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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히트곡 가사로 본 2030 키워드 4가지

‘나’에게 집중하는 가요계… ‘힙’하지만 ‘아무개’로 산다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gna.com

2020년 히트곡 가사로 본 2030 키워드 4가지

  • ● 현재 가요계 전체 핵심 키워드는 ‘나’
    ● “뭐 하러 아등바등해/ 이미 아름다운데” 등 가사가 주는 위로
    ● 쉽고 간결한 가사, 신조어로 개성 발현
    ● 재밌는 표현이 주는 짜릿한 쾌감
    ● 사랑·이별 앞에 주체적으로 욕망하기
    ● ‘나’로 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 반영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2020년 가요계는 ‘나’에게 빠졌다. ‘나로서의 나’를 강조하는 노랫말은 개성적 자기표현과 솔직한 소통을 강조하는 MZ세대 특징과 잘 통한다. [GettyImage]

2020년 가요계는 ‘나’에게 빠졌다. ‘나로서의 나’를 강조하는 노랫말은 개성적 자기표현과 솔직한 소통을 강조하는 MZ세대 특징과 잘 통한다. [GettyImage]

“쟤보다 내가 나보다 쟤가/ 나은 게 중요한가요/ 수많은 날을 괴로워하다/ (중략) 난 너무 소중해요/ 들여다봐요 맘속의 민낯/ 그대로 괜찮아요.” 

1996년생 가수 이하이가 7월 23일 발표한 노래 ‘홀로’의 가사 일부다. 이 노래 화자는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이라면 혼자가 두렵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외로움을 극복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한 단계로 인식하는 태도를 보인다.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아를 단단히 다지는 사람이 되라고 응원한다. 

2020년 가요계 핵심 키워드는 ‘나’

이런 메시지를 담은 ‘홀로’는 음원 공개 15시간 만에 지니뮤직·벅스·바이브 등 여러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가만히 앉아 걱정하기엔 난 너무 소중해요” “이제 그만 울 거야 나올 거야/ 나를 더 아껴줄 거야” 등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때 진짜 자신이 된다는 가사가 대중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칭찬 글 일색이다. 누리꾼들은 “나다운 나가 되겠다고 덤덤하게 고백하는 가사가 마음 깊이 와 닿는다”고 입을 모았다. 

1995년생 가수 화사가 작사해 6월 29일 발표한 ‘마리아’도 ‘나’에 집중한 노래다. 후렴구에 등장하는 “마리아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 빛나는 밤이야/ 널 괴롭히지 마/ 오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 뭐 하러 아등바등해/ 이미 아름다운데”라는 가사가 이 노래의 핵심 메시지를 보여준다. 내 주위를 스쳐 지나갈 뿐인 다른 사람의 가치판단에 좌우되지 말고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가자는 얘기다. 이 노래는 올여름 각종 음원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유튜브에 올라온 ‘마리아’ 뮤직비디오 영상도 11월 중순 현재 9757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은 7만2000여 개가 달렸다. “‘뭐 하러 아등바등해 이미 아름다운데’라는 가사를 듣고 나를 돌아보게 됐다” “자아를 찾기 위한 내면의 폭풍” 등의 찬사가 유튜브와 SNS에 차고 넘친다. 



가요계에 ‘나’를 강조하는 노래가 등장한 게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에는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곡 ‘난 알아요’(1992)를 필두로 ‘교실 이데아’(1994) ‘컴백홈’(1995) 등이 기존 질서에 편입되길 거부하는 청소년의 마음을 대변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학교 폭력을 비판한 H.O.T의 ‘전사의 후예’(1996), 입시 지옥 현실을 다룬 젝스키스의 ‘학원별곡’(1997),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꼬집은 DJ.DOC의 ‘DOC와 춤을’(1997), 자기 뜻대로 밀고 나갈 수 없어 악동이 된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신화의 ‘YO!(악동보고서)’(1999) 등도 인기를 모았다. 단 이 노래의 주인공들은 ‘사회 속의 내 존재’에 큰 관심을 뒀다. 2010년 전후로는 원더걸스의 ‘So Hot’, 포미닛의 ‘핫이슈’ 등 자기애(愛)를 과시하는 노래가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요즘은 사회적 관계나 외부의 시선과 무관한 ‘나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가 대중의 이목을 끈다는 게 차이점이다. 


1990년대 히트곡 가사 속의 2030 키워드 4가지

‘사회 속의 나’가 아닌 ‘나로서의 나’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에 대해 “2000년대 이후 민주화 담론이 사라지고 전체주의가 무너지면서 사회 분위기가 과거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바뀌었지만 젊은이들은 무수한 경쟁과 혹독한 평가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청소년기부터 SNS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며 살아온 세대이다 보니 이들에게 자신의 본질을 강조하는 노래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로서의 나’를 강조하는 노래들이 개성적인 자기표현과 솔직한 소통, 자기 가치가 뚜렷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합성어로 1980~2000년대생을 일컫는 말) 특징과 잘 통한다는 설명이다. 

2020년 1~9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국내 공인 음악차트 ‘가온’의 월간 스트리밍 부문에서 10위 안에 진입한 노래 45곡(중복 제외)을 분석한 결과, 자아·자기애(12곡·26.6%)를 주요 소재로 삼은 곡이 가장 많았다. △이별·슬픔·그리움(10곡·22.2%) △사랑·설렘·기쁨(10곡·22.2%) △남녀관계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3곡·6.6%) △꿈·희망(2곡·4.4%) 등을 다룬 노래가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자아·자기애에 관한 노래를 살펴보면 온전한 ‘나’로 살겠다는 고백이 주를 이룬다. 한번 지나가면 오지 않을 인생, 나로서 당당하게 살자고 신나게 외치는 내용이다. 

1992년생 래퍼 겸 프로듀서인 지코가 작사·작곡한 ‘아무노래’는 나를 처지게 하는 스트레스는 뒤로하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보자는 내용이다. 노래 첫 소절부터 축 처진 어깨를 툭 치는 느낌이다.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뭐가 문제야 say something/ 분위기가 겁나 싸해.” 그다음부터는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행진이 이어진다.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아무거나 신나는 걸로/ 아무렇게나 춤춰/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아무 생각하기 싫어/ 아무개로 살래 잠시.” 1월 13일 발표한 이 노래는 가온 음원차트에서 누적 재생량(7월 11일 기준) 1억 건을 돌파하며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쉽고 간결한 가사, 신조어로 개성 발현

1988년생 래퍼 제시가 작사한 ‘눈누난나’에는 “원한다면 솔직해져 봐” “안 봐 남의 눈치” “싸이 오빠 말했지 꼴리는 대로 해” “맘대로 계속 떠들어” 등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세상의 정답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제시는 이렇게 외친 뒤 신난다는 듯 흥얼거린다. “그래서 난 눈누난나.” 이 노래의 ‘눈누난나’는 ‘룰루랄라’를 변형한 신조어다. 도입부와 후렴구 등 이 노래 하이라이트 구간에서 총 8회 반복된다. 

1991년부터 1995년 사이에 태어난 여성 4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마마무의 ‘HIP’도 한번 살펴보자. 힙(HIP)은 ‘앞서가다’는 의미를 담은 영어 단어다. 청년들 사이에서 남다른 개성과 감각을 가진 사람을 수식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인다. 보통 멋있는 사람한테 ‘힙하다’고 한다. 마마무의 ‘HIP’에는 자신을 온전히 아끼고 사랑하며 가꾸면 진정한 멋이 뿜어져 나온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머리 어깨 무릎 HIP/ HIP HIP HIP HIP 해 HIP/ (Attention) 어딜 가든 넌/ (Reflection) 빛날 수 있어/ 세상에 넌 하나뿐인 걸/ 근데 왜이래 네 얼굴에 침 뱉니 (칵투)/ 날 자극한 여러분 감사/ 거기서 멈춘 찌질이 반사/ 덕분에 나의 멘탈은 단단해/ 난 다음 앨범 만들러 갈게.” 

이 밖에 “네가 뭐라던 누가 뭐라던/ I don't give a uhh/ (중략)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방탄소년단 ‘ON’)라고 외치거나 “평범하게 살든 말든 내버려 둘래?/ 어차피 내가 살아 내 인생 내거니까”(ITZY ‘WANNABE’) 라고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노래도 인기다. 

1994년생 래퍼 겸 프로듀서 창모가 작사·작곡한 ‘METEOR’는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나에게 미래의 성공한 나가 다가와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상황으로 표현했다. “전국/ 사람들이 외치네/ 저 괴물체는 뭘까?/ Meteor/ 거대 Meteor/ 난 네게 처박힐 Meteor야/ 별빛이 내려오지 마구/ 내려오지/ 경고 경고/ 그래도 처박힐 Meteor야.” 지난해 11월 발표한 이 노래는 올해 초까지 인기를 얻으며 가온 2020년 상반기 결산 스트리밍 차트 2위에 올랐다. 

걸그룹 IZ*ONE의 ‘FIESTA’는 사람이 가진 여러 개성을 꽃가루가 날리는 축제 상황으로 비유해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오직 나를 위한 Woo 축제를 열어볼 거야/ 좋을 때란 거 그것 역시 내가 정해/ 색색의 꽃을 피우고 꽃가루가 흩날리면/ 축제는 절정인 걸 끝나지 않을 이건 Climax/ 나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고 눈부셔.” 


2020년 히트곡 가사 속 2030 키워드 4가지

재밌는 표현이 주는 짜릿한 쾌감

대학생 한소라(24) 씨는 “재밌는 표현이 담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살아가는 일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니 이런 노래를 자꾸 듣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가 ‘나’를 강조하는 노래에 공감하고 호응하는 이유를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젊은이들은 남의 일에 간섭하고 참견하는 행위를 ‘오지랖’이자 민폐로 여긴다. 개인 영역을 침범하는 건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자연스레 자기 내면에 집중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대중가요의 영원한 테마다. 요즘은 ‘주체적인 나’가 자기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며 솔직 당당하게 드러내는 노래가 많다. 걸그룹 오마이걸의 ‘살짝 설렜어(Nonstop)’ 가사를 보자. 친구에게 설렘을 느끼는 상황에 직면한 나는 이렇게 말한다. “유감인 척하지 마 설레는 거 맞잖아/ 꽤나 혼란스러워 이러는 나도/ 누구보다 더 이럴 땐 너를 찾아갔지만/ 이 고민만큼은 네게 말할 수 없어/ 언제부턴가 널 보면/ 살짝 설렜어 난.” 이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내 감정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MORE&MORE’는 사랑의 설렘과 달콤함이 무르익을 때 상대방을 더욱 원하게 되는 감정을 ‘MORE&MORE’라는 말로 묘사했다. “의견은 필요 없어 훔칠 거야 네 맘/ 내게 홀리게 될 걸 You can't say no no/ 난 도둑고양이 오늘만은 널/ 꼭 잡으러 왔으니까 딱 기다려 너.” 

이별 노래에서는 떠난 사랑 때문에 무너지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의 심리가 엿보인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덤더럼(Dumhdurum)’은 이별 후 덤덤한 마음 상태를 ‘덤더럼’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걱정 마 Baby I’m so fine/ 아냐 아무렇지 않아 괜찮아/ 내 맘은 덤더러 럼더러럼/ …별로 슬프지 않아 눈물 흘리지 않아/ 벌써 다 끝나버린 내 맘은 덤더럼 덤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세대는 한두 번 이별을 경험하고 결혼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청년세대는 쉼 없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스쳐 지나가는 관계로부터 스스로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 내 감정을 우선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생 노래는 어떨까. 1984년생 동갑내기 멤버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다모임의 ‘아마두’는 각 멤버의 이야기와 미래에 대한 바람을 담은 내용이다. 그 노랫말은 불안전한 삶을 사는 청춘의 가슴을 적신다. “걱정해 봤자 뭐 답 없어, 잃지 말자, 낭만을/ Positive vibe 전파, 올해 꼬였대도 no prob/ 성장한 거야, 뒤돌아보면 안줏거리고 영웅담/ 태어난 건 내 선택 아니었지만 삶은 내 꺼지/ 뭐 어쩔 건데, 누가 뭐래도 첫 번째, 내 행복이.” 

이외에도 “어제의 나는 내게 묻겠지/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고”라는 김필의 ‘그때 그 아인’이나, “우울한 결말 따위는 없어/ 난 영원히 널 이 기억에서 만나”라는 아이유의 ‘에잇’ 등의 노래도 나 외엔 무엇도 되지 않겠다는 청춘의 마음을 담고 있다. 

직장인 김중혁(31) 씨는 “우리 사회는 구성원에게 ‘끝까지 버텨라’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한다’라고 무언의 강요를 하는 면이 있다. 그 안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멘탈이 확 무너질 때 또래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얻는다. 냉담한 세상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려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로 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 반영

전문가들은 노랫말에 투영된 ‘나답게 살기’ 메시지는 온전한 나로 살지 못하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분석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온전한 내가 되겠다’ ‘눈치 볼 것 없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살자’는 외침은 이 시대 청춘의 작은 바람이다. 실제 그렇게 사는 이도 있을 거다. 하지만 상당수는 직장에서 하루 정도 휴가를 내고 싶어도 상사 눈치 보고, 기성세대와 대화할 때 제 목소리를 다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과도한 경쟁에 치여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사는 청춘의 복잡한 마음이 대중가요 노랫말에 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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