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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관련주는 어쩌다 美 민주당 테마주가 됐나

美 주법(州法)은 합법, 연방법은 불법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마리화나 관련주는 어쩌다 美 민주당 테마주가 됐나

  • ● 마리화나 주가 민주당 영향력과 정비례
    ● 민주당 당론은 마리화나 합법화
    ● 50개 주 중 47개 주는 이미 마리화나 합법화
    ● 연방법상은 여전히 마리화나는 불법
    ● 마리화나 기업 금융체계 이용 어려워
    ● 공화당 10명 설득하면 합법화도 꿈 아냐
마리화나 관련 제품 생산 기업 틸레이(Tilray Inc). [틸레이 홈페이지 제공]

마리화나 관련 제품 생산 기업 틸레이(Tilray Inc). [틸레이 홈페이지 제공]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마리화나 회사 주가가 올해 들어 크게 올랐다. 지난해 11월 초 6달러 수준이던 틸레이(Tilray Inc) 주식 가격은 지난 2월 10일 석 달 만에 무려 10배가 넘게 오른 63달러를 기록했다. 개미 투자자 군단과 월가의 헤지펀드가 한판 붙었던 ‘게임스톱(GameStop) 공매도 전쟁’ 와중에 개미군단이 마리화나 회사 주식에 몰려들면서 순간 폭등한 측면이 있긴 했다. 

틸레이 주가는 이후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4월 초 기준 2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이 회사를 비롯한 마리화나 회사 주식들은 당분간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적어도 조 바이든 정부 집권 기간에는 말이다. 

틸레이는 의료용 마리화나 제품을 포함해서 마리화나 관련 제품을 다루는 회사다. 미국에 법인을 두고 사업을 하는데, 본사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다. 틸레이는 마리화나 회사로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1호 회사이자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이다. 

틸레이 주가 상승 원인은 최근 영국에 의료용 마리화나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영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이든 정부 출범이었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마리화나가 미국에서 합법화될 거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마리화나, 1월 초 날기 시작하다

마리화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인 ‘틸레이’가 재배하는 마리화나.[틸레이 홈페이지 제공]

마리화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인 ‘틸레이’가 재배하는 마리화나.[틸레이 홈페이지 제공]

대장주 격인 틸레이를 비롯해 대다수의 마리화나 관련 회사들의 주식 가격은 지난 1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시점부터였다. 미국 대선은 지난해 11월 3일 치러졌고 곧바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다. 하지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의회를 동원해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이 최종 확정된 건 1월 초 연방의회에서 개표 결과를 인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시인한 다음이었다. 올해 1월 20일 차기 대통령으로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한다는 게 확실해진 순간이었다. 



마리화나 주가 상승에는 1월 5일 치러진 조지아주 상원의원 2명을 뽑는 결선 투표 결과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되면서 민주당이 연방하원뿐 아니라 연방상원까지 다수당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연방 차원의 마리화나 합법화를 추진해 왔지만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던 공화당 반대에 부딪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던 민주당이 이번에야말로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합법이지만 불법인 마리화나

미국의 주(州) 대부분은 이미 주법으로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콜로라도주는 이미 의료용 마리화나뿐 아니라 담배처럼 기호품으로 사서 피우는 마리화나까지 합법화했다. 주 정부 차원에서 마리화나 합법화는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다. 지난 3월 말에는 뉴욕주가 기호용 마리화나를 포함해 마리화나를 완전히 합법화했다. 이로써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47개 주가 전면 합법화든 일부 합법화든 법적으로 마리화나를 허용하게 됐다. 미국 주의회협의회(NCSL) 자료를 보면, 4월 6일 현재 미국에서 마리화나를 전면 불법화한 주는 아이다호, 네브래스카, 캔자스, 이렇게 3개 주뿐이다. 

마리화나가 합법인 지역의 주정부는 마리화나 생산 공급 판매를 허용하고 각종 인허가 비용 등 막대한 세금을 거두고 있다. 주법에 따라 합법이기 때문에 마리화나 사업을 장려하며 세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50개주 중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정부의 세금 담당부서(CDTFA) 공식 자료를 보면 마리화나 세금으로 거둔 금액이 작년 한 해에만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가 넘는다. 

하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여전히 마리화나는 일종의 마약류로 분류돼 있는 규제 약물이다. 연방법에서 마리화나는 ‘스케줄 1(Schedule I)’ 약물로 분류돼 있다. 오용·남용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는 마약류라는 의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방정부 소속 경찰한테 적발되면 처벌을 받지만, 주정부나 시정부 소속 경찰한테 적발되면 처벌받지 않는다. 물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연방정부는 주정부가 하는 일에 개입하지도 않고 법적으로도 개입하기 쉽지 않은 나라가 미국이긴 하다.

사업은 해도 금융거래는 안 된다?

주에서는 합법이지만 연방법상 불법이라는 모순이 마리화나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금융거래다. 은행, 카드회사 같은 금융기관은 마리화나 회사와 금융거래를 꺼린다. 연방법에 따라 마리화나 사업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불법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마리화나 업체와 거래하려는 곳이 많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다수의 마리화나 판매업체들은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아예 현금으로만 거래하는 업체도 많다.
 
일부 업체는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금융 서비스를 받으려 한다.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캘리포니아 사업가 아미드 아카반 씨의 사건이 비근한 예다. 독일인 전자상거래 컨설턴트 한 명과 함께 기소된 아카반 씨의 혐의는 서류 조작. 온라인 마리화나 판매회사로 유명한 이즈(Eaze)라는 회사가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그가 서류를 조작해 줬다는 것이었다. 온라인 마리화나 판매회사가 은행과 거래할 때, 그가 만든 서류를 이용하면 마리화나 대금 결제를 위한 계좌를 만들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3월 24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아카반 씨 측은 마리화나 사업이 이미 주법으로 합법이고 연방법은 사실상 사문화됐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은행을 속이려고 서류를 꾸민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은행도 뻔히 거래사가 마리화나 회사라는 사실을 아는 상황에서 명시적으로 마리화나 거래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 속이려고 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연방 차원의 마리화나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선봉에 선 인물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다. 한국의 국회의장에 비견되는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함께 민주당을 움직이는 리더다. 슈머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에서 보수 성향인 바이든 대통령이 찬성하든 안 하든 마리화나 합법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단순 소지자를 처벌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전면 합법화에는 반대해 왔다. 

슈머 원내대표는 이전부터 연방 차원의 마리화나 합법화를 추진해 왔다. 공화당 반대로 무산되긴 했지만 2018년에도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발의했었다. 그는 바이든 정부 시작과 함께 다시 한번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준비해 왔다. 

틸레이 같은 마리화나 회사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건 슈머 원내대표를 비롯해서 민주당 지도부에서 추진하는 마리화나 합법화 가능성 때문이다. 민주당이 연방 차원의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다.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 의회 통과 가능한가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마리화나 관련 회사의 주가도 함께 올랐다. [뉴시스]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마리화나 관련 회사의 주가도 함께 올랐다. [뉴시스]

현재 민주당은 연방의회 두 곳,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 때도 하원 다수당이었다. 하원은 의원 정원이 435명인데, 법에 따라 과반수 찬성이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단결만 하면 하원에선 원하는 법안을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직전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도 민주당이 하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원이다.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하원과 상원 양쪽에서 모두 통과시켜야 한다. 그 후 대통령이 최종 서명을 한다. 상원은 의원 정원이 100명인데 민주당 의원이 50명, 공화당 의원이 50명이다. 표 대결을 해서 50대 50이 되면 부통령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에 의원 숫자는 50대 50이지만 민주당이 1표를 더 갖고 있어서 상원에서 다수당인 구조다. 

상원의 경우 표결해서 51명 이상 찬성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단 표결 전 조건이 있다. 법안을 표결하는 데 60명 이상 찬성해야 한다. 60명 이상 표결에 찬성하지 않으면 표결 자체를 할 수 없다. 

예외가 있기는 하다. 정부가 큰돈을 쓰는 법안의 경우 예산안 형식으로 만들어서 처리할 수 있다. 조정절차(budget reconciliation) 방식이다. 이렇게 처리하면 의회에서 상대 정당과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51명만 찬성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단 1년에 세 번까지만 가능하다. 지난 3월 민주당이 공화당 협조 없이 사실상 단독으로 통과시킨 1조9000억 달러 경제지원법이 이 방식을 통해 국회를 통과했다.

마리화나 법안,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가능성

민주당이 조정절차를 이용해서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공화당 협조 없이 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단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이 국가 예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볼 수 있는지부터 논란이 될 수 있다. 3월에 1조9000억 달러 경제지원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이 제외된 것도 국가 예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내용으로 볼 수 없다는 의회법 유권해석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민주당은 올해 상반기에는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투자 법안, 하반기에는 2조 달러 규모의 추가 경제지원 법안을 각각 조정절차를 이용해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올해 세 번까지 쓸 수 있는 조정절차(민주당 단독 처리)를 다 쓰게 된다.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바이든 정부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연방 차원의 마리화나 합법화는 민주당 단독으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다수가 마리화나 전면 합법화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기류를 감안하면,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단순 소지자를 처벌하지 않는 수준의 법안 통과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이나 카드회사 등이 마리화나 업체와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수준까지 협상을 할 수 있을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마리화나 #대마초 #신동아



신동아 2021년 5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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