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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승전, 제천~삼척 고속도로’ 김양호 삼척시장

“고속도 개통은 삼척 발전 생명줄… 지역민들 소외감 날로 커져”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9-04-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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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 경춘국도 아닌 ‘제천~영월 고속도로’ 예타면제 올렸어야

    • 동서6축 고속도로에서 홀로 빠진 제천~삼척 구간

    • 고속도로 개통되면 서울서 삼척까지 1시간 단축

    • 폐광지역발전예산 4조면 뭐하나. 찾아오기 힘든데…

    • 동해·삼척항과 평택항 연결해 對중국무역 경쟁력 제고

    • 미래수소에너지 스마트산업단지로 만들겠다!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강원도의 재발견’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제2 영동고속도로(경기 광주~강원 원주)와 KTX 개통으로 접근성이 한결 좋아진 덕분이다. 관광객 수도 2017년과 비교해 30% 이상 늘었다. 흔히 강원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강릉·양양·속초 등을 떠올리지만, 실제 강원도 내 관광 1위 도시는 다름 아닌 삼척이다. 지난해 삼척시는 관광수입 100억 원을 달성하며 강릉, 속초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전히 교통편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삼척에 가려면 강릉IC를 통과한 뒤 다시 남쪽으로 50km 정도 내려와야 한다. 서해안 서평택에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서6축 고속도로’에서 충북 제천~강원 삼척 구간만 아직까지 개통되지 않은 탓이다.(376쪽 참조) 해당 구역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삼척까지 이동시간은 1시간 정도 단축된다. 주말 교통 분산효과도 상당히 크다. 거리로 따지면 70km 정도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삼척시가 ‘제천~삼척 고속도로 조기 착공’을 주장하는 이유다. 

    지난 4월 4일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이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음에도 14년 전 양양 낙산사 화재 때보다 완진(完鎭) 시간이 19시간이나 단축됐는데, 이 역시 교통망 확충에 따른 효과라 볼 수 있다. 전국의 소방차 870여 대가 신속하게 모일 수 있었던 데는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삼척시민들은 국가적인 재난 대응 능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제천~삼척 고속도로가 하루빨리 개통되기를 바라고 있다. 

    3월 29일 김양호 삼척시장을 만나러 가는 길, 시청이 있는 중앙로 일대에는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했다. 마침 이날은 ‘삼척맹방유채꽃축제(~4월 25일까지)’와 ‘삼척대게축제’가 동시에 열린 날이기도 했다.

    “국가균형발전 위해 제천~삼척 고속도로 개통돼야”

    - 유채꽃 축제가 제주 외에 삼척에서도 열리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옛 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2.5km 길이의 벚꽃길과 동해바다 사이에 약 7만㎡ 규모의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어요. 또 그 인근 삼척항에서는 삼척대게축제가 열립니다. 보통 영덕대게가 유명하지만 같은 동해에서 잡은 삼척대게도 조선시대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 소개될 정도로 별미예요. 삼척은 바다, 산, 계곡, 사람, 음식 뭐 하나 빼놓을 거 없는 훌륭한 관광도시입니다.” 



    - 딱 하나 교통이 아쉽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얘기하면 도(道)에서는 서운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제2 경춘국도를 신청한 건 ‘판단 미스’라고 생각합니다. 제천~삼척 고속도로는 예타조사에서 경제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에요. 반면 제2 경춘도로는 이동인구도 많고 언제든 사회간접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구간입니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면제 기회를 준 건데, 이럴 때 제천~삼척 구간을 신청하지 않으면 언제 또 신청합니까. 동서6축 고속도로 사업 중 유일하게 빠져 있는 곳이 제천~삼척 구간이에요. 전국을 고속도로로 촘촘히 묶어놓아 어디나 반나절 생활권이 가능한데, 제천~삼척 구간만 유독 이 하나가 빠진 모양새니, 지역민이 느끼는 소외감은 날로 커지고 있죠.” 

    - 제천~삼척만 뚫리면 동서6축 고속도로는 완전히 개통되는 건가요? 

    “당연합니다. 지금 국토 간선도로망 계획을 보면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여있는 고속도로망 속에서 충북 내륙권과 강원 남부권만 섬처럼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서6축 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되면 이는 정부의 숙원인 국가균형발전을 이룬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 현재로서는 서부권과 교류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여기서 세종시 종합청사까지 가려면 5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또 올 초에 우리 시에서 ‘그림책 축제’를 열어 전남 순천, 광주에서 많은 분이 오셨는데, 다들 서울로 올라갔다가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삼척으로 왔어요. 88고속도로로 영·호남 간 거리가 가까워졌고, 당진~영덕 고속도로가 충청과 경북을 가깝게 만든 것처럼 이제는 충청·호남과 강원을 이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경협 시대 오면 석탄산업 제2의 부흥기 맞을 수도”

    김양호 시장이 제천~삼척 고속도로 개통시 삼척의 물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김양호 시장이 제천~삼척 고속도로 개통시 삼척의 물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 교통이 좋아지면 지역 경제도 활성화될 텐데요. 

    “교통이 좋아야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려야 돈이 모이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특법)에 따라 강원도 등 폐광 지역에 4조 원가량의 거금을 쏟아부었지만 이렇다 할만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선 강원랜드를 빼고 자생력을 갖춘 곳이 거의 없어요. 삼척도 폐광지역진흥지구개발사업으로 채택돼 그동안 블랙밸리골프장, 강원대 도계캠퍼스 등을 조성하긴 했지만 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죠. 진정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한다면 다른 것 다 제쳐두고라도 고속도로부터 뚫어야 합니다.” 

    - 삼척시의 목표가 ‘기승전 고속도로’일 수밖에 없는 이유군요. 

    “우스갯소리지만 과거 삼척(三陟)은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 ‘못나가도 잘 가는 척’ 한다고 해서 ‘삼척’이라 했어요. ‘삼척동자도 다 아는 고장’이라는 풀이도 가능했죠. 하지만 요즘 같은 가속의 시대에 고속도로도 하나 없으니, 삼척 사람들은 풀이 잔뜩 죽어 있는 상태입니다. 중부내륙권과 강원 남부는 대표적인 낙후지역이고 심지어 강원도는 소멸위기 지역으로까지 지정돼 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접근성 고취,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삼척시는 동서6축 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을 위해 2015년부터 동서고속도로 구간 12개 시군과 함께 ‘동서고속도로 추진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주민 15만 명의 청원을 담은 서명부를 청와대, 국회를 비롯한 관계부처에 전달했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간담회를 열어 동서6축 고속도로 조기 착공을 건의해왔다. 

    지난해에는 삼척시(김양호 시장)가 협의회 회장을 맡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부권 동서균형발전 포럼’을 개최했다. 현재 삼척시는 제천에서 영월, 삼척에서 영월로 동서 양방향에서 고속도로를 개통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따르면 제천~영월 고속도를 먼저 개통하고, 그다음으로 영월~삼척 고속도로를 연장한다는 방침이지만, 삼척시는 제천~영월 고속도로가 완공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삼척에서부터 공사를 시작해 영월 방면으로 고속도로를 놓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 문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 아닌가요? 

    “경제성은 명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국토개발연구원 등에서 실시한 타당성 조사가 일방적인 잣대에 의해 이뤄진 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제천~삼척 고속도로는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최문순 도지사의 공약이에요. 최근 삼척에 ‘쏠비치 호텔&리조트(대명리조트)’가 들어선 뒤로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고 동해안 에너지단지, 도시재생, 국방과학연구소 유치 등으로 거주민이 증가하는 등 예전에 비해 상황이 바뀌었지만, 이런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어요. 비록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예타면제를 촉구할 방침입니다.” 

    -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물류나 관광 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먼저 우리나라 동서의 물류항인 평택항과 동해항을 최단거리로 연결해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對)중국 무역경쟁력도 한결 높아지리라 봅니다. 또 본격적인 남북경협 시대가 오면 북한의 광물자원을 동해항으로 실어 나르며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그렇게 되면 삼척은 다시 한번 석탄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어요.” 

    - 석탄산업은 이미 종결된 거 아닌가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민영 탄광 하나 정도는 유지하자고 할 수도 있죠. 특히 삼척은 여전히 선진화된 채탄(採炭)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채탄 기술자들을 북한으로 보내 석탄산업을 활성화한 뒤 대북제재가 풀리면 싼값에 석탄을 들여올 수도 있어요. 이런 물동량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항이 바로 동해항이고요. 남북 평화시대가 오면 삼척은 사통팔달의 에너지산업 전진기지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삼척에는 LNG 생산기지, 삼척 그린파워발전소, 삼척 포스파워발전소, GS동해전력발전소, 동해 동서발전소 등 에너지 산업단지가 형성돼 있다. 이를 통해 15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연관 산업으로 유입된 인구도 3000여 명에 달한다.

    에너지산업 전진기지로 발돋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척은 ‘미래 수소에너지 스마트산업단지’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연내 선정하기로 한 ‘수소에너지 기반의 실증형 시범도시 3곳’ 중 한 곳으로 채택되기를 기대하는 것. 이를 위해 삼척시는 지난 3월 25일 강원도, 한국동서발전과 ‘수소기반 에너지 거점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명박 정부 때 원자력발전소 부지로 선정됐다가 주민투표에 의해 무산된 삼척 근덕면 동막리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세우고, 일대를 스마트일반산업단지, 스마트팜, 복합휴양단지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내 최초로 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어떤 시설인가요? 

    “천연가스에서 생산한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거예요. 기존 화석연료와 비교해 발전 효율성도 높고 매연 등이 적게 발생해 친환경 발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액체수소를 활용한 사업을 할 겁니다. 드론산업이 대표적인데 현재 드론은 배터리 충전용량이 작아 오래 떠 있지 못하는데 액체수소를 활용한 전지를 넣으면 최장 10시간도 떠 있을 수 있어요. 호산항 인근에 LNG 저장탱크가 12개나 있어 수소에너지 사업을 하기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입니다.” 

    - 삼척의 강점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세먼지 청정지역’이라는 점인데요. 

    “정말 복 받은 일이죠. 앞으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삼척’이 지목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지난 한 해만 8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삼척을 방문했습니다. 앞으로 고속도로까지 생기면 삼척을 찾는 이가 더 늘어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과거 삼척은 석탄산업과 무장공비 침투사건 등으로 대한민국의 변방 중 변방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하지만 관민이 노력한 결과 우리나라 핫플레이스 중 한 곳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이 지속되려면 고속도로 조기 개통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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