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올림픽 최초 야외 개막식 예정
센강·콩코르드광장 등 명소에서 경기하지만…
수영 경기 예정된 센강, 오염 입길에 올라
가장 저렴한 티켓이 100만 원, 부자 위한 올림픽?
7월 26일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열릴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상상도.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7월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을 102일 앞둔 4월 15일 올림픽을 여는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이날 프랑스 BFMTV·RMC 라디오와 인터뷰하면서 그는 파리의 관광 명소와 그 인근에 경기장을 마련해 프랑스의 매력을 최대한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프랑스는 매력 발산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의 ‘얼굴’ 격인 에펠탑, 센강, 베르사유 궁전 등은 경기장으로 변신할 준비가 한창이다.
올림픽 개최 100일을 기해 프랑스는 막판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올림픽 관련 시설에 각국 취재진을 초청해 일찍이 세계적 관심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프랑스가 올림픽을 여는 건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처음. 19세기 초반 유럽에서 처음으로 거리에 가스 전등을 밝혀 ‘빛의 도시’로 불린 파리가 올림픽으로 과거의 화려한 영화를 되살리려는 중이다.
관광 명소가 경기장으로
파리 올림픽의 자부심은 ‘센강 개막식’이다. 근대 올림픽 128년 역사상 처음으로 ‘야외 개막식’을 열어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취지다. ‘활짝 열린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에 맞게 누구나 찾아와 볼 수 있는 행사를 열겠다는 것이다.개막식 무대는 센강과 함께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앞에 있는 ‘트로카데로 광장’. 특히 참가국 선수 1만여 명이 160척의 배에 나눠 타고 센강을 따라 이동하는 광경은 장관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24년 올림픽 개막식은 대담하고 독창적이며 독특할 것”이라며 “개막식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테러 위험이 커지면 개막식 장소를 변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개막식 무대가 센강 대신 트로카데로 광장에 한정되거나 1998년 월드컵 경기가 열렸던 ‘스타드 드 프랑스’로 변경될 수 있다.
파리 올림픽 경기장은 파리의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마련된다. 태권도와 펜싱은 모두 ‘그랑팔레’에서 열린다. 1900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건물로 지금은 각종 전시회와 패션쇼 무대가 된 곳이다. 양궁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의 무덤이 있는 앵발리드 앞 광장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마라톤 경기 코스는 그야말로 핵심 관광 코스다. 파리 시청인 ‘오텔 드빌’에서 시작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된 오페라 가르니에, 나폴레옹 동상이 세워진 방돔 광장을 거쳐 프랑스 왕실의 화려한 역사가 담긴 베르사유 궁전을 지나 앵발리드에서 마무리된다.
파리 올림픽부터 새롭게 정규 종목으로 추가된 브레이킹 경기도 역사적 장소를 무대로 삼는다. 교통의 중심지이자 ‘혁명광장’으로 불리는 콩코르드 광장이다. 프랑스혁명 때인 1793년 루이 16세와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곳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올림픽의 전통 종목인 근대5종과 승마 경기가 전개된다.
파리시가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경기장은 센강이다. 에펠탑, 앵발리드, 샹젤리제 거리를 잇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아래 센강에서 올림픽·패럴림픽의 철인 3종 수영 종목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이 열릴 예정이다. 1923년 수질오염으로 수영이 금지된 센강에서 101년 만에 공식 수영 경기가 열리는 것.
잦아들지 않는 ‘센강 수영’ 논란
프랑스 파리 센강의 한 다리 밑에 노숙인들이 텐트를 줄지어 설치해 두고 있다. 센강을 걷다 보면 노숙인들이 버린 생활 쓰레기나 방뇨 흔적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조은아]
프랑스 언론조차 올림픽이 임박하자 강도 높게 센강 오염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피가로는 4월 29일자 신문 1면에 ‘센강은 14억 유로(약 2조480억 원)를 투입한 정비 작업 뒤에도 올림픽 수영 경기를 열 법한가’란 기사를 올렸다. 이 매체는 “오스트리아 빈의 다뉴브강, 독일 베를린의 슈프레강, 스위스 취리히의 리마트강에서 수영하는 건 큰 비용이 들지 않았는데, 이들 국가의 공중보건 문화가 강화돼 적은 노력으로도 강을 개선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올림픽 기간 센강 수영의 꿈이 현실화되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는 여전히 도박”이라고 진단했다.
4월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동부 오스테츨리츠역 인근 물탱크를 기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센강 폐수를 이 탱크에 가둬 수질을 관리하게 된다. [조은아]
파리시가 센강 수영 논란을 잠재우려는 또 다른 전략은 실제 수영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것. 유명인과 수영선수들이 연이어 센강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수질 염려가 줄어들 것이란 복안이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이르면 6월 23일 ‘빅 다이빙’ 행사를 열고 몸소 센강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이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센강에서 솔선수범해 수영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프랑스가 센강 수영에 유독 힘을 주는 까닭은 파리를 관통하는 센강에서 수영하는 장면이 올림픽 ‘흥행 카드’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올림픽에 대한 관심 저하와 TV 시청률 하락 등으로 프랑스와 IOC는 획기적 올림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게다가 센강 수영은 오래도록 정치인들에게 ‘꿈의 공약’이었다. 센강은 파리시민에게 삶의 기반이기 때문에 센강 수영 허용으로 ‘강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정치인으로선 이를 오랜 치적으로 남길 수 있다.
금융 엘리트를 위한 그들만의 행사
파리 올림픽은 ‘비싼 올림픽’이란 불만도 낳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올림픽 관람권이 지나치게 비싸서 선수들도 불만이다. 조직위는 ‘열린 대회’란 올림픽 취지에 맞게 24유로(약 3만5000원)짜리 관람권 100만 장을 마련했다. 이 중 15만 장을 초기에 풀었는데 일찍이 매진돼 버렸다. 이후 올림픽 티켓 가격은 690유로(약 100만 원), 육상 준결승전 관람권은 980유로(약 140만 원)로 뛰었다. 개막식 티켓은 2700유로(약 400만 원)에 이르렀다.프랑스 유도선수 아망딘 뷔샤르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올림픽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은행 대출을 받아야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우리를 볼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올림픽 7종 경기 챔피언인 벨기에 나피사토우 티암은 벨기에 언론 DH에 “우리 가족이 나를 보러 올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스포츠 정책 전문가 데이비드 로이젠은 AFP와 인터뷰하면서 “올림픽은 금융 엘리트를 위한 행사”라며 “모두를 위한 올림픽이란 기대를 높인 게 실수”라고 꼬집었다.
영유아 자녀마저 입장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규정도 불만을 사고 있다. 통상 파리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선 영유아는 무료로 입장한다. 하지만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규정엔 “모든 연령대의 어린이를 포함해 모든 관중은 유효한 티켓이 있어야 올림픽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대형 스포츠 에이전시들은 올림픽을 계기로 ‘슈퍼리치’를 겨냥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어 화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프로농구(NBA)의 ‘살아 있는 전설’로 꼽히는 르브론 제임스의 매니저와 스페인 출신 ‘테니스 황제’ 라파엘 나달의 매니저가 참여하는 에이전시는 14개 종목 입장권이 포함된 올림픽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업체가 판매하는 결승전 및 개막식 관련 상품은 38만1600달러(약 5억 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가다. 이런 상품은 입장권 외에도 선수와의 만남, 선수촌 등 제한구역 투어 등을 포함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판매비와 관련해 “최고의 운동선수와 보내는 시간에 따라 가격이 2만5000달러(약 3400만 원)에서 50만 달러(약 6억8000만 원)까지 달라진다”고 귀띔했다.
올림픽 경제효과에 의문
파리 올림픽이 프랑스 경제를 키워줄 수 있을까.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현지 컨설팅 기업 아스테르 연구 결과 프랑스 기업이 올림픽에 투자하면 10만9000개의 일자리와 약 93억 유로(약 13조6000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2016년 프랑스 스포츠법률 및 경제센터가 연구한 결과 올림픽은 최대 107억 유로(약 15조7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됐다. 이 가운데 4분의 1에서 3분의 1가량은 관광업에서 창출됐다.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최근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안드레프 파리 판데온소르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르몽드에 “인플레이션 위기와 국제적 상황을 고려해 경제효과 추정치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84%가 완료된 올림픽 관련 건설은 40억 유로(약 5조8500억 원)가 넘는 투자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같은 해 1월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 조직위의 지출은 44억 유로(약 6조4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출이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셈이다.
관광 수익은 두드러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드프랑스 지역에서 호텔 5곳을 운영하는 아틀랑트그룹의 오귀스탱 루이 부사장은 르몽드에 “우린 이번 올림픽이 일반 관광객을 몰아낼 것이라고 본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국립연구소의 뱅상 비아우스크 올림픽 담당 보좌관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관광객 수에 ‘와우’ 효과는 없었다”고 했다.
반면 장기적 효과를 긍정하는 시각도 있다. 프랑스 최대 고용주 연맹으로 꼽히는 ‘프랑스 기업운동’의 다니엘 와이즈만 대표는 르몽드에 “방송 중 파리의 이미지를 본 사람 150만~200만 명이 올림픽 후에 파리 방문을 희망할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