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총장 김오수’는 권력과 절대 각을 세울 수 없다

‘盧 청와대’에 둘러싸인 文의 마지막 檢 수장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총장 김오수’는 권력과 절대 각을 세울 수 없다

  • ● 文 대통령의 임채진 트라우마?
    ● ‘좌천의 경험’과 튀지 않는 행동
    ● 성골 사이에 둘러싸인 진골
    ● 김창룡·이성윤과의 견제와 균형
    ● 신평 변호사 “공정한 직무수행 不可”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5월 12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5월 12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통상 사정기관 수장들은 권력교체기를 부담스러워한다. 검찰총장의 경우 법률적으로 임기(2년)가 보장돼 있긴 하지만 권력 수뇌부의 의중을 무시하기가 어렵다. 겨우 청문회를 통과해 업무를 시작해도 새 정부에서 신임을 받아야 하는 두 번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보다 권력교체기 검찰총장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 사람’을 쓰지 않으면 자칫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2002년 11월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김각영 법무부 차관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2003년 2월에 임기를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은 애초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9일 김각영 총장이 전격 사퇴해 버린다. 이날 열린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대통령이 “현재의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인사권을 통해 검찰권을 통제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사가 확인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김 총장에게서 전화로 사퇴 의사를 전달받은 사람이 문재인 민정수석이다.

‘임채진 트라우마’와 ‘믿을맨’

노 대통령 역시 임기가 4개월 남은 2007년 10월 임채진 법무연수원장을 검찰총장에 내정했다. 임 총장은 2008년 2월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 정부에서도 유임됐다. 이듬해 그는 자신에게 임명장을 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였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문재인 변호사다.

‘김각영 모델’과 ‘임채진 모델’은 결이 다르다. 한쪽은 현재 권력과 맞섰고, 다른 한쪽은 과거 권력을 수사했다. 하지만 지금의 여권은 둘 사이에 어떤 규칙과 질서가 있다고 본다. ‘기득권 집단’인 검찰이 민주화 진영을 상대로 조직적인 반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검찰에 가진 뿌리 깊은 불신도 여전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원전 수사 등 여러 수사를 보더라도 이제 검찰은 청와대 권력을 별로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전 수사’ 선상에는 백운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 등이 올라 있다. 많고 많은 사건 중 원전 수사를 콕 짚어 거론한 셈인데, 문 대통령이 가진 권력수사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 말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5월 3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오수(58)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한 까닭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믿을맨’을 쓰겠다는 거다. 김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교 2년 후배다. 1994년 인천지검 검사로 임관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지냈다. 사법연수원 20기로, 윤석열 전 총장보다 세 기수 선배다.

정치권은 김 후보자 지명이 ‘임채진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검찰에 ‘권력교체기를 기회 삼아 칼을 들이대지 말라’고 경고장을 보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이성윤(59) 서울중앙지검장에 비하면 검찰 내에서 비교적 신망을 얻는 터라 조직 추스르기에 적합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창룡·이성윤 사이에 낀 신세

김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도 손꼽히는 특수통이다. 검사 시절 대우조선해양 납품 비리 등 대기업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권력 수사의 문법에도 밝다. 그의 이력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게 효성그룹 수사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수사를 진행하다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다. ‘친(新)정권 검사’로 불리는 현재의 세평을 생각하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모습이다. 이후 그는 원주지청장, 청주지검 차장검사, 공정거래위원회 파견 등 비교적 한직을 떠돌았다.

‘좌천의 경험’은 그에게 또렷한 교훈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잘나가는 검사’ 중 한 사람이었지만 튀는 행동을 극도로 조심했다. 2019년 윤 전 총장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강행하자 “총장을 제외한 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한 것 정도가 그나마 논란거리다. 친화력이 좋고 자신을 앞세우는 성격이 아니라고 한다.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도 “젠틀하다”는 평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이나 추 전 장관 등 개성 강한 상급자들과도 무난한 관계를 유지했다. 총장이 되더라도 무리수를 두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그를 둘러싼 구조적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흔히 검찰과 국세청, 경찰청, 국가정보원을 4대 권력기관으로 꼽는다. 이들 사정기관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가 민정수석이다. 현재 4대 권력기관 최고위 수뇌부에는 문 대통령과 ‘노무현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인사들이 포진돼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때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이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됐는데, 당시 치안비서관은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산하였다. 김진국 민정수석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을 맡아 문재인 민정수석과 호흡을 맞췄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특별감찰반장으로 일했다. 박선원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직접 호흡을 맞추지는 않았지만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냈다.

‘노무현 청와대’ 출신은 문재인 정부의 성골로 꼽힌다. 이와 같은 경험이 없는 김 후보자는 굳이 분류하자면 진골이다. 즉 사정 기관의 권력 지형에서 진골인 김 후보자가 성골 사이에 겹겹이 둘러싸여 있는 구조다. 국세청이나 경찰의 협조 없이는 돈 문제가 얽히기 마련인 권력 수사가 동력을 얻기 어렵다. 특히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권한이 부쩍 커졌다. 여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출범했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에는 동기나 후배가 상급자가 되면 스스로 물러나는 문화가 있다. 이 지검장은 연수원 23기로, 김 후보자보다 후배다. 이에 이 지검장이 유임되거나 고검장인 대검 차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5월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점은 변수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 지검장을 중용해 총장에 대한 견제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김 후보자는 밖으로는 김창룡(경찰청장), 안으로는 이성윤 사이에 낀 신세가 된다.

“김오수가 짊어져야 할 짐”

어떤 각도에서 보건 김 후보자가 정권과 불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권력형 비리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진보 성향 법학자이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공익제보지원위원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는 “김 후보자는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전 장관이 재임 당시 여러 가지 부당한 일을 할 때 실무 작업을 맡았다. 이것은 김 후보자가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했다. 이어 “김 후보자가 총장으로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대할 게 없다”고 꼬집었다.

#김오수 #이성윤 #검찰총장 #신동아



신동아 2021년 6월호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총장 김오수’는 권력과 절대 각을 세울 수 없다

댓글 창 닫기

2021/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