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500억 원 규모 ‘리버시티 서울’ 계획 발표
2007년, 2023년 이은 3번째 한강 프로젝트
연간 9260억 원 경제 창출, 6845명 일자리 확보 효과
수익성 확보 관건, ‘세빛섬’ 전철 밟을까 우려 나와
안전성·환경문제 해결도 과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한강공원 일대 전경. [아이클릭아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런 한강을 품은 서울을 ‘리버시티’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강 물 위에 호텔·오피스텔을 짓고 리버버스, 서울항 등 수상교통망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6년 후인 2030년엔 1000만 명이 한강 수상시설을 이용하는 시대를 열 것이란 포부도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많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고금리, 경기 악화 상황 속에서 대규모 토건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홍수나 태풍 등 안전문제를 비롯해 환경파괴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과연 2030년에 ‘한강 르네상스’가 펼쳐질 수 있을까.
“2030년, 1000만 명 수상 이용 시대 열겠다”
4월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수상 활성화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우선 일상 공간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오피스를 짓는다. 연면적 5000㎡, 높이 4층의 부유식 수상시설이 목표다. 이촌, 성수 등 접근성이 좋고 이용 수요가 높은 지역을 대상지로 검토하고 있다. 육지뿐 아니라 수상을 통한 접근성도 고려하고 있다.
한강 변 아파트 재건축 공공기여와 민간 협력을 통해 공공성을 높이고 재정 부담은 낮출 계획이다. 사업비는 민간, 공공기여를 포함해 3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민간 협의가 이뤄지면 내년 계획 수립을 통해 2026년 설계 및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여의도 일대에는 한강 뷰를 감상할 수 있는 면적 1만㎡, 높이 4층, 200실 규모 수상호텔을 짓는다. 프랑스 파리(58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156실)에 있는 수상호텔에 비해 훨씬 큰 규모다. 선박을 세울 수 있는 계류 기능을 갖춘 국내 최초 수상 숙박시설이 될 전망이다. 사업비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재원과 민간투자를 더해 1200억 원으로 추산했다.
10월부터 리버버스도 운행한다. 서울시는 199명을 태우고 31.5㎞/h로 운항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 8척을 오는 9월까지 건조할 계획이다. 도로뿐 아니라 수상을 통해 한강의 각종 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및 따릉이와 연계되며 환승할인, 기후동행카드도 이용할 수 있다. 사업비는 재정과 민간투자를 합해 754억 원 규모다. 현재 운항하고 있는 수상택시는 7월 폐지한다. 3척의 수상택시는 운송에서 관광으로 기능을 전환해 활용할 계획이다.
대규모 선박 계류시설도 확충한다. 여의도, 잠실, 이촌, 난지에 수상계류장과 아트센터, 수상레포츠센터를 짓는다. 서울시에 등록된 동력수상레저기구가 지난해 3042척인 데 비해 이를 세울 수 있는 계류시설은 130선석에 불과해서다. 서울시는 이를 단계적으로 1000선석까지 늘릴 계획이다.
2011년 여의도에 조성된 서울마리나는 확장을 통해 육상 포함 90선석 계류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150선석 이상 규모로 조성될 잠실마리나는 사업비 600억 원을 민간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약 10개 업체가 투자 공고에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과 레저를 혼합한 이촌 한강아트피어(약 50선석)는 297억 원, 난지 서울수상스포츠센터(육상포함 155선석)엔 184억 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수상레포츠센터는 2월 공사를 마치고 올해 상반기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여객터미널인 ‘서울항’ 건설도 추진된다. 마포대교 남단과 원효대교 남단 사이 한강둔치가 대상지다. 사업비 491억 원을 들여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중국 연안까지 노선을 확보해 국제항으로 확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마포대교 남단에는 민간에서 300억 원을 조달해 여의도 선착장을 조성한다. 여의도~경인아라뱃길을 정기 운항하는 유람선이 정박하는 시설이다. 24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수상푸드존도 만든다. 180억 원을 들여 한강을 바라보며 세계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버스킹 등 공연 문화도 감상할 수 있는 랜드마크로 조성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현재 90만 명인 수상시설 이용객 수를 글로벌 관광객을 포함, 2030년 11배 수준인 100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총 550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서울시는 매년 사업비의 2배 수준인 9260억 원의 경제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론 생산 파급 효과 6445억 원, 부가가치 효과 2811억 원이다. 6845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청사진 완성됐지만 수익성이…
청사진은 그려졌다. 5501억 원 예산 가운데 절반 이상인 3135억 원이 민간투자라는 점에서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건설 경기 악화,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의 수익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계 가장 큰 문제는 공사비다. 기준금리 급등 이후 사업성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져 정비사업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오 시장 재임 시절 조성한 세빛둥둥섬, 한강교량 전망카페 등이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한 것도 우려할 부분으로 꼽힌다. 이번 종합계획이 오 시장의 2007년 ‘한강 르네상스’, 지난해 ‘그레이트 한강’에 이은 세 번째 프로젝트이자 후속 조치인 만큼 기존과 비슷한 계획이 다수 포함돼서다.
특히 2007년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핵심이던 ‘세빛섬’은 추진 당시 각종 비리와 시행사 부도, 세금 문제 등 파행으로 얼룩졌다. 2009년 공사를 시작해 2011년 완공했지만 개장식 후 홍수로 둔치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도교)가 파손돼 개장을 미뤄야만 했다. 다리 보강 공사가 끝난 뒤에는 고정식 다리에 대한 국토부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개장이 미뤄졌다. 그사이 시행사 부도, 감사원 감사에 대한변호사협회가 오 시장의 재정·세금 낭비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세빛섬 전면 개장은 완공 후 3년이 지난 2014년에야 이뤄졌다. 개장 후에도 악재는 계속됐다. 1200억 원대 누적적자를 기록하며 ‘세금둥둥섬’이란 오명이 붙기도 했다. 2012년부터 자본금은 마이너스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적자는 1217억 원, 자본잠식률은 285%에 달한다.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지만 수준은 적자 규모에 한참 못 미치는 5억 원 미만으로 전해진다.
운영비용도 문제다. 세빛섬에 서울시 재정이 직접 투입되진 않았지만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가 2대 주주로 있다. 지난해 3월 프로젝트파이낸싱(FP) 대출금리 급등으로 금융비용 지출이 커지자 최대주주인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티앤씨와 SH, 대우건설 등 주요 주주가 나서 10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대 대출이자를 대신 갚았다. 세빛둥둥섬만이 아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 가운데 하나인 한강전망 카페 중 규모가 가장 큰 동작 구름카페는 서울시와 민간 운영자 간 권리금 소송으로 2014년부터 2년 가까이 폐쇄됐다.
“과하다” vs “걱정 안 해도 된다”
4월 24일 서울 성동구 한강시민공원 옥수나들목 인근 한강 리버버스 선착장 예정지에서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한강 리버버스 사업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환경 훼손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 시장도 이를 고려한 듯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한강르네상스 당시 환경파괴 관련 거센 비판을 극복하며 일하는 게 힘에 겨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지금은 수달 가족이 노닐며 청계천 변까지 올라올 정도로 수중·수변 생태계가 좋아졌다”며 “10여 년이 지나니 환경보호와 개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120% 입증됐다. 충분한 보완장치를 설계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4월 29일 서울환경연합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김향희 서울수달네트워크 전 운영위원장은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최근 몇 년간 무색해지고 있다”며 “지금 한강의 수상시설은 과하다”고 우려했다. 조해민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는 “2011년 오 시장이 자진 사퇴해 한강르네상스에 담긴 서울항 등 대규모 토목사업이 취소됐고 이후 자연성 회복사업을 10년 이상 진행해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복원된 것”이라며 “한강 자연성 회복을 오세훈표 한강르네상스 사업 성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리버버스가 통과하는 옥수 등 일부 노선은 멸종위기 조류들이 찾아드는 장소란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강 생태계 현황 조사를 기반으로 한강 개발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해민 활동가는 “한강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쉼터지만 동시에 도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생태축”이라며 “기후·생물 다양성 위기가 만들 파국으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한강의 공공성을 지켜나갈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