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호

종근당, K-의약품 세계화 이끌다

신약 개발 범주 확대… 미래성장동력 확보 집중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4-05-2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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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세대 ADC 기술 도입 등 신규 모달리티 창출 앞장

    • 글로벌 제약기업에 혁신신약 후보물질 역대 최대 규모 수출

    • 창립 이래 제약 기술 혁신 거듭, 독보적 경쟁력 확보

    • 다국적 제약사 경쟁에도 자존심 지키는 국산 면역억제제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이 의약품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이 의약품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

    종근당이 신약 개발 범주를 대폭 확대하며 차세대 신약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첨단바이오의약품과 차세대 제약 기술인 ADC(Antibody-Drug Conjugate·항체-약물 접합체)를 적용한 항암제 등 신규 모달리티(modality·치료 접근법)를 모색하며 세상에 없던 신약(First-in-class)과 미충족 수요(Unmet needs) 의약품을 목표로 삼아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2월 네덜란드 ADC 개발사인 시나픽스와 항체-약물 접합체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 기술 3종(GlycoConnect™, HydraSpace™, toxSYN™)의 사용 권리를 확보해 ADC 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22년 5월에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및 차세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이엔셀과 전략적 투자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공동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서울성모병원에 유전자치료제 연구센터 ‘Gen2C’를 개소하고 기존의 방법으로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희귀·난치성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 및 임상시험과 관련해 산학연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고 국내외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공동개발도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전략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제약기업에 혁신신약 후보물질 관련 기술을 역대 최대 규모로 수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 ‘CKD-510’ 개발과 상업화가 필요한 해외 제약사 노바티스와 13억500만 달러(약 1조 73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 HDAC6는 신장·면역·신경 관련 여러 질환을 유발하는 저분자 화합물질이다.

    CKD-510은 종근당이 연구개발한 신약후보물질로 선택성이 높은 비히드록삼산(NHA·non-hydroxamic acid)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HDAC6 억제제다. 전임상 연구에서 심혈관질환 등 여러 HDAC6 관련 질환에서 약효가 확인됐다.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1상에서도 안전성과 내약성을 인정받았다.

    폭넓은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미래성장동력 확보

    종근당은 이상지질혈증을 비롯한 만성질환부터 암과 같은 난치성질환까지 폭넓은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CKD-702는 항암이중항체 바이오신약이다. 2022년 9월 유럽종양학회가 CKD-702의 임상 2상 권장용량을 결정하고 약동학적 특징, 안전성 및 항종양효과를 평가한 임상 1상 파트1 결과를 발표하며 항암 신약으로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CKD-702는 암세포주에서 암의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에 동시에 결합해 두 수용체의 분해를 유도하고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또한 표적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바이오 신약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종근당은 현재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CKD-702의 임상 1상 파트2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선별된 환자의 치료 효과를 확인해 미충족 수요가 높은 다양한 암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CKD-508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로 약물에 의해 예상치 않게 발생하는 부작용인 오프타깃 효과(off-target effect)와 약물의 지방세포 축적, 약효 미약, 낮은 안정성 등 1세대 콜레스테롤 에스테르 전달 단백질(CETP) 저해제의 문제점을 극복한 2세대 약물이다. 지방대사 중 CETP의 활성 저해를 통해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줄이고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높이는 기전으로, 최근 영국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임상을 가속화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미팅을 계획하고 있다.

    종근당의 새로운 모달리티가 될 CKD-703은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를 타깃으로 하는 신약후보물질이다.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c-MET 항체에 지난해 시나픽스로부터 도입한 차세대 ADC 기술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CKD-703은 c-MET의 하위 신호를 저해하는 동시에 세포독성약물(payload)을 암세포로 전달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혈중에서 세포독성약물의 무작위적 분리를 최대한 억제해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충제부터 바이오시밀러까지, 시대를 이끄는 힘

    종근당이 1941년 창립 이래 꾸준히 성장하며 국내 제약산업의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제약 기술 혁신으로 독보적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종근당은 국내 보건 수준이 매우 낮아 기생충 감염률이 높던 1950년대 구충제 비페라정을 출시했다. 특히 구충제 복용이 필수인 어린이들의 복용 편의성을 위해 개발한 캐러멜 형태의 제형은 당시 제제 기술로는 혁신적이었다.

    1959년 비타민 제품이 범람하던 시절 차별화된 제품을 고안하던 끝에 비타민제에 조혈 강장 기능을 더한 ‘헤모구론’ 당의정을 개발했다. 제품의 우수한 효과와 더불어 ‘천리를 가는 힘, 헤모구론’이라는 시그널로 시작되는 라디오와 TV광고, 신문광고, 옥외광고 등 효과적인 광고 활동으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며 1960년대 종근당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면역억제제는 장기이식 거부반응 환자에게 주로 쓰이는 제품 특성상 안전성에 대한 의료 현장의 요구도가 높고 기술도 어려워 개발이 쉽지 않다. 현재까지 면역억제제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와 당당히 경쟁하면서 그 자존심과 명맥을 유지하는 제약사는 종근당이 유일하다.

    면역억제제 분야에서 축적한 경쟁력은 1995년 야생곰팡이에서 추출한 균주로 개발한 면역억제제 ‘사이폴’에서 시작된다. 사이폴은 세계적 수준의 발효 기술이 집약된 제품으로 종근당의 독자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기폭제가 됐다. 면역억제제에 대한 자신감은 2003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타크로벨’로 이어졌다. 종근당은 특허 도전에 성공해 타크로벨을 출시하고, 이후 추가적 임상을 통해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등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하며 다국적 제약사 일색이던 면역억제제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종근당은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신약 중심의 연구개발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1995년 기존 중앙연구소를 기술연구소와 의약연구소로 이원화한 종합연구소로 확대 개편해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섰다. 2011년에는 용인시 동백지구에 최첨단 연구 시스템을 갖춘 효종연구소를 개소하고 연구소를 기술연구소, 신약연구소, 바이오연구소로 특성화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노력은 2003년 항암제 신약 ‘캄토벨’에 이어 2013년 당뇨병 신약 ‘듀비에’로 결실을 거두었다. 2018년에는 종근당 최초의 바이오의약품 ‘네스벨’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 ‘마일란’을 통해 일본에 수출했다. 2019년에는 이를 국내와 일본에서 출시해 본격적인 바이오 의약품 시장 진출을 알렸다. 2023년 1월에는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황반변성치료제 ‘루센비에스’를 출시하며 연구개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종근당은 혁신적 제약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K-의약품의 세계화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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