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당내에서 정책기획과 전략 수립에 능한 기획·전략통으로 평가받는다. 총선 이전에는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을 맡았으며 2022년에는 이재명 대선후보 전략상황실장으로 일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될 때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의 정무실장직을 수행하며 이른바 ‘코로나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구상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표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출생 기본소득’ 지원도 이 의원의 머리에서 나왔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전략을 입법으로 실현하고자 국회의원이 됐다”는 그에게 국민의 궁금증을 던졌다.
“역할 안 하는 중진, 경제 실정한 정권 심판한 것”
당선 소감이 어떤가.“당선 직후엔 시민에게 감사한 마음이 컸고, 흥분이 좀 가시니 어깨가 무겁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면 경제가 좋아질 줄 알았는데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사람이 많다. 정치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짓누르고 있다.”
경선에서 도종환 3선 의원을 제압한 비결이 뭔가.
“사실 본선보다 경선이 더 힘들었다. ‘접시꽃 당신’(도종환 전 장관이 쓴 시 제목) 이미지 때문에 묻지마 지지층이 있다. 그럼에도 승리할 수 있었던 건 경제적 고충과 답답한 현실을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데 대한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청주에 다선 중진 의원이 많았는데 그분들에 대한 엄청난 분노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어떤 정권이든 경제 민심을 이긴 적이 없다.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것도 결국은 경제 실정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불었기 때문이다.”
그는 “1997년에 불어닥친 IMF(국제구제금융) 외환위기도 2년 만에 끝나고, 2008년 외환위기도 1년 만에 만에 끝났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경제위기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정권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이 시장 사정을 모르고 총선 정국에 대파 파동을 자극하는 달나라 얘기를 해 총선을 앞둔 민심을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선거를 치르며 기억에 남은 일화를 소개한다면.
“많은 일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막판 48시간 철야 유세를 하던 중 만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잊히지 않는다. 내가 총선에 출마한 후보라고 소개하자 억울한 사연을 털어놨다. 그 학생이 자취하는 현재 집주인이 배관이 망가진 책임을 전 집주인이 아닌 그 학생에게 돌려 260만 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판이라는 내용이었다. 학생에게 집주인 연락처를 받아 비서진을 통해 절충점을 찾았다. 배상금 260만 원을 받지 않는 대신 보증금에서 100만 원을 차감하기로 합의했다. 학생은 결과에 흡족해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감동받았다는 얘기도 숱하게 들었다. 그 일로 정치는 약자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며, 문제 해결을 뜸 들이지 말고 현장에서 바로바로 피드백하는 노력이 필요하단 사실을 절감했다.”
국회의원으로서 경쟁력이나 강점이 뭔가.
“정치는 모름지기 약자와 취약계층에게 기댈 언덕이 돼주는 것이다. 따뜻함이 바탕이 돼야 하지만 동정심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실력의 유능함이 겸비돼야 한다. 그리고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틀에 박힌 생각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그동안 쌓인 경험과 사례로 볼 때 따뜻함과 유능함, 상상력이 내 경쟁력이 아닌가 싶다.”
어떤 정치인을 꿈꾸나.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의 틀이 500년간 유지됐다. 대한민국에도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 저출생 문제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게 대한민국을 새롭게 설계할 민주당의 정도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신동아 6월호 표지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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