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만 3조8193억 원, 올해도 성장 중
명실상부 베스트셀러 경공격기 FA-50
신형기, KF-21 서울-부산 11분 만에 주파
미래비행체·우주발사체 등 우주산업 투자도 적극
2023년 8월 폴란드 라돔에어쇼 참가를 위해 FA-50GF(위)와 MIG-29(아래)가 임무 교대 비행을 하고 있다. [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한국 방위산업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KAI가 국내 유일의 군용 항공기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KAI의 지난해 매출은 3조8193억 원.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올 1분기에도 매출 7399억 원, 영업이익 480억 원을 거둬 작년 동기 대비 각각 매출 30.1%, 영업이익 147.4% 증가한 호실적을 거뒀다.
호실적의 배경에는 KAI의 효자상품 FA-50이 있다. 2013년 필리핀 수출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폴란드에도 진출했다. KAI는 FA-50은 지난해 폴란드로 납품 완료한 FA-50GF에 이어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FA-50PL이 납품할 예정이다. GF는 (갭필러·Gap Filler) 버전으로 신형무기 도입 전까지 공백을 메우는 용도다. FA-50PL을 2025년부터 납품된다. 폴란드에 이어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도 KAI와 FA-50 18대 도입 계약을 맺었다.
천덕꾸러기 T-50, 효자가 되다
FA-50의 원형은 초음속 훈련기 T-50으로 2002년 8월에 개발한 기체다. 지금이야 KAI를 대표하는 효자 상품 중 하나지만, T-50은 개발 기간 내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1997년 KAI에 T-50 개발을 의뢰한 공군은 아음속 고등훈련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당시 공군이 내건 기준은 급강하 시 초음속(마하 1.2 이상)에 도달하고, 일반 비행 상태는 아음속(음속과 같거나 조금 못 미치는 상태 마하 0.3 이상~1.2 미만)이었다. 공군은 초음속기를 원했으나 국내 기술 사정상 이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진은 2005년 T-50의 초음속 운행 시험을 마치며 초음속 훈련기 T-50을 세상에 내놨다.개발은 됐지만 T-50은 세계시장에서 인기가 없었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경쟁기인 Yak-130의 가격은 1대당 1500만 달러인 반면 T-50은 1대당 가격이 2500만 달러였다. 물론 성능은 T-50이 훨씬 좋았다. Yak-130의 최고속도는 1060㎞/h로 음속에 약간 못 미치는 아음속기다. 반면 T-50은 1851㎞/h다. 음속이 1225㎞/h이니 이를 훌쩍 넘는 속도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T-50 개발 초기인 200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미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음속 훈련기를 사용했다”며 “전투기도 아닌 훈련기로서 초음속기는 당시 기준으로 과한 성능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한 성능이 지금의 기회를 만들었다. 기술 발달로 각국 주요 전력이 초음속기가 되자 초음속 훈련기가 필요해졌다.
T-50은 이미 초음속기였으니 무장만 탑재하면 실전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T-50에 레이더와 무장 등을 탑재하면 FA-50 경공격기가 된다. 훈련기로 태어났지만 전투 능력도 탁월하다. 2017년 마라위 전투에 필리핀 공군이 운용하는 FA-50PH가 실전 투입돼 활약한 사건도 있었다.
FA-50의 또 다른 경쟁력은 신뢰성이다. 한국 공군은 T-50 계열 항공기 150여 대를 20년 가까이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FA-50 ‘10만 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달성했을 정도로 기체의 안정성이 뛰어나다.
마지막으로 FA-50 수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군·관 협력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의 경우 항공전력 긴급 강화를 위해 빠른 납품을 원했다. 우리나라 정부와 공군, KAI가 원팀이 돼 계약 1년 3개월 만에 FA-50GF 12대를 성공적으로 납품했다.
T-50 계열 항공기는 지금까지 138대 수출에 성공하며 명실상부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수출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KAI는 FA-50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유럽 시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중동·아프리카 시장 수출은 물론 미국 시장 진출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우주 경제 실현 앞당길 계획”
KAI가 개발하고 있는 우주 비행물체의 개념도. [KAI]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인 KF-21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시제기 6대가 전부 최초 비행에 성공했고, 잠정 전투용 적합판정을 획득해 올해 양산 계약을 앞두고 있다. KF-21은 국내 최초 개발 전투기로 최고속도는 2200㎞/h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1분에 주파할 수 있다. 올해 3월에는 시제 5호기가 공중급유 비행에 성공해 원거리 작전 능력까지 확보했다. 5월 8일에는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의 첫 실사격에 성공해 원거리 탐지와 격추 능력을 증명했다.
KF-21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체다. 2026년 체계 개발이 종료되지만, 이후 계속 성능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KAI는 올해 2월 KF-21 추가 개발을 위해 1025억 원대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차세대 공중전투체계의 핵심인 유무인복합체계 구현을 위한 AI(인공지능), BD(빅데이터), 자율비행 등 주요 기술 확보를 위한 조치다.
유무인복합체계(MUM-T·Manned-UnManned Teaming)는 유인기와 무인기 간 협업이 가능한 미래 기술로 손꼽힌다. 유무인복합체계가 실용화되면 조종사가 탑승한 유인기와 무인기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 편대 운용이 가능해 조종사의 생존 확률과 작전 효율성이 대폭 높아진다.
KAI는 우주 모빌리티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KAI는 우주발사체는 물론 우주비행체 등 다양한 우주항공 비행물체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KAI 측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중대형 위성개발 사업과 발사체 총조립 등 정부가 추진해 온 우주 사업에 참여하며 국내 민간 우주산업화를 주도적으로 수행해 왔다”며 “뉴에어로스페이스 시대에도 초소형부터 중대형에 이르는 다양한 위성 플랫폼 확대, 위성 서비스 고도화, 우주 모빌리티 개발사업 추진 등 우주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해 우주 공간 사용을 대중화하고 우주 경제 실현을 앞당길 계획”이라 밝혔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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