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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삭 부서지는 매혹의 껍질 맛, 오리구이[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바사삭 부서지는 매혹의 껍질 맛, 오리구이[김민경 ‘맛 이야기’]

다른 육류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오리는 기름진데도 건강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GettyImage]

다른 육류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오리는 기름진데도 건강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GettyImage]

어느새 내 친구들이 고등학생 자녀를 둔 수험생 엄마가 돼간다. 지금은 아이들 모습을 통 볼 일이 없지만 전에는 엄마들 모임에 종종 꼬마들이 따라왔다. 아이들 덕에 친구들 집을 돌아가며 모이기 일쑤였는데, 계절에 상관없이 저녁 반찬으로 자주 등장하던 게 있다. 훈제오리다.

자주 조리를 담당한 나는 매번 훈제오리와 기름 튀는 싸움을 치러야 했다. 아무리 잘 구우려 해도 기름이 프라이팬에 번지고 사방으로 튀기 일쑤였다. 먹을 때야 쫄깃하고 짭조름하며 구수하게 맛있지만, 오리를 굽는 나는 내내 가스레인지 닦을 생각에 머리가 뿌옇게 되곤 했다. 그렇게 구워내고 나면 “오리 기름은 몸에 좋으니까 괜찮지”라며 반찬으로, 안주로 덥석덥석 먹었더랬다.

부서질 듯 바삭하면서 달콤 쫄깃한 베이징 덕

얇게 부친 밀전병 위에 베이징 덕을 얹고 대파, 오이 등을 곁들이면 여러 재료가 어우러져 재미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GettyImage]

얇게 부친 밀전병 위에 베이징 덕을 얹고 대파, 오이 등을 곁들이면 여러 재료가 어우러져 재미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GettyImage]

오리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다. 돼지고기와 비교하면 평균 10~15% 정도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오리고기에도 포화지방산이 있으니 굳이 기름을 먹을 필요는 없다. 오리의 기름기는 주로 껍질에서 나온다. 그 맛을 극대화 한 요리가 바로 북경식 오리구이, 베이징 덕(Bijing Duck)이다.

이 요리는 몸에 지방 함유량이 높아지도록 사육한 오리로 만든다. 내장을 빼고 털을 뽑아 깨끗이 손질한 오리에 바람을 불어 넣어 빵빵하게 만든다. 뱃속에 바람을 넣는 것이 아니라 껍질과 살집 사이에 바람을 넣어 풍선처럼 부풀리는 것이다. 이때 바람이 빠지지 않도록 항문 쪽을 잘 여며야 한다.

부풀린 오리는 끓는 물을 여러 번 끼얹어 피부를 더 팽팽하게 수축시킨다. 그리고 달콤한 엿물 등 당 성분을 발라 말리면서 숙성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오리 껍질이 단단하게 마른다. 그 다음에 화덕이나 장작불에서 껍질이 바삭해지도록 굽는다. 보통 속까지 익으려면 서너 시간이 걸린다. 90분 정도 구운 다음 기름에 튀겨 마저 익히기도 한다.



어떻게 조리하든 이 요리의 목적은 적갈색으로 먹음직스럽게 익은 오리 껍질을 맛보는 것이다. 부서질 듯 바삭하지만 쫄깃하고, 씹을 때마다 달콤함이 감돌며, 고소한 맛과 구수한 맛이 동시에 난다.

오리구이를 잘라주는 방법은 식당마다 다르다. 껍질이 부서지지 않게 살과 함께 얇게 저미는 유형, 오리 껍질만 뜯어내 먹기 좋게 잘라 주고 살집은 따로 발라 주는 유형으로 크게 나뉜다.

손질한 오리를 받으면 얇게 부친 밀전병을 준비한다. 그 위에 완벽하게 구운 껍질과 고기 한 점, 아주 곱게 채 선 대파의 흰 부분 조금, 오이 채 조금을 얹는다. 짭조름한 감칠맛이 나는 소스를 톡 떨어뜨려 돌돌 말아 싸 먹으면 여러 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참으로 재미나고도 깊은 맛이 난다. 잘 구운 오리 껍질을 설탕에 콕 찍어 먹어도 좋다. 미미한 짠맛과 다양한 얼굴의 단맛이 새로운 ‘단짠’의 세계를 열어 준다.

다이어트 할 때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오리 안심’

손질한 오리를 매콤한 양념으로 간해 볶은 오리 주물럭. [GettyImage]

손질한 오리를 매콤한 양념으로 간해 볶은 오리 주물럭. [GettyImage]

오리 크기는 보통 닭의 두 배 정도다. 집에서 한 마리를 통째로 요리해 먹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특유의 육향을 품고 있고, 기름이 많아 조리가 어렵다. 통째로 요리할 때는 껍질의 기름을 잘 제거하고, 마늘이나 대파 같은 향채를 넣고 초벌로 살짝 익힌 다음 백숙이나 통구이를 하는 게 좋다. 이때 익히는 시간은 닭고기의 두 배 정도로 잡아야 한다. 먹는 사람은 좋을지 몰라도 만드는 사람은 진땀 깨나 빼게 되는 요리다.

나처럼 식구가 많지 않은 집에서는 부위별로 손질된 오리를 사는 게 알맞다. 오리고기도 여느 고기처럼 날개, 가슴살, 다리살, 안심 등으로 깔끔하게 구분돼 나온다. 날개는 간장이나 매콤한 양념으로 간한다. 가슴살은 기름이 없으니 스테이크로 만들어 본다. 다리는 양념해 볶거나 구워 먹자. 안심은 다이어트 중에 배가 부르도록 먹어도 ‘안심’인 부위다.

주물럭이나 구이용으로 손질해둔 오리를 사면 여러 부위를 한꺼번에 맛볼 수도 있다. 기름이 많이 생기는 껍질 부분을 제거한 고기도 판매한다. 많은 사람이 모여 오리고기를 먹을 계획이라면 껍질이 있는 부위와 없는 부위를 함께 구우면 좋다. 생고기는 굽기 전 소금 후추 참기름으로 살짝 간을 하면 쫄깃함 가운데 한결 감칠맛이 살아난다.

#오리구이 #베이징덕 #오리껍질 #오리주물럭 #오리백숙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0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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