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건’의 잦은 변신은 적절한 호르몬 환경과 신경 케이블에 의해 자동 조절되는 특수 혈관 기능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호르몬, 자율신경 케이블, 혈관 등에 탈이 난 물건은 바짓가랑이에 숨어 칩거할 수밖에 없다.
남자의 ‘물건’은 인체 타 조직과 달리 특수 혈관 구조물이다. 혈관벽은 삼겹살 막인데 홑겹의 편평한 내피 세포층으로 만든 내의(內衣) 밖에 평활 근육 세포와 탄력 섬유로 이루어진 중의(中衣)를 껴입고 맨 바깥에 교원 섬유질 외투를 걸치고 있는 식이다. 내의(內衣)의 안감 격인 내피 세포는 엘아르기닌(L-arginine)이라는 아미노산을 이용해 산화질소(NO)를 생산해내는데 이 산화질소가 혈관 수축, 이완을 조절하며 혈압을 제어한다. 발기부전은 이 내피 세포가 기능 장애를 일으킬 때 발생하는 현상 혹은 질환이다. 40세 이상 미제 ‘물건’의 52%, 30세 이상 국산 ‘물건’의 52%가 바로 이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따지면 발기부전 환자는 2억명이 넘는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앓고 있지만 발기부전 치료의 역사는 생각보다 일천하다. 어지간하면 모두 정신적 문제로 치부해 고작 성치료(sex therapy)에 의존하던 시대가 오래 지속됐다. 1982년 파파베린(papaverine)의 발기 효과를 관찰한 로널드 비락(Ronald Virag)에 이르러서야 겨우 학문적 탐구 영역에 포함됐다. 이후 이 분야는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 물건으로 혈액을 빨아들이는 진공 발기, 물건 몸체에 직접 알프로스타딜(alprostadil)이라는 약물을 주입하는 자가 주사, 물건 몸통에 지주(支柱)를 박아주는 음경 임플란트가 맥 빠진 물건을 주무르던 시절을 거쳤고, 1998년에는 비아그라(Viagra·실데나필, Sildenafil)의 탄생이라는 가히 혁명이라 할 만한 성과를 낳았다.
비아그라는 시판 초기부터 세상의 모든 물건을 휩쓸 기세로 팔려나갔다. 타달라필(시알리스), 바데나필(레비트라), 유데나필(자이데나), 미로데나필(엠빅스) 등 ‘필’자 돌림 이복동생들의 탄생도 볼만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비아그라의 발기능력 개선 효과는 81.2%, 성교 성공률은 62%에 불과했다. 게다가 안면 홍조(31.8%), 두통(22.7%), 청색 시야에 의한 경미한 시각장애(10.6%), 소화장애(1.5%), 현기증, 코 막힘, 근육통, 방광통, 혈뇨, 빈뇨, 혼탁뇨, 설사 등 부작용도 속속 나타났다. 에리스로마이신(항균제), 시메티딘(궤양 치료제), 이트라코나졸 및 케토코나졸(곰팡이 치료제)과 함께하면 무리가 생긴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협심증 치료제, 유기 질산염 제품을 복용하는 사람, 최근 6개월 내에 심근경색증 발작을 경험한 사람, 뇌졸중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자 돌림 형제들은 대부분 비슷한 약효를 보인다. 따라서 발기 개시 타이밍이나 약효 지속시간, 부작용 유무 등이 선택의 주요 판단 요건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복용 후 최고 혈중 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은 레비트라 45분, 자이데나 1시간, 실데나필 1시간10분, 타달라필 2시간이다. 혈중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비아그라 4시간, 레비트라 4~5시간, 자이데나, 11~13시간, 시알리스 17~21시간으로 차이가 크다. 시알리스나 자이데나가 비아그라에 비해 작용 시간이 길어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게 적합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필자 돌림 형제는 당뇨병 등에 취약해 위세가 약화되는 약점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 약물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나 이들 약물 부작용이 심각한 사람 또는 발기 강직도가 만족스럽지 않고 발기 유지 시간이 미흡할 때는 물건 몸통에 알프로스타딜(alprostadil) 제제를 직접 주사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흔히 말하는 해면체 자가 주사다. 그러나 이 방식은 85%에 달하는 높은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바늘을 직접 찔러야 하는 약물 전달 방식, 발기통, 반복 주사에 의한 바나나 음경(페이로니 병·Peyronie‘s disease), 통증을 동반한 발기 상태가 4~6시간 이상 지속되는 지속성 음경 발기증 같은 위험성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