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경인운하’조감도.
물은 사람의 마음을 순화한다. ‘미(美)적 효과’도 크다. 수량이 풍부한 강이나 호수는 빼어난 경관을 연출한다. 서울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한강이 잘 보이는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 간엔 수억 원의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한다. 물이 주는 유무형의 부가가치는 크다.
이명박 정권은 ‘경인운하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서해 연안 인천 서구 서천동-한강변 서울 강서구 개화동(행주대교) 사이에 길이 18km 인공 수로를 만드는 일이다. 서울과 서해를 이어주는 뱃길이다. 정부는 2009년 착공해 2011년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행주체는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로 했다. 이 사업에는 2조2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4대강 정비’와 함께 이 정권의 ‘간판’이나 다름없다.
이명박 정권의 ‘간판 사업’
물에 대한 동경은 ‘수도권에 새로운 뱃길을 내는’ 경인운하에 대한 지지로 쉽게 연결된다. 삭막한 수도권 서부 내륙에 ‘길이 18km × 폭 80m’라는 적지 않은 수량의 찰랑찰랑한 물길이 새로 나면 일정 정도 정서적, 경관적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일성(一聲)으로, “운하가 완성되면 서울 도심 한강에서 중국으로 배를 타고 오갈 수 있다”고 했다. 시민들에겐 ‘낭만’으로 다가온다. 정부에 따르면 △물류비 절감 △교통난 해소 △문화·관광·레저 활성화 △홍수방지 △지역경제 활성화 △저탄소 녹색성장 등 운하의 효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일부 환경·시민단체는 “막대한 국고만 낭비할 것이다. 환경파괴 우려가 크다”며 사업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경제성이 없다”면서 10 가지도 넘는 이유를 대고 있다. 최근 들어 경인운하는 이념대결 양상을 띤다. ‘반(反)이명박’ 진영은 “경인운하는 대운하의 출발점”이라며 반대한다.
정부 측은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환경·시민단체의 ‘경인운하 반대 논리’도 이미 인터넷에 널려 있다. 사람들은 경인운하의 진실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이에 ‘신동아’는 기존 찬반 논란을 넘어 경인운하의 ‘본질적 기능’에 주목하는 ‘방법론’을 택했다. 본질적 기능은 다른 모든 기능보다 우위에 서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기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객기의 ‘본질적 기능’은 ‘약속된 시간 내에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승객을 수송하는 것’이다. 그 외 기내 서비스가 좋다든지, 마일리지 혜택이 다양하다든지 하는 것은 ‘부수적 기능’이다. 어떤 사업이든, 여러 부수적 기능이 아무리 훌륭해도 본질적 기능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면 그 가치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러 부수적 기능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본질적 기능이 탁월하면 그 가치는 높아진다. 병원이 불친절하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의술이 뛰어나면 환자가 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운하의 본질적 기능은 ‘인공 수로를 통한 사람과 물자의 원거리 수송’이다. 그 외 교통난 해소, 문화·관광·레저 활성화, 홍수방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은 이런 본질적 기능에서 파생된 부가적 기능이거나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기능이다.
경인운하의 ‘본질적 기능’
운하의 핵심은 ‘원거리’다. 경인운하의 경우엔 그 본질적 기능은 ‘사람과 물자의 서울-중국 간 수송’이다. 이는 고작 서울-인천을 뱃길로 연결하기 위해 2조원이 넘는 국고를 투입해 운하를 파는 것은 ‘난센스’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확인된다. 정부도 ‘서울-중국 간 뱃길 개통’이 경인운하의 핵심 가치라는 점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