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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의 중국 진짜부자 이야기(상)

중국 상인의 꽃 저장상인, 꽃 중의 꽃 닝보상인

귀신 지갑도 여는 말솜씨로 중국 경제 삼키다

  • 글: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교수·법학 khb@khu.ac.kr

중국 상인의 꽃 저장상인, 꽃 중의 꽃 닝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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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인의 꽃 저장상인, 꽃 중의 꽃 닝보상인

닝보 시가지. 잘 정리된 주택가와 고층빌딩이 조화를 이룬다.

1980년대 중반, 타이저우(台州)지역 한 군데만 자그마치 10만여명의 ‘두부군단’이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처에서 활약했다. 저장성 200만여명의 건설노무자가 전국 각처로 돈 벌러 나갔다. 또한 수많은 저장상인은 바다를 건너 세계 각지로 진출했다. 북두성이 방향을 틀면, 뭇별들이 자리를 옮기듯 몇 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구두수선공이나 두부장수들은 고향을 떠나 먼 타향에서 피땀 흘려 번 돈을 한푼 두푼 모았으며 그 과정에서 시장경제의 기본법칙을 배우게 됐다. 그들은 자본이 어느 정도 모이면 대부분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현지에서 창업했다. 아주 적은 수이지만 귀향한 자들도 물론 고향에서 창업을 했다. 타향에서 뿌리를 박고 또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했다. 저장 출신의 노무자들 중에서 유수한 기업체 사장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용감히 돌진하고, 뒤에 있는 사람이 바짝 뒤쫓아가는 게 저장상인 특유의 기질이다. 어디에 돈되는 일이 있다면 거기에는 꼭 저장상인들이 있다. 저장상인이 활약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활기 넘치는 전문상가가 있다. 현재 저장사람 가운데 외지에서 상업을 하는 사람은 통틀어 300만명이 넘는다.

저장상인은 이윤이 한 푼밖에 되지 않는다 해도 장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 방법으로 안되면 발상을 바꾸어 저 방법으로 새로운 돈벌이 길을 개척한다. 한 지방이나 어느 업종이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때는 새로운 희망의 땅을 찾아 나선다.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저장상인들의 중서부지방 투자는 900여억위안이고 기업은 7만여개다. 영특한 저장상인은 중서부와 저장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저장상인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 세관원이 입국심사대에서 저장 출신 할머니에게 물었다.

“이 유리병 안에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미사용 성수인데요, 프랑스에서 어느 천주교회당 신부가 담아준 것이오.”

세관원이 뚜껑을 열었더니 코냑의 향기가 진동했다.

“할머니, 이걸 어떻게 변명하시렵니까?”

세관원이 따지자 저장할머니는 이렇게 외쳤다.

“아, 만능의 천주시여! 이것은 정말로 기적이올시다.”

저장사람은 “사람을 만나면 사람소리를 하고 귀신을 만나면 귀신소리를 한다”고 한다. 그만큼 저장사람의 임기응변이 천하무적이라는 뜻이다. 사실 사람을 만나 귀신소리를 내고, 귀신을 만나 사람소리를 내면 좋을 리 없을 것 같다.

저장성은 북쪽 산둥성과 남쪽 광둥성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그래서인가? 저장상인은 정직과 신용을 모토로 삼는 우직한 산둥상인과 돈을 신으로 섬기는 악착같고 약삭 빠른 광둥상인의 장점만 갖고 있는 것 같다.

저장사람의 수완에 대해 중국무역촉진회(우리의 KOTRA에 해당) 부회장을 역임했던 팔순의 리우핑린(劉平林)은 이렇게 회고한다.

“저장사람들은 정말 타고난 장사꾼이야. 장사 하나는 진짜 끝내주죠. 유대인들도 그 앞에서는 기를 못 펴. 세계 오대양 육대주를 수십 년 떠돌아다닌 중국사람 중 나만큼 본 것 많고 접촉한 것 많은 사람은 없어. 내 말 절대 틀리지 않아.”

저장상인들은 몇 년 전 베이징 교외에 ‘저장촌’을 건설했다. 지금 베이징 사람들의 먹는 것, 쓰는 것, 입는 것, 상당 부분이 저장촌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밖에 베이징 시내의 부동산 임대업, 요식업, 영세 서비스업, 옷 수선, 신발수리 등도 거의가 남방 발음의 저장상인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다.

저장은 팔고, 상하이는 소비하고

베이징에서 사업한 지 10년이 넘은 산둥 출신 중국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 저장상인들에게 두 손 바짝 들었던 게 10년 전이야. 그때만 해도 세상물정 몰랐지. 이제는 그들에게 두 무릎과 머리, 두 손을 땅바닥에 찧고 또 찧고 있어.”

중국의 상업 하면 제1의 무역상업도시 상하이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니 중국에서 상인 하면 상하이 출신이 제일 아니겠는가 하고 어림짐작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상하이의 소비자는 상하이사람이고 판매자는 저장사람이다. 상하이의 경제권은 지금 저장상인들에 먹혔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참고로 2002년 11월15일 제16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당 서열 6위)으로 선출된 전 상하이시 1인자 당서기 황쥐(黃菊)도, 현 상하이 당서기 천량위(陳良宇)도 저장출신이다.

아무튼 저장상인의 세력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상권뿐 아니라 중국의 방방곡곡, 나아가 유럽과 미주와 남아프리카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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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교수·법학 khb@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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