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vs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AI 선두 경쟁
생성 AI 유니콘 70%가 구글 클라우드 고객
기능, 확장성 면에서는 구글의 승리
[Gettyimage]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8월 29일(현지 시각) “오랫동안 이 순간을 준비해 왔다. 구글이 TPU(Tensor Processing Unit·AI용 반도체칩)와 GPU(그래픽처리장치), 파운데이션 모델(AI 기초 모델)과 인프라에 투자해 온 이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피차이 CEO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Google Cloud Next)’ 키노트에 등장, 구글의 AI 기술력과 AI를 활용한 업무 방식 혁신에 대해 강조했다.
구글의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인 ‘버텍스AI(Vertex AI)’가 더 많은 일을 가능케 하고, 지메일(Gmail), 독스(Docs) 등으로 구성된 워크스페이스(Workspace)에 적용된 생성 도구 AI ‘듀엣AI(Duet AI)’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 기반 AI는 ‘연구실을 벗어난 AI’라는 별명이 있다. 일부 환경에서나 유용한 AI와 달리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기업이 AI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데이터 안전성(Safety)과 확장성(Scalability)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보안 기능을 지닌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전 공개된 정보에 ‘주요 연사(Featured speakers)’ 목록에 올라 있지 않던 순다르 피차이 CEO가 오프닝에 깜짝 등장한 것만 봐도 구글이 ‘AI와 클라우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사전 예고 없이 이날 기조연설 무대에 등장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과 엔비디아는 이날 구글 클라우드에서 엔비디아 H100 GPU 기반 슈퍼컴퓨터인 ‘A3 인스턴스(가상 머신·virtual machine)’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엔비디아 GPU와 별도로 AI 전용 칩인 TPU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음에도 구글 클라우드에서 생성 AI 기능 극대화를 위해 엔비디아와 손을 잡았다.
구글 ‘버텍스AI’에 메타 라마2 추가
구글 클라우드에서 작동하는 버텍스AI(Vertex AI)는 ‘유용한 AI 전략’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구글 클라우드 고객사가 생성 AI 기술 기반의 앱을 개발하거나 자체 AI 모델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퍼블릭 클라우드 1위 사업자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베드록(Bedrock)’을 출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용한 AI 도구, 플랫폼이 기업들로 하여금 해당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만든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를 필두로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이 일제히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클라우드 AI 플랫폼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더 많은 AI 모델, 더 좋은 AI 모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구글 클라우드는 이날 버텍스AI에 메타(Meta)가 최근 공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라마2(Llama 2),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클로드2(Claude 2)’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에 따르면 버텍스AI의 생성형 AI 스튜디오 ‘모델 가든(Model Garden)’에 100개 이상의 AI 모델이 있으며 각 기업의 필요에 가장 적합한 AI 모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는 “올해 4~7월까지 버텍스AI 생성 AI 고객사 프로젝트 수가 150배 이상 증가했다”며 “생성 AI 유니콘 70%가 구글 클라우드의 고객”이라고 했다.
AI 자원 전쟁 본격화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는 매년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 신제품, 서비스 업데이트, 고객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연례행사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이후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려 성황을 이뤘다. 구글 측에 따르면 총 1만8000명이 행사에 참가 등록했다.올해는 특히 구글의 강점인 AI가 강조된 행사였다. 행사 주제를 레드 제플린의 명곡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과 비슷한 ‘클라우드로 가는 새로운 방법(The new way to cloud)’으로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가 8월 29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개최된 구글 클라우드 2023 기조연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원익]
최근 AI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칩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요가 폭발해 공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구글이 엔비디아와 손잡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인프라를 강화한 구글 클라우드는 AI 모델, 앱을 개발하려는 기업에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AI 업계에서는 비용 제약 없이 학습(training), 추론(inference)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동맹’뿐이라고 평가한다. AI 전문가인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른바 ‘자원 천국’에 있는 유이한 두 회사”라며 “나머지는 대다수는 ‘지옥’에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엎치락뒤치락 AI 클라우드 점유율
실제로 생성형 AI는 클라우드 시장을 흔들고 있다. 향후 데이터 추이를 더 면밀히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1분기, 2분기 데이터에서는 이미 변화가 포착됐다.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위, 3위 사업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23%)와 구글 클라우드(10%)의 시장점유율이 전년 1분기 대비 각각 1%포인트씩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손잡고 생성형 AI 기술을 클라우드에 접목,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한 게 올해 1분기다.
2분기 데이터는 더 흥미롭다. AWS는 유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분기 대비 1%포인트 하락한 반면 구글 클라우드만 점유율이 1%포인트 더 늘어나며 11%를 기록했다. 구글이 기록한 역대 최대 점유율이다. 구글은 2분기인 지난 5월 구글 클라우드 ‘버텍스AI’ 플랫폼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과 달리 AWS가 우세하다. 네이버라는 강자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강형준 구글클라우드코리아 대표는 “많은 이들이 생성형 AI를 주도하는 회사가 클라우드 시장 판세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상대적으로 업계에 늦게 등장했지만, 강력한 AI 인프라 및 기술, 개방형 플랫폼, B2B(기업 대 기업) 고객 데이터 보안 및 프라이버시 확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구글 클라우드 CEO가 강조한 세 가지
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는 별도 Q&A 세션에서 구글의 AI 개발 플랫폼 ‘버텍스AI’가 가진 세 가지 강점을 설파했다. 경쟁사인 아마존 AWS도 ‘세이지메이커(Sagemaker)’ ‘베드록(Bedrock)’ 같은 AI 클라우드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구글의 버텍스AI가 우위에 있다는 설명이었다.구글 클라우드 AI 서비스. [구글]
두 번째는 개방성(open cloud strategy)이다. 그는 “구글의 AI 모델과 크로스 클라우드 네트워크(Cross-Cloud Network)를 활용하면 모든 클라우드에서 접속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일부 인프라는 온프레미스(On-premises·기업이 자체적으로 데이터 센터나 서버를 구축해 운영)에서, 일부 인프라는 AWS에서, 일부 인프라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세 번째 강점은 다른 업체가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서비스를 꼽았다. 예컨대 AI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해당 이미지를 광고에 활용하려면 디지털 워터마크(digital watermark·도용 방지 표시)가 필요한데, 버텍스AI는 구글 이매진 모델을 사용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경우 워터마크 삽입 기능 ‘신스ID(SynthID)’를 제공한다.
생성형 AI로 만들어낸 이미지에 워터마크를 삽입하고, 식별할 수 있는 ‘SynthID’. [Google DeepMind]
내 앱에 구글 검색 기능도 추가 가능
이날 키노트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버텍스AI 플랫폼을 활용해 앱(application·응용 프로그램)에 손쉽게 구글 검색과 유사한 기능을 구축하는 장면이었다.버텍스AI 환경에서 앱 개발(App Builder)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파운데이션 모델의 강력한 기능을 자체 데이터와 결합, 특정 앱 내에 구글 검색과 비슷한 높은 품질의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예컨대 운전면허 취득 등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미국 공공기관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의 웹사이트를 버텍스AI 기반으로 구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DMV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 기반으로 ‘면허 갱신 방법’과 같은 명령어를 입력하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흩어져 있는 관련 정보를 취합해 마치 ‘챗GPT(ChatGPT)’가 제공하는 답변처럼 요약된 결과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검색 결과 기반으로 더 깊은 내용을 이어서 질문하는 멀티턴(Multi-turn) 검색 기능도 있다.
검색 기능 개선이 필요한 기업에 버텍스AI라는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특정 앱, 웹에서 검색으로 원하는 내용을 찾길 원하는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듀엣AI 클라우드의 출현… 대신 회의 참석해 주기도
구글 듀엣 AI 시연 화면. [구글]
듀엣AI 활용 방안으로는 특히 구글 화상회의 도구인 미트(Meet)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회의 참석 기능이 주목받았다. 예컨대 화상회의에 늦거나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게 됐을 때 ‘나를 위한 메모’ 기능을 활용, 회의 내용 요약 및 향후 수행해야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듀엣AI가 나를 대신해 회의에 들어가 필요한 내용을 체크해 주는 셈이다.
회의 진행 중 챗봇과 비공개로 대화를 나누며 내가 놓친 세부 사항을 검토할 수도 있다. 별도로 회의 내용을 기록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구글은 향후 몇 달 안에 이 노트 필기 기능을 ‘워크스페이스 랩스(Workspace Labs)’에 공개할 예정이다.
쿠리안 CEO는 “우리는 생성형 AI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혁신의 시대를 맞이했다”며 “수많은 파트너사, 협력사와 함께 새로운 클라우드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Together, we are creating a new way to cloud)”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