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곡 ‘감람나무 정원에서’부터 마지막 곡 ‘부활’까지 총 15곡의 기조는 서사적이고 웅장하기보다는 조용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11번 트랙 ‘십자가에 못 박힘’에서 ‘십자가를 세우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등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곡들은 시종 애잔한 슬픔의 서사시로 채워졌다. 마지막 곡 ‘부활’조차 기쁨보다는 잔잔한 슬픔을 노래하는 합창 속에 타냐 차루스카의 솔로 보컬이 아련하게 들려오면서 마무리된다.
음악을 맡은 존 데브니는 이 수난영화의 사실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오케스트라와 함께 아르메니아의 두두크, 중국의 얼후, 아랍의 우드 등 여러 지역의 전통 악기를 사용했다. 이 악기들은 아랍어와 라틴어로 구사되는 극중 대사처럼 2000여년 전의 예루살렘을 이국적 공간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예수의 수난을 매우 사실적인 시각에서 조명한 영화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음악에서도 참신한 시도나 파격적인 신선함은 느껴지지 않지만 종교적 색채를 덧입히지 않아도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움이 있다.
영화의 제작과 각본, 감독을 맡아 종횡무진한 멜 깁슨은 합창단의 일원으로도 참가하는 열정을 과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