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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태권도와 북한태권도

이종격투 도전한 실전태권도, 정통성 시비 휘말린 북한태권도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실전태권도와 북한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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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을 주관하는 WTF(세계태권도연맹) 태권도가 스포츠로 발전한 반면 ITF(국제태권도연맹) 태권도는 무도정신과 실전성을 중시한다. 세계태권도문화축제 마지막 날 국내 이종격투기 선수들과 맞붙은 ITF 선수들은 실전태권도의 위력을 한껏 과시했다. ITF 총재는 북한의 장웅 IOC 위원.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이와는 다른 ITF 소속이다. ITF 분란에 얽힌 비화. 남북 교류 내세운 ITF와 WTF의 ‘정치적 통합’ 논란. 정통성 시비에 휘말린 북한 태권도의 앞날.
실전태권도와 북한태권도
아르헨티나 태권도 선수인 마티아스 라모스(20)가 링에 오를 때 그가 이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전적이 화려하거나 강해 보여서가 아니었다. 엉뚱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다른 출전자들과 달리 등장음악이 부드럽고 감미로운 것이 예사롭지 않아서였다.

상대는 종합격투기(MMA=Mixed Martial Arts) 선수인 한국의 김형렬(19). 경기는 니킥(무릎공격)이 허용되는 입식타격기 규칙에 2분 2라운드로 진행됐다.

땡. 공이 울리고 시합이 시작됐다. 라모스는 빠른 발차기로 상대를 공략했다. 뒤돌아 옆차기(뒤차기)로 복부를 정확히 가격하는 등 여러 차례 유효타가 나왔다. 태권도 선수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접근전에도 강했다. 그는 유연한 몸놀림과 날카로운 주먹 공격으로 상대를 유린했다. 태권도 선수가 주먹을 잘 쓰는 것이 이채로웠다.

하지만 약점도 눈에 띄었다. 종종 옆차기 자세를 취했는데, 이것이 상대에게 역습의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뒤돌려차기나 뛰어돌아 옆차기 같은 화려한 발차기는 실속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성공률이 낮았다. 동작이 크기 때문에 상대가 붙으면 발이 돌아가다가 상대 팔이나 몸에 걸렸다. 더러 가격에 성공하더라도 파괴력이 약했다. 어쨌거나 승리는 예상대로 라모스의 것이었다. 심판 전원 일치의 3대 0 판정승.

실전태권도와 북한태권도

종합격투기 선수들과 맞붙어 실전태권도의 위력을 한껏 발휘한 ITF태권도 선수들. 주먹공격에도 능한 일본의 히로키 호리고메가 앞차기를 날리고 있다.(좌) 발차기 공격이 실패한 직후 상대에게 밀려 넘어져 고전하는 아르헨티나의 아리엘 알리마노. (중) 이탈리아의 실비아 파리구는 점프 스트레이트, 뛰어돌아 옆차기 등 탁월한 기량으로 승리했다.(우) 지호영 기자

날카로운 주먹 공격



토요일인 7월5일 오후 8시. 충북 청원에 있는 충청대학교 야외음악당에서 벌어진 태권도 대 종합격투기의 대결은 시종 긴장감이 넘쳤다. 이날 시합은 7월1일부터 5일간 이 학교에서 열린 제10회 세계태권도문화축제의 마지막 행사였다.

대회명은 ‘스페셜 배틀’. 실전태권도를 표방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소속 태권도 선수들과 국내 종합격투기 대회인 스피릿MC에서 활동하는 격투기 선수들이 맞붙은 것이다. 태권도 선수들은 한 명만 빼고 모두 외국인이었다.

원래는 8경기가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태권도 선수 한 명이 부상으로 불참하는 바람에 한 경기가 취소됐다. 입식타격기 규칙으로 진행된 5경기에서는 태권도가 3대 2로 앞섰다. 하지만 그래플링(grappling·붙잡거나 뒤엉켜서 싸우는 것) 2경기에서 완패하는 바람에 종합전적 3대 4로 졌다. 종합격투기 선수 중에는 세계적 이종격투기 대회인 프라이드FC에서 활약한 최무배도 포함돼 있었다. 이날 아르헨티나 태권도 선수 가르시아 크리스티안과 맞붙은 최무배는 암바(arm bar·다리로 상대의 팔을 고정시켜 관절 꺾기)로 승리를 따냈다.

관중석 곳곳에 외국인이 앉아 있었다. 세계태권도문화축제에 참가한 선수들과 그 가족, 친구들이었다. 이들은 ‘스페셜 배틀’에 출전한 태권도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발차기 유효타나 화려한 공격이 나올 때마다 열광적으로 환호하면서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태권도의 실전성. 실전에 약하다고 평가받는 태권도가 과연 종합격투기계에서 통하느냐는 것. 상당수 언론이 이 대회를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출전 선수들이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아닌 국제태권도연맹 소속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데 한몫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세계 태권도계는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과 북한이 관련된 국제태권도연맹으로 양분돼 있다. 물론 주류는 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주관하는 세계태권도연맹이다. 국제태권도연맹은 한국 정부에 의해 친북인사로 낙인찍혔던 고(故) 최홍희씨가 창립한 단체다.

스포츠적 요소가 강한 WTF 태권도에 비해 ITF 태권도는 무도정신과 실전성이 두드러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외형상 가장 큰 차이점은 발차기 못지않게 주먹기술이 발달한 것. 실전태권도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페셜 배틀’은 밤 10시 넘어 끝났다. 일반적 예상과 달리 ITF 태권도 선수들이 선전한 편이었다. 태권도의 새로운 가능성과 더불어 ‘화려한 발차기는 실전에서 금물’이라는 격투계의 ‘상식’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시합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컨벤션센터 회의실에서 시합에 출전했던 태권도 선수 7명 중 3명과 인터뷰를 했다. 이긴 선수, 진 선수 한 명씩에 여자 선수 한 명이었다.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뚜렷했지만 비교적 성실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먼저 승자인 일본의 히로키 호리고메. 상대 선수는 격투기 전적 4전 전승의 고종현. 히로키는 발차기보다는 주먹 공격으로 키가 6㎝ 더 큰 상대를 압도했다. 여러 차례 얼굴에 주먹을 꽂았고 훅으로 다운까지 빼앗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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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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