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호

식물연료 연구가 이근태씨의 고유가 탈출기

“난 폐식용유로 11만km 달렸다! 그런데 이게 불법이라고?”

  • 최영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8-08-02 1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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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연료 연구가 이근태씨의 고유가 탈출기

    식물연료 연구가 이근태씨와 그가 개발한 식물연료 성화장치(원 안).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난 여행길, 주유소가 없는 후미진 마을에서 차의 연료가 바닥난다면? 디젤차인 경우엔 이 황당한 상황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근처 가정집이나 식당에서 1L의 폐식용유를 모아 연료통에 부어주면 만사형통. 폐식용유가 없다면 새 식용유를 구입해 잠깐 끓인 후 넣어도 차는 족히 10㎞를 달린다.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고 펄쩍 뛸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디젤엔진’의 역사를 아는 사람은 무릎을 치며 탄성을 지를 것이다. 우리가 아는 디젤엔진은 개발자인 루돌프 디젤(1858~1913)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독일의 엔지니어였던 디젤은 1897년 가솔린엔진의 여러 단점을 보완한 신형기관을 개발했는데, 그 기관의 연료는 우리가 현재 흔히 먹는 콩기름이었다. 1900년 디젤이 프랑스 파리 자동차박람회에 선보인 세계 최초의 디젤엔진 자동차 ‘오토 컴파니’의 연료도 다름 아닌 콩기름이었다. 오토 컴파니는 실제 콩기름을 넣고 가솔린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잘 달렸다.

    이후 콩기름과 화학적 구조가 비슷한 경유의 가격이 폭락하자 사람들은 디젤차량의 연료를 경유로 교체했고, 차량제조사들은 그때부터 디젤엔진의 구조를 경유에 적합하도록 개조해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경유가 흔히 디젤유로 불리는 이유도 디젤기관에 넣는 기름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정작 이 기관을 개발한 디젤은 1913년 의문의 사고로 죽을 때까지 자신이 발명한 디젤엔진의 연료로 순수 식물연료만을 고집했다. 그는 이미 석유가 가져올 환경 대재앙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

    로멜 장군에게서 얻은 힌트

    제3차 오일쇼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온 요즘, 100여 년 전 루돌프 디젤의 ‘꿈(식물연료 사용)’을 현실화시키며 고유가 시대를 가뿐하게 비켜가는 사람이 있다. 순식물연료 연구가이자 벤처기업 네오텍의 대표인 이근태(42)씨가 그 주인공. 그는 2004년 10월부터 2008년 7월 현재까지 인근 식당과 가정집에서 사거나 얻은 폐식용유를 자신의 차에 넣고 무려 11만㎞를 넘게 달렸다. 지금껏 모아 쓴 폐식용유만 1만1000여L. 대부분 방치하면 수질악화의 주범이 됐을법한 음식물쓰레기가 L당 2000원의 친환경에너지로 탈바꿈한 셈이다.



    4년 동안 경유 대신 폐식용유를 연료로 넣고 달리면서 그가 절약한 비용은 모두 1660만원에 달한다. 경유 가격이 치솟기 시작한 2007년 1월부터 올 7월말 현재까지, 1년7개월 동안만 계산하면 1139만원(6만5000㎞ 주행)을 아꼈다. 물론 차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10년 된 중고 디젤차량이지만 연비는 경유를 쓸 때와 같았고(L당 10㎞), 속도나 힘에도 문제가 없었다. 차는 먼 거리도 거뜬하게 잘 달렸다.

    경유 가격이 L당 2000원을 넘어 휘발유보다 더 비싸진 지금, 이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인간이 튀김음식을 먹는 한 연료 걱정을 더는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 누구도 이 고난의 시기에 이런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이는 없을 터. 게다가 환경오염의 원흉인 폐식용유가 차량연료로 쓰이면 친환경적 에너지로 변모한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2003년 IT업체에 근무할 때였죠. IT업계의 몰락과 함께 창업 아이템을 찾아 헤매던 중 친환경에너지, 그중에서도 바이오연료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100% 석유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가능성 있는 사업 아이템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바이오연료의 대표주자인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이 대두(大豆)나 옥수수처럼 사람이 먹는 식물에서 추출한다는 사실이었죠. 이러저런 책을 뒤지던 중 루돌프 디젤과 디젤기관의 역사를 만나게 됐고, 결정적으로 로멜의 사례를 접한 뒤 본격적으로 폐식용유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자원 재활용, 연료비용 절감, 수질오염 방지, 대기오염 감소 등 ‘일거사득’의 효과가 있겠더라고요.”

    이 대표가 말하는 ‘로멜’은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막의 여우’로 불리며 전차전의 신화를 만들어낸 독일의 로멜 장군이다. 당시 북아프리카 전선에 있었던 로멜 전차 군단은 영국군에게 포위된 상태에서 경유 보급이 끊어져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는데, 그때 로멜은 전차의 엔진이 본디 식용유를 연료로 쓰던 디젤기관이라는 점에 착안해 병사들이 먹고 남은 폐식용유를 전차에 넣도록 지시했다. 튀긴 음식을 즐겨 먹는 독일인 부대엔 폐식용유가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전차는 기적처럼 다시 움직였고, 그의 전차 군단은 영국군의 포위를 뚫고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식물연료 연구가 이근태씨의 고유가 탈출기
    이씨는 폐식용유가 전차를 움직였다면 지금의 디젤 차량도 잘 달리게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 희망을 실현하기까지는 큰 난관이 있었다. 루돌프 디젤의 사후 디젤엔진은 급속하게 경유에 적합한 구조로 바뀐 터라 폐식용유 그대로의 상태로는, 짧은 거리는 괜찮지만, 매일같이 오랜 기간 차량을 운행하는 데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폐식용유뿐 아니라 순도 100%의 모든 순식물성 기름은 경유보다 점도가 월등히 높아 오래 운행하면 디젤엔진의 연료 필터를 막을 수 있다.

    이 대표는 그때부터 폐식용유의 높은 점도를 손쉽게 낮추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때까지 알려진 순식물성 기름의 점도 강하법은 알코올(대부분 메탄올)과 잿물(수산화나트륨)을 기름에 넣어 점도를 높이는 성분인 글리세린(비누)을 빼내는 고도의 화학적 처리방법뿐. 유럽은 1980년대 중반부터 대두나 유채, 올리브를 짜서 얻은 순식물성 기름을 이런 방법을 통해 디젤엔진에 쓸 수 있는 연료로 만들어 써왔는데, 그것이 우리가 아는 바이오디젤이다.

    하지만 바이오디젤도 현재까진 경유와 섞여 쓰이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에선 경유와의 혼합비율에 따라 순식물성연료인 BD100(바이오디젤유 100%)으로부터, BD50(바이오디젤유 50%+경유 50%), BD20(바이오디젤유 20%+경유 80%), BD5(바이오디젤유 5% 이하+경유 95% 이상)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2006년 7월 논란 끝에 BD5와 BD20(수도권 등 일부지역)에 대해서만 차량 연료로 사용이 허가돼 있을 뿐이다. 그마저 수익성과 안전의 문제로 시비가 끊이지 않는 상태다.

    이씨는 폐식용유를 BD100처럼 만들어 쓸 궁리를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그가 폐식용유를 디젤엔진의 연료로 쓰려 했던 궁극적 이유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환경보존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었는데, BD100은 화학적 공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많은 물이 사용돼 오히려 수질을 오염시키는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거기다 BD100은 겨울이 되면 젤처럼 굳어져 연료필터를 막아버리는 단점도 있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BD100의 어는점을 -20℃로 규정하고 식물연료의 어는점을 하강시키기 위한 첨가제까지 개발했다. 국내에서 판매가 시작된 BD5 제품엔 이런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겨울에 엔진이 멈춰서는 사고가 빈번했다.

    낮은 비용으로 폐식용유의 점도를 낮추기 위해 고민하던 이 대표는 순식물성연료 활성화장치(컨버터)에서 해답을 찾았다. 순식물성 연료에 순간적으로 열을 가해 기체로 만든 다음 이를 엔진에 공급하면 연료필터가 막힐 일도, 겨울에 기름이 떡처럼 굳어지는 일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독일과 호주, 오스트리아 등 세계 3, 4개국만 관련 특허기술을 가졌을 뿐, 국내에는 아직 그 개념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기계공학에 문외한인 그는 놀랍게도 외국의 연료 활성화장치를 연구하고 분석해 단 몇 개월 만에 우리의 폐식용유에 맞는 식물성연료 활성화장치를 완성했다. 기술력도 부품도 모두 국산이었다.

    “100% 순도의 바이오디젤인 BD100을 만들어 쓰는 독일에선 이미 디젤차량 제조회사(벤츠, BMW 등)가 옵션으로 식물연료 활성화장치를 달아주고 있죠. 그런데 이 장치를 수입하려면 비싸고, 폐식용유를 그대로 쓰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면도 있고 해서 제가 만들어보기로 작정한거죠. 기계 쪽으로는 근처에 간 적도 없지만 ‘궁즉통(窮卽通)’이라고 매달리니까 길이 열렸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식물연료 활성화장치는 2005년 특허청으로부터 ‘디젤자동차 연료공급장치’ ‘디젤엔진의 연료공급 시스템’ ‘디젤엔진의 식물성기름 가열장치’ 3개 항목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매년 실종되는 대체석유 10만t

    식물연료 연구가 이근태씨의 고유가 탈출기

    폐식용유를 직접 수거하는 이근태씨.

    과연 폐식용유로만 11만㎞를 달렸다는 그의 말은 사실일까. 차량에 다른 문제가 있진 않을까. 차량이 뿜어내는 배출가스는 또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이러저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7월10일, 이 대표의 연구실이 있는 경기도 성남시 신구대학 창업지원센터를 찾았다. 신구대학 측은 그의 폐식용유 연구의 가치를 인정하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우선 그에게 폐식용유를 구해 차량에 직접 넣고 달리기까지 모든 과정을 기자가 보는 앞에서 시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먼저 신구대학 구내식당 주방에 들러 10L의 폐식용유를 공짜로 받아왔다. 그런데 그는 폐식용유를 바로 디젤 차량에 넣지 않았다. 폐식용유를 큰 수조에 부었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붓고 다시 젓고 하는 행동이 몇 분간 반복됐다.

    “폐식용유에는 튀김 부스러기, 음식물에서 나온 동물성 지방 등 갖가지 이물질이 포함돼 있지요. 이걸 가는 채로 깨끗하게 걸러내고 점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잿물을 넣어 글리세린을 뽑아냅니다. 거기서 나오는 글리세린은 비누를 만들어 쓰고요. 일석이조죠. 가정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돈도 별로 안 들어요. 몇 분의 시간과 잿물을 사는 데 드는 몇백원이 모두죠.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화학적 처리 과정과는 전혀 다르니 오해는 마시고요. 이를 어려운 말로 전처리 과정이라고 합니다.

    폐식용유는 이미 끓여 먹는 과정에서 한 차례 이상 점도가 낮아져 있기 때문에 쓰기에 더 편하죠. 바이오디젤은 100% 순식물성이라 해도 어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첨가제를 또 넣어야 하는데다, 안 쓰고 조금만 방치하면 시커멓게 산화되고 물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여름철 장마 때는 엔진에 치명적입니다. 폐식용유는 그런 단점이 전혀 없어요. 연료 활성화장치를 달아야 하는 조건은 똑같은데 말입니다. 공짜가 오히려 더 좋다고 하니 이상하죠?”

    현재 국내의 폐식용유는 폐기물관리법상 배출 신고대상인 사업장용 폐식용유(하루 평균 100㎏ 이상)를 제외한 가정용이나 소규모 식당용의 경우 재활용은커녕 어디에 어떻게 버려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대략 20만t의 폐식용유가 배출돼 그중 10만t 정도 수거된다는 추정치만 알려진 상황이다. 수거된 폐식용유는 중간처리업자에게 넘겨져 동물성사료와 비누 절삭유 화장품 등에 재이용되지만 재활용가치는 차량 연료보다 훨씬 떨어진다. 작은 식당이나 가정용 폐식용유만 모아도 수십만명이 차 연료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엄청난 양의 석유수입 대체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식물연료 연구가 이근태씨의 고유가 탈출기

    이근태씨의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냄새를 맡는 기자. 매연은 없고 고소한 냄새가 났다.

    대학구내 식당에서 얻은 폐식용유에 대한 기초 정제가 끝나자 이 대표는 그것을 자신이 모는 차량의 연료통에 넣었다. 이 대표가 타고 다니는 연구용 차량은 1998년식 무쏘로, 독일 벤츠사가 만든 602 EL형 디젤엔진이 탑재돼 있다. 기자의 1997년식 뉴코란도와 같은 엔진이었다. 엔진룸에는 그가 개발한 조그마한 크기의 식물연료 활성화장치가 엔진 옆에 부착돼 있었다. 부~웅, 시동을 걸자 차는 미끄러지듯 달려 나갔다. 10년 된 차량이지만 검은 매연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가 갑자기 차량 머플러에 코를 대보라고 권했다. 덜컥 겁이 났다. 언젠가 기자의 차 머플러에서 나온 냄새를 맡았다가 하루 종일 구역질로 고생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의 차에는 수십만원을 들인 매연저감장치가 달려있는데 그 효과는 미미했다.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미세먼지(매연) 등이 뒤엉킨 그 역한 냄새는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런 차들이 서울에만 수백만대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어쨌든 큰맘먹고 이 대표의 차 머플러에 코를 가져다 댔는데 매캐한 경유 배기가스 특유의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꼭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감자 튀길 때 풍기는 냄새 같았다. 냄새를 계속 맡다 보니 배가 고파질 지경. 유럽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제 폐식용유와 같은 순수 식물연료를 쓸 경우 경유를 쓸 때보다 대기오염 물질은 전체적으로 50~70% 저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는 80%(BD100= 78%), 미세먼지(매연가스)는 41.7% (BD100=55.4%), 일산화탄소는 42% (BD100=43.2%), 아황산가스는 100%가 각각 저감되고, 벤젠과 같은 암 유발 독성물질도 90%에 가깝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간 11만㎞를 달리기 위해 제가 모은 폐식용유만 1만1000L쯤 됩니다. 그중엔 돈 주고 산 것(L당 600~800원)도 있고 공짜로 얻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계산해보니 그 기간에 돈만 번 게 아니라 경유를 쓸 때보다 이산화탄소는 27t, 미세먼지는 20㎏, 아황산가스는 187㎏, 일산화탄소는 67㎏, 산화질소는 88㎏씩 덜 배출하고 탄화수소도 63%나 줄였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참 대단하죠. 만약 서울에서 1000대의 차량만 폐식용유 사용에 동참해도 대기가 얼마나 깨끗해지겠습니까.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화물차나 버스가 동참한다면 대기는 더 좋아지겠죠.”

    실제 유럽 일부 도시에선 모든 관용차와 버스, 택시에 폐식용유를 넣도록 법제화한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시가 바로 그곳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고향으로 유명한 그라츠는 요즘 미래 연료의 도시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대기오염이 심각했던 그라츠시는 1994년 버스 두 대에 정제 폐식용유를 넣기 시작해 현재는 모든 시내버스(150대)와 택시의 60%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의혹이 솔솔~’ 석유 관련법

    여기에 쓰이는 폐식용유는 시민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수거되는데, 그라츠시 시내와 시내를 중심으로 반경 50㎞ 이내의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나온다. 일주일에 2~3번 수거차가 시내를 돌며 수거하는데 연간 수거량은 2000~ 3000t. 이후 그라츠시는 맑은 대기를 되찾았고 중세 관광도시의 옛 영광을 회복했다. 이곳의 차량에도 이 대표가 개발한 것과 비슷한 식물연료 활성화장치가 부착돼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정제 폐식용유 연료와 식물연료 활성화장치가 국내에서 전혀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이 질문에 대해 할 말이 아주 많았다.

    “저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화물차 운전자로부터 부안의 유채 재배 농민,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관리까지, 수백명이 폐식용유 정제 방법과 활성화장치에 대해 알려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서울시에서도 ‘관용차에 폐식용유를 넣고 싶다’며 ‘차를 가지고 오라’고 연락이 왔어요.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 일성이 ‘맑은 서울을 만들겠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부랴부랴 시로 갔더니 국가 공인인증기관의 배기가스 테스트 결과를 가져오래요.

    그런데 말이죠. 국가공인인증기관에선 정제 폐식용유가 현행법상 불법 연료이기 때문에 테스트 자체가 안 된대요. 석유사업법 규정상 지식경제부 장관이 인정하지 않는 연료는 유사 경유이기 때문에 테스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논리였죠. 옛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신재생에너지 R·D 연구개발 공모에서도 같은 이유 때문에 떨어졌습니다. 웃기지요. 새로운 재생에너지를 찾겠다고 시작한 연구를 현행법상 인정된 연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니….”

    지난해 7월 개정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구 석유사업법)은 지식경제부 장관이 고시하지 않은 바이오연료는 ‘유사 경유’로 취급, 제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바이오연료로 인정을 받으려면 석유품질관리원이 인정하는 공인인증기관에서 품질 시험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데, 이 기관들은 법률이 인정한 연료에 대해서만 인증서를 발급해준다. 즉, 새로운 연료에 대한 인증 테스트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구조라는 뜻이다. 더욱이 바이오연료의 품질규정과 허가를 지식경제부의 신재생에너지과가 아닌 석유사업과가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난맥상을 낳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또 다른 법적 문제도 있다. 비록 특허를 받았지만 이 대표가 만든 식물연료 활성화장치를 차량 구조변경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달고 다니면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 그런 사례도 있었다. 2006년 11월에는 자동차를 개조해 폐식용유를 연료로 사용한 오모(45)씨가 연료장치 불법개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차량 구조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폐식용유가 유사 경유로 취급돼 처벌받는 상황에선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 이 대표가 처벌을 받지 않고 4년간 식물연료 활성화장치를 달고 폐식용유를 연료통에 넣은 채 차량을 몰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그 차량이 연구용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지킴이 전과자 만드는 악법

    “고유가 대책, 교토 의정서(이산화탄소 저감), 수질 보존, 자원재활용, 뭐 이런 그럴싸한 주제들을 말로만 떠드는 게 정부입니다. 뭔가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어요. 무엇 때문에 그런지 새로운 에너지를 발굴하고 인정하는 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생각해보세요. 싱크대 수조에서 하수도로 그냥 흘러가는 폐식용유를 몇 개 아파트 단지에서만 모아도 수백대 차량이 대기, 수질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그것도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안 된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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