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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샐러드 만들 때 ‘간은 짭짤하게!’ 잊지 말자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봄 샐러드 만들 때 ‘간은 짭짤하게!’ 잊지 말자

버터헤드레터스는 잎이 통통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다. [gettyimage]

버터헤드레터스는 잎이 통통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다. [gettyimage]

한때 섣부른 욕심으로 텃밭을 가꾼 적이 있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이른바 ‘프로 텃밭러’인 언니들 옆에서 기웃거리며 허드렛일을 도운 것뿐이다. 그래도 언니들은 항상 ‘우리’가 일군 텃밭이라 말해주었고, 씨앗이 움트고 열매가 맺는 날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해 봄과 여름 동안 나는 한 마리 베짱이처럼 언니들이 키워낸 작물을 실컷 누렸지만 서울과 파주라는 물리적 거리를 이기지 못한 나는 결국 밭을 등지고 말았다. 고맙게도 언니들은 지금까지도 텃밭 작물을 때때로 나눠주고, 오늘 아침 촉촉한 흙내음이 풍기는 푸성귀 다발을 가득 받았다.

아삭아삭, 쌉싸래, 알싸함

로메인과 루콜라를 풍성하게 넣은 샐러드. [gettyimage]

로메인과 루콜라를 풍성하게 넣은 샐러드. [gettyimage]

5월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초록이 만연하다. 텃밭도 마찬가지다. 씨앗이 채소가 되는 건 시간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엄마가 텃밭 가꾸는 딸에게 늘 하던 말이 떠오른다. “작물이 제일 좋아하는 거름은 바로 주인의 발걸음이다!”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토록 통통하고 생기발랄한 잎채소를 키워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부터 내가 할일은 한 잎도 버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일.

내가 받은 초록 꾸러미 안에는 버터헤드레터스, 이자벨, 로메인, 와일드 루콜라, 어린 파 그리고 그 가운데 빨갛게 빛나는 래디시가 있다. 이름이 낯설 수 있겠지만, 고향이 다른 다양한 상추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다. 우선 커다란 대야를 꺼내 맑은 물을 가득 받아 채소를 포기째 담가 둔다. 이렇게 하면 택배 상자를 타고 1박 2일 동안 내게 오느라 지친 채소는 물기를 머금으며 생생해지고, 흙과 작은 벌레, 이물질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다. 이 와중에 무당벌레와 민달팽이가 나와 잡아서 아파트 화단에 놓아주느라 바빴다. 큰물 안에서 살살 흔들어가며 씻은 다음엔 바로 요리해 먹을 잎을 떼어내 한 장씩 헹군다. 이렇게 씻으면 첨부터 한 잎씩 떼어 씻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고 채소 입장에서도 물을 머금는 시간이 주어지니 견딜만하다. 남은 것은 포기째 보관해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수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흙의 영양과 물을 듬뿍 먹고 자란 채소의 싱싱함은 잎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종이처럼 얇아 보이는 잎일지라도 탄력과 두께, 수분감과 아삭함이 손끝으로 느껴진다. 이제부터 샐러드의 시간이다. 샐러드는 간단하지만 정말 맛있게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망쳐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늘의 샐러드 재료는 세 가지로 택했다.

버터헤드레터스는 잎이 통통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부드럽고 완만한 선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맛은 쓰거나 달지 않고 순순하다. 이자벨의 잎은 색이 곱다. 줄기 가까운 부분은 진주처럼 크림색이고, 잎 끝으로 갈수록 맑은 연두와 초록을 띤다. 얇고 주름이 많은 잎 사이사이에 샐러드드레싱을 담아 내 입까지 운반하는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채소다. 살짝 쌉싸래한 맛을 지녔다. 마지막으로 루콜라 몇 줄기로 샐러드 맛에 짜릿함을 더할 예정이다. 와일드 루콜라는 입에 넣고 씹으면 독특한 향과 단맛, 은근하게 톡 쏘는 알싸함까지 준다. 허브의 역할을 담당한다.



드레싱 간은 ‘짭짤’할 것

샐러드를 만들기 전 잎채소의 물기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 샐러드의 최대 적은 맛없는 드레싱이 아니라 물기다. 채소는 최대한 넓은 그릇에 뜯어 담자. 그릇이 비좁으면 드레싱이 재료 전체에 묻기 힘들고, 맛이 골고루 들지 않는다. 손질한 채소에 드레싱을 뿌린 다음에는 최대한 살살 섞어야 한다. 채소 사이로 드레싱이 바람처럼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가게 해주자.

맛있는 채소일수록 드레싱은 간단한 게 맞다. 새콤한 맛이 나는 식초, 식물성 오일, 소금, 통후추면 된다. 나는 언젠가 담가 둔 시트러스 종류의 청이나 절임을 조금 섞는다. 마침 제주에서 자라지만 아무도 먹지 않는 ‘팔삭’을 달게 절여 둔 게 있어 그 국물과 과육을 잘게 썰어 섞는다. 단맛도 조금 더하고, 농도도 진해지며, 과일 향도 은근히 밴다. 드레싱 재료로 올리브오일을 즐겨 쓰는데 특유의 향과 맛 때문이다. 아보카도 오일, 호두 오일 등 입맛에 맞는 식물성 오일은 무엇이든 좋다. 식초와 소금, 과일 청을 열심히 섞어 소금을 녹인다. 마지막에 오일을 듬뿍 넣고 또 열심히 섞는다. 이때는 ‘섞는다’보다 덩어리로 떠다니는 오일을 쪼갠다는 생각으로 드레싱을 ‘친다’ 혹은 ‘때린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맛을 보면 짠 게 좋다. 그래야 채소와 먹을 때 간이 맞는다. 마지막으로 통후추를 솔솔 갈아 듬뿍 뿌린다. 요즘에는 다양한 색깔의 후추를 섞어 놓은 ‘통후추 믹스’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복합적인 향이 좋다.

이제 드레싱과 채소를 합쳐 즐기기만 하면 된다. 혹시 드레싱 맛이 원하는 만큼 쨍하게 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햇양파를 굵게 다지거나 얇게 썰어 드레싱에 섞어 잠시 둔다. 그리고 ‘간은 짭잘하게’를 잊지 말자. 이 정도만 맞추면, 웬만하면 다 맛있다.

나는 대접 가득 버터레드레터스, 이자벨을 찢어 넣고 루콜라도 한 줌 집어 올리고, 삶은 달걀도 손으로 부숴 넣었다. 여기에 드레싱 끼얹어 채소를 어르고 달래며 살살 섞어 우적우적 먹는다. 역시 봄엔 샐러드다.



신동아 2022년 5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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