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호

미래 핵 테러 막아 세계 질서 유지한다

제3장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A to Z - 왜 미국은 핵안보정상회의를 주도하는가

  •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wc339@naver.com

    입력2012-03-14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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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 파워 미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 질서를 만든다. 9·11테러를 계기로 대량살상을 노린 핵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를 막기 위해 정상회의를 열었다. 이러한 회의를 한국이 두 번째로 개최하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 북핵 문제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는 아니지만 이 회의는 북핵을 제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핵 테러 막아 세계 질서 유지한다

    북한 평북 영변의 방사화학 실험실 위성사진.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테러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 확산을 주도하고 있어 미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핵안보 (nuclear security)’는 핵무기 제조에 이용될 수 있는 민감한 핵물질이 원자력 관련 시설에서 불법 유출돼 핵 테러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적 활동을 총칭한다. 핵 안보는 핵 보유국(핵국)이 핵무기를 증강하거나 현대화하는 수직적 확산을 막기 위한 ‘핵 군축(nuclear disarmament)’, 핵무기와 핵기술이 핵무기가 없는 나라(비핵국)와 테러집단의 손에 들어가는 수평적 확산을 방지하는 ‘비확산(nonproliferation)’, 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원자력을 핵무기 개발로 전용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보장조치(safeguards)’, 각종 재해로부터 원자력발전소의 안전한 관리와 운영을 책임지는 ‘핵 안전(nuclear safety)’과는 다른 개념이다.

    핵물질과 기술의 악의적이고 불법적이며 의도적인 전용을 막고자 하는 핵 안보의 기본 취지와 특성을 제대로 살린다면 ‘핵물질 보안(nuclear material security)’이 더 적절한 용어가 될 것이다.

    제1차 핵 안보정상회의가 2010년 4월 12~13일 워싱턴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37개국 정상과 10개 고위 대표 그리고 3개 국제기구(유엔, IAEA, 유럽연합) 대표들이 참석한 대규모 국제회의였다. ‘핵무기확산금지조약(Treaty on the Non- 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NPT)’을 토대로 하는 핵비확산체제가 출범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전 세계 47개국의 정상과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서 핵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으로서도 50여 개국의 정상을 워싱턴에 모이게 한 것은 건국 이후 최초의 일이었다.

    핵을 통제하려는 미국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온 미국은 핵 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주도권을 여러 가지로 행사해왔다. 세계 최초의 핵보유국 대통령으로서 아이젠하워는 1953년 유엔에서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지원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국제적으로 통제하려고 했었다.



    1968년에는 소련과 함께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NPT 체제의 수립을 주도했다. 이 조약이 체결되기 5년 전인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은 1975년까지 전 세계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15~20개국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1970년대 후반까지 핵국은 기존의 P-5(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외에 이스라엘이 추가됐을 뿐이다. 2009년 말 현재 위 6개국에 인도와 파키스탄 및 북한이 가세했다. 결과적으로 비핵국의 핵개발 금지를 규정한 NPT는 대체적으로 잘 이행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은 이외에도 1972년 세균무기의 개발을 금지하는 ‘세균 및 독성무기 금지협정(BTWC)’, 1987년 중장거리 미사일의 확산을 막기 위한 ‘미사일기술수출통제체제(MTCR)’, 1993년 화학무기 생산을 금지한 ‘화학무기금지협정(CWC)’, 1996년 핵실험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핵실험전면금지조약(CTBT)’, 대량살상무기의 불법적인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2003년에 결성된 ‘확산방지구상(PSI)’ 등 다양한 국제제도를 구성하는 데 앞장서왔다.

    이는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수단인 미사일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국제평화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4월 6일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새로운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했다. 2010년 4월 8일 미국과 러시아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을 체결했다. 같은 맥락에서, 핵 안보정상회의는 그동안 소홀히 다뤄왔던 ‘민감한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로서 세계평화를 증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제1차 회의에서 2012년 차기 회의 개최지로 선정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이명박 대통령이 수락하고, 참가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 한국 유치를 확정했다. 2012년 3월 26~27일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는 제1차 회의 때보다 큰 규모로 각국 대표가 모일 것이 예상된다. 우리로서는 단군 이래 가장 비중 있는 국제회의를 개최해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왜 ‘핵 안보’인가?

    핵 안보의 핵심 대상은 핵무기의 재료인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이다. 2010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민수용과 군사용을 합쳐서 고농축우라늄은 약 1600t, 플루토늄은 약 500t이 존재하는데, 소련 붕괴 이후 도난과 밀매 시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도난·분실 사건만 해도 18건에 달한다. 미국이 전 세계에 산재한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안전한 관리·감독에 신경을 쓰는 것은 핵 테러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국제사회가 당면한 가장 절박한 위협으로 핵 테러 가능성을 들었는데, 이는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인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순교자를 자처하며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민항기를 탈취해서 자폭을 감행하곤 하는 테러집단이 핵물질을 손에 넣는다면, 핵 테러를 자행할지도 모른다는 문제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언젠가는 미국 땅에서 핵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최대한 노력해서 그 가능성을 줄이고 발생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것이 많은 미국인의 생각이다. 따라서 핵무기 제조용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통해 핵 테러로 나아가는 길목을 차단하고, 이를 위한 국제유대를 강화해 관련 체제를 보강하자는 것이 핵안보정상회의의 기본 취지다.

    핵안보정상회의는 2009년 4월 5일 오바마 대통령이 체코의 프라하에서 핵비확산 문제에 대해 밝힌 자신의 정책과 구상에 토대를 두고 있다. 오바마는 이 연설에서 테러집단이 핵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핵물질과 기술의 유통을 차단하고 관련 노력을 국제적으로 제도화하기 위해서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겠다고 제안했다. 오바마가 프라하 연설에서 밝힌 다음 네 가지 정책제안은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의 지침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첫째, 4년 내에 관리가 부실한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강화한다. 둘째, 민감한 핵물질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러시아를 비롯한 관련국 간 협력을 강화한다. 셋째, 핵물질과 기술이 거래되는 암시장을 분쇄하고 밀거래를 탐지·차단하며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금융수단을 동원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한다. 넷째, PSI와 ‘세계 핵 테러 방지구상(GICNT)’등 기존의 임시적인 협력체계를 지속가능한 국제기구로 전환한다.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핵 안보의 목표가 핵 테러 방지라는 점을 다음과 같이 재차 강조했다. 첫째, 오바마 대통령은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집단이 핵무기용 핵물질을 확보하려고 했고, 이들이 핵물질 확보에 성공한다면 반드시 사용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엄청난 인명을 앗아가고 세계 평화와 안정에 큰 타격을 가하는 전 세계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핵 테러의 위험은 지구적인 평화, 우리의 집단 안보에 대한 가장 큰 위협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둘째, 백악관은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설명자료에서 “어느 나라든지 목표가 될 수 있고 모든 나라가 그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는 말로 핵 테러 위협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 오바마 행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 직전에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핵 확산과 핵 테러 예방을 핵전략의 첫 번째 목표라고 선언하고, “편의시설, 재정, 전문지식, 은신처 제공을 통해서 테러범들의 대량살상무기(WMD) 사용과 획득을 지원하거나 도와주는 국가, 테러집단, 기타 비국가 행위자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로즈(Ben Rhodes)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핵물질이 국가에서 테러집단으로 넘어가는 것이 미국이 직면한 ‘1급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회의의 분명한 초점은 “실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함으로써, 미국 국민과 세계 안보에 9·11테러에 비해 몇 배나 더 큰 피해를 주는 사태를 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넷째, 2010년 5월 발표된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 역시 핵 테러 위협에 대한 미국 국민과 행정부의 엄중한 시각을 다음과 같은 말로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국민에게 포악한 극단주의자에 의한 대량살상무기 특히 핵무기 획득 시도와 이들 무기의 확산보다 더 큰 위협은 없다.”

    미국 정부가 핵 안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일방적인 방법인 아닌 다자협력을 선택한 이유는 미국만이 핵 테러의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며 미국 혼자서 핵 테러를 막을 수도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핵무기 제조용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이 물질의 불법거래와 핵 테러를 예방하는 것은 국제 안보의 공공재이다. 이런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왜 정상회의를 하는가

    부시 행정부에서도 핵 테러에 대한 위협을 인식하고 대처방안을 강구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핵안보정상회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 세이모어(Gary Samore) 백악관 WMD 대테러·군비통제 조정관의 해석이다.

    첫째, 핵 테러 위협에 대한 범세계적인 공감대를 넓힌다. 둘째, 핵안보정상회의가 각국으로 하여금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촉진한다. 셋째, 정상회의 수준에서 협의할 때 큰 결정을 내리기 쉬워진다. 부시 행정부에서도 많은 일이 이뤄졌지만 47개국 지도자가 모인 적은 없다.

    국제협력의 여러 형태 가운데에서도 유독 최고위급인 정상회의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분명한데, 백악관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 유례가 없는 대규모 정상회의는 테러리스트나 범죄자가 핵물질을 손에 넣는, 전례 없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로즈 NSC 부보좌관도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했다. “정상회의가 매우 구체적으로 초점을 맞춘 것은 핵 안보, 즉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와 핵 테러 위협이다.… 이 문제는 미국 국민이 직면한 최고 수준의 위협이기 때문에 정상 수준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믿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의 유례없는 대규모 회동을 주선한 것은 4년 내에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각국 최고 수준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로즈 부보좌관의 설명이다.

    미국이 주도해서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핵 테러와 핵 안보에 대한 각국 정부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정상들의 주목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세이모어 WMD 조정관에 따르면, 정상회의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유용성을 가진다.

    첫째, 각국의 관료들이 자국 정상들에게 문제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게 하고, 이를 계기로 각국 정부에서 핵 안보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둘째, 이렇게 해서 핵 안보에 주목하게 되고 답보 상태에 있는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셋째, 정상회의는 행동과 결정을 촉구하는 계기가 된다.

    월남 참전에 버금가는 한미 협조

    부연 설명하면, 지구적 문제에 대해서는 지구적 차원의 해법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 요체는 각국 정부 최고 수준의 행동과 정권 차원의 책임 있는 실천이라는 것이다.

    로즈 NSC 부보좌관은 핵 안보는 미국이 혼자서 혹은 몇몇 동맹국과 소규모 그룹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 광범위한 ‘집단행동’과 ‘지구적 행동’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히고, 개별적으로 선언한 행동에 대해 각국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 정상들의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를 마친 후 오바마 행정부는 47개국 정상이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함께 했다고 평가했다.

    첫째, 가장 높은 수준에서 핵 안보에 대한 공동의 접근과 의지를 진전시켰다. 둘째, 테러집단이 자국의 핵물질을 탈취, 밀매 혹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약속을 새롭게 했다. 셋째, 지속적으로 위협을 측정하고 여건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안보를 증진할 것을 선언했다. 넷째, 이를 위해 가장 훌륭한 관행과 실용적인 해법을 교환할 것을 선언했다. 다섯째, 모든 국가는 자국의 핵물질에 대한 최선의 안보를 보장하고 필요한 경우 도움을 요청하거나 제공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여섯째, 핵 테러와 핵 안보에 관련된 국제조약의 이행을 증진하고 지구적 안보 문제를 개선할 구체적인 국가 차원의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우리의 국익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이 제2차 회의의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북한의 핵 개발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커진 한미 동맹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이 미국의 대통령과 미국 국민이 실체적인 안보위협으로 인식하는 핵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국제회의의 개최국으로서 핵 테러 방지의 최전선에 나서서 오바마 대통령이 시작한 범세계적 운동을 함께 선도해나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 간의 전면 핵전쟁 위협이 줄어든 반면 핵 테러가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부상하는 등 국제 안보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던 수혜국에서 미국의 안보를 위해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나라로 거듭났다는 것을 입증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는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 당시의 월남전 참전에 버금가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포함한 주요 현안에서 한미 동맹을 보다 공고히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주최는 한미 동맹 60년사에서 하나의 획을 긋는 이정표적인 사건으로 핵 테러를 핵심 위협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국제 안보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새로운 틀을 짜고 건실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제1차 정상회의에 북한과 이란 그리고 시리아는 초청받지 못했다. 북한은 국제사회를 기만하며 핵을 개발했고, 이란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으며, 시리아는 북한의 지원을 받아 신형 5MWe급 원자로를 건설하다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좌절됐다.

    세 나라가 북한을 고리로 먹이사슬처럼 연결돼 있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 20년간 국제사회의 간곡한 설득에도, 모든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핵을 개발한 북한에 대해서 유엔 안보리는 6·25전쟁 이후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라는 준엄한 채찍을 들었다. 시리아에 대해서는 IAEA의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이란에 대해서도 제재의 고삐가 조여지고 있다.

    북한에 전하는 간접 메시지

    지금의 북한 정권은 핵안보정상회의의 중요한 토론 대상이자 경계의 대상이다. 북한 핵 문제는 이미 한반도를 넘어 세계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파키스탄, 시리아와의 비밀 핵 협력이 사실로 드러났고, 최근에는 미얀마와의 핵 거래 의혹도 제기되는 등 북한은 전 세계 핵 확산의 중심에 서 있다.

    설혹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핵 테러를 자행하지는 않더라도 영변에서 흘러나온 핵물질이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집단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북한 핵 문제 해결 차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핵 확산의 주역인 북한으로부터 직접적인 핵 위협을 받는 한국에서 이 회의가 개최된다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가 북한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핵안보정상회의가 북핵 문제 해결의 장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규모도 크고 비중도 높은 만큼 서울 회의에서 북핵 문제도 시원하게 해결하고 싶은 것이 국민적 바람이겠지만 이 회의는 북핵 문제보다는 ‘세계평화에 대한 기여와 공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미 보유한 핵무기와 핵능력을 폐기하는 일은 핵 안보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회의라고 해서 우리 입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 이미지와 위신의 추락’이라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국민적 관심사를 충분히 반영하면서 핵 안보정상회의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묘책은 서울 회의에서 북한의 ‘무책임한 핵 확산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북한과 시리아, 이란 등과의 핵기술 협력은 이미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핵 확산이 핵 테러로 가는 길목임을 고려할 때, 북한에 대해서 무책임한 핵 확산을 중지하도록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표해야 한다. 나아가, 현재 느슨한 협력체 형태인 ‘확산방지구상(PSI)’을 국제법적으로 구속력이 있고 강력한 ‘PSI 협약’으로 전환하자고 제의할 필요가 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몇 가지 방안을 추가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핵 안전과 방사성물질이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태를 계기로 핵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실을 무시할 수 없고, 핵 테러보다 방사능 테러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서 방사성물질의 안전한 관리 문제도 논의되어야 한다.

    둘째, 한국의 평화적인 원자력 정책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북한의 연속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에 전념하는 한국의 비핵정책은 흔들림이 없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아울러 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과 대표들이 한국의 원자력산업과 핵 안보 수준이 매우 우수하다는 인상을 갖고 서울을 떠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핵 이니셔티브

    셋째, 비록 북핵 폐기의 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 회의는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 번 알릴 좋은 기회다. 세계 정상들에게 북한 정권의 집요한 핵개발 전략과 군사도발 실태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제대로 알림으로써,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외교적 우위를 확보해나가야 한다.

    미래 핵 테러 막아 세계 질서 유지한다
    전성훈

    1962년 경기 수원 출생

    고려대 산업공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공업경제학과(석사), 캐나다 워털루대 경영과학과(박사)

    현재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정책자문위원

    논문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와 북한핵문제’ 등 다수


    마지막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북한을 초청해야 한다. 김정일 사후의 새 지도부를 국제사회로 끌어들이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의 초청으로, ‘천안함·연평도 조건’ 철회는 우리 국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설혹 김정은 대신 김영남이 참석한다고 해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은 물론 오바마와의 만남도 주선해서 긴장완화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남북 간에 핵 안보 협력을 추진하고 핵시설에 대한 자료교환은 물론 사보타주와 무력사용을 금지하는 협정 체결을 제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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