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무Ⅱ 4기 묶으면 日로켓 H2-A보다 추력 강해
- 능력 있지만 美 견제 탓에 개발 못하는 상황
- 南 액체연료 로켓기술 北에 최소 10년은 뒤져
- 2021년 독자개발 액체연료 로켓 발사 목표
- 北 “장군님 유훈 관철했다” 광란 분위기
나로호가 11월 27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세워져 있다.(왼쪽) 북한이 12월 12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기지에서 장거리 로켓(은하 3호)을 발사하는 장면.(오른쪽)
“12월 12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운반로케트 ‘은하 3’호를 통한 ‘광명성 3호’2호기 위성의 발사가 성공하였다. 위성은 예정된 궤도에 진입하였다.”
조선중앙통신이 두 문장으로 이뤄진 속보를 타전한 것은 12월 12일 오전 11시 23분. 로켓 발사 시각은 같은 날 오전 9시 49분 52초다.
은하 3호가 지구 궤도를 돌기 시작하기 13일 전(11월 29일) 나로호(KSLV-I)는 발사시각을 16분 52초 앞두고 카운트다운이 중단됐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한 때는 나로호 실패 이틀 후다.
한국의 나로호와 북한의 은하 3호는 어떻게 다를까?
나로호도 핵탄두 실으면 ICBM
신동아는 익명 보도를 전제로 국책연구기관의 로켓 개발자 등을 취재했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해 Q·A 형식으로 남북이 비밀리에 벌여온 우주전(宇宙戰·Space Warfare) 내막을 들여다보자.
Q : 북한은 평화적으로 위성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A : 북한이 위성 발사를 통해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한 것이므로 ‘우주 조약에 기초한 자주적 권리’라는 북한의 표현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와 ICBM은 기체와 추진기관, 유도조종장치 등 핵심 기술이 동일하다.
Q : 미사일, 로켓, 우주발사체는 어떻게 다른가.
A : 미사일은 엔진이 있건 없건 날아다니는 모든 비행물체를 뜻한다. 위성을 실은 로켓엔진이 우주발사체, 탄두를 실은 로켓엔진이 탄도미사일이다.
우주발사체와 ICBM은 동전의 앞뒷면에 비유할 수 있다.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을 앉히는 목적으로 사용되면 우주발사체로 불리지만 핵탄두를 실어 다른 나라로 투발하면 핵미사일이 되는 것.
Q : 나로호에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나.
A : 이론적으로는 당연한 것 아닌가. 나로호에 핵탄두를 실어 다른 나라로 쏘면 ICBM이다. 물론 나로호의 1단 로켓은 러시아가 액체연료를 사용해 상업용 우주발사체로 개발한 것이다. 액체연료 로켓은 고체연료 로켓과 다르게 무기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덧붙여 한국은 핵무기도 갖고 있지 않다.
Q : 쉽게 설명해달라.
A : 거칠게 말해 고체연료를 쓰는 장거리 로켓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100% 전용이 가능하다. 액체연료 로켓은 무기로서는 한계와 단점이 많다. 액체연료는 연료탱크에 장기간 보관할 수 없다. 연료를 주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발사를 준비하는 게 알려지면 폭격을 당하지 않겠는가. 액체연료 로켓과 다르게 고체연료 로켓은 연료를 장전해놓으면 언제든 발사할 수 있다. 발사 준비 상태로 로켓을 실전배치해놓을 수 있는 것이다.
美 겨냥한 고슴도치 바늘
은하 3호는 1단, 2단에는 액체연료, 3단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은하 3호의 비행거리는 1만∼1만3000km로 추정된다.1단 로켓 추력은 120t으로 러시아제 신제품인 나로호 1단로켓이 가진 추력 170t의 70% 정도다. 나로호는 1단 로켓 추력이 강해 2단 구성만으로도 먼 거리를 날아가는 게 가능하다. 한국이 개발한 나로호 2단 로켓은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Q : 은하 3호의 1단 로켓은 무기로 전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액체연료를 쓴다. 북한 처지에선 “나로호와 다를 게 없다”며 억울해할 수 있겠다.
A : 그렇지 않다. 은하 3호는 나로호와 연료의 종류가 다르다. 나로호는 극저온 상태로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반면 은하 3호는 상온에서 액체연료를 주입할 수 있어 무기로 전용하기 유리하다. 은하 3호가 사용한 추진제(연료와 산화제)는 우주용보다는 공격용 로켓에 주로 쓰이는 것이다. 이 추진제는 나로호가 사용하는 연료보다 값이 3배가량 비싸지만 로켓에 주입한 뒤 일정 기간 보관할 수 있다. 로켓에 추진제를 채운 채 발사 준비를 해놓을 수 있으므로 무기용 로켓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물론 고체연료 로켓보다는 무기로서의 효용이 떨어진다.
Q : 북한이 액체연료 기술로 고체연료를 사용한 ICBM과 비슷한 능력을 갖춘 로켓을 개발한 것인가.
A : 그렇지는 않다. 로켓 선진국은 액체연료를 3~6개월 동안 로켓엔진에 충전해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연료 저장통을 코팅하는 기술이 그것이다. 북한이 산화제로 사용한 질산은 질이 낮고 독성이 강해 금속을 빠르게 녹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코팅 기술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선진국 수준은 아닐 것이다.
은하 3호의 비행거리가 1만㎞면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1만3000km면 워싱턴을 포함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Q : 북한의 ICBM 기술 수준은….
A : 우주발사체에 필요한 1단 로켓 기술과 단 분리 기술 등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대부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ICBM 보유국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ICBM 기술을 완성하려면 핵탄두를 1t 이하 규모로 소형화해야 한다. 또한 우주에서 대기권으로 탑재물(핵탄두)을 재진입(re-entry) 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011년 6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2006년, 2009년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핵탄두 소형·경량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답했다.
Q : 북한이 탑재물을 우주에서 대기로 재진입시키는 기술을 갖고 있을까.
A : 알 수 없다.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2000∼3000℃의 고열을 견디는 기술은 개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ICBM은 마하 20의 속도로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다. 6000∼7000℃를 견뎌야 한다. 기술 확보가 쉽지 않은 분야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열을 견디면서 탄두를 보호하는 물질은 ICBM을 보유한 극소수 나라만 확보하고 있다.
북한이 ICBM을 보유하는 것은 ‘고슴도치의 바늘’에 비유된다. 나라는 고슴도치처럼 볼품없지만 독재체제에 위협이 닥치면 바늘로 찌르겠다고 겁박할 수 있는 것이다.
최소 10년 뒤처진 한국
북한은 세계에서 10번째로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에 가입했다. 이 클럽은 자국 영토에서, 자국 로켓으로, 자국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린 국가를 가리킨다. 이 클럽에 속한 나라는 러시아(1957년) 미국(1958년) 프랑스(1965년) 중국(1970년) 일본(1970년) 영국(1971년) 인도(1979년) 이스라엘(1988년) 이란(2009년)이다.
한국은 나로호 후속사업인 한국형발사체(KSLV-Ⅱ)를 일러야 2021년(발사 목표 시점)에 쏠 수 있다. 국내 기술로 제작하는 KSLV-Ⅱ의 1단은 은하 3호의 1단과 마찬가지로 액체연료 로켓으로 개발한다. 액체연료 장거리 로켓 기술에서 북한보다 최소 10년가량 뒤처진 것이다.
Q : 왜 이렇게 됐을까?
A : 한국은 오랫동안 무기로 곧바로 전용할 수 있는 고체연료 로켓 개발에만 치중하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북한은 백두산 1호라고 부른다)를 발사한 후 액체연료 로켓 개발에 뒤늦게 나섰다. 우주발사체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탄도미사일 개발에만 매진한 것. 일본은 우주산업을 육성하면서 틈새를 노리는 전략으로 ICBM 기술을 확보했다.
Q : 한국은 언제쯤 자체 기술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나.
A : 외국 도움 없이 1.5t 무게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까지 1조5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Q : KSLV-Ⅱ 연구는 잘되고 있나
A : 지금 없으니 못 만들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우리가 사실 연구를 많이 했다. 액체연료로 30t급 발사체 선행연구를 해봤다. 30t급을 해보니까 가능하더라. 현재는 75t급을 연구하고 있다. 그걸 4개 묶을 거다. 그러면 300t 아닌가.
한국은 2018년까지 한국형발사체의 기본엔진인 75t급 액체연료 로켓을 완성할 계획을 세웠다. 이 엔진 4개를 묶어 300t급 우주발사체 1단 로켓을 자체 기술로 개발한다.
북한, 이란의 닮은꼴 로켓
Q : 강대국의 견제는 없나.
A : 우리는 액체연료를 쓰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제약이 없다.
신동아가 입수한 노무현 정부 시절 대외비 보고서는“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우려해 러시아 발사체 기술의 한국 이전에 반대하는 서한을 러시아 외무부에 보냈다”고 밝히고 있다. 나로호 사업에서도 미국은 한국 기술로 만든 2단 고체로켓에 미사일 부품이 사용됐는지 확인하겠다며 여러 차례 국방과학연구소를 사찰했다. 러시아는 2006년 한국과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을 체결하면서 러시아가 제작한 1단에 대해선 한국이 일절 개입하지 못하게 했으며, 심지어 볼 수도 없게 했다. 일본은 나로호 1차 발사를 앞두고 한국이 로켓을 발사하면 일본 영공을 통과한다면서 나로호의 상세 자료를 내놓으라고 항의했다.
Q : 북한은 어떤 경로로 장거리 로켓 기술을 확보했나
A : 은하 3호는 노동미사일 4기를 연결해 추력을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1978년 옛 소련에서 스커드-B 미사일을 들여와 분해해서 역으로 설계도를 그려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 1989년 사거리 500㎞의 화성 6호, 1993년 사거리 1300㎞의 노동1호를 개발했다. 화성 6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커드 계열 미사일이다. 북한은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에 오랫동안 화성 6호를 수출했다. 탄도미사일이 독재정권의 달러박스 노릇을 한 것이다. 화성 6호를 여러 개 묶은 게 노동미사일, 노동미사일 4기를 하나로 묶은 게 은하 3호다.
은하 3호와 관련해 북한-이란 커넥션 의혹이 제기된다. 이란은 2009년 이후 3차례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북한 미사일 수출 관련 정보당국 문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북한과 이란의 장거리 로켓은 유사하다. 이란이 2009년 2월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릴 때 북한 기술자들이 참관했다. 북한은 중동국가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에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고체연료를 사용한 (은하 3호의) 3단 로켓은 북한이 이란에서 배워온 것으로 파악된다. 중동지역 군사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과 북한은 2000년대 초 미사일 협력에 합의했다고 한다.”
한국은 고체연료 로켓 강국
한국의 고체연료 로켓 개발 능력은 ‘굉장히 우수하다’고 개발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이 1978년 처음으로 개발한 백곰은 미국의 나이키-허큘리스를 수정(modification)해 4기를 하나로 묶은 것. 유도탄사령부가 보유한 국군의 주력 탄도미사일 현무Ⅱ는 사거리가 300km다. 탄두 중량을 줄이면 현무Ⅱ는 500km 넘게 날아간다. 탄도미사일 제작 기술을 아랍에미리트에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원전 수출 등 협력을 받아냈다는 보도(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가 나온 적이 있을 만큼 현무Ⅱ는 우수한 탄도미사일이다. 한국은 1998년 2단 고체로켓 KSR-Ⅱ를 개발해 단(段) 분리에 성공한 적도 있다. 일부 개발자들은 한국이 확보한 고체연료 로켓 기술을 우주발사체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을 갑갑해한다. “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데 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한 인사는 “그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Q : 노동미사일 4기를 묶은 은하 3호처럼 현무Ⅱ 4기를 묶으면 어떻게 되나.
A : 엄청난 추력이 나온다. 일본 우주발사체 H2-A보다 더 강력하다.
일본 로켓 H2-A의 추력은 100t, 프랑스 로켓 아리안의 추력은 120t이다. 나로호에 사용된 러시아 로켓은 추력이 170t에 달한다. 앞서 언급했듯 은하 3호의 추력은 120t이다.
Q : 위성을 궤도 위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인가.
A : 묶을 필요도 없다. 거칠게 얘기해 동서남북에 하나씩 매달면 된다.
미국 위성사진업체 ‘지오아이’가 12월 4일 촬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기지 위성사진. 발사장에 주차된 트럭 몇 대가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연료 주입 또는 정비를 위한 트럭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A : 현무가 뚱뚱해서 무조건 되는 건 아니다. 수정이 필요하다. 더는 말하기 어렵다.
한국은 지금도 고체연료 로켓으로는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개발할 능력을 갖고 있다. 사거리 1만㎞가 넘는 ICBM을 ‘개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사거리 800㎞가 넘는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하고 있지 않다. ‘비공식적으로’개발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을뿐더러 확인되더라도 기사를 써서는 안 되는 국익과 관련한 사안이다.
1979년 사거리 180km 이상, 탄두 중량 500kg 이상인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선 안 된다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 체결됐다. 2001년 사거리 300km, 탄두 무게 500kg의 탄도미사일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지침이 개정됐다. 2012년 10월 지침이 재개정돼 한국은 최대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이끌어낸 것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 성과 중 하나다. 사거리 550km 및 800km 미사일을 2016년 이전에 작전 배치한다는 게 국군의 계획이다. 중국은 국군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관련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은 인공위성이나 다른 탑재물을 쏘아 올릴 고체연료 장거리 로켓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으나 강대국의 견제 탓에 러시아에서 1단 로켓을 구입해와 나로호를 발사하는 것이다. 물론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발사장 구축 및 발사운영 능력을 확보한 것은 상당한 성과다.
동북아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충돌하는 우주전의 최전선이다.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동북아 국가는 모두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했다. 일본은 1960년대 중반 연필 크기 로켓(Pencil Rocket)부터 연구하기 시작해 우주전 능력을 확보했다. 도쿄대의 한 연구소가 국가 지원을 받아 고체연료 로켓을 비밀리에 연구했다. 액체연료 로켓 기술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획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거리 로켓 창정(長征)을 보유한 중국은 적국의 인공위성을 격추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12월 16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해 정권을 탈환한 일본 자민당 정권은 북한 미사일을 명분 삼아 군비 증강에 나설 태세다. 일본발(發) 동북아 군비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기술로 우주로 나가 우주로부터 영토를 지킬 초석을 놓는 것은 우리 시대의 의무인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일본처럼 우주산업을 육성하면서 틈새를 노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