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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운동화 대신 NFT 수집하는 세상 온다

[박원익의 유익한 IT]

  • 박원익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wonick@themilk.com

우표, 운동화 대신 NFT 수집하는 세상 온다

  • ● WWE, DC코믹스… 유명 IP 활용
    ● 수집욕 자극 외양 등 변모하는 NFT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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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대체불가능토큰) 어떻게 받죠?


“스마트폰으로 QR코드 스캔(인식)하면 됩니다. 간단해요. 암호화폐 지갑은 있으시죠?”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 2022’(이하 SXSW)콘퍼런스 현장. 오스틴 컨벤션 센터 인근에 긴 줄이 늘어섰다. ‘블록체인 크리에이티브 랩(Blockchain Creative Labs, 이하 BCL)’이라고 적힌 한 단층 건물에 입장하기 위한 줄이었다.

‘얼마나 재밌는 이벤트길래 저렇게 줄이 길지?’

궁금한 마음에 대열에 꼈다.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내부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성인 남성 키 1.5배가 넘는 대형 스크린들과 화면에서 쏟아지는 화려한 그래픽 영상, 아트워크에 감탄하던 찰나 또 다른 줄을 발견했다. 무료 NFT를 받기 위한 줄이었다. 연구원처럼 흰 가운을 입은 안내원들이 줄 선 입장객에게 NFT 획득 방식을 안내했다.



이곳에서 NFT를 바로 개인 암호화폐 지갑에 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상 에어드롭(Airdrop)이라고 한다. SXSW 공식 앱에서 메타마스크(MetaMask), 코인베이스 월렛(Coinbase Wallet), 레인보(Rainbow) 지갑을 연동한 후 오락실 게임기처럼 생긴 기기 화면 앞에 앉아 화면에 뜬 QR 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됐다. QR 코드에 스마트폰을 대자 즉시 지갑에 NFT가 들어왔다. 새로 발매된 음악을 NFT로 만든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브라더스 무어(The Brothers Moore)’ 등 30여 팀의 뮤지션이 참여했다.

SXSW 2022 주요 전시 공간(venue) 중 하나인 BCL은 미국 대형 미디어 기업 ‘폭스(Fox Entertainment)’가 마련했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술과 거리가 멀던 미디어 기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이날 NFT 에어드롭에 참여한 한 관람객은 “블록체인이나 NFT는 어렵게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간단히 NFT를 얻게 돼 놀랐다”며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BCL은 SXSW라는 콘퍼런스의 특성을 함축해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속하는 대중음악과 최신 기술 트렌드인 NFT가 융합해 시너지를 낸 현장이다. 1987년 시작된 SXSW는 음악,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기업 및 관계자, 미디어·광고 업계 종사자는 물론 메타버스(Metaverse·가상세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블록체인, 웹3(Web3·차세대 인터넷) 등 첨단 기술 관계자들이 함께 모이는 유일무이한 콘퍼런스다.

전통 미디어 참여 활발… 폭스·워너 브라더스 ‘주목’

3월 12일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 2022 블록체인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참가자들이 NFT를 받고 있다. [박원익]

3월 12일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 2022 블록체인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참가자들이 NFT를 받고 있다. [박원익]

올해 SXSW에서는 여러 기술 분야 중에서도 NFT·웹3가 특히 돋보였다. 이 분야 최고 전문가 60명 이상이 발표자로 나섰고, 패널로 참여한 업계 관계자도 40여 명에 달했다. 3월 12일(현지 시각) 낮 진행된 NFT 세션 ‘NFT의 미래(The Future for NFTs Beyond Art and Collectibles)’의 경우 세션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한참 동안 줄을 섰던 대기자들이 아예 입장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미디어 기업인 폭스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Warner Brothers)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대중에 익숙한 IP(지식재산권)을 가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장점을 살려 적극적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한 것이다.

BCL이 제공한 ‘출석 증명 프로토콜(POAP·Proof of Attendance Protocol)’이 대표적 사례다. POAP는 실제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발행하는 NFT 배지다. 가상환경과 실제 경험을 연계하는 연결고리로 활용하거나 기념할 만한 발자취를 남기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폭스는 여기에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라는 자체 IP를 접목했다. WWE 로고 이미지와 SXSW 2022, 블록체인 크리에이티브 랩 글자를 넣어 POAP 배지를 발행한 것이다. POAP는 BCL 건물 내부 대형 디스플레이에 뜬 QR코드를 스캔해야 얻을 수 있었다. ‘2022년 3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WWE로 유명한 폭스 행사장에 방문했다’는 추억이 블록체인에 새겨진 순간이었다.

슈퍼맨, 배트맨… 슈퍼히어로 NFT도 등장

워너브라더스 역시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 ‘DC코믹스(DC Comics)’ IP를 활용, 실물 캐릭터 카드와 NFT를 연동하는 색다른 체험을 제공했다. 워너브라더스 행사장에 참여한 관람객들에게 ‘하이브리드’ 카드팩을 제공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슈퍼맨, 배트맨 등 DC코믹스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와 그 카드를 스캔하면 얻을 수 있는 NFT로 구성된다.

스마트폰 전용 앱(Hro) 카메라로 실물 카드에 그려진 QR 코드를 인식하면 NFT가 발행되며 이 NFT는 앱 내에서 거래할 수 있다. 워너 미디어는 155명의 DC코믹스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담은 카드 총 600만 장을 판매할 계획이다. DC코믹스 캐릭터 팬, 수집가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인 셈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폭스, 워너 브라더스 같은 미디어 업체들의 시장 참여를 반기는 눈치다. 얼리어댑터, 전문가 집단을 넘어 일반 대중에까지 NFT 기술이 확산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콧 그린버그 BCL CEO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NFT와 웹3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교육’ 공간으로 BCL을 설계했다”며 “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녀노소가 즐긴 NFT ‘두들스’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 2022에 참가한 NFT 프로젝트 ‘두들스’의 행사장 안내도. [두들스]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 2022에 참가한 NFT 프로젝트 ‘두들스’의 행사장 안내도. [두들스]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신호는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변화된 태도다. 전통 미디어 기업의 새로운 시도 못지않게 기존 업계의 ‘문턱 낮추기’ 역시 활발하게 진행됐다.

대표적 사례가 두들스(Doodles). 두들스는 NFT 거래소 ‘오픈시(OpenSea)’에서 인기 있는 NFT 프로젝트 중 하나로 바닥 가격(Floor Price·NFT를 사기 위한 평균 최소 가격)이 4만5000달러(약 5500만 원) 수준에 형성돼 있는 유명 프로젝트다.

흥미로운 건 두들스 프로젝트 주요 멤버가 대퍼랩스(Dapper Labs) 출신이라는 점이다. 대퍼랩스는 캐나다 기반 블록체인 업체로 2017년 세계 최초 NFT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를 개발한 회사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추진하는 NFT 프로젝트가 두들스인 것이다.

두들스는 이번 SXSW에서 대형 전용 행사장을 꾸렸다. 두들스 NFT를 보유한 사람뿐 아니라 SXSW 참가자 누구나 방문해 간식을 먹을 수 있었고, 두들스 캐릭터 손톱 장식을 받거나 대형 디스플레이에 실시간으로 가상 낙서(Interactive Graffiti wall)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채로운 체험 이벤트를 준비했다. 두들스가 NFT 프로젝트인지도 모르는 주부, 아이들,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두들스 NFT를 보유하고 있다면 자신의 두들스 NFT를 우주선에 태워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친근하고 알기 쉬운 NFT

NFT 프로젝트 ‘두들스’의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 2022 행사장 입구에 두들스 캐릭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박원익]

NFT 프로젝트 ‘두들스’의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 2022 행사장 입구에 두들스 캐릭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박원익]

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귀엽다(So Cute!)”를 연발했다. 두들스 캐릭터는 귀여운 만화 캐릭터인데, 평화롭고 행복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공간으로 꾸며 참석자들이 두들스 캐릭터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과거 크립토키티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대퍼랩스 시기에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문턱을 낮춰 사용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SXSW 2022 현장에 참여한 NFT 수집가 신영선 씨는 “두들스는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누구나 쉽게 NFT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어려운 업계 전문용어를 배제하고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두들스 커뮤니티의 특징이다. 두들스가 지속해서 관심을 받고,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이유”라고 했다.
보유자들이 NFT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NFT를 한번 소유하고 나면 끝나는 게 아니라 NFT를 우주선에 태우는 등 다른 형태로 바꾸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음악 NFT 추가를 시도하는 등 보유자 커뮤니티 중심의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NFT를 넘어 웹3 대중화를 꾀하는 시도도 목격됐다. 웹3는 웹1(Web 1.0), 웹2(Web 2.0)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세대 인터넷(Web 3.0)을 말한다. 주로 탈중앙화된(Decentralized) 블록체인 기술 기반 인터넷을 지칭하며 NFT, 디파이(DeF·탈중앙화 금융), 다오(DAO·탈중앙화 자율조직), 메타버스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NFT 외에도 디파이, 다오 등 웹3 분야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NFT를 활용한 P2E(Play to Earn·게임상 아이템을 현금화할 수 있는 게임) 게임의 대표주자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의 개발사 스카이 마비스(Sky Mavis)의 제프리 저린(Jeffrey Zirlin) 공동창업자는 ‘블록체인과 NFT가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 “NFT 게임 엑시 인피니티를 하기 위해 ‘암호화폐 지갑(Ronin Wallet)’을 다운로드한 횟수가 400만 건 이상”이라며 “엑시 인피니티 같은 NFT 게임이 웹3의 대중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지갑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NFT를 투자 자산으로 활용하거나 디파이 플랫폼에 접속해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접하게 되는 등 파급효과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리서치·투자업체 아크 인베스트 역시 “지금까지 NFT의 투자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메타버스, 유틸리티(실용 부문), 디지털 자산(투자 부문)으로 나눠져 있었다. 앞으로는 해당 NFT가 얼마나 다양하게 ‘웹3 경험’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FT 대중화, 그다음은 DAO 확대

3월 12일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 2022에서 열린 ‘NFT 이어 다오가 온다(More over NFTs. Here comes the DAOs!)’ 세션. (왼쪽부터) 코인데스크 CCO이자 저술가인 마이클 케이시, ‘빅그린DAO’를 이끌고 있는 킴벌 머스크, 여성주의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의 나디아 톨로코니코바, 크립토 소셜 클럽 ‘프렌드위드베너핏DAO’ 리더 알렉스 장. [박원익]

3월 12일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 2022에서 열린 ‘NFT 이어 다오가 온다(More over NFTs. Here comes the DAOs!)’ 세션. (왼쪽부터) 코인데스크 CCO이자 저술가인 마이클 케이시, ‘빅그린DAO’를 이끌고 있는 킴벌 머스크, 여성주의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의 나디아 톨로코니코바, 크립토 소셜 클럽 ‘프렌드위드베너핏DAO’ 리더 알렉스 장. [박원익]

새로운 조직 형태에 대한 기대도 쏟아졌다. 웹3 분야 중 하나인 다오가 새로운 일들을 가능케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헌법 초판 인쇄본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컨스티튜션DAO’, 러시아의 침략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우크라이나DAO’ 같은 사례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오는 중앙의 통제나 관리 없이 자율적인 투표를 통해 운영하는 조직을 말한다. 의사결정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참여자들에게 보상이 돌아가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동생 킴벌 머스크(Kimbal Musk)는 SXSW 2022에서 열린 ‘NFT 이어 다오가 온다(More over NFTs. Here comes the DAOs!)’ 세션에서 현재 자신이 운영 중인 ‘빅그린DAO(BigGreenDAO)’을 치켜세웠다. 그는 “난 원래 통제 중독자(control freak)였다”며 “하지만 다오에서는 의사결정이 전체 구성원들의 투표를 거쳐 이뤄진다. 내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조직이 올바르게 작동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DAO, 여성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유니콘DAO(UnicornDAO)’를 만든 나디아 톨로코니코바(Nadya Tolokonnikova)는 “보상과 참여라는 입장에서 보면 다오는 큰 잠재력을 지닌다. 한계도 있지만, 논의해서 고쳐나갈 수 있다. 다오는 새롭고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했다.



신동아 2022년 5월호

박원익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wonick@themil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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