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2-06-21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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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북극 영토 분쟁

    지금까지 중국 정치인과 정부 고위관리들은 북극에 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2009년 6월 외교부 부장보조관 후정위에(胡正躍)가 한 말이 유일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북극에 대한 전략이 없다.”

    그러던 중국이 최근 북극과 관련해 공개 행보에 나서 눈길을 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북극 순방’이 그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4월 20일 원자바오 총리와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의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타전된 기사는 다음과 같다.

    중국 총리로서는 41년 만에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는 “북극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 안전, 환경, 선박운항 등에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중국의 북극위원회 옵서버국 참여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회담을 조속히 진행해 내년에 중국과 유럽 국가 중 첫 자유무역구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원 총리의 방문은 두 나라 관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북극위원회 옵서버국 참여를 지지하며 북극의 평화적 탐사 참여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금융위기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북유럽의 작은 섬나라다. 인구 32만 명의 작은 나라와 유럽국가 중 처음 FTA를 체결하겠다는 중국에 아이슬란드는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참여 지지’라는 선물을 줬다.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지위’는 중국으로서는 당장의 경제적 이득보다 앞선 가치다.



    돈 보따리 풀고 북극위원회 선물 받고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와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가 지난 4월 아이슬란드의 단층대를 찾아 얘기하고 있다.

    원 총리는 이후 스웨덴과 독일, 폴란드를 잇달아 방문했다. 아이슬란드처럼 이들 나라 역시 모두 북극위원회 관련국이다. 스웨덴은 회원국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북극위원회 의장국으로, 중국이 영구 옵서버국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원 총리는 스웨덴에 10억 유로를 투자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하는 등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스웨덴 역시 중국의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자격 획득 찬성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원 총리의 4개국 순방에 앞서 중국 외교부 쑹타오(宋濤) 부부장은 원 총리의 순방을 설명하면서 “중국은 북극권 국가들과 협력 확대를 원한다. 북극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공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북극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사실상 첫 공식 언급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북극권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를 원할까. 북극과 관련해 조용한 행보를 펼치던 중국이 이처럼 공개구애에 나서고 ‘돈 보따리’를 풀면서까지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이를 위해 먼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북극위원회의 역사와 영구 옵서버국의 의미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1년 9월 촬영한 북극해 사진(아래). 3월까지 북극 대부분을 뒤덮었던 얼음(위)이 녹아 베링 해와 대서양을 잇는 뱃길이 열려 있다.

    1991년 핀란드는 북극권 환경 및 원주민 보호 등을 목적으로 북극환경보호전략(AEPS·Arctic Environmental Protection Strategy)이라는 기구를 주도적으로 설립했다. 이후 여러 국가가 북극에 대한 과학 탐사로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석유와 가스, 광물 등 천연자원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다. 북극해를 통한 해상운송과 급격한 기후변화 등 새로운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북극해 인접 국가들의 새로운 협의체가 필요해졌다. 결국 1996년 9월 1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미국,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 8개국은 협의 끝에 포럼 성격의 ‘북극위원회(Arctic Council)’를 탄생시켰다.

    북극위원회에는 8개 회원국 외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영국 등 6개국이 ‘영구 옵서버국(Permanent Observer States)’ 자격으로 활동 중이다. 영구 옵서버국은 모든 북극 이사회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토론회에서도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과 함께 ‘임시 옵서버국(Ad-hoc Observer States)’이다.

    중국은 내년 스웨덴에서 열리는 북극위원회 회의에서 영구 옵서버국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아이슬란드 등을 찾아 영구 옵서버국 지지를 요청하는 것도 이 사안이 회원국들의 투표 결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투표를 통과하면 중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영구 옵서버국이 된다.

    지하자원 앞에서 쪼개진 북극위원회

    하지만 중국이 참가하려는 북극위원회 내부 사정은 매우 복잡하다. 회원국 간 전시에 준하는 대치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북극권 환경 보호와 갈등 조절을 위해 만들어진 북극위원회는 2000년대 들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북극의 막대한 지하자원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2008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극에는 세계 석유매장량의 13%, 천연가스 추정 매장량의 30%가 매장돼 있다. 수백만t의 희토류와 우라늄, 철광석, 석탄, 구리, 다이아몬드 등 수천조 달러 이상의 지하자원도 있다.

    최근 북극권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새로운 지하자원에 대해서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해저자원 개발도 훨씬 쉬워진다. 경제성이 그만큼 커진다. 10년마다 평균 11% 얼음이 녹는 것을 감안하면, 2040년에는 빙하가 완전히 녹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따라서 자원 선점을 위한 각국의 반응은 날카롭다. 빙하가 빠르게 녹을수록, 회원국 사이에는 한랭전선이 빠르게 형성되는 상황이다.

    회원국 중 가장 적극적이고 도발적인 나라는 러시아. 러시아는 2001년 12월 20일 유엔해양협약(UNCLOS) 제76조 8항에 의거해 북극점을 통과하는 로모노소프 해령(海嶺·바다 산맥)이 시베리아 연안 대륙붕까지 연장해 있다고 주장하며 유엔대륙붕한계위원회(CLCS·Commission on the Limits of the Continental Shelf)에 이를 공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질세라 덴마크는 로모노소프 해령은 시베리아 대륙이 아닌 자국령(領) 그린란드에 연결돼 있다고 반박했다. 1982년 제정된 유엔해양법은 북극해에 대한 개별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북극해 연안국인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5개국의 200해리(370㎞) 경제수역은 인정한다.

    CLCS는 그러나 러시아의 대륙붕 연장 주장에 대해 “지구 물리학적 자료가 부족하다”며 공인 요청을 반려했다. CLCS의 결정에는 캐나다, 노르웨이, 미국 등 북극위원회 회원국들의 반대 의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법재판소 국경위원회도 북극이 자국 영토와 해저로 연결돼 있다는 러시아와 덴마크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2007년 8월 2일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이자 해양 탐험가인 아더 칠링가로프와 동료 하원의원인 블라드미르 구르즈데브가 이끄는 러시아 해양탐사대는 잠수정 2대를 이용해 로모노소프 해령 인근 수심 4261m 지점에 티타늄으로 제작된 러시아 국기를 꽂았다. 로모노소프 해령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근거가 될 자료를 수집하는 동시에 이곳이 자국 영토임을 상징적으로 선언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이 장면은 러시아 전역에 생중계됐고, 북극위원회 회원국들을 자극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에 따르면 아더 칠링가로프의 탐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사주한 것이었다.

    러시아의 도발적인 퍼포먼스에 항의하는 캐나다 탐험가들은 북극점에 캐나다 깃발을 꽂았다. 캐나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북극지역에 두 개의 군사시설을 건설할 것”이라며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영유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덴마크도 북극 해저탐사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역시 “알래스카 인근 해역에 영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고조되는 북극의 긴장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2007년 8월 러시아 잠수정 미르 1호가 로봇 팔을 이용해 북극 해저에 러시아 국기를 꽂는 모습. 이 일은 북극위원회 회원국들을 자극했다.

    북극권 영유권 분쟁은 ‘신냉전’이라고 표현할 만큼 관련국 간의 대치로 이어졌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는 2008년 5월 그린란드에서 각료급 회담을 열고 ‘북극권에서 국제법을 존중하고 환경보호를 배려하는 방식의 개발을 하기로 합의’ 했으나 진전은 없었다.

    2009년 1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북극해 연안국들이 북극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발표할 정도로 긴장감이 팽배했다.

    아니나 다를까, 2009년 2월 러시아 전투기가 북극권 캐나다 상공에 접근하자 캐나다 공군 전투기가 즉각 발진하는 등 두 나라 간에 긴장은 급격히 고조됐다. 러시아는 나아가 미래 특정 시점에 북극에서의 무력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전략을 마련 중이다. 북극권의 전략적 항구 무르만스크(Murmansk) 지역에서 디젤 엔진 대신 북극 기후에 적합한 가스 터빈 엔진을 장착한 T-80 탱크를 테스트했고, 북양함대와 공군의 재편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도 2011년 3월 북극해 훈련인 ‘아이스엑스(ICEX)’를 실시하면서 실전 같은 기동훈련을 했고, 노르웨이는 앞서 군사령부를 1000㎞ ‘북상’시켜 북극권 바로 안인 북위 67도15분 지점으로 옮겨놓았다.

    미국은 원자력 쇄빙선 함대를 보유한 러시아가 북극 개발 주도권을 선점할 것을 우려해 2014년까지 ‘북극함대’를 창설하는 북극정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른바 ‘해군 북극로드맵(Navy Arctic Roadmap)’이었다.

    북극권에 직접적인 영향력이 미약한 NATO도 뛰어들었다. NATO는 북극에서 러시아와의 무력충돌에 대비해 1만6000명의 병력을 동원한 워 게임(War game·전쟁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북극위원회 회원국 중 NATO 미가입국인 핀란드와 스웨덴, 캐나다, 러시아는 NATO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캐나다는 북극 내 NATO군 주둔에 대해 비(非)북극권 국가가 지나친 영향력을 갖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경제력이 약해 독자적인 북극권 개발이 어려운 덴마크는 중국을 끌어들여 공동으로 북극권 개발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갈등 조정’을 위해 모인 회원국들이 국가 안보전략을 수정하면서 군사력 중심의 북극 정책을 수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촉발된 영유권 분쟁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북극에 대해서는 남극조약(Antarctic Treaty)처럼 주권 동결을 규정한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았고, 분쟁을 해결할 만한 강력한 규제나 조정기구도 없다. 북극위원회 회원국들이 주인 없는 엄청난 자원을 눈앞에 두고 남극조약과 유사한 협약에 서명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따라서 현재의 영유권 분쟁은 가까운 미래에 무력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극에 끼어드려는 중국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전장 167m, 만재배수량 2만1000t의 중국 쇄빙선 ‘쉐룽(雪龍)호’.

    막대한 지하자원 앞에서 중국은 마음이 급하다. 중국에서 경제발전은 사회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제1 국시(國是)다. 중국 해관총서의 ‘2010년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석유 소비량은 4억5800만t이다. 석유 수입량은 2억3900만t으로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51.4% 급증한 1351억 달러를 썼다. 석유 대외 의존도는 이미 50%를 넘었다. 카스피해 연안 석유를 가져오기 위해 3000㎞가 넘는 송유관 건설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 새로운 북극 항로와 군사기지 활용 가능성은 중국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에 석유자원 개발자금을 쏟아 붓듯, 자원개발에 즉각 달려들 수도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중국이 북극에 눈을 돌린 것은 분명 미래 자원 수급을 위한 대비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수급하고 있는 자원과는 다르다. 북극에 매장돼 있는 자원은 빙하가 녹을 때까지 중장기적 차원에서 관망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중국은 북극 인접국가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는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이 돼 발언권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중장기 전략인 만큼 요란하게 나설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중국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이 북극에 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북극위원회 회원국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전형적인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으로 봐야 한다. 중국은 북극 진출을 위해 조용하면서도 치밀한 준비를 해 왔다.

    1995년 처음 북극 탐사를 실시한 중국은 1997년 ‘북극과학위원회(IASC·Inter-national Arctic Science Committee)’를 비롯한 각종 북극 관련 국제기구에 가입해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벌였다. 2004년에는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 뉘올레순 섬에 북극연구기지 ‘황허(黃河)’를 설치해 현재 20여 명의 연구원이 머물고 있다. 당초 400명이 상주할 기지를 건설하려다가 제지당했다. 7~9월 사이에는 제5차 탐험대를 북극에 보낼 예정이다.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베링 해를 통과하면 상하이에서 로테르담까지 기존 항로보다 8일 줄어든다.

    북극해에 대한 중국의 포부는 세계 최대 쇄빙선인 ‘쉐룽(雪龍)호’에서도 알 수 있다. 쉐룽호는 1993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구입한 길이 167m, 만재배수량 2만1000t에 달하는 쇄빙선이다. 여기에 늦어도 2014년 초까지는 3500여억 원을 들여 8000t 규모의 새로운 쇄빙선을 진수할 계획이다.

    정부와 함께 민간분야에서도 조용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산하 종합해양과학연구개발기관, 중국해사(海事)협회, 해양연구협회 등 산·학·연을 중심으로 국제해양법과 북극이 포함된 중국의 해양개발전략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학 중에는 칭다오(靑島) 중국해양대, 칭다오 중국해양개발연구센터, 다롄(大連) 해양대, 샤먼(廈門)대, 상하이 퉁지(同濟)대, 우한(武漢)대를 중심으로 북극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언과 달리,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1~2015)에 북극과 관련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2015년까지 추가로 3차례에 걸쳐 북극에 탐험대를 파견할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조용히 수면 아래에서 때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북극 공략 최고 파트너 덴마크

    원 총리는 아이슬란드와 스웨덴 등 북극위원회 관련국들을 방문해 영구 옵서버국 지지를 요청했지만, 중국 입장에서 북극 공략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단연 덴마크다. 망간, 니켈, 희토류, 티타늄, 텅스텐, 아연 등 희유금속 광물이 풍부한 그린란드는 중국에는 매혹적인 땅이다(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었다가 2009년 독립 후 제한적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이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덴마크 약품과 기계장비를 사들이고, 덴마크 해운회사 머스크(MAERSK)사를 애용하는 등 성의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구애에 덴마크도 영구 옵서버국 지지 선언으로 화답했다.

    고장난명(孤掌難鳴). 덴마크 역시 북극 진출을 위해 중국의 경제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미국,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는 자국 기술로 지하자원 개발에 나선 지 오래다. 독자적으로 광물자원을 개발할 능력이 부족한 덴마크로서는 중국이 그린란드 자원개발에 투자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에도 북극해 희유금속 광물자원의 보고인 그린란드는 매혹의 땅이다.

    그린란드로부터 시험 채취권을 따낸 호주의 ‘그린란드 광물·에너지 탐사기업(GMEL)’에 따르면 빙하가 없는 남부 크바네피엘 암석 지반에는 약 650만t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빙하 지역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희토류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한다. 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도 이 지대를 ‘지구상에서 희토류가 가장 많이 매장된 지역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 덴마크와 잡은 손이 ‘희토류 러시’를 꿈꾸는 중국에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되고 있다.

    한편 중국이 북극위원회에 들이는 공은 노르웨이와의 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0년 중국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중국은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노르웨이를 경제·외교적으로 압박했다. 그러자 노르웨이는 “중국이 북극위원회의 영구 옵서버국이 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중국은 즉각 비난 수위를 낮추어야 했다. 인구 13억 명의 중국이 479만 명의 노르웨이에 일격을 당한 것이다.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수에즈 운하 VS 북동항로

    중국이 북극에 매달리는 두 번째 경제적 목표는 바로 북극항로 때문이다.

    1979년부터 북극 빙하가 매년 평균 1.12%씩 녹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북극과 인접한 러시아와 캐나다 연안 얼음도 머지않아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인류 역사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항로가 생겨난다.

    중국 입장에서는 상하이(上海)에서 출발한 선박이 베링해(海)를 통과해 북시베리아 해안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가 열리게 된다. 현재 중국의 대표적인 무역 항로는 상하이~말라카 해협~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 최대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1만9550㎞의 항로. 이 항로를 이용하면 상하이에서 로테르담까지 23일이 걸린다. 그러나 새로운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거리는 1만5793㎞, 운송기간은 15일이면 충분하다. 기존 항로에 비해 거리는 20%, 운송기간은 8일 단축된다.

    또 상하이를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거쳐 뉴욕까지 가는 거리는 2만880㎞. 새로운 항로인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를 이용할 경우, 상하이에서 캐나다 북부 해안을 거쳐 뉴욕까지 가는 데 걸리는 거리는 1만7030㎞로 기존 항로보다 20%가량 단축된다. 다른 주요 도시에 이르는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이 신항로는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자원 부국의 자원을 실어 나르는 길이기도 하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이 해상으로 운송되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북동·북서항로 개척은 중국에는 ‘물류 대혁명’이다. 게다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아덴만(Gulf of Aden)은 잦은 해적 출몰로 중국 당국이 골머리를 앓아온 터다. 이 해적 때문에 해상운송보험료는 2008년 9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개월 만에 10배나 올랐다. 결국 중국은 북극항로 개척을 통해 선박운송 및 해운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자국의 대외 무역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그렇다고 중국의 북동·북서항로 개척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중국의 북극항로 개척에 따른 SWOT 분석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적으로 시장의 우위를 잃은 저위도 지역의 중국 항구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SWOT 분석은 S(강점), W(약점), O(기회), T(위협) 4가지 요인을 통해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을 말한다.

    또 북극위원회 국가 간 벌어지는 분쟁에 휘말려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비소츠키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은 “중국이 북극 파이를 한 조각 얻으려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중국 같은 나라를 막기 위해 북극 순찰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의 북극 진출을 경계했다.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만약 미국과 러시아, 핀란드의 견제로 중국이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자격 획득에 실패한다면 지금까지 공들여 쌓은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이럴 경우 북동·북서항로 통과 시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극해를 둔 전쟁은 장기전인 만큼 중국이 아시아 최초의 영구 옵서버국이 되는 것은 당장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북극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과 투자 확대가 내년을 기점으로 가속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원에 목마른 중국은 북극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만큼 ‘북극의 결투’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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