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호

코로나19 4차 대유행 현실화 “문제는 정치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04-16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방역 주도하는 정치권, 현실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

    • 입으로만 ‘풍전등화’, 내놓는 대책은 솜방망이

    • 신규 확진자 700명 발생해도 “현행 거리두기 유지”

    • 기준 없는 방역에 현장 혼란 가중

    4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중구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4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중구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월 14, 15일 연이어 700명 안팎을 기록했다. 방역당국이 경고해온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한 모양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4월 14일 기준 최근 1주일간 지역별 확진자 수를 보면 수도권이 일평균 422.0명이다. 경남권(89.3명)·충청권(48.3명)·호남권(32.1명)에서도 연일 수십 명 씩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구 또는 서울에서 주된 감염 확산 고리를 찾아내 차단할 수 있었던 1, 2차 대유행 때와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본격화한 4차 대유행, 손 놓은 방역당국

    4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중구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고 있다. [뉴스1]

    4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중구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고 있다. [뉴스1]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난해 겨울 발생한 이른바 3차 대유행이 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점도 많은 이의 우려를 자아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18일을 3차 대유행 출발점으로 본다. 하루 환자가 313명 새로 발생한 날이다. 이때부터 전국 요양시설과 교정시설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해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12월 25일엔 신규 환자가 1241명에 달할 정도였다. 이후 코로나19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불이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약 10주간 신규 환자 수가 하루 300~400명대 선을 유지하는 ‘정체기’가 이어졌고, 4월 들어 다시 감염 확산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4월 첫째 주 500명대로 늘어난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둘째 주 600명대를 거쳐 셋째 주 7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당시 가장 많이 발생한 환자 수가 하루 441명(지난해 8월 27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이 흐름을 꺾지 못할 경우 환자가 매일 2000명 이상 발생하는 사상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4월 14일 기준 감염 재생산지수가 1.12를 넘고,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환자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등 추이가 심상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정부가 2월 13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로 하향 조정한 뒤 2개월 넘게 특별한 대책 없는 ‘구두 경고’만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4차 대유행이 이미 시작했고 앞으로는 확진자가 늘어날 일만 남았는데 정부가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정치적 고려 없이 과학적 방역이 가능하도록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거리두기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 등이 “정치권이 방역에서 손을 떼야”고 강조하는 이유는, 현재 상황에 대한 정부 ‘인식’과 ‘대처’ 사이에 엇박자가 나고 있어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월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현재 코로나 확산세를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먼저 각성하고 실효성 있는 방역 대책 마련에 역점을 두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이튿날 발표해 4월 셋째 주부터 적용하기로 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기존(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보다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파다했다. 그러나 정부 조치는 4월 11일 종료 예정이던 현행 거리두기 단계를 3주 더 연장하는 것에 그쳤다.


    입으로는 ‘풍전등화’, 내놓는 대책은 솜방망이

    4월 14일 서울 중구 명동 식당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장기화한 가운데 하루 확진자 수가 700명을 오가며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뉴스1]

    4월 14일 서울 중구 명동 식당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장기화한 가운데 하루 확진자 수가 700명을 오가며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뉴스1]

    정부는 그동안 2주 단위로 연장하던 거리두기 단계를 이번에만 3주 연장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유행이 짧은 기간 안에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판단했다면 거리두기 기간을 늘리는 것보다 짧은 기간만이라도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3차 대유행 시절 반복되는 집합금지에 고통을 받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낮은 거리두기 단계를 길게 유지하는 것보다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짧게 해달라”는 요구가 터져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구두 방역’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월 9일 중대본 회의에서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4차 유행의 파도가 점점 가까워지고 더 거세지는 형국”이라며 “거리두기 조정만으로는 우리 앞에 다가온 4차 유행의 기세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일 수 있다”고 했다. 뒤이어 “그간 정부는 대다수 국민들께서 예방접종에 참여하시기 전까지 방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 왔다”며 “내주 초에 국민 여러분께 상세히 보고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정작 정부가 4월 12일 발표한 내용에는 거리두기 조정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정부는 4차 대유행을 억제하고자 15일부터 학원, 종교·체육, 어린이집·목욕탕, 건설현장, 방문판매, 유흥시설, 식당·카페 등 9대 취약시설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각 부처 장관이 ‘방역책임관’을 맡아 소관시설 점검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학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체국, 여성가족부는 결혼식장을 맡는 식이다. 이것이 ‘특단의 대책’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정부는 4월 9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3주 연장’을 발표하며 해당 조치가 잠정적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지금의 550명 선이 아니라 600명대, 700명대로 증가할 경우 3주 기간 내에도 (다중출입시설) 밤 9시 운영제한이나 수도권 2.5단계 격상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정한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는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 수로, 4월 9일 이미 이 수치가 559명이었다.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등) 기준’을 초과했지만 임의로 ‘600명대, 700명대’라는 새로운 척도를 제시해 단계 상향을 피해간 셈이다. 

    4월 셋째 주 들어 국내 상황은 정부가 밝힌 추가 기준조차 넘어설 만큼 악화했다. 4월 8일부터 14일까지 최근 1주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일별로 700명(8일)→671명(9일)→677명(10일)→614명(11일)→587명(12일)→542명(13일)→731명(14일)이다. 500명대 2번, 600명대 3번, 700명대 2번을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4월 14일 언론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단계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고 결정할 문제”라며 “현재 확보하고 있는 가용병상은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00명씩 발생해도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1년 이상의 고통과 피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거리두기 상향은 선택하기 곤란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해 “거리두기 상향 없는 코로나19 유행 차단” 의지를 내비쳤다.


    기준 없는 방역에 현장 혼란 가중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는 4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서 현재 코로나 상황을 '풍전등화'에 비유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는 4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서 현재 코로나 상황을 '풍전등화'에 비유했다. [뉴스1]

    정부가 단계 상향을 망설이는 이유는 명백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부터 다중이용시설 운영에 강력한 제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2.5단계가 시행될 경우 당장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 3만 8000개 업소가 집합금지 대상이 된다. 식당, 카페, PC방 등 14만4000개 업소 또한 영업에 제한을 받는다. 이렇게 될 경우 그간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노력해온 자영업자들까지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 설명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건 지난 1년여 간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활동 제한 범위를 정해놓고, 스스로 이를 어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 여파로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일선 학교는 정부가 발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등교 수준을 결정한다. 1.5단계까지는 전교생의 3분의 2까지 등교수업을 할 수 있다. 2단계가 되면 고등학교는 3분의 2, 유·초·중학교는 3분의 1(최대 3분의 2)만 등교수업이 가능하다. 2.5단계일 때는 모든 학교가 등교 인원을 3분의 1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또 유치원생과 초등1·2학년 학생은 거리두기 2단계까지는 밀집도에 관계없이 매일 등교할 수 있다. 거리두기 2.5단계는 학교 현장에서도 방역의 ‘결정적 기준’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도봉구 한 초등학교 교사는 “코로나19가 최근 급속도로 확산하고 일부 학교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타나면서 지금 교사 사회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라며 “등교 학생 수가 줄면 다소나마 관리에 숨통이 트일텐데, 정부가 2단계를 고수하는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 교사 얘기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아이들을 계속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과 그러지 말자는 의견이 엇갈린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논란이 커지기 때문에 학교로서는 교육당국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국에서는 ‘개별 학교가 감염병 위험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필요할 경우 등교수업을 축소하라’는 입장이다. 정부 기준에 따라 거리두기 2.5단계가 선포됐다면 문제없이 해결될 일 아닌가.” 

    이 교사는 “요즘에는 혹시라도 내가 감염 전파원이 될까 두려워 시장가는 것조차 삼가고 있다. 동료 교사들 전부 비슷한 상황”이라고 고통을 토로했다.


    정은경이 나서야 ‘과학’이 돌아온다

    대학가에서도 관련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상당수 대학은 거리두기 2단계까지 대면수업을 하되 2.5단계부터 전면 비대면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학생 관리에 비상이 걸린 대학들은 특히 적극적으로 대면 수업을 늘리는 분위기다. 한 지방대 교수는 “작년에는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전국 거의 모든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실시했다. 그런데 지방대를 중심으로 휴학생 및 중퇴자가 늘어나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자 올해는 대면 수업 강화 기조가 뚜렷하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학생들이 학교에 정을 붙여야 계속 다닌다’는 생각에 학과 모임과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원래 대학생들은 ‘코로나 걸려도 안 죽는다’고 생각해 거침없이 행동한다. 교육부가 선제적으로 대면수업 금지 등의 조치를 통해 학생을 통제하지 않는 한, 일선 대학에서 거리두기를 강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총체적 난국을 풀 해법으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건 지난해 K방역 영웅으로 주목받았던 ‘정은경 질병청장’의 역할 재확대다. 정 청장은 최근 대외적 위상이 전과 같지 않지만, 여전히 정치와 방역이 부딪히는 공간에서 전문가로서의 구실을 다하고자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사례로 꼽히는 게 2월 ‘국가원수 실험 대상’ 논란 당시의 발언이다. 2월 19일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달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1번으로 접종해 백신에 대한 국민 불신을 덜어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3선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인 페이스북에 “국가 원수가 실험 대상인가. 이는 국가 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는 비판을 게시해 논란이 커졌다. 정은경 청장은 당시 언론 브리핑을 통해 “현재 예방접종에 사용하는 백신은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인된 것이다. 백신을 맞으시는 국민 누구도 실험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중심을 잡았다. 

    정부가 고수하는 ‘11월 집단면역’ 목표에 대해서도 정 청장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월 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이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 참석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해도 어떤 효과가 있는지, 면역 지속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조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콘트롤타워가 확실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정 청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간섭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4차대유행 #사회적거리두기 #정은경 #신동아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