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쇄신 나선 조박해, 금은 야권 3지대 집중
조응천 “검찰개혁, 언론개혁 집착하다 민생 놓쳤다”
금태섭 “차악 뽑는 선거 끝낼 3지대 만들겠다”
박용진 “주류 세력 바꿔 여당 개조, 세대교체 필요”
김해영 “조국 비호로 무너지기 시작, 원칙 찾아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박용진 의원, 김해영 전 의원.(왼쪽부터) [동아DB]
4월 9일 더불어민주당 20·30대 초선의원 5인(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이 낸 사과문의 내용 일부다.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전패하자 젊은 의원들이 앞장서서 사과문을 발표한 것. 사과문 내용을 보면 초선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판단에 이견을 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은 총 의석의 60%인 180석을 차지했다. 그 대승이 지도부의 독선으로 이어진 것.
21대 총선 전까지만 해도 여당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라 불리는 당내 소신파 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결정이라도 자신의 소신과 맞지 않는다면 거침없이 반대 의견을 내놨다. 금태섭 전 의원은 2020년 5월 민주당의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초선의원들의 사과문에 언급된 것처럼 21대 총선을 기점으로 여당 내 ‘다른 목소리’가 사라졌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완승으로 이끈 정부 및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의원 개인이 의문을 제기하기는 선수에 무관하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 밝혔다. 조금박해도 절반이 원내에서 사라졌다. 금 전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해 의원직을 잃었다. 2020년 10월에는 금 전 의원이 아예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금 전 의원은 야권인사가 됐다. 1월 13일에는 야권 후보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후보 단일화를 거쳐 오세훈 캠프에 합류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선거가 끝난 지금은 제3지대 인사로 분류된다.
김 전 의원은 2020년 8월 민주당 최고위원 임기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산하 싱크탱크 ‘오륙도연구소’ 소장에 취임했다. 이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됐으나 출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편 현역의원인 조응천 의원과 박용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소신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검찰 출신인 조 의원은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2020년 12월 공수처법 개정안 표결에서는 당내 의원 중 혼자 기권표를 던졌다. 박 의원은 아예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2021년 3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격렬하게 뜯어고쳐야 하는 분야가 있다면 다름 아닌 정치”라며 정치권 세대교체 의사를 밝혔다.
조국 사태부터 깨지기 시작한 민주당 지지
과거 소장파라 불리던 4명의 정치인은 여당이 받아온 참담한 재보선 성적표를 보고 “그럴 줄 알았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여당이 공정의 가치를 잃었고 검찰개혁 등에 몰두하다 정작 민생을 챙기지 못했다는 것.네 사람 모두 민심이 여당을 떠난 시발점으로는 조국 사태를 짚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정 입학 의혹을 대하는 여당의 태도에 국민이 실망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김 전 의원은 “나는 지금도 당에서 조국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이 너무나 큰 실책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월 14일 기자회견에서는 “조국 사태만으로 패배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민주당이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 정당이라는 믿음이 흔들린 사건”이라 평했다.
조 의원과 박 의원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에서 금기어 혹은 성역화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문제는 요 몇 년 전 보수정당의 ‘탄핵’과 같이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 발목을 잡을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초선의원들이 반성문에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 생각했다. 조국 사태로 시작해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이어진 검찰개혁을 반성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솔직한 반성과 변화의 의지를 보여줬다. 비난과 질책을 각오한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던 2019년 8월에도 박 의원은 CBS 인터뷰를 통해 “딸의 논문과 입학 관련 의혹에 조 후보자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 같다”며 비판한 이력이 있다.
여당을 떠난 금 전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부터 장관 임명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금 전 의원은 신동아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 등 특정 정책의 실패가 재보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것은 민주당의 독선적 태도다. (지도부의 생각과) 다른 의견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으니 민심이 돌아선 것”이라 설명했다.
당내 주도권 교체 주장했으나…
4월 9일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등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5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을 발표했다. [뉴스1]
박 의원도 “잘못을 한 뒤 고치겠다고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뉘우치고 행동을 바꿔야 한다. 당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지도부를 바꾸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래 정치를 해온 인물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아야 국민들도 새로운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작금의 상황을 만든 분들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필요하다. 동시에 참신한 인물이 전면에 나선다면 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당내 지도부 선거에 나선 것은 새로운 얼굴이 아니었다. 민주당의 당 대표 후보로는 5선 의원인 송영길 의원과 4선 의원인 우원식·홍영표 의원이 나섰다. 홍영표 의원은 친문 핵심 인사다. 송영길 의원과 우원식 의원도 범(汎)친문으로 분류된다.
홍 의원은 4월 14일 당 대표에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성공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제기되는 친문 책임론에 관해서는 “친문·비문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반성하고 어떤 것을 혁신할 것인가의 문제”라 밝혔다.
이에 조 의원은 4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로 나서고자 하는 분들의 인식을 접하며 아직도 우리 당 주류 세력은 기득권을 붙잡고 변화를 거부하며 민심보다는 소위 개혁에 방점을 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아 솔직히 힘들다”고 적었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여전히 검찰개혁 등 기존의 당론을 유지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여당의 3선 의원인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은 4월 12일 CBS 인터뷰에서 “국민 중에서는 ‘민주당이 그동안 너무 협치나 상생에 매달리면서 일정 정도 개혁과제와 적폐청산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지금은 촛불시민혁명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서 지난 총선 때까지 국민들이 기대한 국민의 명령을 어떻게 제대로 이행할지가 우리 당의 과제”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현 여당 주류 세력의 행태를 두고 “이 상태로는 대선, 총선, 지선 이런 문제가 아니라 당의 존립이 위태롭다”고 비판했다. 4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 전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용기를 내 지핀 당 쇄신의 불길이 불과 며칠 만에 빠르게 식고 있다”며 당내 다선 의원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여당 주류 “쇄신보다 개혁!”
박 의원은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결사문에는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그 땅을 짚고 일어난다’는 구절이 있다. 넘어진 이유를 그 자리에서 찾아야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넘어진 이유를 외부에서 찾겠다며 여기저기 손가락질을 해대서는 일어날 수 없다. 지금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적폐청산 등 외부 문제보다는 그간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한편 4명 중 유일한 야권 인사인 금 전 의원은 “야권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재보선은) 국민의힘 등 야권이 잘해서 이긴 선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임기 1년 남짓의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여권에 대한 분노만으로 야권을 지지했다. 하지만 1년 뒤 대통령선거에서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도 세대교체나 체질 변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윤석열, 홍준표 등 야권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들이 모여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여권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정치세력이 돼야 비로소 대권 승리를 점쳐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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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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