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적 법률로 25만 원씩 준다? 反헌법적 발상
反헌법적 처분적 법률로 행정 권력까지 넘봐
우파도 행동하는 선거운동 적극 동참할 때
막중한 책임감 가진 정말 잘할 사람이 당대표 맡아야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보수의 덕목 다시 세우는 일
심각한 인구·기후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파
[영상] 동작을 탈환한 ‘5선’ 나경원 “이재명과 개딸들이 일등공신이래요”
4·10 총선이 끝난 후 나경원 서울 동작구을 당선인(국민의힘)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 틈에 ‘신동아’와 단독으로 인터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차례 약속 장소와 일시를 바꾼 끝에야 만남이 성사됐다. 5월 10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사이에 두고 그와 마주했다.
트레이드마크 같은 단발머리에 정장 느낌의 재킷을 걸친 모습이 단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나름대로 신경을 쓴 옷차림인데 자꾸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그의 동안과 부조화를 이루는, 이마 양옆에 하얗게 쇤 머리카락이다. “일부러 흰머리를 남겨뒀느냐”고 묻자 그가 웃음을 터뜨리며 “정신없이 바빠서 염색할 시간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나경원 국회의원 당선인은 “이번처럼 혼신의 힘과 열성을 다해 선거운동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해윤 기자]
1963년 서울 동작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당선인은 판사 출신으로 국민의힘 현역 여성 정치인 가운데 유일한 5선 국회의원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로 당선해 국회의원이 됐다. 18대 총선에서는 서울 중구, 19·20대 총선에선 동작구을에서 내리 당선했다. 21대 총선 때도 동작구을에 출마했으나 정치 신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22대 총선에서 나 당선인은 54.01%의 과반 득표율로 류삼영 민주당 후보(45.98%)를 이겼다. 선거 기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7번, 조국혁신당 대표가 2번 동작을을 직접 방문해 나 당선인의 지역구 탈환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던 터였다. 더구나 이날 선거가 끝난 직후 지상파 3사(KBS·MBC·SBS)는 류삼영 52.3%, 나경원 47.7%라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나 당선인은 이를 뒤집고 4월 11일 오전 1시경 당선이 확정되자 눈물을 쏟았다.
국민의힘 텃밭인 강남 3구를 뺀 서울 지역에서 소중한 한 석을 얻은 그이기에 이날 이후 당내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차기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고,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겨냥한 여러 연대설도 들린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그의 속내는 뭘까. 밀려드는 궁금증을 그에게 풀어놨다.
이재명 대표 마음대로 되는 여의도, 의회민주주의 궤멸
선거가 치열했다.“정치에 입문해 정말 많은 선거를 치렀는데 이번처럼 혼신의 힘과 열성을 다한 적이 또 있나 싶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정말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고 자부한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국민의힘은 초상집 분위기였을 것 같다.
“국회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기뻤지만 국민의힘의 참패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에서,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난 한 달은 22대 국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 시간이다. 우리가 참패한 원인은 무엇인지, 또 22대 국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웠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하지 않은 수도권 후보들은 당선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친윤, 비윤을 자꾸 얘기하는 건 당의 건강한 발전이나 나라 발전에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한다. 내 당선을 두고도 대통령하고 덜 친해 도움 된 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분이 있다. 절반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그 속의 함의도 잘 새겨야 한다. 대통령도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께서 민심과 잘 소통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정당은 민심 소통의 창구이니만큼 민의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더 유념하겠다.”
얼마 전 ‘용산 대통령 따로, 여의도 대통령 따로’라고 한 발언이 온라인을 달궜다. 어떤 취지로 한 말인가.
“여의도는 국회가 있는 정치 1번지다. 이번 선거로 여의도에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가 예정돼 있다. 그렇다 보니 여의도에서 일어나는 일이 거의 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마음대로 될 것 아닌가. 특히 안타까운 것은 그로 인해 의회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정당 민주주의도 궤멸됐다는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이제 민주당이 의회에서 처분적 법률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서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마구 침해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민생지원금을 나눠주는 1호 법안을 내겠다고 한다. 총선 공약이었고, 22대 국회가 시작하면 제일 먼저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처럼 입법을 넘어 행정 권한까지 마구 쓰겠다는 민주당의 행태를 두고 볼 수 없어 이미 본인들이 집권이라도 한 양하는 지금의 행태를 ‘여의도 대통령’에 빗대 지적한 것이다.”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주는 것이 가능한가.
“전 국민에게 민생지원금을 25만 원씩 나눠주려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국회는 헌법상 정부의 동의 없이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른바 처분적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동의 없이 25만 원씩 주는 걸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유례가 없는 일로 반헌법적 발상이다. 한마디로 의회 권력을 조금 갖고 있다고 해서 행정 권력까지 다 쓰겠다는 것이다.”
외부 세력 막아낸 동작 주민 자원봉사에 감동
당선이 확정된 후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의미가 뭔가.“동작 지역 주민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내가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주지 않았나. 여기엔 지역발전에 대한 염원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잘 만들어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21대 총선 낙선 후) 4년간 ‘정치는 발을 땅에 붙이는 것’이라고 여기고 정말 열심히 민심을 들었고, 주민의 바람을 실현하려 노력했다. 그런 자세와 의지로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자는 다짐의 눈물이기도 했다.”
유세 기간에 이재명 대표가 7번 동작을 지역을 찾았다. 내심 부담이 됐을 법한데.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 예상해 미리 대비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 이재명 대표가 본인 지역구 말고 가장 많이 찾은 곳이 동작이다. 동작을은 7번, 동작갑까지 합치면 8번 동작 지역을 찾았다. 이 대표뿐만 아니라 조국 대표도 2번 오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부겸 선대위원장도 자주 왔다. 그만큼 내가 민주당에서 국회에 안 들어왔으면 하는 1순위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상대 후보가 이재명 대표라는 생각으로 선거에 임했다. 주민들도 외부 세력에 의해 동작을 선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이재명 대표의 잦은 방문이 결국 보수표 결집에 큰 도움이 됐다. 내 당선의 일등공신이 이재명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외부 세력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나.
“이재명 대표가 자주 오니 이른바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층으로 개혁의 딸이라는 의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분들이 집회도 하고, 1인 시위도 하고, 확성기를 가져와 틀어대고, 각설이타령을 하기도 했다. 벤츠나 BMW 같은 차를 타고 오는 강남 좌파 개딸들도 있었다. 이에 맞서 지역 주민과 당원들도 동별로 50명 이상씩 자원봉사를 해주셨다.”
외부 세력이 끊임없이 들이닥쳐 주민들이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들었다.
“그쪽에서 10명이 오면 여기도 같이 10명이 막아서야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주민들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우파도 이제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행동으로 선거를 돕는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우파는 선거를 행동으로 돕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후원금을 내거나 유세 현장에 가는 것을 가장 크게 돕는 방식으로 생각한다. 선거법이 바뀌었으니 꾸준한 인식 개선을 통해 선거운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자원봉사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다고 들었다.
“가로 25㎝, 세로 25㎝ 이내의 어떤 물건이든 들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좌파는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은 종이 한 장을 들고 종일 서 있기도 한다. 우파도 이제 행동하는 선거운동이 절실하다. 우리 지역구에선 당원 교육으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했지만 나중에는 적극 참여했다. 선거운동 방법이 바뀐 만큼 당원 교육은 물론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한동훈은 희생·헌신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선거전을 펼쳤다. 차기 대권 후보로도 거론되는 한 전 위원장이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기존의 여소야대 의회가 거듭되는 결과를 낳았다.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선거 기간에 힘을 실어줬나.
“몇 번 왔고, (그 덕에) 힘이 실린 부분도 있다.”
지금 사이는 괜찮은 편인가.
“누구하고도 사이가 좋다. 나는 일방적으로 다 좋게 지낸다고 생각한다. 하하.”
리더로서 한 전 위원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학습 능력이 빠르고 부지런하다. 이번에 선거운동을 도우러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 지원 유세를 열심히 다녔지만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비대위를 총괄하며 조직을 움직이는 부분에서는 (역량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한 전 위원장이 너무 많은 희생과 헌신을 했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추나(추경호-나경원), 나이(나경원-이철규) 등 여러 연대설에 이름이 올랐다.
“연대라고 하면 예전의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떠올라 적절하지 않은 모습을 가리키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지 않게 특정 후보를 만들기 위한 연대였기 때문이다. 사실 선거를 위해 누구하고도 연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정치를 하면서 늘 내 판단 기준은 국민이었고, 국민에게 줄 서는 정치를 하자는 신념을 지키고 싶다. 지금은 당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고민을 할 때다. 내 자리를 고민할 여력이 없다. 필요하다면 연대와 상관없이 스스로 판단해 출마할 것이다.”
네 탓 말고 내 탓 할 때
나경원 당선인은 날로 심각해지는 인구문제와 기후변화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박해윤 기자]
“이번 당대표는 굉장히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정말 잘할 사람이 해야 한다. 정치를 20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어떤 자리든 절대 욕심내서는 안 된다. 그 자리에서 정말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 판단도, 결심도 서지 않았다. 지금 당이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 자리를 내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많은 것을 종합해 생각해보겠다.”
지금 국민의힘에 가장 절실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
“민심의 선택을 못 받았으니 무엇보다 민심을 더 잘 읽으려는 노력과 우리 스스로 변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혁신의 기본으로 말하는데 실행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다. 나는 보수의 덕목을 다시 세우는 것이 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보수는 유능하다, 책임질 줄 안다, 용기 있다, 도덕적이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는데 요새 이런 정체성이 많이 흔들린 것 같다. 우리가 더 실력 있는 정책으로 유능함을 증명하고, 보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책임질 줄 아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네 탓이 아닌 내 탓부터 해야 한다.”
22대 의정 활동의 목표가 궁금하다.
“작년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를 겸직했다. 인구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너무나 중요하다. 저출생과 기후 환경에 따른 여러 변화에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구 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연금개혁 이슈도 저출산과 관련돼 있다. 교육 때문에 아이를 못 낳겠다고 하니 교육개혁과 사회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국방 인력이 부족해지면 앞으로 로봇에 의한 병력 대체가 필요하지 않은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여러 문제가 국가 대개조를 요구한다. 22대 국회에서 해법을 준비하지 않으면 실기하고 만다. 2003년생이 21세가 된 지금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2003년생이 40만 명대로 줄어 2차 인구 절벽이 왔기 때문이다. 기후문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정책부터 다시 손봐야 한다. 이런 준비를 국회가 정말 열심히 해줘야 한다. 그게 다 법안, 예산과 관련돼 있다. 이토록 막중한 시기인데 22대 국회에서도 싸움만 할까 걱정이다. 인구와 기후변화의 해법을 찾는 데 기여하는 것이 22대 의정 활동의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인구, 기후 그리고 내일이라는 법인을 만들었고 국회에서 포럼을 꾸준히 열 계획이다. 이미 많은 의원이 가입 의사를 밝혔다. 첫 포럼의 주제는 저출산과 연금개혁이다. 정말 중요한 시기이고 할 일이 많은 22대 국회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의원이 정쟁을 멈추고 대한민국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
신동아 6월호 표지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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