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 영토 분쟁
그러던 중국이 최근 북극과 관련해 공개 행보에 나서 눈길을 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북극 순방’이 그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4월 20일 원자바오 총리와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의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타전된 기사는 다음과 같다.
중국 총리로서는 41년 만에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는 “북극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 안전, 환경, 선박운항 등에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중국의 북극위원회 옵서버국 참여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회담을 조속히 진행해 내년에 중국과 유럽 국가 중 첫 자유무역구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원 총리의 방문은 두 나라 관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북극위원회 옵서버국 참여를 지지하며 북극의 평화적 탐사 참여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금융위기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북유럽의 작은 섬나라다. 인구 32만 명의 작은 나라와 유럽국가 중 처음 FTA를 체결하겠다는 중국에 아이슬란드는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참여 지지’라는 선물을 줬다.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지위’는 중국으로서는 당장의 경제적 이득보다 앞선 가치다.
돈 보따리 풀고 북극위원회 선물 받고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와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가 지난 4월 아이슬란드의 단층대를 찾아 얘기하고 있다.
원 총리의 4개국 순방에 앞서 중국 외교부 쑹타오(宋濤) 부부장은 원 총리의 순방을 설명하면서 “중국은 북극권 국가들과 협력 확대를 원한다. 북극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공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북극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사실상 첫 공식 언급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북극권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를 원할까. 북극과 관련해 조용한 행보를 펼치던 중국이 이처럼 공개구애에 나서고 ‘돈 보따리’를 풀면서까지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이를 위해 먼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북극위원회의 역사와 영구 옵서버국의 의미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1년 9월 촬영한 북극해 사진(아래). 3월까지 북극 대부분을 뒤덮었던 얼음(위)이 녹아 베링 해와 대서양을 잇는 뱃길이 열려 있다.
북극위원회에는 8개 회원국 외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영국 등 6개국이 ‘영구 옵서버국(Permanent Observer States)’ 자격으로 활동 중이다. 영구 옵서버국은 모든 북극 이사회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토론회에서도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과 함께 ‘임시 옵서버국(Ad-hoc Observer States)’이다.
중국은 내년 스웨덴에서 열리는 북극위원회 회의에서 영구 옵서버국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아이슬란드 등을 찾아 영구 옵서버국 지지를 요청하는 것도 이 사안이 회원국들의 투표 결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투표를 통과하면 중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영구 옵서버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