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으로 올려놓은 거야 그럴 수 있다 치자. 사실 축구팬들은 네덜란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했다고 해도 그리 놀라지 않을 것이다. 네덜란드는 누가 감독을 하더라도 언제나 우승할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 한국의 4강 등극은 다르다. 한국은 이전까지 본선에서 단 한 번도 1승을 올리지 못했다. 5회 진출에 14전4무10패. 그런 팀을 하루아침에 세계 4강에 올려놓았다. 그뿐인가. 2006 독일월드컵에선 호주를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더니, “어~어~” 하는 사이에 호주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까지 끌고 갔다. 더구나 당시 히딩크는 네덜란드 프로팀 PSV에인트호벤 감독을 겸하고 있었다. 그는 2005년 7월부터 1년 동안 유럽과 호주를 분주히 오가며 두 팀을 지도했다. 보통 감독이라면 한 팀 지도하기도 힘들 텐데, 그는 “뭐 대수냐”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감독이라는 자리를 맘껏 즐겼다. 도대체 히딩크는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축구 변방 호주를 강팀으로 만들었을까?
러시아라고 크게 다를 게 없다. 히딩크는 독일월드컵이 끝나자 이번엔 유럽축구의 변방 러시아를 맡았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아무리 히딩크라지만…”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예상은 또 빗나갔다. 그는 보란 듯이 유로 2008 예선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따돌리고 러시아를 본선 무대에 올려놓았다. 본선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그리스, ‘바이킹 군단’ 스웨덴을 연파하더니 8강에서는 자신의 조국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마저 3-1로 꺾어버렸다.

보통 축구에서 한 팀의 에너지는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표시된다. ‘T(팀 에너지)=11×χ(감독 역량) +α(팬, 언론, 축구협회 지원…)’. 즉 선수 11명 개개인의 힘은 감독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1보다 더 커져 20도 될 수 있고, 그 보다 작은 5도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엔 팬이나 언론 등의 지원도 힘이 된다. 하지만 결국 감독의 역량이 결정적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