자의 정명正名으로 횃불 밝히자”

인도 시인 타고르 시집. 타고르가 노래한 것처럼,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찬란히 빛났던 한국이 다시 불을 밝힐 때가 됐다.

천국에서는 남자들은 각각 자기에게 알맞은 직업을 가지고 능력을 발휘한다. 경쟁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 그래서 가장 힘 있는 자의 순으로 쉽고 편한 일을 한다. 그렇게 되면 힘 있는 자들이 편한 일을 하고, 힘없는 자들은 힘든 일을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놀거나 한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힘 있는 자가 힘든 일을 찾아서 하고, 힘없는 자가 편한 일을 찾아서 한다. 모든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일을 하므로 최고의 능률을 발휘하는 사회가 된다.

또한 천국에서는 모든 여자가 시집을 간다. 경쟁사회에서는 능력 있는 여자일수록 능력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 그래서 능력 없는 여자는 능력 없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든지 아니면 자존심이 상해 아예 시집을 가지 않는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여자들이 자기를 필요로 하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기 때문에 모든 가정이 조화를 이룬다. 돈이나 재물이 땅에 떨어져 있을 때는 줍지만, 줍는 사람이 가지지 않고 주인을 찾아준다. 힘든 일은 서로 나서서 하지만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한다. 그래서 천국에서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 없고, 도둑이나 사회를 어지럽히는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문을 열어두고 닫지 않는다.

요임금의 대동

공자는 대동을 이상적인 사회로 삼았다. 대동은 지상에 건설한 천국이다. 공자가 꿈꾼 이상사회의 모델은 바로 요임금의 대동이었다. 그러나 요임금의 대동 또한 모델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이전에 있었던 환한 나라, 즉 환국(桓國)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논어’에서 공자는 동이(東夷)족의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동이족의 나라는 예로부터 군자들이 사는 나라였다. 군자들이 사는 나라는 천국이다. 천국은 환한 나라다. 우리 민족의 유래가 환국에서 비롯된 것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의 기록에 잘 나타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공자가 말한 요임금의 대동사회는 환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단군시대 때 추구했던 이상사회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었다. 홍익인간이란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어 만족하게 사는 사회다. 그런 사회가 이상사회이고 그런 나라가 천국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홍익인간의 내용은 공자가 말한 대동의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천국은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이다. 한국이란 말은 ‘하나밖에 없는 나라’란 뜻이고 천국이란 뜻이다.



한국인들은 예부터 천국 건설을 꿈꾸었다. 그리고 때로는 천국을 실현하기도 했다. 단군시대 때는 이 땅을 신시(神市)로 만들었고,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때는 이 땅을 불국토(佛國土)로 만들었다. 조선시대 때는 지상천국의 건설을 꿈꾸었고, 실현시켰다. 조광조 선생의 도학정치는 지상천국을 만들기 위한 꿈이었고, 세종대왕은 그것을 실현시켰다. 세종 때의 한국은 천국이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지금도 천국에서 경험한 삶이 유전자 속에 기억되어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우리’라는 말을 많이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내 집’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 집’이라고 한다. ‘내 아버지’라고 하지 않고 ‘우리 아버지’라고 한다. 이런 말투는 천국에서 통하는 말투다. 공자가 말한 이상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부모만 받들지 않고 남의 부모도 자기 부모처럼 받든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우리 아버지’라는 말은 이상사회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자본주의도 변하는 것…암흑시대에 횃불 올릴 때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안타까움이 많다. 이상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면 할수록 그렇지 못한 현실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개판 5분 전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e메일을 보내온 사람 또한 안타까운 마음에서 글을 쓴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래서는 안 되는 나라다. 그래서 우리 마음에는 안타까움이 녹아 있다. 우리 마음에는 이상사회로 향하는 꿈이 있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욕심을 버린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그러므로 이상사회란 그야말로 실현가능성이 없는 꿈일 뿐이라고. 이는 현재의 자본주의가 영원히 변치 않는 사회제도라고 전제한다면 타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 제도도 변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 욕심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고, 군자가 되어야 한다고 설파한 공자의 논어가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것을 보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세상은 욕심 많은 암흑시대…“공자의 정명正名으로 횃불 밝히자”
이기동

1952년 경북 청도 출생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학·석사

일본 쓰쿠바대 철학박사

前 한국일본사상사학회장

現 동인문화원장

2007년 한국인 최초 사서삼경 강설 완역

저서: ‘곰이 성공하는 나라’ 외 다수


지금은 자본주의라는 제도로 인해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노선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자꾸 욕심을 부리느라고 진리를 보는 눈이 멀어가고 있다. 진리를 보는 눈이 먼 시대가 암흑시대다. 지금이 바로 그 암흑시대에 진입한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이 다 그렇다. 지금 시급한 것은 암흑을 밝히는 횃불을 다시 피우는 것이다. 그 일은 천국에서의 삶의 경험이 아직도 유전되고 있는 한국인들이 나서면 가능하다. 한국인들의 안타까움은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노래한 것처럼,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찬란히 빛났던 한국이 다시 불을 밝혀서 세상을 비추어야 할 때가 되었다.

신동아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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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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