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야말로 세계 모델 국가 될 나라”

• 동북아와 세계평화번영의 촉진제 ‘코리안드림’

• 캠프데이비드 선언에 담긴 한반도 통일 의의

• 홍익인간 기반 코리안드림 비전으로 통일한국 실현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 [홍중식 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점점 악화하는 모양새다. 3년여 동안 국제사회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대립은 심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월에는 북·러 정상회담이 열려 한반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고, 10월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으로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전례 없는 복합 위기 속에 한국은 안보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가운데 8월 18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거행된 한미일 정상회담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캠프데이비드 정신과 원칙을 전 세계에 선언했고, 특히 미일 정상은 “우리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캠프데이비드 정신과 원칙 두 문서를 통해 선언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이라는 목표를 미국과 일본 정상이 함께 최초로 지지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은 2010년부터 국내외적으로 국제 포럼과 캠페인을 개최하면서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한반도 관련 강대국에 비핵화보다 평화적 통일을 한반도 최우선 정책으로 수립할 것을 역설해 왔다. 이번 캠프데이비드 선언은 그런 면에서 시민사회 역할의 중요함도 찾을 수 있다. GPF가 10월 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개최한 2023 원코리아국제포럼에서는 국내외 관련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모여 ‘자유통일한국: 동북아와 세계평화번영의 촉진제’를 주제로 자유통일한국 실현을 위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문현진 GPF 세계의장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이룩한 물질적 성공에 내적 의미와 더 높은 목적을 부여하고, 모든 한국인을 하나로 묶어 고유한 민족적 운명을 찾고 성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프데이비드 선언, 통일 한반도 지지

문현진 의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통일신학대학원에서 수학했다. 2009년 GPF를 설립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목표로 15년째 재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10년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인 ‘코리안드림’ 구상을 발표한 뒤 2014년 동명의 책을 발간했다. 코리안드림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을 토대로 통일한국을 실현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통일된 새로운 국가를 실현하자는 우리 민족의 꿈이다. 10월 2일 원코리아국제포럼이 열린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문 의장을 만나 통일한국을 꿈꾸는 이유와 실현 방안,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 등에 대해 들었다.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한 비전을 꾸준히 설파해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8월 한미일 정상이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통해 통일 한반도를 지지했습니다.

“한미일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선언은 그냥 우연히 일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번 선언은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와 지도자들, 정책 입안자들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안정과 북한 핵문제 해결의 열쇠가 한반도 통일에 있다고 인정한 겁니다. 제가 10여 년 전에 코리안드림 운동을 시작하던 당시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입니다. 통일만이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를 해결하고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평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반도 통일을 이끌어낼 코리안드림이야말로 세계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자 목표이고, 세계인의 열망인 것입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점점 패권주의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 움직임에 역행하는 기류가 아닌가 싶은데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냉전시대 회귀로 봐서는 안 됩니다. 물론 이데올로기 갈등의 근본 요소가 있지만, 과거 소련 중심의 냉전과 오늘날 중국이 주도하는 국가 간 갈등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제가 인도에 가서 활동한 것입니다. 인도는 중국을 국가 존폐의 가장 위험한 적으로 여깁니다. 인도는 냉전시대 소련을 그렇게까지 간주하지 않았고, 6·25전쟁 당시 참전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인도의 차이입니다.

잠시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서구 민주주의 체제 국가들의 ‘인권’은 하나의 개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것은 천부인권입니다. 창조주가 모든 사람에게 부여한 것이 바로 인권입니다. 미국의 건국 문서인 독립선언문 두 번째 문단에는 인권과 자유가 창조주로부터 부여됐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이 창설될 때는 공산주의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포함시키기 위해 자유와 인권이라는 단어는 썼지만 창조주라는 문구는 뺐습니다. 그 개념이 없으니 유엔은 결국 제 역할을 못 하고 실패하게 된 겁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홍익인간을 주목하는 이유는 천부인권설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5000년 전에 세워진 이 홍익인간 이념에는 창조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인권의 개념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습니다. 이 이념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운동을 전개한다면 실현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특히 홍익인간 이념을 토대로 만든 코리안드림을 바탕으로 통일운동을 지속한다면 통일이 이뤄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현재 일어나는 국제사회 현상만을 보지 말고, 그 밑에 흐르는 조류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인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정체성

한국이 통일을 이룩해 모델 국가가 될 거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오늘날 한국은 이념과 종교갈등을 비롯한 여러 사회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통일한국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쓴 책 ‘코리안드림’ 안에 통일한국의 모델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2010년경 통일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한국의 많은 지도자들이 제게 통일운동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분단이 고착된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말이죠. 그렇게 된 이유는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정부가 나서서 대화해야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주사위를 던져서 어떤 숫자가 나오는지 보는 정도로 운에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통일된 한국이라는 최종 목표를 확실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통일운동인 것입니다.

문현진 GPF 세계의장. [홍중식 기자]

지금 문화적으로나 이념적으로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남한과 북한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입니다. 거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국은 지금 지역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분열돼 있습니다. 좌익이든 우익이든, 기독교든 불교든 어떤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든 간에 모든 한국인을 묶을 수 있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입니다. 그만큼 코리안드림은 강력한 것입니다. 더는 정부의 대화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이 돼서 풀뿌리 운동을 통해 통일을 이뤄야 합니다. 국제사회 지원을 받아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그런 열망을 표출해 통일을 이루는 양상으로 지금 바뀌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들을 지금 우리는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분열된 한국 사회를 코리안드림이라는 비전을 목표로 통합해 나가고 있고, 세계 곳곳의 한인 사회에 확대시키고 있으며, 국제사회까지 한국인의 열망과 소망을 기원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 성과들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세계 모델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이 홍콩을 대체할 국제금융허브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리라고 보나요.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입니다. 지금 지정학적 분열 상황을 보세요. 중국의 패권주의로 홍콩은 과거 아시아의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을 더는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대체할 거라고 보나요? 알 수 없습니다. 새로운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제가 여의도 파크원 건설을 이끌었습니다. 정치 지도자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서울 여의도는 국제금융허브가 될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정치인들이 점점 국제적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한국이 국제금융허브가 되도록 지금과 같은 움직임으로 계속 간다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봅니다.”

문현진 의장의 아버지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의 사진이 인터뷰룸에 놓여 있다. [홍중식 기자]

한반도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과 활동하고 있기에 대중의 시각에서 질문드립니다. 2012년 언론을 통해 통일교회와 결별 선언을 한 지 11년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어떤 입장인가요.

“과거 같았으면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 한국 국민들도 통일교회 안에 분열이 있고, 내부 갈등이 있음을 아마 알 겁니다. 지금의 통일교회 체제는 선친께서 절대 원하지 않으셨던 것으로 1996년에 종교시대 종언 선포와 함께 통일교회 간판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코리안드림’ 책에서 종교 지도자와 영적 지도자의 차이를 구분했습니다. 저는 종교의 중요성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종교의 잘못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선친을 섭리적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부득이 신흥 종교를 창설하셨지만 그 이상의 꿈과 사명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가 행한 활동과 삶을 보면 기존 종교 지도자의 틀에 맞지 않았습니다. 지정학적 상황에도 관여해 냉전시대 종식을 이끄셨고, 마르크시즘과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싸웠을 때도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서 행동했습니다. 소련이 붕괴됐을 때 모든 장벽을 초월한 세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모든 인류가 하나의, 공통적으로 존중되는 정신적 변화를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인류 보편의 진리와 가치를 바탕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렇게 영성이 고양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한 선친의 뜻을 진실 되게 대표하는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