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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제2롯데월드 공청회 외압설 파문 이한호 전 공군총장

“충돌확률 1000조분의 1 주장은 국민 사기극, 신격호 회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해야”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제2롯데월드 공청회 외압설 파문 이한호 전 공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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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상명하복의 군 특성상 공군은 진심을 밝힐 수도 없다
  • ● 동편활주로 3도 틀어도 사고 위험은 상존한다
  • ● 서편활주로도 비정밀접근 절차에 지장 받아
  • ● 한국은 초고층 건물 세워질 것 예측 못해 7구역 못 만들어
  • ● ICAO, FAA, 일본 항공법보다 느슨한 한국 비행안전구역
제2롯데월드 공청회 외압설 파문 이한호 전 공군총장

‘신격호 회장은 돈을 버는 것보다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길로 가라’는 요구를 한 이한호 전공군총장.

노병은 식당에 먼저 와 있었다. 그는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가장 좋은 음식을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음식이 나오자 거의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밥맛이 없다고 했다.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했다. 이유는 제2롯데월드 때문. 그는 2월3일 제2롯데월드 문제를 놓고 열린 국회 공청회 발표자로 1차 선정됐다가 나가지 않았었다.

노병의 이름은 이한호(李漢鎬·62). 제28대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예비역 대장이다.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닌데도, 제2롯데월드에 대한 기자의 판단이 확고한데도, 그는 새삼 기자에게 제2롯데월드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기자의 이야기가 한 순배 돌아가자 그도 입을 열었다.

“나는 공군에 있는 후배들과 맞서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습니다. 나는 후배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그 자리(공군 참모총장)에 있었으면, 아마 나도 ‘서울공항의 동편활주로를 3도 틀면 제2롯데월드를 지을 수 있다’고 보고했을 것입니다. 그것을 뻔히 알고 있었으므로 국회 공청회에 나가지 않은 것입니다. 군은 상명하복(上命下服)하는 조직이기에 위에서 결정하면 각자의 생각은 접고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상부가 결정한 일인데 그것이 잘못됐다고 해서 누군가가 언론이나 국회와 시민단체를 찾아가 하소연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롯데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을 찾아가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초고층 빌딩을 지어야 한다’고 호소할 수 있고, 국회 국방위원들을 만나서는 ‘잠실에 50여 층의 주상복합 건물을 지으면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555m짜리 초고층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신격호 회장을 만나고 싶다”

기자는 그의 말을 자르고 들어갔다.



“작금의 제2롯데월드 사태는 인질극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지금 공군본부의 진심은 ‘제2롯데월드는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군본부는 현 정부의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동편활주로를 3도 틀면 지을 수 있다’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비역은 현 정부로부터 자유롭기에 바른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언(直言)을 쏘려고 하니, 이미 팔이 비틀린 처지의 후배들이 앞에 나서서 ‘제2롯데월드를 지어도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어, 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이 전 총장께서는 공군작전사령관을 지내셨지요. 작전을 하다 보면 부하들이 희생되는 사태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런 희생을 무릅써야 하는 것 아닌가요? 범인에게 잡힌 인질에 대한 애처로움 때문에 굴복하는 것은 군인의 길이 아니지 않나요?”

노병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신 회장은 반공주의자이고 한국과 일본에서 큰 기업을 일군 큰 인물입니다. 그런 신 회장이 대인의 풍모를 보여줄 수 없을까요. 국가 안보와 안전을 위해 반대 목소리가 높은 잠실에는 공군도 인정하는 203m까지의 주상복합 건물을 짓고, 제2롯데월드는 공군 작전에 지장이 없고 서울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낙후한 지역에 짓겠다고 할 수는 없습니까.

이제 신 회장께서는 돈을 버는 것보다는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길로 가셔야 합니다. 신 회장께서 다른 곳에 제2롯데월드를 짓겠다고 하시면 정말 많은 사람이 박수를 칠 것입니다. 그 길이 공군을 살리고, 롯데를 살리고, 대통령의 체면도 지켜주고, 대한민국도 살리는 길입니다.”

역시 그는 ‘영원한 공군 총장’이었다. 기자는 그를 상대로 제2롯데월드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보았다.

▼ 법적인 문제부터 따져보겠습니다. 롯데는 서울 잠실에 555m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것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저 역시 ‘신동아’ 2008년 11월호 기사에서 같은 판단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롯데가 짓겠다는 제2롯데월드는 그 법에서 규정한 비행안전구역 바로 바깥에 위치하기에, 그곳에 제2롯데월드를 짓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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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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