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中 싫어’ → 91% ‘中 응원’ 만든 Daum 신통력
정당·정치인 생사여탈권 된 인터넷 여론
가짜 뉴스 = 국가안보 위협
韓 선거 때 北 여론조작 한다면…
北 사이버戰 최종 목표? 親北정권 수립
사이버戰 밀리면 韓 죽는다
[Gettyimage]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해당 경기 전후로 다음에서 ‘응원’ 클릭 3130만 건을 긴급 분석했다. 댓글 가운데 약 50%가 네덜란드를, 30%가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10월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과거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부처 TF를 신속하게 꾸려 가짜 뉴스 방지 의무를 포함한 입법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다음에서 네티즌 91%가 중국을 응원한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올해 7월 27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이 68%에 이른다. ‘부정적 인식’ 68%를 ‘응원’ 91%로 바꾼 다음의 신통력은 어떻게 발생했을까. 우리 사회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어떻게 여론을 바꿀 수 있는지 그 실체를 알고 있다.
총리의 인식 및 대응 방향을 통해 나타난 한국 정부의 스탠스는 가짜 뉴스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바라보고, 입법 및 행정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를 단순히 도덕적·법적 관점이 아니라 안보차원에서 심각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전쟁 중에 이러한 여론 왜곡이 일어난다면 재앙이다.
10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한 총리는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뉴스1]
SNS 여론에 종속된 개인 의견
10월 1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 경기를 치르던 중 포털사이트 ‘다음’에 나타난 양국 응원 비중. [다음]
자유민주주의는 20세기 중반 나치즘·파시즘과 같은 전체주의에 의해 날벼락을 맞았다. 전체주의 국가들은 소수 집권 엘리트가 만든 정치 이념을 선전·선동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여론으로 둔갑시켰다. 여론 형성의 기초 자료인 개인 의견을 여론의 이름으로 짓밟았다. 즉 개인 의견이 여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여론의 탈을 쓴 집단주의·전체주의 이데올로기가 개인 의견을 압살한 것이다. 독일 히틀러의 나치 정권 시절 선전선동부 장관을 지낸 괴벨스가 한 “민주주의가 적들에게 민주주의를 스스로 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라는 말은 전체주의 체제의 여론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90년대 초 쌍방향 의사소통 시대를 연 인터넷 시대가 오자 인류는 여론의 탈을 쓴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이 소멸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댓글과 댓글이 만든 여론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우리 정치 과정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인터넷, SNS가 형성한 여론은 국내 정치에 그대로 반영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이러한 여론은 정치인·정당의 출현과 소멸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왔다.
20세기 말에 꽃을 피운 SNS 문화는 올해 현재엔 SNS 여론이 갑, 개인 의견이 을로 나타난다. 개인 의견이 SNS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보다 반대 경우가 더 커졌다. SNS 여론이 개인 의견을 지배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다.
플라톤 ‘중우정치’와 너무 닮은 지금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조국 아테네의 몰락을 보면서 ‘중우정치’ 출현 위험을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중우정치는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를 말한다. 플라톤은 펠레폰네소스 전쟁 기간 중에 태어나 조국이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패배해 소멸하는 고통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이 체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이 ‘중우정치론’이다.플라톤은 중우정치를 이끌 네 가지 정치적 징후를 식별했다. 첫째, 대중적 인기에 집중해 대중의 요구에 무조건 부응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둘째, 개인의 능력·자질·기여도를 고려하지 않는 그릇된 평등관이다. 셋째, 개인이 절제 등 시민적 덕목을 경시하고 무절제와 방종으로 치닫는 현상이다. 넷째, 엘리트주의를 부정하고 다중의 정치로 흘러가는 정치 관행이 만들어지는 행태다.
이는 SNS 여론의 구성 인자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첫째, 대중적 인기에 매몰되는 사회현상이다. 대다수 국민은 사이버공간의 인기 검색어에 눈길을 주게 된다. 인기 검색어가 사회를 보는 창이자 안경이 된다. ‘SNS 중독 사회’란 ‘인기 검색어에 중독된 사회’라는 말과 동의어다.
둘째, SNS의 댓글 주체들이 평등하다는 허위의식이다. 누구나 같은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티즌이 평등해지는 건 아니다. 댓글을 달고, 안 달고가 사회적 지위 변화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마치 국회의원이 의사당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것과 같은 허위 평등의식을 만든다. 댓글에 참여하면 자신이 직접민주주의의 주체가 된 것 같은 최면이 걸린다.
셋째, 무절제·방종은 현대 관점에선 익명성으로 대표된다. 댓글 주체가 누구인지 모르도록 하는 시스템, 이를 보장하는 체계 때문에 범죄에 해당할 만한 댓글이 난무하게 된다. 연예인·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댓글에 상처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이 경우 댓글이 치명적 테러 수단이 된 것이다. 넷째, 괴담이 정론을 이기는 정치 현상이다. 플라톤은 소수 현자(賢者)의 정론이 아닌 다중의 세론이 득세하는 정치를 경계했다. 현자의 목소리가 아닌 세론이 지배하는 체제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종국엔 망한다고 인식한 것이다.
플라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중에 진행된 정치 현상을 그리스 자유민주주의를 망하게 한 정치 전조로 바라봤다. 250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그가 식별한 중우정치의 전조들을 재음미해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유사하다. 댓글과 댓글이 만든 여론이 자칫 잘못하면 자유민주주의를 안으로부터 망가뜨리는 암 덩어리가 될 수 있다. 가짜 뉴스는 자유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안보 문제’다. 한국을 비롯해 각국이 사이버전(戰)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은 SNS, 포털 등 인터넷 여론 공간이 가진 안보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 왜곡 = 자유민주주의 위협
2021년 7월 26일 경남 창원시 마산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재수감 전 심경을 말하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은 판결문에 “당시 경남지사이던 김경수 지사 등 피고인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댓글조작 프로그램(킹크랩)을 이용해 인터넷 기사 8만여 건에 달린 댓글 순위를 당시 여권에 유리하게 조작하는 범죄를 지원했다”고 명시하며, 현직 도지사이자 유력한 대권 잠룡 가운데 한 명이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김 전 지사는 지금까지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 범죄가 주권재민의 정치 원칙을 유린, 강탈하는 중범죄임은 분명하다.
대법원 판결문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댓글 순위 조작’이다. 법원의 판단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댓글 순위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즉 SNS 여론이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아무리 조작해도 개인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죄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킹크랩을 통해 댓글순위가 조작됐다고 봤다. 기술을 통해 사이버공간에서 주권재민의 정치 원칙이 뿌리째 비틀어질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북한 등 적성 세력, 사이버 테러 세력이 선거 때 여론 형성을 위한 댓글 공작에 가담한다면 어떠한 현상이 벌어질까. 댓글공작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적대 세력이 우리 정부를 선택·출범시키는 꼴이 된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과 함께 미래의 선거를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
“北 사이버 전력, 韓 여론에 상당한 영향”
6월 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박현준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첨단안보수사계장이 북한 해킹 메일 유포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북한 해킹 조직은 통일·안보 전문가를 사칭하며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안보 전문가 등 150명에게 피싱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고 계정 정보를 탈취하는 악성 e메일을 발송했다. [뉴스1]
2010년 북한 김정일은 “현대 전쟁은 기름 전쟁, 탄약 전쟁으로부터 정보 전쟁으로 바뀌었다. 정보전 부대는 핵무기와 함께 나의 배짱이고 예비대”라며 사이버 작전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의 사이버 작전은 정찰총국의 6개 국 가운데 하나인 121국, 이른바 사이버지도국에서 관할하고 있다. 사이버지도국엔 6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통상 이들을 북한의 사이버 전력으로 파악한다.
북한은 군 정찰총국, 노동당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 조선 6·15편집사 등을 통해 240여 개 이상의 선전·친북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 선전 사이트는 ‘구국전선’ ‘내나라’ ‘조선의 오늘’ ‘메아리’ ‘반제민족민주전선’ 등 80개가량이고, 친북 사이트는 160여 개에 달한다. 북측이 대남 공작을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한 사이트는 반제민족민주전선이다.
한국 사회에서 지하조직으로 위장하고 있는 반제민족민주전선은 국내정치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북한 처지에선 ‘영웅적 사이버 전사’들이라 할 수 있다. △여중생(미선이·효순이) 사망 1주기 반미(反美) 결사전 선동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투쟁 선동 △천안함 북풍(北風) 자작극 선동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반대 투쟁 선동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수정권 끝장내기 투쟁 선동 등에 앞장섰다. 반제민족민주전선은 최순실 게이트 발생 이후 하루 평균 10개의 게시물 가운데 절반가량을 그와 관련된 대남 지령 및 선동 기사에 할애해 활동한 바 있다.
국내 안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북한 사이버 전력이 관여한 댓글 공작이 국내 댓글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광우병, 천안함, 사드 이슈 국면에서 괴담이 과학을 억누르고 국론을 분열시킨 힘이 북한 사이버 전력으로부터 비롯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차후 북한은 사이버 전력을 통해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선거 때 여론 형성에 관여해서 ‘친북 정권’을 만들려 할 것이다.
아테네는 스파르타 心理戰에 당했다
방통위의 조사는 매우 신속했다. 응원 클릭이 어느 국가의 IP를 통해 진행됐는지 단기간에 파악했고 결과를 공유하도록 했다. 잘한 일이다. IT강국 정부의 능력을 보여줬다. 여론조작을 막기 위한 기술 능력을 우리 사회는 갖고 있지만 총리와 야당의 상이한 관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10월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방통위의 보고를 받은 뒤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한 야당의 중진의원은 “이번 사건을 좌파 포털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 되며 집권 여당이 언론을 장악하는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악성 SNS 여론, 가짜 뉴스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만일 플라톤이 살아 있다면 어떤 처방전을 끊어줄까. 플라톤은 이렇게 제안할 것이다. 첫째, 북한의 사이버 전력, 즉 댓글 공작에 철저히 대비할 것. 만약 아테나가 스파르타와 전쟁을 하지 않았다면 아테네 민주주의는 꽃을 피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교전 상태에 이르자 스파르타의 심리전이 아테네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했고 결국 망하게 했다. 우리는 지금 남북이 총성 없는 전쟁, 사이버 전쟁을 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사이버공간을 북한의 수많은 괴벨스 후예들이 넘나들고 있다. 가짜 뉴스 문제를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개인 의견에 대한 SNS 여론의 ‘갑질’을 중단시키기 위한 사회적·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낼 것. 이를 위해서는 댓글 여론 형성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관련 법을 조속히 확충해야 한다. 댓글 작성자의 익명성 최소화가 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악성 SNS 여론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높여야 한다. 악성 SNS 여론을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활용하는 세력에 대한 법적 응징을 강화해 여론 조작을 중범죄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필자가 과잉 반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우정치로 망해가는 조국을 비통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던 플라톤을 자꾸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사이버 전사들의 여론조작에 우리의 주권을 내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사이버 여론전에 당하면 우리 체제가 죽는다.
백승주
● 1961년 출생
● 부산대 정외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국방부 차관, 20대 국회의원
● 現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국민대 석좌교수, 한중안보평화포럼 회장
● 저서 : ‘백승주 박사의 외교이야기’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