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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실 무개념 연예인 Top3? 조회수 목맨 ‘이슈 유튜버’

논란 만들고, 퍼 나르고… ‘사이버 렉카’로 일컬어져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행실 무개념 연예인 Top3? 조회수 목맨 ‘이슈 유튜버’

  • ●결국 돈… 시청자 모으고자 사생활도 침범
    ●연예인 갑질 녹취록… 자극적 제목으로 클릭 유도
    ●연이은 ‘가짜사나이’ 논란, 이슈 유튜버가 재생산
    ●유튜브 댓글창 명예 훼손 심각
    ●금전적 보상 차단하는 방식으로 제재해야
유튜브 채널 ‘정배우 : 사건사고이슈’. [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 ‘정배우 : 사건사고이슈’. [유튜브 캡처]

“피해자 인터뷰 전문 유튜버입니다.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연, 유튜버 인성 폭로 등 공론화 해야 하는 사건 제보 바랍니다.” 

유튜버 ‘정배우’는 자신이 유튜브에 게재한 영상 말미에 이 같은 공지를 달았다. 피해자 대변인 노릇을 자처했지만 15일 불법촬영물 유포·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정배우는 구독자 33만 명을 확보한 이른바 ‘이슈 유튜버’다. 정배우는 자신을 기자면서 유튜버로 규정한다. 이슈 유튜버는 유명인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이슈를 공개하는 이들을 말한다. 조회수를 높이고자 유명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정배우는 14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불법 촬영물 캡처본을 공유했다. 사진에 등장한 남성을 웹 예능 프로그램 ‘가짜사나이’에 출연하는 A씨라고 밝혔다. 또 A씨가 과거 ‘몸캠 피싱’을 당해 촬영된 사진이라고도 했다. 몸캠 피싱은 채팅 과정에서 피해자를 속여 음란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게 한 후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범죄다. 정배우는 15일 “제가 누굴 비판할 자격이 없다.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무개념 연예인’… 자극적 제목 달아

유튜브에 ‘연예인 인성’을 검색하면 노출되는 콘텐츠.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연예인 인성’을 검색하면 노출되는 콘텐츠. [유튜브 캡처]

온라인에서 이슈 유튜버는 ‘사이버 렉카’로도 불린다. 렉카는 렉커(wrecker·사고 견인차)가 변형된 단어다. 사이버 렉카는 일부 견인차가 교통사고 현장에 빨리 도착하고자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에 이슈 유튜버를 빗댄 것이다. 



이슈 유튜버는 조회수를 늘리고자 논란이 되는 사건‧사고와 관련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작해 업로드한다. 물론 기존 언론 기사를 짜깁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제작하는 콘텐츠는 일부 언론의 어뷰징(abusing) 기사와도 닮았다. 어뷰징은 조회수를 늘리려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반복적으로 게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충격’ ‘경악’ 등 자극적 어휘를 달아 클릭을 유도하는 어뷰징은 포털에서 유튜브로 자리를 옮긴 지 오래다. 

“연예인 B가 버르장머리가 없어 여러 선배에게 혼났다. B의 경거망동한 태도는 제작진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는 식의 연예인 가십이 특히 많다. ‘인성 논란’ ‘태도 논란’을 주로 다룬다. 유튜브에 ‘연예인 인성’을 검색하면 조회수 100만이 넘은 영상만 36개가 나온다. ‘행실 무개념 연예인 Top3’ ‘망신당한 연예인 Top3’ 등 낚시형 제목이 대부분이다. 

조회수를 늘리고자 영상 내용과 전혀 다른 제목을 붙이기도 한다. 20일 스타일리스트 C씨는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의 ‘갑질’ 의혹을 제기했다. C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을’의 위치에서 한 사람에게 철저하게 짓밟히는 경험을 했다”며 “녹취록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22일 아이린의 소속사 SM은 “아이린은 C씨와 직접 만나 경솔한 태도와 감정적 언행으로 깊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3일 유튜브에는 ‘아이린 녹취록 유출’ ‘아이린 녹취록 최초공개’ 등의 제목을 단 영상이 올라왔다. 한 영상은 게시된 지 3시간 만에 조회수 1만 회를 기록했다. 관련 영상 중 실제로 녹취 내용을 담은 경우는 없었다. 

한 이슈 유튜버가 논란을 만들면 다른 이슈 유튜버가 이를 받아 또 다른 영상을 제작한다. 영향력이 커진 유튜버들도 이슈 유튜버가 만드는 영상에서 공격을 당한다. 13일 정배우가 “A씨가 불법 업소에 방문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자 유튜버에는 ‘A씨 퇴폐 업소 방문’ 같은 제목을 단 영상이 잇따라 게시됐다. 논란을 일으킨 정배우도 이슈 유튜버들의 타깃이 됐다. 정배우를 다룬 영상에 한 누리꾼은 “렉카가 렉카를 견인한다”고 비꼬는 댓글을 달았다. 

이슈 유튜버가 올린 영상의 댓글창에서는 명예 훼손이 다반사로 발생한다. 지난해 유명 연예인이 악플로 인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포털은 연예 기사 댓글란을 폐지했다. 유튜브는 채널 운영자가 댓글 게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슈 유튜버가 생산한 연예인 콘텐츠 아래에는 인격 모독성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지난해 상반기 경찰이 접수한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발생 건수는 7664건에서 올해 8093건으로 5.6% 증가했다.

결국 돈… “시청자 모으고자 사생활도 침범”

이슈 유튜버는 돈을 벌고자 자극적 영상을 제작한다. 유튜브 조회수는 광고 수익과 직결된다. 유튜브 채널 분석 사이트 ‘녹스 인플루언서’에 따르면 구독자가 33만 명인 유튜브 채널 ‘정배우 : 사건사고이슈’ 채널 월수입은 최소 482만 원에서 최대 838만 원이다. 슈퍼챗으로 후원금을 추가로 받는다면 수입은 더 늘어난다. 슈퍼챗은 유튜브 라이브를 시청하는 이들이 실시간으로 유튜버를 후원하는 제도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슈 유튜버 활동을 촉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는 일정 기간에 주요 이슈에 대한 영상을 집중적으로 추천하는 경향을 보인다. 화제성이 높은 키워드를 담은 영상이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코리아 관계자는 “각 시청자가 즐길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소개하려 노력한다. 신고를 통해 불법 영상을 삭제하는 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다. 허위정보 확산을 막고자 추천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기사 ‘퍼 나르기’는 기성 언론이 시작했다. 포털에서 일어나던 일이 동영상 플랫폼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슈 유튜버는 구독자에게 더 큰 자극을 주고자 유명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다. 일부 유튜버는 ‘시청자 알 권리’를 주장하지만 허위 사실이나 자극적 내용이 알 권리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유튜브에서는 남의 주목을 기반으로 한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가 극대화된다. 유튜브 이용자는 짧은 키워드를 기반으로 콘텐츠에 유입되므로 콘텐츠 생산자는 자극적 이미지와 내용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언론에 나와 있는 내용을 재가공해 콘텐츠를 제작하면 저비용으로 유튜브 계정을 운영할 수도 있다. 유튜브는 공적 측면을 고려해 신고가 있을 시 영상이 어떻게 삭제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금전적 보상을 차단하는 형태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유튜버를 제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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