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유튜버·온라인 셀러 1인 다역
파이프라인 유기적 연결 통해 시너지 효과
‘나’를 브랜드화해야 더 높은 수익 올린다
실패가 더욱 공감 얻는 시대 “잘못돼도 괜찮아”
최근 유행하는 재테크 관련 콘텐츠를 찾다 보면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파이프라인(pipeline·소득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수단)을 만드는 젊은이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는 이도 꽤 있지만 상당수는 회사를 나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망망대해를 떠돌며 일하는 이들이다. 이러한 신세대 사업가를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고 한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유목민(nomad)의 21세기 버전인 셈이다. 이들은 대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디지털 기기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부를 창출하는 20대 ‘디지털 노마드’ 서형준 씨. [지호영 기자]
콘텐츠 꾸준히 만들면 언젠가 기회 온다
디지털 노마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동한다. 온라인에서는 블로그에 글을 게재하고, 정기적으로 유튜브 채널에 동영상을 올리며, 각종 플랫폼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프라인에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한다. 이미 세상에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일거리가 다양하고 충분하다.이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을 품고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1995년생 서형준 씨를 만났다. 그는 서울과학기술대 입학 후 창업에 도전했으나 1년 만에 사업을 정리했다. 스마트 스토어·쇼피·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눈을 돌려 온라인 셀링 활동에 뛰어들었다. 블로그·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온라인 셀러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올렸다. 2020년, 그가 스물다섯 살 때의 일이다. 이때부터 수익을 24시간 자동으로 창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2년 만에 10개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들며 월 순수익이 1500만 원에 이르게 됐다. 많은 사람이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려고 골몰하는 이때, 그와 마주 앉았다.
최근 3년 새 대학생에서 창업가로, 또 온라인 셀러로 활동 영역을 옮겼다. 역동적인 행보다.
“의도한 건 아니다. 대학을 다닐 때 포부가 컸다. 당시 스마트폰의 휴대성이 날로 발전하는 반면, 마우스의 휴대성이 떨어지는 걸 보고 가속도 적분 원리에 착안해 ‘스마트폰 마우스’를 개발해보자고 생각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가속도 센서인 자이로스코프(gyroscope·회전축을 어느 방향이든 자유롭게 기울일 수 있는 기계)를 활용해 스마트폰처럼 휴대성이 뛰어난 마우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가속도 센서의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이를 구현하지 못했다. 아쉽게도 도리가 없었다. 이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 때마침 스마트 스토어가 생겨났고, 여기에서 내 사업을 작게 만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온라인 셀링을 시작했다.”
판매망을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로 옮긴 이유가 뭔가.
“스마트 스토어에선 판매자들 사이의 가격경쟁이 몹시 치열했다. 최저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겠더라. 초보 셀러인 데다 마케팅 전략도 부재했는데, 다른 판매자들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으로 소비자를 유인했다. 그때 판매 통로를 바꿨다. ‘최저가 가격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않고, 국내 유명인과의 마케팅보다 숍 자체 경쟁력으로 도전할 수 있는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아야겠다’ 마음먹고, 쇼피를 택했다.”
서씨는 지금도 스마트 스토어를 비롯해 쇼피, 쿠팡 등 국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여러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한다. 각국 소비자 성향에 따라 선호 상품이 달라 각종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동시에 사업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그는 2020년 7월 네이버 블로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에 온라인 셀러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올렸다. 가입 방법, 고객 상담, 유입자 늘리는 프로모션, 반품 요청 처리 방법 등 온라인 셀러 노하우를 전자책으로 만들어 판매했다.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제주에서 공유 숙박 시설도 운영해 왔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해내는 비법이 궁금했다. 그는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고 복잡해 보이지만 각각이 별개가 아니다”라며 빙긋 웃더니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한다?
“내가 온라인 셀링 초창기에 블로그에 쇼피 이용 방법에 관한 글을 꾸준히 올렸다. 당시 블로그 방문자 수가 하루 300명 수준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블로그에 1500명 넘는 방문자가 다녀갔다. 알고 보니 한 유명 재테크 유튜브 채널에 온라인 셀러가 출연해 쇼피를 언급했더라. 사람들이 이 동영상을 시청한 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쇼피를 검색어로 입력했고, 내 블로그에 올라온 쇼피 게시물이 상위에 노출됐다. 그날을 기점으로 방문자는 물론 이웃(블로그를 즐겨찾기로 추가한 사람들) 수가 급증했다. 그때 ‘평소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고는 그날 저녁 바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메시지는 동일하게, 제작 방식은 다양하게
유튜브 채널 ‘디지털노마드_언헤븐트’ 운영자 서형준 씨의 ‘7월 차 디지털노마드, 그래서 얼마 벌어요?’ 영상(위). ‘디지털노마드_언헤븐트’의 ‘쿠팡 입점 일주일 만에 매출 800만 원 넘겼습니다’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그렇다. 예비 온라인 셀러 또는 예비 에어비앤비 운영자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 이용 방법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동영상 하단에 블로그 링크와 각종 이커머스 상점 링크를 달아뒀다. 온라인 셀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내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방문하며 글을 남기고 온라인 상점을 드나들며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더라(웃음). 그걸 내가 유도한 거다. 온라인 상점과 SNS, 에어비앤비 사업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니 세 가지가 비슷한 속도로 함께 성장한다. 콘텐츠 제작도 한결 수월하다. 콘텐츠 하나를 만들면 제작 형식만 달리해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내용으로 블로그에는 글을 올리고, 유튜브엔 동영상을 업로드한다. 이것이 이른바 리소스 테이킹(resource taking)의 실제 사례다.”
사람들의 유입이 증가하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최근 2년간 세계 각국 수많은 고객을 만났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창구로 나와 연결됐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상품에 대해 질문하는가 하면, 블로그 게시물을 보고 제주도의 공유 숙박 시설 이용을 문의한다. 사람들의 유입 창구가 다양해지면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서씨가 운영하는 각종 채널에 사람들의 유입이 늘어나던 어느 날, 에어비앤비 측은 그에게 7일간 숙소 운영을 정지시켰다고 한다.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숙소 예약을 받았다는 게 사유다.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달 수익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서씨가 특정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아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이 여럿 있기에 수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다. 이를 경험하며 서씨는 “나를 브랜드화해야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기 전에는 사업을 하려면 돈 내고 광고하고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경험해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플랫폼에 의존하는 사람은 적지 않은 매몰비용을 지출하며 일한다. 내 가치를 높이고 브랜드화해야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고 더욱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월평균 매출에서 순수익은 각각 어느 정도인가.
“현재 온라인 셀링의 월평균 매출이 3000만 원 내외다. 순수익은 전체의 15% 정도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공유 숙박 시설을 운영하며 1000만 원의 월 매출을 올린다. 원가를 제할 게 없어 이 금액이 실제 순수익이다. 전자책 판매로 얻는 부수입은 월 150만 원 정도다. 이외 블로그를 통해 각종 체험단 활동에서 다양한 현물을 얻고 있다. 단순히 한 달에 돈을 얼마나 버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수익 자동 창출 시스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다.”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것, 수익 자동 창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말고 수익 창출 비법이 또 있나.
“기록이다. 성패와 관계없이 도전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사람이 콘텐츠를 만들려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결과다. 도전해서 결과가 좋으면 의미 있겠지만, 실제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씨는 자기 얘기를 들려줬다. 온라인 셀링이 한참 잘되던 때였다. 매출이 6개월째 상승하다 그다음 달부터 하락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매출 하락 원인을 그 나름대로 분석해 밝혔다. 그러자 그에게 구독자 호응이 끊이질 않았다. 비슷한 경험을 겪은 사람들도 이런저런 질문을 올렸다.
의연한 자세로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자
서씨는 “예전에는 어떤 일에 도전하면 성공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달려졌다. 실패가 더욱 공감을 얻는 시대가 됐다. 때로는 그것이 수익보다 더 값진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니 의연한 자세로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면 된다”고 강조했다.꾸준히 기록하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인드 외에 파이프라인 구축에 실질적 도움이 될 다른 비법은 없나. 예를 들어 온라인 셀링에 적합한 감각을 키운다든지 말이다.
“감각은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는 내 안목을 믿지 않는다. 시장이나 소비자 반응을 더 신뢰한다. 온라인 셀링 상품 구성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시장에서 잘 팔릴 것 같은 상품을 모아 온라인 상점에 등록한다. 이 가운데 구매하기는 물론 찜하기, 문의하기, 장바구니에 담기 등 소비자 반응이 나타나는 상품을 따로 간추린다. 그것과 비슷한 상품을 추가 등록하다 보면 진짜 사람들이 선호하는 상품군이 보인다. 상점 운영 효율성이 오르고 투자 시간 대비 소득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서씨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뒤 소득이 늘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누구는 일주일 만에 소득을 창출하는가 하면, 누구는 6개월 만에 소득을 얻는다. ‘왜 그런가’ 하는 게 사람들의 의문이다. 그의 조언은 이렇다.
“그 이유를 분석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초연하게 임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최근 사람들이 파이프라인을 만든다며 무작정 회사를 나오고 ‘영끌’ 대출해 일을 벌인다. 그런 식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오히려 직장에 다니면서 시간을 내 도전하면 설령 잘 안되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일이든 시작했다면 꾸준히 이어가길 바란다. 수익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매달리다 보면 사는 내내 더 큰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