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하누촌은 설 기간 중 42억원어치의 한우 고기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가을 추석 때보다 3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1월20일 하루 동안엔 사상 최고 기록인 6억5000만원어치가 출하됐다. 다하누촌은 ‘다 한우만 파는’ 곳을 의미한다. 한우가 아닌 것을 한우라고 우기고 섞어 파는 곳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일자리 없고 가난했던 마을
섶다리와 흑돼지로 알려진 고장인 주천면의 ‘읍내’격인 주천 섶다리마을은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60세 이상 노인이 80%가 넘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다. ‘중심가’ 식당도 하루 매출이 5만원도 안 될 정도로 파리를 날렸다.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 대부분이 도회지로 떠나면서 인구는 30여 년째 감소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가끔 섶다리가 놓인 서강, 이곳 주민들이 주천강이라고 부르는 곳에 낚시꾼이나 드물게 들르는 정도였다. 마을에서 가장 번화한 시장 주변에도 소규모 식당 몇 곳과 옛날 다방, 노래방 몇 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 이 마을은 완전히 달라졌다. 2007년 8월11일 이 고장의 신선한 ‘한우(韓牛) 고기’를 값싸게 판매하는 다하누촌 식당들이 문을 열면서부터였다. 이 마을이 고향인 다하누촌의 최계경(46) 회장은 지역 주민들과 영농조합을 결성하고 ‘다하누촌’이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최 회장은 스무 살에 상경해 정육점을 운영하다 199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돼지고기 전문점 ‘계경목장’을 운영하며 축산업과 외식업의 노하우를 쌓았다고 한다. 그는 질 좋은 한우를 싸게 먹을 수 있는 한우마을 사업 아이디어를 주민에게 제시하고 1년간 설득에 매달렸다. 최 회장은 “수입 쇠고기에 밀려난 한우 농가도 살리고, 고향 마을도 살리고, 손님들에게는 값싼 한우 고기를 대접하는 일석삼조의 사업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160만명 유치
주천면에서 정육점이나 고깃집을 여는 데 드는 비용은 서울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문제는 한적한 농촌이다 보니 식당을 찾는 고객의 수는 서울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을 했다. “손님을 몰고 오자”고 말이다.
2006년 3월 ‘한우유통전문화기획단’을 만든 최 회장은 고향 어른들과 선후배들에게 “값싸게 파는 한우 정육점과 식당을 차리자. 그러면 서울 사람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서울에도 고깃집이 천지인데, 굳이 이 먼 곳까지 와서 먹겠느냐”는 것이다. 최 회장의 어머니(74)조차 “네가 여기서 망하면 아버지 묘소에 가서 벌초도 못 한다”고 말렸다.
최 회장은 “6개월 내에 장사가 안 되면 손실 비용을 변상해주겠다”면서 겨우 몇몇을 설득했다. 그리하여 ‘다하누촌’ 브랜드로 정육점 1곳, 식당 3곳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는 영월군 내 마을들을 일일이 방문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다하누촌 개장을 하루 앞둔 8월10일 영월군 42개 마을 촌장들이 서울역에서 “우리 마을로 한우 드시러 오세요! ”라며 ‘퍼포먼스’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