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 끓여 마시던 시절, 비축분까지 동난 인기
삼다수 만났을 때와 헤어졌을 때 매출 차 확연
고르고 고른 수원지, 표기 정확하지 않아 논란
바르고 선한 임영웅 VS 건강하고 활기찬 임시완
삼다수 광고모델 임영웅(왼쪽)과 백산수의 새 얼굴 임시완. [제주개발공사, 농심]
생수 시장의 성장세에 영향을 받아 여러 기업이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삼다수를 위협할 만한 브랜드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삼다수의 라이벌로 자주 거론되는 생수가 농심 백산수다. 농심은 삼다수가 출시된 첫해인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유통을 맡아 삼다수 판매를 대행한 인연이 있다. 2012년 백산수를 론칭한 것도 삼다수를 통해 생수 사업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삼다수와 백산수의 수원지가 각각 한라산, 백두산인 점도 둘의 대결을 부추기는 요소다.
26년째 시장점유율 1위 삼다수
우리 정부는 과거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가중한다는 이유로 국내 생수 판매를 금지했다가 1994년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1995년 ‘먹는물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생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생수 수요가 증가하자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를 설립하고 제주의 청정한 자원을 활용한 먹는 샘물 사업을 시작했다. 제주개발공사는 1994년 12월, 강수량이 풍부하고 취수원 주변 오염원이 없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지하 420m에서 삼다수의 원수인 화산암반수를 취수하는 데 성공한다. 첫 취수 이후 3년여에 걸친 환경영향평가와 공장 준공을 거쳐 1998년 3월, 삼다수가 출시됐다.삼다수는 제주도의 자연 지형인 화산 지대가 천연 필터 역할을 해 형성된 ‘제주도 화산암반수’라는 점을 경쟁력으로 삼아 자연이 만들어낸 건강한 생수로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제품 용기에도 ‘한라산’과 ’물허벅(제주도 여인들이 물을 긷는 데 사용하는 물동이)’을 형상화해 제주를 담은 자연 친화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정에서 보리차를 끓여 마시던 시절이어서 ‘누가 물을 돈 주고 사 마시겠느냐’는 우려 속에 탄생한 삼다수는 출시 3개월 만에 먹는 샘물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무더위가 시작된 그해 6월부터는 비축한 물량까지 동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출시와 동시에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부상한 것이다. 그렇게 26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수원지의 차별성과 24시간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시스템에 인기 비결이 있다”고 말한다.
삼다수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 해발 1450m 높이에 스며든 빗물이 현무암과 천연 필터인 화산송이 층을 통과하며 18년 동안 정화된 물이다. 화산암층에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기능이 매우 탁월한 화산송이(scoria)와 클링커(clinker) 등이 풍부한 덕분에 고도의 정수 처리 과정 없이 단순 여과와 자외선 살균 과정만을 거쳐 탄생한다. 취수원 관리도 체계적이다. 제주개발공사는 잠재적 오염원을 차단하려고 취수원 주변에 축구장 면적 약 100개 규모의 토지를 매입해 관리한다.
2020년부터는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취수원 일대를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부가 정한 법적 기준보다 10배 많은 연간 2만 회 이상의 수질검사를 진행해 수질 안전성을 확보한다. 3시간 단위로 무작위 수질 분석을 실시하고 생산시스템을 모니터링해 24시간 완벽한 품질을 유지한다. 검사 결과 및 분석 자료는 제주개발공사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
신동원 회장의 기대작 백산수
삼다수와 결별한 농심이 2012년 첫선을 보인 백산수는 스스로 솟아오르는 백두산 자연 용천수로 만든다. 백두산의 화산 현무암은 공극(틈새) 크기가 다양해 투과 기능이 탁월한 거대 천연 필터다. 백산수는 약 40년간 총 45km 길이의 백두산 화산암반층을 천천히 타고 흐른 물이다. 해발고도 670m에 위치한 내두천에서 솟아난다. 생수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수원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농심은 2003년부터 아시아와 유럽, 하와이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최고의 수원지를 찾았고, 백두산 내 청정원시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태곳적부터 깨끗한 자연을 그대로 지키는 내두천을 백산수의 수원지로 정했다.최근 수원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백산수는 사시사철 수질이 동일하고 미네랄 함량도 원수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물의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계절에 따라 미네랄 성분의 차이가 나거나, 원수와 제품의 성분 차이가 나면 좋은 물이라 할 수 없다.
농심은 백산수를 모든 것이 자동화된 ‘스마트 팩토리’에서 생산한다. 취수한 물을 안전하게 병에 담는 일이 좋은 수원지를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여과 시스템만 거친다. 생산설비를 만드는 파트너도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들로 엄선했다. 물을 병에 담는 과정인 보틀링(Bottling)은 에비앙 등 글로벌 생수업체 설비를 담당하는 독일의 크로네스(Krones)사가 담당했으며, 페트용기 제작은 캐나다 허스키(Husky)사, 수원지로부터 흘러온 물을 여과하는 설비는 독일 펜테어(Pentair)사의 기술로 완성했다.
백산수는 신동원 회장이 고(故) 신춘호 선대 회장 아래서 부회장으로 일할 때 직접 챙긴 사업이다. 신 회장은 백산수를 유통할 때 농심 음료 매출이 1998년 278억 원에서 2011년 2500억 원 규모로 커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생수 사업이 자사의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처음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 진출을 겨냥해 생수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지난 50년간 농심이 라면으로 2조 원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 100년 농심의 역사는 생수가 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고르고 고른 수원지 내두천이 백두산과 42km 떨어져 있는데도 표기에 이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백두산만 강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은 중국 수입산 물’이라는 지적과 비판이 뒤따랐다. 농심 측은 “수원지 자체가 원시림 보호구역인 데다 취수부터 생산, 물류, 출고까지 농심이 직접 해 사람 손길이 닿지 않게 하는 등 오염 여지를 차단한다”고 해명했다.
농심 음료 매출은 삼다수를 판매한 2011년 251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2.8%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2년 음료 총 매출이 1599억 원(5.1%)에 그쳤다.
“백산수는 살아 있다” VS “믿고 마실 수 있는 물”
신 회장은 2025년까지 백산수 판로를 중국 전역으로 넓혀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지금으로선 요원한 일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농심은 최근 백산수 모델로 배우 임시완을 발탁하고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한순간도 멈추는 법이 없다, 백산수는 살아 있다”는 메인 카피로 백산수를 조명하는 광고다. 특히 평소 마라톤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임시완이 힘차게 달리는 장면을 통해 백산수의 역동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농심 관계자는 “배우 임시완의 건강하고 활기찬 이미지가 스스로 솟아오르는 백두산 용천수 백산수의 역동성과 잘 어울려 발탁하게 됐다”며 “다양한 세대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배우인 만큼 백산수의 긍정적 이미지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삼다수는 최근 가수 임영웅을 브랜드 신규 모델로 발탁했다. 제주개발공사는 “임영웅의 바르고 선한 이미지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모습이 ‘믿고 마실 수 있는 물’ 삼다수의 브랜드 이미지와 잘 부합해 브랜드 모델로 선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광고 영상은 임영웅의 보이스를 통해 “땅이 깨끗해야 물도 깨끗하니까”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주삼다수가 최상의 품질관리를 위해 취수원 주변의 땅을 매입하고 수원지를 청정구역으로 유지하며 취수원 주변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임영웅은 “직업이 가수다 보니, 평소 목 관리가 중요해서 생수를 자주 마시는데 요즘은 콘서트 준비로 제주삼다수를 항상 곁에 두고 다닌다”며 “광고를 함께 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향한 삼다수의 노력과 진심을 알게 돼 뜻깊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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