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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調停)의 달인’ 김종대 판사의 ‘법과 삶’

“자식 앞에서 거짓말하는 간통 피고인을 어떻게 꾸짖을 수 있어요?”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조정(調停)의 달인’ 김종대 판사의 ‘법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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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조무제 전 대법관은 법조계의 사표(師表)로 많은 법관의 존경을 받았다. 대법관이 된 후 서울 서초동에 보증금 2000만원짜리 원룸 오피스텔을 얻어 살았다. 장관급 예우에 걸맞은 5급 비서관도 “필요없다”면서 물리쳤다. 관용차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대법원에 출근해 이웃 주민조차 대법관인 줄 몰랐다고 한다.

-청렴결백하고 가난하게 산다고 해서 다 존경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조무제 대법관은 인품이 훌륭했어요. 절대로 후배들에게 강요하지 않아요. 자신은 청렴결백하지만 남도 그러기를 바라지 않는 거죠. 청렴결백하지 않은 사람을 비난하지도 않았어요. 늘 ‘나는 못났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한번은 ‘저희처럼 평범하게 사세요’라고 했더니 ‘나는 그렇게 살면 죽을 것 같아’ 하시더군요.”

-조무제 판사는 청탁은커녕 가벼운 부탁에도 인색했다고 들었어요.

“말도 마세요. 찾아온 사람들이 커피 한잔도 못 먹고 가면서 온갖 욕을 하곤 했지요(웃음). 지인이 찾아오면 문을 아주 조금 열고서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고 서서 얘기하세요. 상대가 뭔가 부탁하면 공손하게 ‘네, 네, 잘합니다. 우리 판사들 다 잘해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만 했습니다.”



-판사들은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재판과 관련해 부탁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던데요.

“맞아요. (부탁을) 안 들어줘요. 그러니 (부탁을) 하지도 않지요. 부탁하는 순간 체면이 다 구겨지잖아요. 저도 처음엔 무조건 ‘안 돼’ 했다가 요즘은 ‘기회가 되면 하마’ 하는 정도로 얘기해요. 그렇게 돌려보내면 참 마음이 아파요.”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중앙’을 마다하고 ‘1지망’으로 고향인 부산을 선택했다.

-‘향판’을 고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친구와 경쟁하는 게 싫었습니다. 제 성격엔 ‘경쟁의 도시’인 서울이 안 맞았어요. 서울에 10년쯤 살아보니까 경쟁이 너무 심하더라고요. 양보도 없고 여유도 없었어요. 약간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촌사람이 더 좋아요. 대학 다닐 때 점심값 계산을 하는데, 촌사람과 서울사람은 다르더군요. 서울사람은 깍쟁이라서 정확하게 차례대로 돌아가길 원했어요. 그런데 자기 차례를 잊어버리면 실수잖아요. 경우가 없는 사람이 되니….”

“황우석은 이순신이 아니다”

김 판사는 ‘향판’이라는 용어를 거듭 사용하는 기자에게 넌지시 “서울이 고향인 판사가 서울에 근무하면 ‘향판’ 아닙니까?” 하고 물어왔다.

“이름 내려면 서울로 가야지요. 서울에서는 작은 사건이라도 판사의 이름이 공개돼요.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면 출세하는 것 아닙니까.”

김 판사는 “황우석 신화야말로 이름 내는 데 집착하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단면”이라면서 “시간에 쫓기고 업적에 내몰리는 지식경쟁에서 삶의 중요한 가치가 무너진 모양”이라고 개탄했다.

“도대체 뭘 배웠습니까. 난자·정자 분리하는 기술만 공부했지, 뭘 배웠습니까. ‘인류를 질병에서 구하자’는 가치는 허물어지고, 이름 내려는 명예욕과 세속적 욕심으로 가득 찼던 거죠. 이름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입니까. 사람은 자신을 묶어주는 가치의 기둥이 있어야 해요. 그 기둥을 자기 편의로 흔들어버리면 황우석보다 더한 사람이 되는 거죠.”

김 판사가 황우석 사건에 분개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황 박사를 꽤나 지지했던 사람이다.

지난해 우리 문화계를 강타한 것 중 하나가 ‘이순신 신드롬’이었다. 가히 황우석 신화 못지않은 국민적 열풍이었다. 서점가에는 이순신 관련 책이 무려 180여 종이나 쏟아져 나왔다. ‘칼의 노래’ ‘불멸의 이순신’ 등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대열에 김 판사가 집필한 ‘내게는 아직도 배가 열두 척이 있습니다’도 포함됐다.

김 판사는 지역에서 이순신에 대한 강연도 여러 번 했다. 지난해 부산경제포럼에서는 100여 명의 최고경영자 앞에서 GE 잭 웰치 회장과 이순신 장군의 닮은꼴과 전략을 강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강연에서 두 사람의 공통점에 대해 “사명과 가치를 제대로 설정하고 이를 명확하게 실천했다”고 설명했다.

현직 판사가 강연에 나섰다는 것이 독특했다. 김 판사는 “기록을 보는 것 못지 않게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순신에 버금가는 인물이 황우석이다”라고 강조했던 일을 떠올리며 몸둘 바를 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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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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