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호

2조원 날리고 나라망신?

MB정권 경인운하, 서울-중국 뱃길 못 연다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9-03-10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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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중국 갈 여객선 못 찾았다
    • 배도 없는데 “운하 여객 105만” 홍보만 극성
    • 정부발표 화물선도 중국까지 가기 어렵다
    • 유럽 자료 “그 배는 육지 앞바다만 항해”
    • 여권 일각 “운하 ‘거짓말’ 땐 뒷감당은…”
    2조원 날리고 나라망신?

    정부의 ‘경인운하’조감도.

    “강과의 자유로운 교섭은 가장 즐거운 유년의 추억이며 성장의 비밀이다. 여름날 강에서의 물장구, 멱 감기, 겨울의 얼음지치기, 발목을 간질이는 물살의 찰랑거림, 물속에 잠긴 달, 쏟아지는 강변의 별빛-우리를 키운 비밀스러운 힘의 기원이다. 성년이 되어서도 우리는 강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다.”(도정일·문학평론가/경희대 명예교수)

    물은 사람의 마음을 순화한다. ‘미(美)적 효과’도 크다. 수량이 풍부한 강이나 호수는 빼어난 경관을 연출한다. 서울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한강이 잘 보이는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 간엔 수억 원의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한다. 물이 주는 유무형의 부가가치는 크다.

    이명박 정권은 ‘경인운하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서해 연안 인천 서구 서천동-한강변 서울 강서구 개화동(행주대교) 사이에 길이 18km 인공 수로를 만드는 일이다. 서울과 서해를 이어주는 뱃길이다. 정부는 2009년 착공해 2011년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행주체는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로 했다. 이 사업에는 2조2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4대강 정비’와 함께 이 정권의 ‘간판’이나 다름없다.

    이명박 정권의 ‘간판 사업’

    물에 대한 동경은 ‘수도권에 새로운 뱃길을 내는’ 경인운하에 대한 지지로 쉽게 연결된다. 삭막한 수도권 서부 내륙에 ‘길이 18km × 폭 80m’라는 적지 않은 수량의 찰랑찰랑한 물길이 새로 나면 일정 정도 정서적, 경관적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일성(一聲)으로, “운하가 완성되면 서울 도심 한강에서 중국으로 배를 타고 오갈 수 있다”고 했다. 시민들에겐 ‘낭만’으로 다가온다. 정부에 따르면 △물류비 절감 △교통난 해소 △문화·관광·레저 활성화 △홍수방지 △지역경제 활성화 △저탄소 녹색성장 등 운하의 효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일부 환경·시민단체는 “막대한 국고만 낭비할 것이다. 환경파괴 우려가 크다”며 사업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경제성이 없다”면서 10 가지도 넘는 이유를 대고 있다. 최근 들어 경인운하는 이념대결 양상을 띤다. ‘반(反)이명박’ 진영은 “경인운하는 대운하의 출발점”이라며 반대한다.

    정부 측은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환경·시민단체의 ‘경인운하 반대 논리’도 이미 인터넷에 널려 있다. 사람들은 경인운하의 진실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이에 ‘신동아’는 기존 찬반 논란을 넘어 경인운하의 ‘본질적 기능’에 주목하는 ‘방법론’을 택했다. 본질적 기능은 다른 모든 기능보다 우위에 서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기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객기의 ‘본질적 기능’은 ‘약속된 시간 내에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승객을 수송하는 것’이다. 그 외 기내 서비스가 좋다든지, 마일리지 혜택이 다양하다든지 하는 것은 ‘부수적 기능’이다. 어떤 사업이든, 여러 부수적 기능이 아무리 훌륭해도 본질적 기능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면 그 가치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러 부수적 기능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본질적 기능이 탁월하면 그 가치는 높아진다. 병원이 불친절하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의술이 뛰어나면 환자가 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운하의 본질적 기능은 ‘인공 수로를 통한 사람과 물자의 원거리 수송’이다. 그 외 교통난 해소, 문화·관광·레저 활성화, 홍수방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은 이런 본질적 기능에서 파생된 부가적 기능이거나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기능이다.

    경인운하의 ‘본질적 기능’

    운하의 핵심은 ‘원거리’다. 경인운하의 경우엔 그 본질적 기능은 ‘사람과 물자의 서울-중국 간 수송’이다. 이는 고작 서울-인천을 뱃길로 연결하기 위해 2조원이 넘는 국고를 투입해 운하를 파는 것은 ‘난센스’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확인된다. 정부도 ‘서울-중국 간 뱃길 개통’이 경인운하의 핵심 가치라는 점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2조원 날리고 나라망신?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경인운하사업계획’ 보고서에서 사람 수송과 관련 “서울(용산)-중국 직항 국제여객선(5000t급) 운항”을 적시했고, 물자 수송과 관련 “대상선박 : 4000t급 바다하천겸용선박(R/S). 대상화물 : 연안화물 및 중국·일본 등 연근해 화물”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중국보다 더 원거리다. 실제로 서울시는 경인운하 사업과 연계해 서울 용산 한강변에 ‘국제여객터미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으로 보내는 물자와 중국에서 오는 물자의 경우엔 경인운하 내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에서 하역 등의 작업이 처리될 계획이다.

    경인운하는 중국 등지로의 원거리 운항을 위해 만드는 것이므로 정말 운하 위로 중국행 배가 다닐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점검 포인트가 된다. 정부는 서울에서 경인운하를 거쳐 중국까지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 구체적으로 어떤 선박인지 제시하고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신동아’는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춰 사실관계를 독자적으로 확인했다.

    Ⅰ. 서울-중국 운항할 5000t급 여객선은 존재하는가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개통 후 서울-중국 간엔 5000t급 여객선이 운항하게 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주변이 “국제 관광물류 명소”로 발전하며 “연간 105만명의 여행객을 운송하게 된다”고 홍보했다(2009년 1월5일 정책브리핑). 그렇다면 서울-중국을 운항할 수 있는 5000t급 여객선은 실제로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국토해양부 측은 그 선박이 구체적으로 어떤 제원의 선박인지, 운항이 가능한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까.

    먼저 알아야 할 점은 기존의 ‘인천항-중국 노선’과 운하개통으로 신설되는 ‘서울항-중국 노선’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거리상으로 후자는 전자에 비해 운항거리가 18km 정도 더 길어질 뿐이다. 그러나 후자는 훨씬 더 복잡한 기술적, 상업적 난관을 안고 있다.

    인천항-중국 노선은 수심이 깊은 서해 바다만 항해한다. 규모가 큰 배가 운항할 수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여객선의 경우 보통 3만t 규모가 왕래한다. 배가 크면 높은 파도에도 안전하고 속도도 빨라진다. 승객들이 배 멀미를 덜하게 되는 등 여행의 쾌적성도 향상된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한 번에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어야 요금도 내려가고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인천항-중국 칭다오(靑島) 노선의 경우 3만t 화객선의 4인1실 운임이 11만3000원이고 15시간 소요된다. 같은 구간 비행기 항공요금은 9만9000원으로 1만4000원 더 저렴하면서 비행시간은 1시간여에 불과하다. ‘인천시 청도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방 날아간다. 하지만 배는 비행기와 달리 승객 1인이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이처럼 여객시장에선 3만t 규모의 배로도 항공기와의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해엔 ‘5000t 여객선’ 없다

    경인운하 개통 이후 서울항-중국 노선의 경우 여객선은 한강, 경인운하, 서해 바다 구간을 모두 운항해야 한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경인운하의 수심은 6.3m, 폭은 80m에 불과하고 운하 내에서 마주 오가는 배들의 교행(交行)이 가능해야 한다. 경인운하를 통과하려면 배의 규모는 물에 잠기는 부분(흘수)이 6m 미만, 폭은 40m 미만으로 축소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토부 측은 운하를 통과해 중국으로 가는 여객선은 5000t급, 화물선은 4000t급이라고 밝혔다.

    여객선만 놓고 보면, 기존 인천항-중국 노선의 3만t급에 비해 규모가 6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배의 크기가 작아지고 엔진이 적어지므로 운항의 안전성과 속도는 떨어지게 된다(3만t급의 속도는 19노트, 5000t급의 속도는 16노트). 운항 속도 저하에 따라 서해 항해시간이 2~3시간 더 걸린다. 또한 서울에서 인천항까지는 자동차로 40여 분~1시간여 만에 도달할 수 있는데, 여객선으로 경인운하를 통과할 때는 이보다 1시간30분 정도가 더 소요되어 2시간30분(정부 측 추산)이 걸린다.

    5000t 급 배의 경우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승객 수도 3만t 급에 비해 줄어든다. 반면 ‘규모의 경제’에 따라 승객 1인당 요금은 쉽게 내려가기 힘들다. 배가 작아지면 배 멀미 등 여행의 쾌적성도 떨어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5000t급 여객선의 경우 기존 3만t급에 비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선주(船主) 측에서도 수익을 내기 더 어려운 구조다.

    ‘신동아’ 취재 결과 현재도 인천항-중국 노선을 오가는 5000t급 여객선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토해양부 측을 통해서도 재확인됐다. 사람 수송 목적의 비슷한 규모 선박(3798t, 폭 17.8m, 흘수 5.9m)은 한국해양대학교의 실습선(한바다호)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 배의 정원은 246명이다. 경인운하 개통 후 서울항-중국 노선을 운항하는 5000t급 여객선이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토해양부 측 입장을 들어봤다. 국토해양부 측은 현재까지 ‘중국행 5000t급 여객선’에 대해선 일절 언급한 바 없다.

    “그런 배를 딱 잡은 건 아니다”

    그런데 경인운하사업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 운하지원팀 박병언 사무관은 “국토부에서는 중국까지 갈 수 있는 5000t급 여객선을 찾았나”라는 ‘신동아’의 질문에 “저희가 그런 배를 딱 잡고 그런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담당자 증언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측은 서울-중국을 운항할 수 있는 5000t급 여객선이 구체적으로 어떤 제원의 선박인지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박 사무관은 “거기(서울-중국 여객선)에 대해서는 편익 부분에 여러 가지 의견이 있기 때문에 비용과 편익을 봐서 경제성이나 그런 부분이 고려가 안 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성 발언 부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게 아니고”라며 하면서도 “편익 부분은 저희가 상당히 보수적으로 산정했다. 경제성이 클 수도 있는데 우리가 그 부분은 보수적으로 봤다. 시설에 대한 편익이 발생할 텐데. 그걸 낮게 봐서 뉴트럴라이징(neutralizing)했다”고 밝혔다. 중국행 여객선의 경우 정부 측이 경제성이나 편익을 낮게 평가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국토해양부측 증언은‘중국행 여객선은 경제성이 낮아 운하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도 선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는 현재도 5000t급 여객선이 기술적, 상업적 이유로 중국 항로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도 맞아떨어진다.

    “서울-중국을 오갈 수 있는 여객선이 실제로 존재하나”라고 재차 묻자 박 사무관은 “용산국제여객터미널을 추진하는 서울시나 경인운하사업의 사업주체인 수자원공사에 문의하라”며 책임을 서울시와 수자원공사로 미뤘다.

    “요트, 유람선 정도만 검토”

    그러나 경인운하사업은 서울시권역 밖에서 서울시 예산이 아닌 국비로 이뤄지는 사업이고, 서울시는 운하와 연계해서는 용산 국제여객터미널 사업 정도만 계획하고 있을 뿐이다. 수자원공사는 경인운하사업의 형식상 시행주체이기는 하지만 독자적 결정이 아닌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다. 경인운하사업의 실질적 주체가 정부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다음의 국토해양부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08. 12. 11 「국가정책조정회의(총리주재)」에서 경인운하 사업추진 확정. 08. 12. 29 민자→공기업(수자원공사) 직접 시행방식으로 전환을 위해 민투심에 상정하여 “민자 대상사업 지정” 취소.’

    정부가 2조원이 넘는 국가재정을 들여 운하를 파고 “운하 여행객 105만 명 예상”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는데 막상 운하 개통 후 여객선이 안 다니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정부는 운하에 뜰 수 있는 중국행 여객선이 어떤 선박인지를 사실상 제시할 수 없는 상태이고, 경제성 이 낮아 여객선이 운항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하사업에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박 사무관과의 일문일답이다. 사안이 공익적으로 중요한 만큼 대화 내용은 녹취되어 있음을 밝혀둔다.

    ▼ 경인운하를 항해하는 여객선은 어떤 선박인가요.

    “주로 마리나, 크루즈선, 요트 같은 이런 것들….”

    ▼ 크루즈선도 운하를 지나나요.

    “우리가 잡고 있는 건 요트, 마리나 그런 거죠. 수백t급. 크진 않은 배들이고요. 한강의 유람선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 국토부에서는 중국까지 갈 수 있는 여객선을 찾았나요.

    “저희는 그런 배를 딱 잡고 그런 건 아니고요.”

    ▼ 그런데 국토부는 5000t급 여객선이 서울 용산에서 경인운하를 거쳐 중국까지 간다고 했는데, 그 5000t급 여객선은 어떤 게 있습니까. 그런 배가 실제로 있나요.

    “인천항에서도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5000t급 배들이 있고요. 여객선은 아닙니다. 화물선 같은 경우에.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거는, 실제 (중국에) 가는 게 아니라 계획을 하고 있는 거죠.

    ▼ 여객선 중에는 중국 갈 만한 배가 없다고 들었는데.

    “그건 서울시에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 서울시에요? 여객선도 운하 통과해서 중국까지 가는 걸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국토부에서 여객선 부분은 어떤 선박이 중국까지 갈 수 있는지를 검토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에선가요.

    “저희가 여객선을 검토하지 않은 건 아니고요. 저희도 레저나 관광, 이런 수요는 검토했거든요. 다만, 저희 같은 경우에는 거기(서울-중국 여객선)에 대해서는 편익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기 때문에 그 비용과 편익을 봐서 경제성이나 그런 부분이 고려가 안 되게 되어 있어요.

    ▼ 경제성이….

    “그런 부분을 안 봤다는 건 아니고요. 저희는 주로 마리나나 그런 걸 주로.”

    “중국행 여객선은 편익 낮다”

    ▼ 중국까지 가는 여객선은 경제성이 좀 떨어진다?

    “그런 게 아니고요. 저희 대상으로는 화물이 있고 여객이 있는데, 대상 화물은 부산, 광양이라든가 중국까지 간다든가 여러 가지 경로가 있거든요. 그런 경로가 다 검토됐습니다.”

    ▼ 아니, 비용-편익을 봤을 때 여객선 부분은 서울에서 경인운하를 거쳐 중국까지 가는 건 경제성이 고려가 안 되게 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지 않나요.

    “그게 아니고요. 편익 부분은 저희가 ‘상당히 보수적’으로 산정했습니다. 경제성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있기 때문에. 그런 뜻이고요. 경제성이 많을 수도 있는데 우리가 그 부분은 보수적으로 봤다, 그렇게….”

    ▼ 보수적으로 봐서 여객선 부분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 말씀인 거죠.

    “우리가 (경인운하) 시설을 하잖아요. 시설에 대한 (여객선) 편익이 발생할 텐데, 그걸‘낮게’봐서 뉴트럴라이징했다는 거고요. 예를 들어 도로 만들 때 10t 트럭이 다닐지 1t 트럭이 다닐지 세진 않잖아요. 도로 만들어지면 거기 맞춰 다니는 거고.”

    ▼ 이건 중요한 문제이거든요. 국민이 생각하기에, 정부에서 경인운하를 만들 때 서울에서 중국까지 경인운하를 거쳐서 사람과 화물이 배를 통해서 다닌다, 이렇게 개념을 잡고 있거든요. 그런데 화물부분은 RS선으로 다니게 하겠다고, 이렇게 구체적으로 국토부의 안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여행객의 경우에는 서울에서 중국까지 어떤 배로 수송하는지에 대한 안도 나와야지요. 그런데 이 부분은 안이 없다, 이 말씀이잖아요.

    “그 부분은 서울시에서 검토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서울시는 서울시이고, 여기 운하사업에는 정부예산이 2조원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에서 여객선 부분에 대해 안을 내놓아야지요. 그런데 ‘왜 안이 없느냐’고 제가 묻자, ‘비용-편익 부분을 보수적으로 낮게 봐서 그렇다’고 말씀하셨잖아요.

    “허허…”

    ▼ 왜 여객선은 내놓지 못하는지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저희가 수로시설 해서 선사(船社)가 거기에서 운행하고 싶다고 그러면, 수자원공사에서 계획하고 있으니 거기에 연락하면 운행이 되는 거죠.”

    ▼ 화물선은 RS선이라는 구체적 선박 종류를 발표했잖아요. 그러면 여객선도 대응해서 구체적 선박 종류를 발표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왜 발표 안 하는 거죠. 일각에서 ‘서울에서 중국을 오가는 5000t급 여객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니,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건데요. ‘불가능하지 않다, 이런 배가 있다’고 말씀하셔야 되잖아요. 그런데 왜 정부에서는 그 말씀이 없느냐는 거죠.

    “그게 가령, 우리가 배를 나열하지 않았으니 불가능하다, 이렇게 말하는 건 이상한 것 같은데요. 그렇죠?”

    ▼ 5000t급 여객선을, 새로운 여객선을 개발한다는 건가요.

    “제가 보기에는 서울시에 문의해야 할 것 같은데요.”

    ▼ 서울시는 서울시이고요. 운하 예산은 정부에서 나오잖아요.

    “정부 예산은 아니고요.”

    ▼ 정확히는 수자원공사 예산이다?

    “네네.”

    ▼ 향후에도 구체적인 여객선 선박은 발표할 계획이 없는가요.

    “그건 수자원공사에서 사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검토하겠죠. 여객수송을 업으로 하는 곳이랑.”

    ▼ 수자원공사에서 알아서 하라는 말씀인가요.

    “아니, 거기서 일단 운하사업을 추진하니까. 그렇게 이해해주시죠.”

    Ⅱ. 정부발표 ‘중국행 화물선’은 실제로 중국 운항 가능하나

    국토해양부는 보고서에서 ‘경인운하 개통 후 중국행 화물선으로는 4000t급 RS(River Sea·바다하천 겸용) 선박이 운행된다’고 밝혔다. RS선은 강과 바다를 모두 운항할 수 있어 경인운하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중국행 여객선과는 달리, 중국행 화물선의 경우 국토해양부 측은 이처럼 선박 종류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어 RS선 투입에 따라 2030년엔 물동량이 연간 97만TEU에 달하고 생산유발효과는 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RS선에도 ‘네덜란드’ 등장

    그런데 국토해양부가 RS선을 공개했을 때 여러 언론에서는 “RS선은 처음 듣는 선박”“RS선이 실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RS선은 ‘세계 1위 조선대국’인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건조된 적이 없는 선박이라고 한다. 대형 조선소 관계자,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배는 들어본 적 없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건조하기 어렵다. 바다와 강에 모두 적합한 배는 기술적으로 간단하지 않고 건조비도 비싸 경쟁력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재화 국토해양부 수자원정책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의 경우 운하와 바다를 통하고 다시 운하를 통해 국가와 국가 간 물동량이 많이 이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인운하사업의 타당성을 높게 평가한 KDI 김강수 연구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건조비용이 비쌀 이유는 없다고 들었다. 대신 속도는 일반 컨테이너선보다 다소 느린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RS선이 중국 운항규정에 못미처 중국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선 “확답을 받을 수는 없었고 해결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만 들었다”고 했다.

    2조원 날리고 나라망신?

    네델란드 SPC측의 RS선 자료.

    정부가 중국행 화물선으로 발표한, 생소한 RS선은 어떠한 성격의 배인지, 중국 운항에 적합한지에 대해 취재해봤다. 그 결과 네덜란드가 민관 차원에서 RS선의 생산, 상업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경인운하사업과 네덜란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선박 구입 등 상당한 이권이 걸린 RS선에도 또 네덜란드가 등장하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보고서에서 네덜란드 DHV사의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타당성 검토 결론을 경인운하사업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경인운하백지화 수도권 공동대책위원회 권창식 국장은 “DHV는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다. 경인운하 타당성 검토로 20억원의 용역비를 받았다. 경인운하사업과 네델란드는 매우 우호적”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아’는 네덜란드의 공공기관인 ‘SHORTSEA PROMOTION CENTRE HOLLAND(이하 SPC)’이 발표한 RS선 관련 자료(A4 25매 분량, Sea-river shipping, european Sea-river fleet)를 입수했다. SPC는 네덜란드 정부와 RS선 관련 기업이 공동 투자해 운영하는 곳으로, 자국 RS선의 상업화 촉진이 목적이다. 다음은 SPC 측의 기관 소개 내용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9년까지 SPC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속할 것이다. 단거리 해운은 상업적 매력이 있는 운송사업이다.(The Dutch Ministry will remain supporting the SPC for the years 2007 until 2009. Shortsea or coastal shipping was a commercially attractive mode of transport)”

    네덜란드 SPC의 RS선(Sea-river shipping)자료는 유럽 전 지역의 RS선 운항 현황을 담고 있었다. 국토해양부 측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는 “운하와 바다를 잇는 유럽의 국가 간 RS선 활동”도 상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배의 크기도 국토해양부 측이 밝힌 4000t급 내외였다. 다만, 네덜란드 자료에는 RS선의 강(River)과 바다(Sea)의 순서만 바뀌어 SR선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이다. 한 해운 전문가는 “RS선과 SR선은 똑같은 의미”라고 했다. 경인운하사업과 네덜란드 측의 우호적 관계에 비춰봤을 때 네덜란드 SPC 측 자료는 RS선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빙성 있는 자료로 판단된다. 또한 “경인운하에 RS선을 투입하기로 한 최근 결정은 네덜란드의 RS선 사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케 한다.

    “먼 바다 나간적 없다”

    SPC 측은 RS선에 대해 “단거리 해운이다. 운송 개념은 간단하다. 하나의 배가 근해와 강을 동시에 항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Sea-river shipping is one of the forms of shortsea transport. Its concept is simple : one vessel, sailing both coastal and inland water)

    RS선은 ‘단거리 해운 선박’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서 ‘단거리’는 어느 정도의 거리일까. 이는 SPC 측의 ‘유럽 전 지역 RS선 운항 현황’ 지도 자료(뒷 페이지 그림 참조)에서 잘 설명돼 있다. 이 지도 자료에 따르면 RS선은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포르투갈, 핀란드에서 운항 실적을 갖고 있었다. 모두 육지에 인접한 가까운 바다와 강·운하를 오가는 방식이었으며 운항 거리는 수십 km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경인운하사업의 경우 RS선은 서울-중국 노선에 투입된다. 서울-중국 노선은 600km가 넘는다. 유럽의 RS선 운항거리의 10배가 넘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발표한 ‘중국행 화물선’인 RS선은, RS선이 가장 상용화된 네덜란드와 유럽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국 구간과 같은 먼바다 항해 실적이 없는 선박인 것이다.

    경인운하 서울-중국 노선의 대상화물은 대부분 ‘컨테이너’형태다. (국토해양부 보고서) 그런데 SPC측 자료에 따르면 유럽 각지에서 운행중인 RS선은 대부분 석탄, 곡물, 건자재 같은 포장되지 않는 원자재 수송용이다. (Sea-river vessels carry mainly bulk loads such as coal, grain, raw building materials) 국토해양부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운하지원팀 박병언 사무관과의 대화 내용이다.

    ▼ 국토해양부는 서울에서 중국까지 RS선을 띄운다고 하셨죠?

    “네.”

    ▼ RS선이 먼 거리, 예를 들어 김포에서 중국까지 600km가 넘는데 이 정도 먼 거리를 다닌 선례가 없다고 하는데, 이건 어떠한가요.

    “음. RS선…”

    ▼ 예를 들면 영국 도버해협 부근에서 RS선이 운항했는데 거긴 운항거리가 38km 정도이고.

    “저보다 선박 전문가인 분이 많으실 테니, 우리 부처에서도…. 그쪽에 물어보시는 게 맞을 것 같고요. 다만, 중국 운행과 관련해서는 그보다 작은 배든, 큰 배든, 크다고 갈 수 있고 작다고 갈 수 없고, 그런 건 아닌 것 같고요. 배의 조정성이나 복원력을 감안해 갈 수 있는 것 같고. 요트 같은 경우도 못 가는 건 아니고요. 갈 수 있다, 없다가 중요하진 않을 것 같고요.”

    그러나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중국까지 가느냐, 못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게 문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내륙의 강과 먼바다를 동시에 운항하는 화물선의 선례가 거의 없다. 그만큼 기술적, 상업적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먼바다에서 높은 파도를 헤치고 나가려면 동력장치를 키워야 한다. 그런데 운하를 통과하려면 배를 크게 만들어선 안 된다. 여기에 바지선처럼 화물을 많이 실을 수 있어야 상업적으로 경쟁력도 확보되니…”라고 말했다.

    ‘신동아’의 독자 취재 결과, 경인운하의 본질적 기능은 ‘사람과 물자의 서울-중국 원거리 수송’인데, 정부 측은 이를 가능하게 해줄 여객선과 화물선을 사실상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조원 날리고 나라망신?

    정부가 경인운하의 서울-중국 화물선으로 RS선을 발표한 가운데, 네델란드 SPC측 자료는 그배는 유럽에서 육지 앞 바다만 운항해 왔다는 점을 지도와 함께 밝히고 있다. 운항거리가 해안가 단거리(원)에 그친다.

    국책사업의 국고낭비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3567억원이 투입돼 2002년 개항한 강원도 양양 국제공항은 2008년 하루 평균 이용객이 32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이후 단 한 편의 비행기도 양양 공항을 찾지 않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전남 무안공항은 공항 수용능력 대비 이용객 비율은 2.5%에 그치고 있다. 경북 울진공항은 외국 언론인 AFP의 ‘2007년 황당 뉴스’에 선정됐다. “1억4000만달러짜리 공항에 아무도 취항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어정쩡하게 끌려가

    만에 하나, 경인운하가 실패할 경우 그 여파는 지방공항의 사례와는 비교도 안되게 심각할 것이다. 막대한 국비를 쏟았고, 국내외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국가의 중심이자 20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 한복판에 정부의 대표사업으로 상징화해 운하를 만들었는데 배를 제대로 못 띄운다면 이는 여간 ‘나라 망신’이 아니다. 여권의 한 의원은 “경인운하가 개통되는 시점(2011~2012년)과 차기 대선이 겹친다. 운하 홍보가 거짓으로 드러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다만 민주당도 어정쩡하게 끌려가고 있다”고 했다.

    사람은 물을 동경한다. 그러나 물을 담아두는 용기가 꼭 운하일 필요는 없다. 또한 중국으로 가는 뱃길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정부는 서울▼ 중국 운항이 가능한 여객선과 화물선 선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하든지, 아니면 늦기 전에 경인운하의 본질적 기능을 바꿔 중국행을 포기하는 쪽으로 사업을 수정하거나 사업 전체를 보류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증 못하면 중국행 접어야”

    경인운하 찬성론자 사이에서도 일부는 “‘편익/비용’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큰 배가 다니도록 운하를 더 깊고 넓게 팔수도 없다. 중국행은 접자. 그러면 배후단지 등 공사비도 줄어든다. 경인운하의 주 기능은 한강과 서해 연안을 잇는 연안 해운-레저에 국한하자. 이게 국토개발에 더 낫다”고 말한다. 다른 일부는 “남북 접경인 넓은 한강하구를 통해 서해로 나가는 것이 돈도 안 들고 서울의 항구 효과는 훨씬 더 크다. 정부는 폭 1km의 한강하구와 비교하면 ‘도랑’ 수준인 경인운하(폭 80m)에 집착하지 말고 대북관계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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